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성북 N 작가공모의 과정을 공유합니다!

이은지 작가 인터뷰

오늘은 ‘성북 N 작가공모’에 선정된 이은지 작가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난 8월 말, 《구름 그림자》의 작품 설치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신 이은지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작가님의 유쾌하고 신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티키타카가 이루어졌던 인터뷰 현장으로 떠나보실까요?
 Q. 작가님께서는 땡땡레터 구독자에게 어떤 사람으로 소개되길 원하시나요?
사실 이 질문이 가장 어려웠어요. 지금도 어려워요. 오히려 제가 어떤 사람으로 느껴지시는지 질문하고 싶어요. 그걸 듣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의 ‘나’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현실에 충실한 사람으로 소개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Q. 작품을 감상하면서 미시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적극적으로 관찰하는 작가님의 태도가 와닿았어요. 그리고 속도에 대한 고민이 작업에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과거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를 이야기할 때 과거를 빼놓을 수 없듯, 지금을 바라봄에 있어서 과거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종이를 쌓는 작업을 했는데, 예전의 기록들과 과거의 작업이 뒤섞여 있고, 덩굴처럼 복잡한 구조로 축적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작은 과거의 조각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간단한 형상입니다. 현재의 모양이 과거의 것이 어떻게 쌓여왔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Q. 바쁜 시기를 보내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최근 근황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2021 금호창작스튜디오 16기 입주작가전 《하나의 점, 모든 장소》가 8월 27일에 시작해요. 그래서 어제(8월 22일) 설치를 마친 상태이고, 지금(8월 23일)은 성북예술창작터의 《구름 그림자》 설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두 전시의 설치 기간이 겹쳐서 바쁜 시기를 보냈지만, 가을에는 다음 작업 구상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Q. 이번에는 《구름 그림자》에서 선보이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하는데요, 먼저 〈덩굴(Creeper)〉(2020)에 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재료를 상세히 나열한 캡션에 놀랐어요. 흑연, 물, 장지, 풀, 나무와 같은 재료를 주로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덩굴〉, 2020, 흑연, 물, 2합 장지, 풀, 나무, 약 141.1Ⅹ78.6Ⅹ3cm.  
ⓒ성북예술창작터 (촬영: 최요한)
저는 재료를 구체적으로 쓰는 편이에요. ‘어떤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에 중요한 재료를 다 담으려고 했습니다. (상세한 캡션은) 작업의 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 풀은 정말 접착제로 쓰이는 밀가루 풀이에요. 그리고 흑연은 수성 흑연을 사용했습니다. 종이 표면에 남겨진 움직임이 덩어리째 숨어 들어가는 특성이 중의적인 상태를 표현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수성 흑연을 자주 사용합니다.
Q. 이번 전시에서는 〈덩굴〉이 황아일 작가님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데요.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윈도우 갤러리 전경  
ⓒ성북예술창작터 (촬영: 최요한)
저는 아주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느낀 ‘덩굴’은 어떤 명확하지 않은 무게나 개수, 즉 덩어리이에요. 〈덩굴〉 작업의 영문명인 Creeper라는 단어의 뜻이 스멀스멀 움직이는 어떤 것이고요. ‘가만히 보면 모두 고정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움직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혹은 이런 생각은 순간적이고 인상이면서 어떤 것을 바라보는 제 마음(관점)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고정된 듯 움직이는 상태에 관해 고민한 작업에 황아일 작가님의 작업이 개입되는 게 반가웠어요. 《Creeper》의 전시장은 어쩔 수 없이 바깥 상황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곳이었거든요. 이런 환경과 비슷한 성북예술창작터의 윈도우 갤러리를 봤을 때, 황아일 작가님의 작업으로 어떤 막 하나가 생기면 맞닥뜨리는 빛깔이나 색깔, 날씨로 인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내달음〉은 비행기 안 스크린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의 풍경을 보여준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화면 풍경은 어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내달음〉, 2021, 흑연, 종이, 가변 설치.  
ⓒ성북예술창작터 (촬영: 최요한)
이 작업은 불현듯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촬영해둔 활주 장면을 그린 거예요. 2018-19년에 개인적인 일 때문에 해외에 나갈 일이 많았어요. 당시에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의 스크린을 영상으로 남겨놨어요. 많은 사람이 스크린에서 정면 시선 카메라를 많이 보는데, 저는 바닥을 보더라고요. 제 작업은 그렇게 시작해요. 일단은 끌리는 대로 기록한 것을 나중에 다시 꺼내 보면서 작업하곤 합니다. 이 작업은 1분 10초 정도의 활주에서 이륙까지의 시간을 1초 단위로 나누어서, 따라가 본 것이에요. 스크린에서 루트를 봤을 때 비행기가 가는 항로가 그려지겠다 싶었는데 안 그려지더라고요. 제가 기록한 영상을 봤을 때도 안 그려지고요. 〈덩굴〉 작업을 할 때는 어떤 아주 느린 속도감을 생각했는데 활주로를 바라보면서는 절대로 제가 따라갈 수 없는 속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그 속도를 바라보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떤 인상을 포착하고 따라면서 작업을 시작하는데, 그렇게 하면서 답을 찾기보다는 계속 다른 의문을 발견해요. 그래서 이 작품은 프로토타입의 형태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을 계기로 이때의 인상이 어떤 것이었는지 따라 가보는 또 다른 작업이 나올 것 같아요.
〈덩굴 1~2~3~4~5~6~7〉, 2021, 흑연, 물, 2합 장지, 풀, 나무, 가변 설치.  
ⓒ성북예술창작터 (촬영: 최요한)
〈덩굴〉 작업을 할 때도, 속도감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활주로는 절대로 제가 따라갈 수 없는 속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어떤 루트가 따라갈 수 있거나 따라갈 수 없는 상태들을 추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어떤 인상을 포착하고 따라가는데, 그렇게 하면서 답을 찾기보다는 계속 다른 의문을 발견해요. 그래서 작품을 통해 답이 내려지는 느낌을 받아요. 이 작품은 프로토타입의 형태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을 계기로 인상이 어떤 것인지 따라갈 수 있는 작업이 나올 것 같아요. 
Q. 〈덩굴〉과 〈내달음〉을 보면 작가님의 작업은 대부분 선형적인 시간과 역사를 따르지 않고 재구축하려는 시도인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덩굴을 바라보면 꼬인 실처럼 보이잖아요, 이 꼬임을 분리해서 바라보면 제가 생각하는 어떤 복합적인 덩어리에 대한 생각을 풀어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덩굴은 이미 겹침이 많은 식물이지만 그 속을 생각해보면 그 모양새는 결국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순간적으로 바라본 복합적인 모양을 따라가 본다고 했을 때, ‘덩굴을 어느 정도의 단위로 나눠서 미시적으로 따라가 봐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로 〈덩굴(Creeper)〉이라는 작업이 시작되고요. 쪼개짐을 모은 하나의 큰 판이 이번 《구름 그림자》에서는 공간으로 확장되어 선형적인 설치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복합적인 것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시도를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재구축하려는 시도의 시작은 결국 어떤 덩어리에 관한 질문에서 이어지는 것이에요.
Q. 《구름 그림자》에 추가된 작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작품을 추가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leftover 07 & 08 – 흔들리는 조각〉, 2018-2021, 수집된 종이, 먹, 물, 풀, 가변 설치.  
ⓒ성북예술창작터 (촬영: 최요한)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저의 〈덩굴(Creeper)〉과 황아일 작가의 〈검은 숲(Black Forest)〉이 서로 마주하면서 나열식 배치를 하게 되면, 제목이 유사해서 마치 무채색의 풍경 같은 숲속을 천천히 거닐게 되는 전시 전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얘기했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작품 설치를 진행하다 보니 생각보다 공간에 여백이 많다는 점과 ‘군데군데 무언가 함께 놓였을 때 2층이 더욱 경험적인 풍경으로 인식되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어떤 작품을 가져와야 자연스러울지 고민한 후 몇 점을 두고 이야기하다 〈leftover 07 & 08 – 흔들리는 조각〉을 데려왔습니다.
Q. 이제 관람객분들에게 전시를 선보일 일만 남았는데요, 《구름 그림자》 전시를 준비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점이나 느끼신 바가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재밌었어요. 이렇게 소통이 많은 전시 준비 과정일지 몰랐거든요. 이렇게 공모로 전시를 진행할 때, 기획이 들어가는 게 흔치 않으니까요. 두 명의 작가가 있고, 리뷰어님들도 글만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기획하시듯이 다양한 형태로 결과물이 나오고요. 자연스럽게 전시의 의도나 방향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하는 순간이 생겨서 재밌었어요. 저는 '중간지점'에서 전시를 만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제 작품이 들어가는 기획을 하는 경우는 많이 없었거든요.
Q.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어떤 분으로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땡땡 콜렉티브와 땡땡 레터를 구독하시는 여러분의 답변이 궁금합니다. 인터뷰 내용을 듣고/읽고 난 뒤, 저를 어떤 사람으로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 아현

