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tchEDGE Issue No. 1 | 2022.07.21
피치덱 톺아보기
자금조달 및 IPO/M&A에 성공한 해외 스타트업의 초기 피치덱을 분석합니다.
Bear Flag Robotics - 시드 라운드
  
존 디어(John Deere)가 3천억 원에 인수한 자율주행 트랙터 기업 
창업 4년만에 시드 단계에서 대기업에 인수된 로보틱스 & 자율주행 스타트업의 성공사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농업용 자율주행 트랙터 전문기업 Bear Flag Robotics는 기존의 트랙터에 자율주행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 및 보급을 추진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브로드컴 엔지니어 및 시스코 프로덕트 메니저 출신의 Igino Cafiero가 2017년 설립한 Bear Flag Robotics는 2018년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레트로핏이라고 불리는 튜닝 방식을 채택하여 큰 비용 투자 없이도 손쉽게 트랙터를 '자율주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통합 서비스를 개발한 점이 특징이죠.

회사는 2021년 8월 글로벌 1위 농기계 기업 존 디어에 2억 5천만 불에 인수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하드웨어 로보틱스 분야의 손꼽히는 성공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인수 이전에는 총 네 차례에 걸쳐 약 150억 원의 벤처 자금을 조달하여 초기 Product-Market Fit 개발을 위한 자금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 2017년 시드: Truck VC
  • 2018년 시드: 와이콤비네이터, True Ventures, VentureSouq
  • 2020년 시드: VU Venture Partners, Bossanova Investimentos
  • 2021년 시드: True Ventures, Graphene Ventures, AgFunder, D20 Capital

사실 Bear Flag Robotics의 펀드레이징 피치덱은 핀테크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처럼 월 단위 성장하는 실적을 보여주기 어려운 하드웨어 및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자료를 어떻게 구성해야하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자료입니다. 해당 피치덱의 본문은 아래와 같이 총 14페이지로 구성되었습니다.

  1. 표지 - 키워드는 "자율주행 농업 (Autonomous Farming)"
  2. 문제 - 일손 부족
  3. 해결책 - Bear Flag Robotics의 솔루션
  4. 효과 - 제품의 효용을 3대 계량 지표로 제시
  5. 사업 단계 (Commercial) - 현재 파트너쉽 및 매출 현황
  6. 사업 단계 (Technocal) - 기술 개발 현황
  7. 시장 - 미국의 시 > 주 > 국가 단위 시장 규모
  8. 경쟁 - 왜 우리의 제품이 뛰어난가
  9. Go-To-Market - 고객 확보 전략
  10. 파이프라인 - 고객 확보 현황
  11. 경영진 - 창업자의 경험
  12. 이해관계자 - 투자자 및 파트너사 로고
  13. 펀딩 이유 - 자금 활용처
  14. 미션 - 왜 우리는 이 일을 하는가?

앞으로도 계속 강조하겠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이야기하는 피치덱은 회사소개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처음 투자자와의 미팅 자리에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내기위해 정형화된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10분 내외 발표를 위해 잘 구성된 하나의 마케팅 자료입니다. Bear Flag Robotics의 피치덱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굉장히 짜임새있게, 단 한장도 버릴 필요 없이 구성된 좋은 사례입니다.

  •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구성
  • 15페이지 이내로 구성하고 상세 내용은 Appendix로 별도 추가
  • 기술에 대한 설명은 최소화, 데이터 제시는 극대화

그럼 지금부터 Bear Flag Robotics의 피치덱을 한 장 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페이지: 표지
  • 표지는 단순히 넘어가는 장표가 아닌, 회사의 키워드를 한 줄로 각인시키는 자리
  • "광고카피"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 '직관성' + '참신성' + '혁신성'
  • 해외 기업은 '유명한 기업의 자국 버전'도 많이 활용: (예) 쿠팡 - "한국의 아마존"

