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일 낮, 인어와 서울숲복합문화자유센터에서 자유수영을 즐겼습니다. SNS에서 본 멋진 수영장 외관에 이끌려서 인어를 꼬셨고, 마침 인어가 휴가 일정이 생겨 일사천리로 약속을 잡았죠.

둘 다 수영을 취미로 삼았지만, 정작 수영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어요. 서로 사는 곳이 다르기도 하고, 회사와 육아를 병행하는 인어의 스케줄과 프리랜서인 저의 스케줄은 자주 엇갈렸기에 단순한 약속을 잡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수영 약속이라면 필요조건이 하나 더 생깁니다. 바로 수영장의 자유수영 이용 시간인데요. 저와 인어의 스케줄, 수영장의 일정까지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하죠. 그래야 비로소 우리는 수영을 함께할 수 있었는데요. 드디어 그날이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서울숲복합문화자유센터 실내수영장에서 말이죠(이곳에서의 후기는 다음주에 더 상세히 전해드려요!). 

저도 인어도 혼자 수영장에 갈 때보다 훨씬 들뜬 인상이었습니다. 입장하기 전부터 너 나 할 것 없이 호들갑이었는데, 저는 새로 산 가민 스윔2 워치를 인어에게 자랑하기도 했고, 서로 수영 가방에 어떤 걸 챙겨왔는지 열심히 로비에서부터 떠들었습니다.

인어에게 새로운 팁도 얻었는데요. 그는 화장품 샘플을 곧잘 활용하고 있었어요. 집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던 샘플을 수영 가방에 넣고 수영 갈 때마다 한두 개씩 잘 쓰고 있더라고요. 저도 문득 집에 잔뜩 쌓아놓은 샘플들이 생각나서 앞으로는 인어처럼 잘 챙겨 다녀볼 계획입니다.

실제로 본 수영장은 사진보다 훨씬 근사했습니다. 통창으로 서울숲의 모습이 훤히 보였어요. 날도 좋아서 햇빛이 통유리를 타고 수영장을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붐빈다는데, 평일 13시 타임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물에 함께 들어선 순간 동시에 물 온도도 완벽하다고 맞장구도 쳤습니다.

같은 레인에 입성해서 각자의 수영을 즐겼습니다. 저는 자유형 위주로 레인을 돌았고, 레인을 오가며 만난 인어는 여러 영법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뒤에서 바라본 인어의 평영 발차기 동작이 아주 유연해 보였고, 인어의 성격대로 조용하면서 강한 수영을 즐기고 있던 모습이었습니다.

물속에서는 어떤 대화도 할 수 없기에 서로의 헤엄을 지그시 바라볼 수 있는데요. 평일 오후 친구의 헤엄을 빤히 바라보는 경험은 신기하기도 했고, 마음이 이상하게 든든하기도 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서로가 수영에 대한 애정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함께 물을 가르는 기분은 단순히 취미를 공유한다는 것 이상의 넘치는 감정이었습니다.

삶이 녹록지 않더라도 우리의 수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인어가 헤엄쳐 간 물길은 금세 사라졌지만, 저한테는 앞으로 두고두고 가고 싶은 길로 남아버렸네요. 갑시다 또, 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