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소년'이라니, 👀 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서정원 감독의 〈검은 소년〉에는 마음이 시꺼멓게 타들어간 소년이 등장합니다. IMF 외환 위기의 겨울을 지나고 있는 고등학생 '훈(안지호)'은 아버지의 간헐적인 가정폭력으로 남모를 고통을 겪고 있어요. 어머니마저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고, 학교에서는 다른 종류의 폭력이 훈을 감싸게 되지요.

하지만 깜깜한 세상 속에도 늘 작은 빛은 있는 법 🌟 훈은 책방과 더불어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서 삶의 빛을 찾아나가요. 오늘은 〈검은 소년〉과 함께, 영화가 다룬 삶의 빛 한 조각을 주워 담은 인디즈의 글을 소개합니다. 「데미안」의 싱클레어와 '훈'의 모습을 빗대어 본 글부터, 생채기를 내고 회복시키길 반복하는 가족의 풍경을 담은 〈다섯 번째 방〉 이야기까지 준비했어요 🎬

가족의 영향 아래

〈검은 소년〉과 〈다섯 번째 방〉

 

단란한 엄마와 아빠, 한껏 사랑받고 있는 얼굴의 자녀. 그런 가족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지 생각하며 가족의 정의를 곱씹어본다.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 친족 관계.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이. 어떤 침대에서 일어나 어떻게 만들어진 밥을 먹고 집에 돌아오면 어떤 말로 인사를 주고받는지 아는 사이. 서로를 채우기도 하고, 결핍을 만들기도 하는 사이. 가장 개인적이며 동시에 사회적인 이야기가 이곳 가족 안에서 만들어진다.

 

서정원 감독의 〈검은 소년〉이 부모의 영향 아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훈의 막막함을 표현한다면, 전찬영 감독의 〈다섯 번째 방〉은 부모의 영향 아래 자란 딸이 직접 카메라를 든 영화다. 부모의 불화와 아버지의 폭력의 영향으로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흔들리게 된 훈과, 30년간 엄마의 고통을 지켜보며 아빠를 마냥 사랑하거나 미워하기만 할 수 없는 찬영의 이야기에서 자식으로 살아왔던 날의 기억을 본다.

 

두 가족의 가부장 모두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원하지만, 곪아 터진 속을 외면하고서 행복을 얻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버티면서 살아가는 삶은 사랑보다 희생에 가깝다는 진실을 엄마들은 알고 있다. 두 영화의 자녀들은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아 절망스럽다. 때로 부모는 자녀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근거 이상이다. 나의 뿌리이자 그늘. 삶의 배경을 만들기도 앞으로의 궤적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 사실을 절감하다 보면 〈검은 소년〉의 훈처럼 주저앉아 버리고 싶어질 때가 온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부모의 그늘 아래,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갈등의 굴레. 봉합하거나 해체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상처 없이 선택할 수는 없을 때. 그럴 때면 〈다섯 번째 방〉의 이야기가 또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우리가 가족 속의 각자로 살아가기 위해. 딸은 카메라를 들고 엄마는 자신만의 방을 찾아 집을 나섰다. 1997년의 청소년 훈이 2024년의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역시 부모가 만들어내지 못했던 다섯 번째 방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응달의 뿌리로 성장해 양달로의 줄기를 뻗어내기를 바란다.

인디즈 김진하

〈검은 소년〉의 원탑 주연으로 활약한 안지호 배우의 전작을 소개합니다. 여성으로 쉽게 오해를 사는 이름, '보희'라 불리는 소년이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 〈보희와 녹양〉인데요, 〈성적표의 김민영〉으로도 알려진 김주아 배우의 모습도 함께 만날 수 있어요. 고등학생으로의 '훈'을 연기하기 이전에 중학생 '보희'를 연기한 안지호 배우가 궁금하다면 오늘 OTT로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