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 우리가 말하고 싶은 미술 작품 👀
수연은 최근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투 유: 당신의 방향》을 보러 갔다가 전혀 예상치 못하게 고향의 이야기를 접합니다. 슬프게도 좋은 얘기는 아니었고, ‘냄새나는’ 이야기였는데요. 과연 수연은 미술관에서 본 고향의 이야기에 얼마나 공감하고, 이를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
밀려나고 또 밀려나
글. 수연
고향은 김해. 나는 여기서 나고 자랐다. 어릴 적부터 김해는 부산의 위성도시(천체에서 큰 행성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처럼, 대도시 주변에 있어 대도시의 영향을 받는 도시)라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일까? 지역 시민이었던 나조차도 김해를 별 볼 일 없는 도시로 생각한 때가 있었다.
대학을 서울로 온 후에도 동향 사람을 만난 적이 없고, 수업이나 일상 대화에서 ‘김해에서 나고 자란’ 이야기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김해는 뉴스거리로도 언급된 적이 없다. 그런 내가 한 영상 작품에서 김해가 언급된 것을 보았을 때 엄청난 놀라움과 궁금증에 휩싸였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김재민이, 〈돼지똥과 아파트〉, 단채널 비디오, 15분, 2022. (사진 제공: 최수연)
제목은 〈돼지똥과 아파트〉. 안타깝지만 좋은 얘기가 아니라 ‘냄새나는’ 이야기다. 화자이자 작가 김재민이는 혁신도시, 신도시 인근 농장의 이동과정을 추적한다. 이들이 계속해서 이동하는 이유는 바로 ‘냄새’다. 검색창에 ‘나주 축사악취’만 검색해도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김재민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10대 악취 지역 중 일부를 직접 방문하여 냄새를 맡아보고 주변 광경을 살핀다. 〈돼지똥과 아파트〉에는 김재민이의 설명적 나레이션과 함께 각 지역의 농장과 높게 치솟은 아파트를 번갈아 가면서 보여준다.
농림축산식품부 10개 축산악취 지역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위 사진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자체와 협조하여 고속도로, 혁신도시, 신도시 인근 10개 축산악취 지역을 선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경상남도 김해시도 포함된다. 잠깐 어릴 적을 떠올려 보자. 김해는 예전부터 축산업이 유명했고, 내가 살던 바로 옆 동네에도 큰 도축장이 있었다. 아버지가 창문을 연 채 운전할 때가 있는데, 그 동네를 지날 때면 창문을 잠깐 닫았다가 동네를 벗어나고 나서 다시 열었다. 냄새 때문이었다.
어릴 적의 보잘것없는, 그러나 아주 선명하고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기억은 〈돼지똥과 아파트〉를 보면서 추억도 아닌 트라우마처럼 떠올랐다. 전시를 보고 돌아와 어수선한 마음으로 최근 김해 축사 현황을 검색했다. 김해의 축산 시장은 동남권 최대 수준이다. 일부 돼지 도축을 하는 창녕을 제외하고, 김해는 축사가 많을 뿐 아니라 부산·경남에서 유일하게 소와 돼지를 도축하는 공판장이 있다.  
김해에 축사가 대규모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약 30년 전이라고 한다. 당시 김해는 농촌이었고 소규모로 가축을 키우는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대도시(부산) 옆이라 시장이 가깝다 보니 땅값이 싼 김해에 축산농가가 많아졌다. 이에 소규모로 운영하던 축사는 갈수록 전문화, 대형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해 농촌지역 곳곳에 분산되어 있던 축사는 특정 지역(한림면·생림면)에 집중됐다. 그리고 사육하는 가축의 수는 1997년 약 84만 마리에서 2016년 약 141만 마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돼지똥과 아파트〉에서 김재민이가 방문한 김해시 주촌면은 축사가 집중된 한림면 옆에 있다. 실제로 주촌면은 혁신도시 사업으로 아파트를 건설하고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악취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2017년 주촌면 주민은 한림면 곳곳에 축사 반대 현수막을 붙이고 축사 건립 및 허가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오롯이 인간이 맡는 냄새 때문에 반대한다. 축사를 혐오 시설이라고 일컫고 자기 동네에 있는 축사를 극도로 반대하면서도 ‘김해뒷고기(도축 이후 남은 고기, 김해에 오면 먹어보아야 할 음식 중 하나라고 손꼽힘)’는 여전히 맛있게 먹는다.
