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동을 보고 이건 정말 ~답다. 혹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답네. 또는 옷 입은 것을 보니 ~스럽다. 우리가 흔히 사람의 특징을 표현할 때 많이 하는 말이죠. 특히나 이런 말은 그 사람만의 특징이 뚜렷할 때 더 많이 합니다. '개성'이라는 것은 오해하기 쉬운 말일 수 있는데요. 개성이 강하다는 것은 꼭 큰 목소리를 가졌거나, 아주 특이한 옷을 입었거나, 돌출된 행동을 하는 것만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조용해도, 매일 수더분한 옷을 입더라도, 눈에 띄지않게 행동할지라도, 꾸준히 그 사람만의 특징과 성격이 지속적으로 묻어 나오고, 그 사람만의 스타일이 분명할 때, 개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서 ‘브랜드는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요.

브랜드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격과 스타일, 목소리, 인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브랜딩에서는 이것을 ‘브랜드 퍼스낼리티’라고 부릅니다.

 

어떤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아 이건 ~답네.’가 명확하게 떠올려지는 브랜드가 있으세요? 지나가다가 새로 나온 제품의 광고 포스터를 봤는데, 아 ~브랜드 답네. 팝업스토어에 들어갔는데, 직원의 말투가 ‘어쩐지 ~브랜드 답더라니.’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다면 그 브랜드는 브랜드 퍼스낼리티가 명확한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퍼스낼리티가 명확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꾸준히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네이밍, 로고, 패키지, 광고, 상세페이지, 매장 점원의 말투, 웨이신의 컨텐츠, 도잉의 영상 등등) ‘나는 이런 브랜드야.’ 하는 성향을 표현하는 것(=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성향이 명확하면 그 성향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호감이 있으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계가 생기고, 넘어가 덕후가 됩니다. 


오늘은 이렇게 퍼스낼리티가 명확한 브랜드를 하나 소개하려고 해요. 

요즘 중국에서도 로컬 수제맥주들이 참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하나인 [怂人胆] 입니다. 

[怂人胆쏭런단]은 2015년 항저우에서 시작된 수제 맥주 브랜드입니다. 항저우에서 미술과 예술을 전공한 古菲라는 사람이 만든 브랜드인데요. 이름부터 벌써 느낌이 오네요. ‘怂人胆’은 원래 중국어로 '찌질이, 용기도 없고, 술을 마시면 술기운을 빌어 용기를 내는 사람’을 말하거든요. 멋진 이름도 많지만 왠지 이런 이름에 더 마음이 가지 않나요? 그냥 나 같기 때문이죠. 

로고가 어떻게 생겼는지 봅니다. 한 눈에 보아도 뭔가 콧수염 같기도하고, 이를 드러내고 씩 웃는듯 한 느낌! 막 멋진 세단을 타고 고층건물로 출근하는 잘나가는 세련된 남자 같진 않잖아요. 소심하게 하트도 보이고요.

[怂人胆]에는 3가지 기본 맥주가 있는데, 모두 핸드크래프트 맥주입니다. 보통 대중들이 즐겨마시던 맥주(칭다오, 설화, 버드와이저 등등)는 Lager 종류인데요. [怂人胆]이 만드는 맥주는 Pale ale입니다. 유럽에서는 더 일반적이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니치한 카테고리죠. [怂人胆]은 이런 니치 수제맥주와 맥주문화를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도 수제맥주 시장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점점 퍼지고 있거든요.   

말했듯이 [怂人胆]은 그냥 맥주만 만들어 파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수제 맥주의 문화를 [怂人胆]답게 알리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광저우에 가면 ‘靓仔(젊은 미남)’ 얘기에 위축될 수 있어도, 항저우에서 ’62’ 소리를 들으면 자신을 분명히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참고 : 62는 항저우에서 ‘바보’라는 의미로 쓰이는 용어입니다) 6월 2일 항저우에서는 비밀리에 그랜드 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怂人胆]도 예외없이 맥주 클럽에서 용기와 건전한 음주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세미나라고 했지만 사실 술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축제인 셈이죠. ‘62협회’가 지정한 공식 음료는 [怂人胆]의 ‘62라거’! 

[怂人胆]은 항상 약간 바보같고 얼빠진 소리를 합니다. 맨 정신에 하는 얘기가 아니라 술 취하면 사람이 좀 얼이 빠지잖아요. 느슨해지고 풀어지고 하지만 그런 얘기가 더 진심이죠. Weixin 공중하오 컨텐츠만 봐도 그래요. 애로 영화나 패러디 영화같은 B급 컨텐츠들로 왠지 얼간이들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1950년대, 1960년대의 홍콩 에로 영화와 무협 영화를 패러디해서 출시된 제품을 소개하기도 하구요.

홍보 포스터도 예술 패러디로 그런 B급 정서를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怂人胆]은 사실 예술을 사랑하는 브랜드에요. “소심하고 찌질하지만 난 예술을 사랑해!!” [怂人胆]은 중국 전지 문화를 활용해 디자인을 하고,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자유의 여신상을 특유의 재치로 훌륭하게 매치시킵니다.  

[怂人胆]은 친구를 사귈 때도 마찬가지에요. 핸드 크래프트 커피점 [沙县咖啡]와 포터 맥주(수제 맥주중 한 종류)를 베리에이션한 커피포터 맥주를 내기도 했는데, [沙县咖啡]도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커피애호가들, 덕후들만 아는 그런 곳입니다. 곧 [ShackShack]버거와도 콜라보해 입점된다고 하니 기대해보세요.

시베이민요 대표음악가 张尕怂
张尕怂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 자화상
张尕怂과 콜라보한 맥주 : 尕怂谈色艾尔
항저우 핸드크래프트 카페 沙县咖啡 콜라보  
  

별로 잘난건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원래 좀 웃기기도 해요. 스스로 개그코드에 자부심도 있고, 술 마시면 없던 용기가 샘솟아 세계가 하나가 되고 풍류를 즐기면서 하룻밤 신나게 놀아제끼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한량.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노는게 좋은, 왠지 술마시면 옛날을 추억하며 라떼는- 할거같은 이 남자. 아니, 이 브랜드.

 

저 뿐만이 아니라, [怂人胆]을 접하는 사람들 대부분 쏭런단은 이런 성격일거야 라고 생각하며, 이런 이미지로 [怂人胆]을 기억할 것입니다. 고객이 접하는 모든 면면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스마트하게 보여주는 브랜드죠. 이렇게 브랜드 퍼스낼리티가 명확할 때 아이덴티티는 더욱 강해지고 덕후(브랜드의 팬층)가 생기게 됩니다.

 

[怂人胆]은 조만간 항저우에 오프라인 플래그십샵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기대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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