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룸 에디터들의 2023년 회고

투룸 에디터들의 2023년 회고

우리가 투룸에게 주고,
투룸이 우리에게 준 것

글  차유진 에디터


여러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어 화상미팅 외에는 제대로 만나기 어렵고, 그래서 서로에 대해 깊게 알아가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사이. 하지만 기꺼이 서로의 동료가 되어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무언가를 매달 함께 만들어 내는 사람들. 확실하게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거기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들로만 가득 찬 어떤 일을 꾸준히 해나간다는 것. 그리고 그런 일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 동참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인 걸까. 


12월 중순, 북미와 유럽에 살고 있는 여성 직장인들과 회고모임을 진행하면서 문득 투룸매거진을 함께 만든 친구들은 투룸 편집팀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투룸 슬랙을 통해 제작팀에 속한 7인의 2023년 한 해 동안의 투룸 활동에 대해 듣고, 그들이 뽑은 가장 기억에 남은 기사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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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에디터. 일러스트레이터

처음 투룸에디터로 활동하기 시작한 2022년에는 ‘일단 잘해야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막막한 마음도 들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러다 올해 중반부터는 ‘이렇게 만들면, 이렇게 나오겠다.’는 전체적인 기획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게 가장 큰 성장이자 변화인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 28호에서는 해외 인스타툰 작가들, 29호에서는 해외의 바리스타, 32호에서는 이방인의 정원을 테마로 세계 곳곳에 사는 사람들을 섭외해 기사를 만들었는데요, 모든 과정 중에서도 참여자를 섭외하는 일에 가장 신경을 썼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인터뷰이분들께 기획의도를 전달할 때, 기사를 탈고할 때만큼이나 고민을 많이 하며 거듭 수정을 거치는 편이에요. 8월호에 실린 <이방인의 정원>에서 한 참여자님이 이 기사의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 물어보셨는데, ‘한국에서도, 다른 이국에서도 내가 경험하지 않은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던 게 생각납니다. 돌이켜보면 이메일로 받았던 그 질문과 그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이 투룸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는 마음이나 태도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일러스트레이터 일만 했을 때보다 같은 고민을 나눌 동료들이 많이 생겨서, 그리고 만나는 사람이 많아져서 훨씬 행복해졌어요.


2024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

2023년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길을 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듣는 것.

투룸매거진이 할 수 있는 ‘잡’지스러운 일 중에 또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게 재밌습니다. 투룸매거진이 독자들에게 진심을 담아서 꼭꼭 눌러 만든 선물 꾸러미처럼 느껴지면 좋겠어요.  

"27호 여성의 날 특집호에 수록된 런던에서 도시연구를 하고 있는 조현지 님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방인이, 이민자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을 연구하고 계셨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나누셨죠. 이방인 개개인의 안위를 살피는 것에서 시작해, 사회가 제공하는 커다란 안전망이야말로 정말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에도 앞으로도 이방인에 대한 콘텐츠를 만든다면 이 부분에 집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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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수 에디터

투룸매거진에 함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느꼈지만, 2023년에는 더 큰 변화와 성장을 느낀 해였어요. 올해 긴 여행을 하면서 늘 이동하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정신없는 상태가 이어지는 바람에 여행기 이외의 아이디어를 생각할 틈이 별로 없었던 부분은 조금 아쉬워요. (이 기회로 언제나 흔쾌히 도와주시는 편집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무리 여행 중이라도 가능하면 꼭 기획미팅에 참여하는데, 유럽/북미지역 미팅에 못 들어간 지 너무 오래돼서 그쪽 팀원들이 조금 그립고요. 투룸매거진을 등에 업고 제가 평소에 관심 있거나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분들을 인터뷰할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2024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당장 다음 주에 어디서 자지?, 비자 끝나면 어느 나라로 가지?’ 등의 미션들을 클리어하느라 2024년 목표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못했지만, 투룸매거진을 통해 내년에도 멋진 분들을 인터뷰하고, 기회가 된다면 전자책을 출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저 투룸매거진 에디터 일을 지속하고 싶어요.  

"34호에 수록된 <the myth> 인터뷰 기사를 읽은 뒤 짧지만 강렬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나요. 최근 투룸매거진에 연재되고 있는 <오, 젊은 우리 사랑> 시리즈는 흔히 듣기 어려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재밌게 읽고 있고, 33호에 수록된 혜원 에디터의 <세 번째 방에 도착했습니다>의 후식님 인터뷰를 읽었을 때, 너무 새로운 예상밖의 이야기 전개에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즐거워서 웃음이 터져버리는 기분이 들었던 것도 생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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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주 에디터

올해 처음으로 투룸매거진을 통해  ‘고료‘를 받고 글을 쓰면서 가슴이 부풀기도 하고 부담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말로 설명하기 힘든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 참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2024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

기사를 마무리할 때마다 나름대로 뿌듯함을 느끼고 있지만, ‘역시 이거야!’하는 글을 아직은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새해가 되면 좀 더 스스로 만족스러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지난 35호에 수록된 콘텐츠인 <김치 없이 살 수 있을까?>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김치에 대한 애정이 크고 한국에 살았을 때 할머니와 매해 연례행사처럼 김장을 했던 경험도 있어서 김치가 제 정체성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해외에서 살면서 김치는 단순히 음식의 의미를 넘어서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는 기획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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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애 에디터

2023년에는 투룸 제작팀에 합류하게 되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올해 두 편의 글을 썼는데 그중에서도 최근 발행된 36호 <위대한 귀향>을 통해 이방인의 노스탤지어와 향수와 관련한 글을 썼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유진 편집장과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도 북한과 탈북민 관련된 이야기가 어떻게 한국 여성의 타지 생활에 자연스럽게 침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게 다가왔던 글이었습니다.