현재 현대화 시설을 갖춘 축사에서는 소의 소화를 돕기 위한 생균제를 개발해 사용함으로써 기존 분뇨에 대한 악취가 상당량 줄었다고 한다. 특히 ‘위생적인’ 도축 및 가공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과연 위생적인 도축이 돼지똥과 아파트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악취가 그토록 싫다면 육류 섭취를 줄이면 된다. 육식이 일상인 사람에게는 어렵고 터무니없게 들릴 수 있지만 어쩌면 그것이 가장 빠르고 근본적인 방법이다. 돼지조차 악취를 싫어한다. 조선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인화는 돼지는 무척 깨끗한 동물인데 인간의 욕심 때문에 돼지도 고통스럽게 산다고 이야기한다.  
김재민이, 〈냄새의 경계선 2〉, 아크릴과 혼합재료, 80×70×159cm, 2022. (사진 제공: 최수연)
〈돼지똥과 아파트〉 옆에 설치된 독서실 책상은 김재민이가 조사한 자료를 모아둔 아카이브 설치 작품 〈냄새의 경계선 2〉이다. 김재민이는 어릴 때부터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 책상에서 많은 안정감을 얻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 구상 과정과 작품에 사용한 자료를 감상자와 함께 공유하고자 하였다. 김재민이가 재현한 독서실 책상에는 실제로 앉아볼 수 있고, 작가가 모아둔 책과 자료, 조사하면서 표시한 것, 필기 등을 직접 읽어볼 수 있다.  
〈돼지똥과 아파트〉는 새롭게 들어선 혁신도시에 밀려나고, 대도시에서는 애초에 자리조차 없었던 존재가 이제는 또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농장 인근에 개발되는 신도시의 악취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돼지똥과 아파트〉는 축사시설의 열악함과 무분별한 도축 등 환경과 윤리 문제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건 비단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해와 비슷한 산업적 배경을 공유하고 비슷한 미래를 모색하고 있을 도시는 많다. 또한, 악취는 누구나 싫어하는 냄새다. 누군가 악취를 피했다면 누군가는 악취를 맡아야 한다. 그것이 ‘내’가 아닐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가? 악취를 없앨 방법을 고민해본 적은 있는가?

*참고자료
「한림·생림·진영·진례에 축사 집중, 김해 발전 걸림돌 될라」, 『김해뉴스』, 2017.12.20. (http://www.gimha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58)


《투 유: 당신의 방향》

 

구분 기획전

작가 김익현, 김재민이, 닷페이스, 송예환, 송주원,
       오주영, 유아연, 정유진
장소 아르코미술관 (서울 정로구 동숭길 3)

기간 2022. 2. 24. ~ 4. 24. (월요일 휴관)

시간 11:00 ~ 19:00

요금 무료
🌻 수연  
대도시가 고향이 아닌 분 중 저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적 도축장 근처를 지날 때면 코를 찡그리기만 했습니다. 제가 살았던 도시는 도축업으로 먹고 살아서 그게 너무 당연했습니다. 다시 떠올려보면, 트럭에 좁고 위태롭게 서 있던 한 무리의 돼지와 소를 6차선 도로에서 보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이들은 어디에서 왔고, 이제는 어디로 갈까요?  
12호
발행인: 땡땡 콜렉티브
발행일: 2022/04/15
문의: 00collective20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