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호 🍊 미녀는 괴로워

제21호 🍊미녀는 괴로워

안녕하세요, 중국어를 무척 잘하고 싶은 미숙둥절입니다!

2022. 9. 20. 화요일 D-308

님, 요~기 위에 날짜 옆에 D-day 궁금하신가요?

님이 지금 받아보시는 레터, ‘미숙한이야기’의 ‘수명 연장의 꿈’을 결정하는 날입니다. 🤣 올봄 선물처럼 내게 다가온 친구의 은근한 권유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덜컥, 스티비 레터링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딩동^딩동^ 감동스러운 피드백도 잘 받고 있어요. 감사랑~합니다 💕 그럴수록 맹숭맹숭 밋밋하기 짝이 없는 미숙둥절의 일상 가운데 무슨 얘기를 어떻게 보내드려야 미숙둥절과 님이 서로에게 마중물 같은 존재가 될까, 뒤늦은 고민이 깊어만 갔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용기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년만 보내보자. 그리고 그때 나와 나의 이야기를 둘러보고 결정을 내리자!’ ‘미숙한이야기’의 D-day 카운트다운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미숙둥절과 미숙한이야기의 우당탕탕 성장 일기를 너그러운 눈빛, 솜사탕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님, 지금 미숙한이야기를 어디서 읽고 계신가요? 지하철 안에서? 그렇다면 지하 선로를 미끄러지며 공기를 가르는 지하철 소리, 옆에서 부시럭대는 소리, 간혹 들리는 헛기침소리, 작은 대화 소리가 배경음악이 되겠네요. 지하철이 아니라면 방에서, 사무실에서 혹은 야외에서? 어디서 어떤 환경인지 몰라도 지금 님을 둘러싼 음악이 무엇일지 궁금해요.

미숙둥절은 님께 보내는 이 편지를 월요일 저녁 KBS FM<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면서 적고 있습니다 😍 FM 라디오 선율이 미숙둥절의 노동요가 된 지는 아주 오래랍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하던 그때로 거슬러 올라가니까요. 라디오 볼륨 크게 켜고 저녁 노을이 물드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듣던 제3세계 음악들.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꼼짝마라, 라디오 곁에 딱붙하고 앉아서 감동하고 감탄했어요.

그러다가 차츰 진행자 멘트나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두고 내 할 일에 몰두하게 되었답니다.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중국어 공부도 하고.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라디오 선율은 미숙둥절의 노동요가 되었죠. 안 들으면서 듣고, 들으면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음악이 흐르는지 무신경한. 그저 없으면 허전한. 라디오는 그래서 미숙둥절 옆에서 종일 열일한답니다 😆

그런데 가끔은 그 무신경을 걷어내고 귀를 파고드는 음악이 있어,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곤 합니다. 며칠 전에 그랬어요. 익숙한 팝송이었는데 그 가삿말을 찬찬히 음미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At Seventeen --Janis Ian 출처: YouTube

전에 흘려 들을 때는 모르겠더니 가사가 어찌나 긴지 🤣 잘 안 들리는 가사를 인터넷까지 뒤져가며 🤣열심을 부려서 읽었답니다. 편안한 기타 반주에 얹혀진 감미로운 음색으로 이런 내용을 노래하고 있었다고요?!! 사랑은 예쁜 아이들에게만 해당한다는, 미운 오리 새끼 소녀들에게 다가오는 사랑이란…… 가삿말 속 17살 “I”가 깨달았다는 진실은 그닥 유쾌하지 못하더군요.

무쟈~게 길지만 노랫말을 소개해볼게요. 자~ 준비하고, 갑니다~아앗!!