2024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

투룸에서의 글들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 저만의 글쓰기 스타일과 테마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싶어요   

"투룸매거진 34호에 수록된 <The myth>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댄과 그의 영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모델 마이너리티 신화와 관련한 글이었는데, 소수자들에게도 출신 지역과 문화,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국가에 따라 개인의 경험과 각 사회가 가진 편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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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준 코 에디터

처음엔 독자참여, 그다음엔 객원 필진으로 투룸 활동을 시작해 올해 정식 에디터로 함께하게 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하지만 늘 자기에 대한 확신이 없는 편이라 누군가가 제 글을 읽고 좋았다고 말해주면 어딘가 뭉클해지곤 해요. 그런 저에게 투룸매거진 일이 좋은 자극이 되고, 본업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제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생긴다는 것도 참 두근두근한 일이고, 저번 기획 회의에서도 에디터 동료들이 제 글에 공감했다고, 좋았다고 말해 주어서 무척 기뻤어요.


2024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

마감일을 꾸준히 지키며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재밌는 글을 많이 써보고 싶습니다.  

"저는 올해 투룸매거진에 수록된 모든 독자참여코너 기사를 재밌게 읽었어요. 이렇게 해외에서 ‘이방인’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싶기도 하고요. 자신의 얘기를 나누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해 주시는 독자분들이 자신의 작은 일상에 초대해 주시는 느낌이 왠지 좋더라고요. 워낙 다양한 지역의 독자분들이 계시다 보니, 가끔은 읽으면서 공짜로 세계여행하는 기분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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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정 에디터

올해 투룸매거진 편집팀에 정식으로 합류하게 된 건 제게 큰 행운이에요. 새로운 도전이자 안팎으로 성장하고, 새로운 인연과 연결감을 안겨준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고, 모두가 읽을 수 있는 매체에 글을 기고해 본 경험도 없다시피 해서 처음엔 잘할 수 있을지, 내가 관심을 갖는 주제나 사람들이 다른 에디터와 구독자분들에게도 흥미로울지 무척 걱정되고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편집회의 때마다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면 긍정적으로 호응해 주시는 걸 보면서 한 편 한 편 기고할 때마다 좀 더 자신감도 생기고 뿌듯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에디터로서는 다른 에디터분들의 글을 보며 좋은 글은 어떤 것인지 배우고, 구독자로서는 매거진 속에 담긴 세계 곳곳의 서로 다르면서도 결국엔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와 위로를 얻기도 했어요. 


2024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

투룸매거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삶에 대해 듣고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29호에 수록된 이 단 작가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초봄 서울 보안여관에서 만나 작은 방 안에서 함께 이불을 덮고 이야기를 나누다, 밖으로 나가 산책하며 거의 3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던 것, 그리고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작가님의 이야기에 푹 빠졌던 게 기억에 남아요. 흔히 해외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다루지 않는 주제인 아픈 몸, 그리고 아픈 몸으로, 이방인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쉽지 않은 이야기를 글로 옮겨 볼 수 있어 감사했고 그리고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면서도 누구보다도 생기가 넘치고 쾌활하던 작가님의 에너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인터뷰 후에 작가님은 도로 독일에 가셨다가 가을에 다시 퍼포먼스를 위해 서울에 방문하셨고 또 얼굴 뵙고 반갑게 안고 인사할 수 있었어요. 투룸매거진을 통해 만난 인연들이 매거진 밖에서도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고 소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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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해 투룸매거진 공동대표로서 운영에 합류하면서 ‘한 치 앞도 모르겠지만, 일단 주어진 일을 하자’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이전보다 재정, 마케팅, 운영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는 욕심을 품기도 했던 한 해였습니다.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성취는 없었던 것 같지만, 내면의 성장이 컸던 한 해였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과, 함께 했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효과는 직선이 아니라 커브를 그리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내가 투룸에게 주는 것들도 많았지만 투룸이 나에게 준 것들도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2024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

투룸매거진 영어 콘텐츠 제작과 투룸에서 매거진과는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에 집중하고 내년에는 매출도 많이 올리고 싶어요. 그리고 함께하는 멤버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운영자가 되고 싶습니다.

"34호에 수록된 박정미 님의 0원 살이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 기사가 올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저에게 굉장히 파격적으로 다가온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 나와 내 삶에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요. 그리고 32호에 사이준 코 에디터가 쓴 에세이 <우리가 카오스를 즐기는 법>. 유학생으로 시작했지만 미국에 완전히 정착한 이민자가 된 나에게 찾아온 새로운 혼란을 깔끔히 정리해 준 글이어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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