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살까?”

  어머니가 물었다. 어머니는 정년퇴직 후 낚시에 취미를 붙여 매일 같이 바다로 돌아다녔다. 밤낚시 후 편히 눈 붙이고 쉴 수 있는 캠핑카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티비 프로그램 ‘캠핑클럽’의 효과였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뭐였든,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갔다.

  어머니가 캠핑카를 사면 처음엔 여기저기 타고 다니겠지. 그러다 편안한 집을 놔두고 내가 뭐하는 건가 생각이 들기 시작하겠지. 관리 및 오물 청소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겠지. 그러다 세워두는 시간이 길어지겠지. 결국 캠핑카는 온전히 내 장난감이 되겠지.

“사세요. 한 번뿐인 인생,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야죠! 속초에서 러시아로 배 타고 가서 유럽까지도 갈 수 있어요. 세계일주를 할 수 있는 거지.”

  어머니의 질문에 답하기까지 0.7초 정도 걸렸다. 돌아온 답. “한 번 알아봐.” 어머니는 암에서 완치되고 노년기를 윤택하게 꾸려가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그렇기에 한 번 알아보라는 말의 무게가 상당히 묵직하게 느껴졌다.

  며칠 밤 뜬눈으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캠핑카 관련 정보를 끌어모았다. 15일 동안 매일 어머니에게 다양한 옵션과 견적을 내밀었다. 캠핑카를 구입하기로 하고 내용을 살펴보려 하자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의 디테일이 세밀하게 펼쳐졌다. 캠핑카에 대해 공부하고 가격을 비교하느라 보름을 썼다.

  오랜 고민 끝에 우리 가족에 가장 적합하게 여겨지는 캠핑카의 끝판왕의 파이널 엔딩 최종 모델을 제시했을 때 어머니는 말했다. “아니야, 안 살래.” 아니 어머니, 캠핑카 세계일주를 어찌 그리 간단히 포기한단 말입니까. 암은 완치됐지만 돈은 아까운 것, 그것이 인생이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자신의 차량에서 거주하는 노마드를 그려낸다. 도시를 떠나 황량하고 스산한 메마른 초지에 터를 잡는다. 건조하고 삭막한, 그래서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풍경들이 화면을 채운다. 그런가 하면 목가적인 삶의 상징과도 같은 장면을 찾을 수도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은 울창한 숲과 시리도록 투명한 개울을 찾기도 한다. 물이 맑으니 어쩔 수 없다. 펀은 아무도 없는 자연 속에서 자신의 알몸을 물 위에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