I learned the truth at seventeen 열일곱에 진실을 알았죠

that love was meant for beauty queens 사랑은 예쁜 아이들에게만 해당한다는 것을

and high school girls with clear-skinned smiles

깨끗한 피부에 미소를 짓는 고교생을 위한 것이라는

who married young and then retired 그 아이들은 일찍 결혼을 해서 사라지지요

the valentines I never knew 발렌타인은 알지도 못했죠

the Friday night charades of youth 젊은 날 금요일 밤이면 애인이 있는 척하며

were spent on one more beautiful 한번 더 예쁘게 꾸며 보려 시간을 보냈죠

at seventeen I learned the truth 열일곱에 진실을 알았죠

and those of us with ravaged faces 못생긴 얼굴을 가진 우리들은

lacking in the social graces 사회적인 매력이 결핍되었고

desperately remained at home 절망적으로 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inventing lovers on the phone 전화로 연인을 만들어 보았죠

who called to say “ Come dance with me” 그가 나랑 춤추러 가자고 전화하는 거예요

and murmured vague obscenities 그러면서 이상한 말을 우물거리죠

It isn’t all it seems at seventeen 열일곱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일들이죠

a brown eyed girl in hand -me-downs 싸구려 옷을 입은 갈색 눈의 소녀가 있었어요

whose name I never could pronounce 그 아이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한 적이 없는데

said, “pity, please, the ones who serve “안 됐네. 저렇게 애인을 섬겨대는 꼴이라니

they only get what they deserve”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in the rich-relation the hometown queen 부자와 인연이 있는 고향의 예쁜 아이는

Marries into what she needs 그녀가 원하는 것과 결혼을 하고

with a guarantee of company 사교적인 모임이 보장되고

and haven for the elderly 늙은 후의 안식처도 보장된 결혼을 하죠

remember those who win the game 게임에서 이긴 승자를 기억하세요

lose the love they sought to gain 얻고자 하는 사랑을 잃었어요

in debentures of quality 사회적 신분이라는 채무 증서로

and dubious integrity 모호한 성실과 정직으로

their small town eyes will gape at you 조그만 마을의 사람들은 당신을 멍청하게 쳐다보죠

in dull surprise when payment due 당신이 지불해야 할 날이 오면 그리 크게 놀라지도 않고

exceeds accounts received at seventeen 열일곱에 받았던 것을 초과해서 지불할 때

to those of us who knew the pain 결코 찾아오지 않는 발렌타인 데이의

of valentines that never came 고통을 알았던 우리들

and those whose name were never called 그리고 농구경기에서 편을 가를 때

when choosing sides at basketball 한번도 이름이 불려진 적이 없었던 우리들에게는

it was long ago and far away 아주 멀고 먼 오래전 이야기야

the world was younger than today 세상이 지금보다 더 젊었고

and dreams were all they gave for free 자유롭게 꿈을 꾸던 시절에도

to ugly duckling girls like me 나와 같은 미운오리새끼 소녀들에게는

we all play the game and when we dare 우린 모두 게임을 했고

to cheat ourselves at solitaire 고독함에 못 이겨 스스로를 속였어

inventing lovers on the phone 전화로 폰팅이나 하면서

repenting other lives unknown 상대편 남자들을 유감스러워했지

that call and say “come dance with me” 그들은 나랑 춤추러 가자고 전화해서

and murmur vague obscenities 낮은 목소리로 낯뜨거운 말을 지껄여댔어

at ugly girls like me, at seventeen 나같이 못생긴 여자애들에게, 열일곱살에

여하튼, 결론은 그러니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무튼 이쁜 게 장땡이라는 거잖아요. 그래서 생각해봤어요, 미숙둥절도 17살에 저런 엇비슷한 생각을 했던가? 세상을 사는 데에 미모가 커다란 어드밴티지가 된다는 불편한 진실에 떨떠름하게 동의하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여고생 때부터 갖고 있었던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사실 <at seventeen >의 가삿말도 가수 본인의 생각은 아니었다고 하더라구요. 어느 유명인이 자신의 청춘을 회고하는 내용의 신문 기사를 우연히 신문에서 읽다가 그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라고요.

누군가 완벽한 외모라며 극찬을 받는 기분은 어떨까요. 물론 못생겼다는 악평보다는 당연히 좋겠지요. 하지만 미숙둥절은 백치미 혹은 머리가 텅 빈 금발미녀 이미지에 갇혀야 하는 미녀들의 억울함 내지는 무력감에 더 마음이 쏠립니다. 얼굴이 아닌 마음을 봐주세요! 저는 매력덩어리라구요, 미모는 그 중 하나일 뿐이에요! 어쩌면 이렇게 외치고 싶을지도 모르지요.