  • Bear Flag Robotics의 "Autonomouos Farming"은 자율주행이 한창 주목받던 2018년에 '핫한 기술''이색적인 산업'에 적용한다는 측면에서 즉각적인 관심을 가져온 키워드
  •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유사한 분야의 스타트업 Blue River Technology가 2017년 성공적으로 인수된 사례가 있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투자자는 처음부터 '기대' + '의심'을 가지고 발표에 임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음
2페이지: 문제
  • '농촌 일손 부족'이라는 누구나 뉴스를 통해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문제를 제시
  • 풀려고 하는 '문제'를 제시할 때는 인위적이서도 안되고 너무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 것도 지양해야 함 - '도전적이지만 해결 가능한'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
  • 이게 왜 문제인지를 숫자로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 "노동가능인력이 매년 10% 감소"
3페이지: 해결책 -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
  • '피치덱' 작성의 핵심 중 하나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최대한 일찍 설명하는 것
  •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가장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설명
  • 해당 페이지를 통해 회사가 자율주행 트랙터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4페이지: 왜 쓰는가?
  • 제품과 서비스를 설명하지 말고 사람들이 왜 쓰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핵심
  • 투자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려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왜 사람들이 찾게되고 계속 쓸 수 밖에 없는지를 설명해야 함
  • '생산성' + '비용절감' + '운영확대'라는 제조 관리의 핵심 지표를 세 개의 숫자로 간결하게 제시
5페이지: 사업 현황
  • 트래픽 등 지표로 설명하기 어려운 하드웨어 B2B 기업이라도 파트너쉽, 반복 매출, 고객 수 및 논의 단계 등을 최대한 수치로 제시
  • B2B 특성 상 유명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사실이 많은 설명을 대체할 수 있음
  • 확보 고객 및 LOI 수를 가감없이 공개
6페이지: 기술 개발 현황
  • 현재 회사가 '기술 개발' 및 '제품 개발' 측면에서 어떤 단계에 있는지 정확히 설명
  • 초기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개발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투명하게 현재의 단계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
7페이지: 시장 규모
  • 시장 규모는 피치덱을 작성할 때 가장 난해한 부분
  • 막연하게 너무 큰 숫자만 넣는 것도 능사는 아니지만 동시에 시장이 충분히 크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부분
  • Serviceable Obtainable Market(SOM)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 (예) 구글캘린더를 대체하는 제품을 만들었다면 캘린더 소프트웨어 시장을 보여주는 것이 협업툴 전체 시장을 제시하는 것다 설득력이 높음 
8페이지: 경쟁
  • 보통 경쟁현황 및 경쟁우위를 보여주면서 사분면 차트를 많이 사용하는데, 작위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음
  • 회사는 왜 다른 OEM이 우리와 경쟁하기 어려운지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
  • 어차피 투자 검토 시 상세하게 분석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회사의 입장에서는 '논의의 지점'을 선점한다는 생각으로 키워드를 제시하면 추후 실사를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음 
9페이지: Go-To-Market
  • 어떤 제품을 만드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계획
  • 회사는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어떻게 접근할 것이며', '그 재무적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일목 요연하게 제시
  • '직판' 모델에 대한 비용효율성 등 의문은 남지만 적어도 '열심히 한다' 이상의 무언가를 서술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논의의 지점'을 선점하는 효과 
10페이지: 파이프라인
  • B2B 세일즈의 핵심인 '단계'별 영업 및 고객 획득 현황을 가감없이 제시 >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트래픽 중심 기업 대비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데이터 중심으로 설명
  • 계획이 아닌 결과를 제시하는 장표
11페이지: 창업자
  • 약력을 서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Founder-Market Fit', 즉 왜 우리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적합한 팀인지 어필하는 것이 핵심
  • 두 창업자는 스타트업 경험, 관련 분야 경험, 프로덕트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
  • '절대적'으로 '가장' 적합함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제너럴리스트' 또는 '스페셜리스트'로서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와의 개연성을 경력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필요
12페이지: 투자자 및 파트너
  • 소위 '로고 드롭'이 필요한 영역
  • 초기 기업 투자는 Validation이 핵심 - 유명 투자자, 고객, 파트너를 통해 검증을 받았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
13페이지: 제안 사항
  • "제안은 구체적일수록 답변을 이끌어내기 쉽다."
  • 결국 투자를 제안하는 피치덱이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떤 기업가치에', '얼마를 조달하며', '현재 얼마가 모집되었는지' 명확히 제시하는 문화
  • 이미 모집된 금액을 통해 '펀딩이 잘 진행되고 있고',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장표
14페이지: 미션
  • 회사의 미션을 'Outro' 형태로 배치 > 기승전결 완성
Appendix  
  • 14페이지의 본문과 별도로 15페이지의 Appendix를 구성하여 기술, 시장, 고객 등 추가 설명을 보완
  • 발표 여부와 관계없이 피치덱의 본문은 15페이지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대원칙
    Appendix를 포함시키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회사의 선택 사항이며, 일반적으로는 Short 버전으로 피치 미팅 진행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되면 Long 버전을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임
이상으로 2021년 8월 존 디어에 2억 5천만 달러에 매각된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타트업의 2020년 시드 당시 피치덱을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B2B 사업모델 및 하드웨어 제품을 다루는 스타트업의 펀딩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영역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칫 쉽게 다가가지 못할 것 같은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많은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한 시드 단계에서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건전한 상식을 가진 투자자가 충분히 검토가능하도록 피치덱을 작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Bear Flag Robotics 피치덱의 하이라이트
  • 데이터와 자료 중심의 깔끔한 구성
  • 정확히 필요한 정보를 한 장씩 배치하여 15페이지 이내로 작성
  • 제품 및 서비스, 막연한 사업계획에 대한 설명을 최소화하고 '결과' 중심의 전개

회사가 2020년 8월 시드라운드를 진행할 때의 기업가치가 SAFE Pre-Money Cap $20M이었으며, 당시 총 $6.5M을 조달하였습니다. 정확히 1년 뒤 인수 가격이 $250M으로 수직상승하였으니 당시 투자자들은 1년 만에 10배 수익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투자의 성공은 사후적인 해석이 덧붙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결국 Bear Flag Robotics의 핵심은 이미 '존 디어'라고 하는 전 세계 최대 농기계 회사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가치를 알아보고 베팅을 한 투자자들은 잭팟 수준의 준수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피치덱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다음에는 더 재미난 피치덱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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