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만들기까지의 짠 내 나는 여정
식스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외줄타기와 같아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구교환 배우의 연출작으로 구교환 배우(겸 감독)와 이옥섭 감독이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습니다. 꽤나 긴 제목의 이 단편영화는 ‘독립영화'에 대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독립영화'의 현실과 여러 모순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고기환(32세, 남)은 다수의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다. 기환은 대부분의 독립영화 감독들로부터 자신의 출연작 DVD를 받지 못했다. 직접 DVD를 받기 위해 과거 함께 작업했던 감독들과 재회하면서 기환은 뜻밖의 사실들을 알게 된다.


등장인물의 이름 ‘고기환'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주연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 구교환의 경험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 자신의 작품을 보거나 소장할 수 있는 배우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는 영화는 독립영화의 현실과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죠. 제목은 마치 독립영화 감독과 배우 사이의 위계를 드러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물음표를 던지는 문장은 결코 이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예상하건데 독립영화 감독들이 DVD를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DVD를 만들 여력조차 없는 것 맞는 말일 것입니다. 매년 꽤 많은 독립영화들이 만들어지지만 개봉까지 이어지는 작품의 수는 매우 적고 오히려 개봉을 시도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은 것이 한국의 독립영화 환경이죠. 그렇다면 독립영화 감독은 어떻게 먹고살까요?

1. 독립영화의 제작비 마련
2. 독립영화와 영화제의 관계
3. 다큐멘터리 영화 예산의 모든 것 : '피칭'

🤑 독립영화의 제작비 마련

버스 창문에 기댄 우는 강아지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제작비가 투입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영화 홍보 문구로 200억 대작, 300억 대작이라는 카피를 써 해당 영화에 얼마나 많은 돈이 투입되었는지를 밝히기도 합니다. 장편 영화 기준 한 편의 영화는 최소 2억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죠.

그렇다면 감독들은 이 돈을 어떻게 구하는 것일까요? 영화 산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은 이들이라면 대게 ‘투자'를 받아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관객 수를 모아 수익을 내는 데에 목적성이 있는 상업영화의 경우 기업의 투자를 받게됩니다. 제작사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투자자를 찾아다니며 영화를 소개하고 판매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독립영화는 어떻게 예산을 확보하게 될까요?
© 허영만 백반기행 (TV조선)

2019년 개봉된 영화 <벌새>의 제작비는 3억 원가량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벌새>의 김보라 감독은 이 예산을 모으기 위해 꽤나 긴 시간을 보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벌새>의 경우 운이 좋게도 판권을 선판매하여 제작비 일부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보통의 독립영화들이 그러한 것처럼 여러 지원사업을 받기 위한 과정을 밟습니다. 보통의 독립영화들은 영화진흥위원회, 지역의 영상위원회 혹은 영화제에서 주관하는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게 됩니다. (박 터지는 경쟁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경우 매년 두 차례, 상반기와 하반기 제작지원 공모사업을 진행했었습니다. 현재는 매년 한 번의 제작지원 공모를 열고 있습니다. 사업명은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사업으로 극영화 부문과 다큐멘터리 부문을 나누어 공모를 받고있죠. 거의 모든 독립영화 감독들이 지원하는 공모사업으로 적게는 2,000만 원에서 최대 5억 원의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그만큼 경쟁률이 매우 높습니다. 다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공모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제작비를 전부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필요 예산을 5억으로 상정하여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지원금액이 1억이 될수도 그보다 더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들이 영화진흥위회 지원금에 더해 타 기관의 지원금을 더하거나 소액 투자를 받아 만들어집니다.

심슨가족
영화진흥위원회 이외 예산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그다음 선택지는 지역 영상위원회의 제작지원입니다. 서울영화위원회, 인천영상위원회, 부산영화위원회 등 각 지역의 영상위원회에도 매년 한 차례 제작지원 공모를 접수받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보다 지원금은 적습니다. 다만, 한 푼이라도 더 모아야 하는 감독과 제작자 입장에서는 매우 귀한 공모사업이죠. 지역 영상위원회 제작지원의 경우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연출자들에게만 지원을 열어두고 있거나 작품의 20%가량 분량에 해당 지역이 등장해야 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 독립영화와 영화제의 관계  
국내의 경우 영화제는 지역의 축제 정도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영화제의 주요한 역할은 지역 축제가 아닙니다. 영화제는 각 영화제의 성격에 맞는 매력적인 영화를 발굴하고 지원하며 이를 소개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주영화제, 부산영화제, 부천영화제, 제천영화제 등 각 영화제는 자신들만의 공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신진 영화인들을 발굴하고 제작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죠.
  © 2024 전주영화제 포스터
전주영화제의 경우 영화제 기간  동안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전주랩(기획개발단계), 전주시네마프로젝트(전주영화제 주관 제작투자), 전주워크인프로그레스(후반작업지원) 등으로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산영화제의 경우 부산아시아프로젝트마켓을 운영하며 영화 제작지원 프로그램과 함께 투자마켓을 통해 독립영화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켓을 통해 판권을 해외에 선판매하여 제작비를 충당하거나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투자사와 배급사에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죠.

📢 다큐멘터리 영화 예산의 모든 것 : '피칭'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우 독립영화 카테고리 안에서도 소수의 장르에 속합니다. 상업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사회적 가치와 교육적 목적을 띄고 있는 것이 다큐멘터리 장르의 특징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임팩트는 다큐멘터리의 지원 목적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다큐멘터리는 제작비를 어떻게 마련할까요? 

 © IDFA

다큐멘터리 영화도 독립영화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의 지원사업과 영화제의 제작지원을 통해 예산을 마련합니다. 다만, 다큐멘터리의 경우 독립영화와는 다르게 ‘피칭'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Pitching’이라는 영어단어 즉, 야구가 투수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진다는 뜻처럼 자신의 작품이 왜 지원받아야 하는지 심사위원들 앞에 서서 발표를 하는 자리입니다. 보통 7분의 발표와 7분의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권위 있는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영화 상영 프로그램만큼이나 이 피칭 세션이 중요합니다. 전 세계의 모든 다큐멘터리 창작자, 제작사, 배급사들이 이곳에 모여들고 이 피칭 세션에 참가합니다. 여기서 작품을 소개하고, 제작을 지원받고, 판권을 사고팔기도 합니다. 특히 라운드 테이블로 구성된 피칭 세션은 중간에 발표자가 앉아 그를 주변으로 심사위원과 참가자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습니다. 마치 콜로세움이 연상되는 자리이죠. 

© IDFA

이곳에서 성공적으로 피칭을 끝낸 창작자들에게는 제작지원과 더불어 전 세계적인 방송사와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의 관심이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기에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다큐 창작자들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한 자리인 것이죠. 


이번 레터에서는 독립영화 감독들은 어떻게 먹고사는가라는 제목으로 독립영화 생태계를 뜯어보았습니다. 어느 곳이나 자본의 문제는 따라오기 마련이죠. 특히 영화라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 드는 곳에서는 더더욱 자본의 문제는 더욱 중요합니다.


아마도 모든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연출 세계를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제작비를 마련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입니다.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독립영화 감독들은 응원하며 오늘 레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 [2x9HD]구교환X이옥섭

에디터 <식스틴>의 코멘트

레터 초반에 소개했던 구교환 배우의 연출작입니다. 무료 10년이 지난 작품인데요. 10년 전의 구교환 배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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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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