바쁜 일상을 허둥지둥 살아내는 우리들은 대부분 타인에게 무관심합니다. 너무 매정하게 들리지만 솔직히 나 살기도 숨이 벅찬데 남에게 신경 쓸 여력이 어디 있어요. 그러니 미녀, 미남이라는 조건은 타인의 게으른 시선이 멈춰서는 한계치가 되어버리기 십상입니다. 이쁘니까~ 잘 생겼는데 뭘~. 미모가 마치 그나 그녀의 전부인양 더는 그나 그녀를 깊이 들여다보고 다른 매력을 파헤칠 의욕에 불타지 않아요. 대충 겉으로 알려진 만큼, 남들이 떠드는 대로 알면 다 아는 것이라고 착각하죠.

예쁘다는 것은 못생겼다는 것보다는 분명 하나의 큰 장점이자 자산이 될 수 있죠. 그것을 지혜롭게 잘 이용하면 훨씬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구요. 그런데 겉으로 드러난 미모 대신 자신의 능력이나 진솔한 내면으로 타인과 소통하기를 원한다면, 하지만 상대는 그저 그녀의 껍데기에만 관심을 보인다면 불행하다고 아니할 수 없겠죠. 미모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으니까요.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강림’하시어 잘생김을 뚝뚝 흩뿌리고 유유히 사라지는데, 그는 짓궂은 진행자의 진실게임에도 내공 만렙의 여유만만을 선보이며 대꾸합니다. “네! 잘생겨서 넘~흐~ 좋아요. 다시 태어나도 정우성의 얼굴로 태어날 겁니다.” 부럽죠. 짜증나게 얄밉도록 부럽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의 거드름 덕지덕지한 그 말을 들으며 같이 유쾌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까닭은 그가 자신의 외모를 제대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배우로서, 동시대를 사는 한 개인으로서 그는 잘생김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멋지게 휘두를 뿐이지, 그 위력에 파묻히지 않아 보입니다.

미숙둥절은 거꾸로 미모 덕을 좀 보았으면 싶은데 🤣 🤣 🤣 예뻐서 괴로운 미녀 심정을 알고 싶다고요😂 😂 그런데 콕 찝어서 미모라고 못박지 않아도 일상에서 내가 아닌 타인 혹은 학습에 의해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 틀에 갇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토당토않은 프레임에 갇혀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 한 채 지나치게 열심히,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내달리다가 어느날 뚝, 갑자기 끊어져버리는 고무줄처럼 그동안 나를 당기던 거대한 힘이 사라지고 진공 상태에 놓이는 경험을 하기도 하죠.

그래서 미숙둥절은 세상을 둥절이 방식대로(!!) 보려고 한답니다. 설령 중간에 둥절이 시선이나 둥절이 판단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하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게 창피하고, 공중분해 되었으면 싶을 정도로 허망할 지경이라도 말이지요. 예컨대, 남들 눈에 예뻐 보이려고 성형을 한다면, 둥절이는 예뻐질까요? 아니죠. 그 “남”들이 너무 많아 이 사람에게는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지 모르지만 저기 가면 안 예쁠 수 있을 테고, 더욱 중요한 건 “남”의 미적 판단이 둥절이의 미적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당연히 무의미하구요. 괴로운 미녀도 이런 식의 괴로움은 절대 사절인 거잖아요.

지금 둥절이 얼굴이 예쁘지 않음은 인정! 대신, 무뚝뚝한 표정을 지우고 자주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많이 지나면, 지금보다 더 쭈글대고 못생겨졌겠지만 그래도 미소가 예쁜 어른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둥절이 웃는 얼굴을 보고, 같이 있는 사람도 함께 마음이 푸근해지기를 바라요. 욕심이 좀 큰가요? 그래도 끝까지 부려보고 싶은 욕심이에요 😍 포기하지 않고 꼭 쥐고 있는 욕심 하나쯤 가지고 살면 좋잖아요 🥰

님은 무엇이 젤루 욕심이 나실까요?

남들이 뭐라든 놓고 싶지 않은

고집스러우리만치 쥐고 있는

생각하면 혼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는

그래서

오늘을 버티는 힘이 되어주는 님만의 마음 한자락

그게 무엇이든

그것을 생각하며 오늘도

행복한 가을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