작가님이 물어보신 마지막 질문의 답을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은지 작가님은 살아있는 것에 대한 관심, 그것이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공감, 속도에 대한 궁금증을 작업으로 표현하신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은지 작가님은 처음에 말씀해 주셨던 바와 같이, 과거를 탐구하여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분석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독자분들은 인터뷰를 통해 작가님이 건네신 질문의 대답을 찾을 수 있으셨나요?
소개
이은지는 덩어리라는 말이 어떤 크기나 느낌을 정확하게 형용할 수 없을 때 쓰듯, 스스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응어리들을 만들어오고 있다. 복합적일 수밖에 없는 개인이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어떤 대상의 상태와 그로 인한 형상을 따라가며 평면적, 조각적 시도를 해오고 있다. 
약력
이은지는 서울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전공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개인전 《Creeper》(Keep in Touch Seoul, 서울, 2020), 《숨 참기》(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2019)를 비롯하여 《하나의 점, 모든 장소》(금호미술관, 서울, 2021), 《cut! cut! cut! — index》(전시공간, 서울, 2020), 《PERFORM 2019 : Linkin’ out》(일민미술관, 서울, 2019), 《제강이 춤을 출 때》(갤러리 175/ 중간지점, 서울, 2019) 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현재 금호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레지던시(2020-2021)에 입주 작가로 참여 중이다. 을지로에 위치한 중간지점을 운영하며 내외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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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발행인: 땡땡 콜렉티브
발행일: 2021/09/16
문의: 00collective20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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