1.네이버 3분기 실적 2.밀락더마켓 탐방기
 2023.11.08 23-044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네이버, 역대 최대 실적이지만 위기입니다
  02 밀락더마켓에서 찾은 로컬 커머스의 성공 조건
  03 뉴스 TOP5 - 'CEO 바꾸면 실적이 정말 나아지나요'

   

네이버, 역대 최대 실적이지만 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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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과 거래액이 반대로 갑니다

네이버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거든요. 불황 속에서도 이와 같은 실적을 기록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국내 사업, 특히 커머스 부문으로만 좁혀 본다면 진한 위기감이 느껴집니다. 지난 분기 실적 발표 때부터 나타난 네이버 커머스의 성장 둔화가 2개 분기 연속을 이어졌기 때문인데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엔데믹과 불경기가 겹치면서,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었습니다. 올해 3분기 역시 전년 대비 8.0%에 그쳤는데요. 문제는 네이버의 국내 커머스 전체 '거래액' 성장 역시, 8.2%로 이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네이버 커머스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만 하여도, 시장 평균 성장률을 2배 정도 상회하는 성장성을 보였는데요. 어느새 시장 평균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은 물론, 그 격차 역시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에 네이버의 커머스 '매출'은 포쉬마크 편입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16.2%나 증가하였는데요. 이처럼 거래액과 매출 성장의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은, 결국 네이버 커머스의 take-rate, 즉 수수료가 올라가고 있다는 걸 뜻합니다. 물론 이렇게 take-rate을 높이는 것은, 네이버의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너무 심해지다 보면, 일종의 쥐어짜기식 경영이 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고요.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현재 행보를 보면, 조금 더 부정적인 결말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요.

돌려 막기는 위험합니다

이렇게 네이버 커머스의 현재 모습이 위태위태해 보이는 건, 그간의 성장과 달리 최근의 좋은 실적은 자기 잠식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네이버 커머스는 크게 3가지 단계에 걸쳐 발전해 왔습니다. 가장 먼저 네이버 커머스의 성장을 이끈 건, 제휴몰 거래액이었습니다. 최저가 비교 검색을 토대로, 쇼핑 검색을 장악한 네이버가 일종의 통행료를 받으면서 시장에 들어왔는데요. 이때는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의 이익을 일정 부분 뺏어오는 방식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는 SME(Small and Medium Enterprise, 소상공인) 중심으로 스마트스토어 생태계를 키우며 2번째 성장의 기회를 만들었는데요. 당시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의 힘입어 네이버 역시 자연스레 거래액 규모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근래의 네이버 커머스 성장은 크림과 브랜드스토어로 대표되는 이른바 버티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크림은 기대와 달리, 네이버 전체 커머스의 성장을 이끌 정도로 커주지 못하였고요. 브랜드스토어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매출과 거래액을 만들어 내는 것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휴몰과 스마트스토어의 몫을 전환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이는 take-rate이 낮은 데서 높은 영역으로 거래액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매출 성장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거래액 측면에선 변동이 거의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네이버 커머스 매출과 거래액 성장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거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기형적인 성장이 지속된다면,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은 어느 순간 급격히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이는 네이버 커머스의 경쟁력이 철저히 트래픽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네이버는 구매 여정의 첫 단계를 장악하고, 여기서 확보한 고객들을 무기로, 더 많은 셀러를 유입시키며, 이들의 가격 경쟁을 통해 얻은 최저가를 통해 다시 고객을 불러오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커머스 사업의 플라이 휠을 돌립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쿠팡처럼 앱을 통해 아예 고객을 바로 유입시키는 곳이 늘어나면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고요. 이렇게 시작점부터 힘이 약해지면서 플라이 휠은 동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판매자 친화 정책으로 붙잡아 두었던, 셀러와 브랜드들마저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등을 돌린다면,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거죠. 이는 물류 인프라라는 실물 기반의 경쟁 우위를 가진 경쟁자 쿠팡과 달리, 네이버는 무형 요소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한데요. 네이버는 G마켓과 11번가 등 과거 커머스 강자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힘없이 무너져 버린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겁니다.

결국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이와 같은 파국을 막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앞으로 네이버는 업의 본질에 맞는 경쟁 우위를 다시 쌓아가야 합니다. 커머스를 포함하여 네이버가 영위하는 모든 사업의 경쟁력은 결국 검색 점유율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매출 성장만큼이나 다시금 거래액 성장을 만들어 내고, 쿠팡을 다시 추격하려면, 검색의 품질을 높여야 합니다.

돌이켜 보면 과거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었던 건, 과반수의 고객들이 온라인 쇼핑의 첫 여정을 네이버 검색으로 시작했기 덕분이었습니다. 이는 가격이라는 유통의 본질적인 요소를 충족시켜 주면서 작동할 수 있었는데요. 쿠팡이 편의성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고, 상품이나 가격을 독점하는 폐쇄적인 플랫폼들이 늘어나면서, 네이버 쇼핑 검색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지난 주주 서한을 통해 밝힌 것처럼 AI가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생성형 AI 기반의 검색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다시 커머스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네이버는 새로운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과연 네이버는 커머스 사업의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에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소식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밀락더마켓에서 찾은 로컬 커머스의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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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체험이 더 중요합니다

