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에 대해 알아보자!
식스틴     "AI시대는 새로운 세상을 열겠지만, 그만큼 고민을 많이 해야겠어요"

안녕하세요, 에디터 식스틴입니다. 


영상 제작자로서, 오픈AI에서 개발한 Sora의 등장은 저로서는 정말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AI 시대가 왔다는 것을 직시하게 됐거든요. 저는 Sora의 등장을 환영합니다.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것 같아요. Sora는 하반기부터 일반인에게 상용화된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어떤 세상이 열리게 될까요?

1. AI 시대의 '소스(Source)'
2. 가깝지만 생소한 단어 '아카이브'
3. 아카이브와 관련된 철학적 개념을 살펴보자
4. 아카이브의 특별한 능력
5. AI는 진실을 보여줄까?

AI 시대의 '소스(Source)'

AI가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유튜브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에서 AI를 다루고 있죠. 실제로 우리가 알만한 IT 기업들은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소식으로는 애플이 캐나다 생성형 AI 스타트업 '다윈 AI'를 인수한 일이 있습니다.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의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시대를 미리 예견한 덕분에 주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죠. 그만큼 AI는 앞으로 더더욱 주목받을 산업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분위기 자체도 과거의 신기술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죠. 메타버스(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기도 했죠), VR, AR 등의 신기술은 높은 기술의 장벽으로 인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분명히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AI 현상은 낮은 기술의 장벽과 쉬운 접근성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여러분, AI 기술의 원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나요?

머신러닝, 딥러닝과 같은 단어는 AI와 함께 딸려 오는 단어들입니다. 저 또한 대충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정도의 내용만 알고 있지 이 기술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학습'하기 위해서는 학습의 기초가 되는 '소스(Source)'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바로 이 '소스(Source)'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 가까우면서도 생소한 단어 '아카이브'

'아카이브'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대충 기록물 정도로 해석되는 단어인 아카이브. 위키피디아에는 아카이브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가치 혹은 장기 보존의 가치를 지닌 기록이나 문서들의 컬렉션". 하지만 지금에 와서 아카이브는 조금더 폭넓게 의미 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기록물이나 컬렉션, 인터넷에서 백업되는 여러 기록물까지도 아카이브로 불리기도 합니다. 


지금 꺼낸 ‘아카이브'가 이야기 주제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지만, 아카이브에 대해 설명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모든 AI 기술은 바로 이 아카이브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 소스가 없는데 어떻게 '러닝'이 가능할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이 ‘아카이브'라는 개념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unsplash

아카이브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이 있습니다. 현재는 국가기록원, 영상자료원과 같이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럼, 아카이브의 유래는 어떻게 될까요? 아카이브는 아르콘(archon)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아르콘은 사법권을 갖는 통치자를 뜻하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바로 이 아르콘이 사는 곳을 아르케이온(arkheion)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바로 이 아르케이온은 이 집정관이 머무는 장소이자 동시에 정보를 수집하고 문서를 보관하는 장소를 의미했죠. 또한 집정관은 이 아르케이온을 보호하는 역할과 문서를 보전하고 안전히 보관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읽고 해석할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아카이브는 법적인 기능과 제도의 승인이 필요했어요. 아카이브는 제도적으로 승인된 공간에 보관되는 취사 선택된 공식적인 기록물인 것이죠.

✒️ 아카이브와 관련된 철학적 개념을 살펴보자

'아카이브'는 그 기원이 그리스 시대까지 올라갈 만큼 무궁한 역사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여러 철학자가 그 개념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자크 데리다입니다. 데리다는 《아카이브 열병 (Archive Fever)》을 통해 아카이브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내놓습니다. 아카이브에 대해 그가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우리는 왜 무언가를 기록하고 보존하려고 하는가?’입니다.


여러분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저는 어렸을 적 친구들과 묻었던 타임캡슐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항상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합니다. 중요한 것들은 한 편에 정리해 두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일기장, 가족사진, 연애편지 같은 것들이겠죠. 인간은 이렇게 소중한 것들을 보관해 두는 버릇이 있습니다. 


데리다는 이 버릇을 '아카이브 열병'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영문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 어려울 수 있지만 풀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기억의 근원 혹은 기원을 향해 강박적으로 회귀하려는 욕망"이죠. 여기서 이 개념은 조금 어려워집니다. 이 말에는 모순이 있어서인데요, '기억의 근원 혹은 기원'이라는 것은 결코 찾아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기원'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근원적인 결핍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 1930년 7월 15일 ~ 2004년 10월 9일)

철학이 시작한 이래 최초, 시작, 기원, 근원에 대한 물음은 계속해서 질문되어 왔습니다. 데리다에 따르면 애초 이 기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오직 '흔적'으로만 존재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 흔적을 보존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인간에게 부여된 하나의 특징이 개입됩니다. 바로 '망각'입니다. '기억'의 사전적 정의는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획득한 정보 또는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을 의미하고 있죠. 인간에게 망각의 능력이 없다면 기억도 없는 것이죠. 망각의 능력이 없다면 정말 괴로운 인생이 될 것입니다.

아카이브의 특별한 '능력'

'아카이브'에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나온 과거야!". "이것이 우리가 모르는 과거의 진실이지!". 아카이브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카이브에는 '공인된'이라는 라벨이 붙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그 라벨을 붙이는 것은 '국가'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카이브에는 누락된 사건들, 기억들, 존재들이 따라옵니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돌아온 후 '나눔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할머니들을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사안이 사회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가부장적인 사회는 피해자의 입을 막았습니다. 실제로 위안부 피해자 중 '가족의 수치'라며 가족으로 버림받은 이들이 존재하기도 했으니까요. 

할머니들의 기억. 위안부. 이것은 아카이브에서 누락된 것들입니다. 보통 사회적 약자들이 겪어낸 사회는 기억되거나 보존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는 이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중요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만들어지며 아카이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기도 했습니다. 1986년 10월 6일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까지 상계동과 부천시 고강동 일대의 철거민들을 대상으로 찍은 단편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도 같은 선상에 놓인 다큐멘터리입니다.

AI는 진실을 보여줄까?

본격적인 AI 시대가 열렸습니다. AI 시대, 아카이브의 개념은 어떻게 변할까요? 분명한 것은 머신러닝의 오리지널 소스가 되는 것들의 출처는 '아카이브'라는 것입니다. 


AI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금,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지점입니다. 미래의 AI는 극히 강한 효율을 통해 어마어마한 양의 콘텐츠를 생산할 것이 분명합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더더욱 똑똑해질 테죠. 하지만 AI가 사용하는 오리지널 소스가 누군가에 의해서 선별된 자료들이라면, 의도적으로 누락된 기억들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그들이 쏟아내는 콘텐츠에 둘러싸여 진실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모던코리아 -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에디터 <식스틴>의 코멘트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공영방송인 KBS가 보유하고 있는 아카이브 푸티지(Footage)를 활용하여 제작한 다큐멘터리 시리즈입니다. KBS이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시면 '아카이브'가 콘텐츠로 진화할 때 어떤 모습을 갖출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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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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