지난주 개인적인 일이 있어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근래 부산을 종종 들리곤 하는데, 확실히 과거와 달리 부산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풍성해졌음을 느끼곤 합니다. 과거의 부산이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해운대, 광안리 등 해변을 중심으로 한 자연경관들을 주로 내세웠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체험 요소들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맞춰서, 새로운 명소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중 대표적인 곳이 작년 7월 문을 연 밀락더마켓입니다. 밀락더마켓은 더베이 101로 잘 알려진 키친보리에가 기획한 대형 복합 문화 공간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광안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단지 트렌디한 곳을 넘어서, 부산의 로컬 브랜드를 큐레이션 하여 지역 명소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직접 방문하여 정말 차별화된 경험을 주고 있는지 확인해 본 결과와 이를 바탕으로 알아본 로컬 커머스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로컬 커머스로 성공하려면

일단 밀락더마켓의 첫인상은 강렬했습니다. 특히 1층과 2층을 잇는 커다란 계단을 좌석형태로 만든 '오션뷰 스탠드'가 기억에 남았는데요. 이곳에선 광안대교와 바다를 감상하면서, 공연을 보거나 혹은 입점한 F&B 매장의 음식물들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공간은 뷰가 제일 좋기 때문에, 밀락더마켓에서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단기적으론 이와 같은 공간 구성이 금전적인 손해를 불러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곳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개방하면서, 밀락더마켓이라는 공간 전체의 경쟁력은 오히려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었고, 이는 결국 광안리 앞이라는 입지의 장점을 살리는 신의 한 수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이후의 경험은 솔직히 아쉬운 측면이 많았습니다. 우선 이곳을 대표할만한 테넌트가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오션뷰 스탠드 바로 옆에는 스타벅스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가장 좋은 목을 우리가 언제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스타벅스에게 내준 점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접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부산의 로컬 브랜드가 이곳에 있었다면, 조금 더 머무를 생각이 들었을 텐데, 자연스럽게 돌아 나가게 되더라고요. 내부에 있는 다른 F&B 매장들 중엔 '코카모메'나 '료미' 같은 지역 맛집들이 있긴 했지만, '대전의 성심당'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곳이라고 하기엔 한끝 모자란 부분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맛집들이 부산이 아닌 경주에서 왔다는 점도 조금 아쉬웠던 포인트였습니다)

또한 테넌트의 구성 역시, 식사를 위한 F&B 매장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생각보다 쇼핑 공간이 협소하여 체류 시간을 늘리기에 부적합하다는 측면도 한계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에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런던베이글뮤지엄 사례를 소개해 드릴 때, 입점 브랜드들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해 드린 바 있는데요. 물론 밀락더마켓이라는 공간 자체가 전용 면적 700평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고객이 계속 머무르게 만들 매장이 하나 둘 정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계속 아쉬웠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매력적인 로컬 커머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어떤 점들을 챙겨야 하는 걸까요? 로컬 커머스는 사실 입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공간 자체도 중요하지만, 위치한 지역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하고, 그곳과 연결된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요. 밀락더마켓이 여러 아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핫플레이스로 떠오를 수 있었던 건, 광안리라는 상징적인 입지에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주변과 어울릴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 경험을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챙겨야 하는 건,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경험입니다. 만약 스타벅스 대신 밀락더마켓에 모모스커피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부산은 최근 국제적인 커피 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커피 문화로 유명하고 이를 계속 키우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매력적인 커피 로스터리나 카페도 많은데요.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라 할 수 있는 모모스커피나, 혹은 떠오르고 있는 다른 곳들을 데려왔다면 로컬 감성이 더 살아나지 않았을까요? 저 또한 굳이 로컬 카페를 찾아 남천동 인근까지 떠나지 않았을 거고요.

마지막으로는 필요한 건 바로 구매 경험입니다. 마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다 보고 난 후 꼭 만나게 되는 기념품 샵을 떠오르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단지 일회성의 방문을 넘어, 이곳이 계속 회자되고 새로운 고객을 불러 모으려면, 무언가 유형의 상품을 사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이들 상품은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경험'과 연결되어, 이곳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인식을 주어야 하고요. 너무 비싸거나 고관여의 상품이어도 안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잘 기획된, '기념품 샵'이 존재한다면 자연스럽게 방문한 고객의 체류시간도 늘릴 수 있습니다. 상품의 변형을 통해 재방문까지 이끌어낼 수도 있고요.

앞으로의 밀락더마켓은 어떨까요?

지금까지 밀락더마켓을 보고 느낀 점들과 이를 토대로 로컬 커머스의 성공 조건 3가지에 대해 나눠보았는데요. 사실 방문한 당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이러한 한계점들을 극복하고, 더욱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밀락더마켓은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 23일부터 10월 22일까지 한 달간 짱구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고, 2024년 상반기에는 '더 프리뷰 성수'처럼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회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콘텐츠 발굴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계속 만들겠다는 건데요. 다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조금은 더 '부산스러운' 혹은 더 나아가, '광안리스러운' 것들을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를 통해 정말 성공적인 로컬 커머스로 남기를 바라봅니다.

  
자동발주와 아이템위너의 허점을 공략한다는데요

악재는 연이어 터지고, 실적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환경보다는 자체의 취약성이 문제였습니다

롯데쇼핑, GS리테일에 이어 신세계까지

📣 알려드립니다!
       
      • 유통물류 전문 미디어, 커넥터스에 '홈플러스 인수설로 보는 쿠팡의 오프라인 진격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하였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많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번주 목, 금(11/9~10)에 열리는 EO planet 주최의 플래닛 부스트 웨비나에 연사로 참여합니다. 저는 2일 차에 금요일에 '취미로 시작한 뉴스레터로 영향력 있는 1인 미디어가 되기까지'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지난주에 목요일로 알려 드렸는데요, 저는 금요일에 참여하니 꼭 참고부탁드립니다)
      • 뉴스레터에 대해 의견 주실 것이 있으시거나, 광고/기고/기타 협업 관련해서는 trendlite@kakao.com으로 메일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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