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배달수요로 탄생, 스트리트푸드 파스타
 
Newsletter Issue 80

16 July, 2021  1235 Subscribers
 
 
 

바라는 결과를 가정한 후, 변수를 통제하면서 행동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끊임없이 발견하려는 시도. 과학의 성장 방식이다. 성공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현대에서 눈부신 과학 발전의 혜택을 곳곳에서 누리고 있다.

과학을 넘어 이런 성장 방식을 삶의 태도로 적용하는 사람도 있다. 의도하는 결과를 설정한 뒤, 상황을 통제하며 최선의 행동으로 결벽의 결과를 꿈꾼다. 이런 부류의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은 어떤 상황에 던져 놓고 ‘이 곳엔 아무런 방향성도, 단 하나의 목표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 중 누군가는 목표의 부재가 곧 삶의 부재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표 성취는 성장의 본질이 아니다. 결과는 일시적이다. 곧 지나간다. 목표 성취가 성장의 본질이라면 우리는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이뤄내야만 한다. 평생 그렇게 사는 건 벌써 피곤하다.

여태 살며 그나마 배운 것 중 하나는, ‘본질’은 정량화 될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장의 본질은 결과가 아니라 결과로 가는 ‘과정’, 그 남루한 일상 자체다. 내게 목표가 생기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일상에서 나름의 준칙을 세울 것이다. 준칙은 곧 절제를 이끈다. 이때 절제는 비로소 미덕으로서 발현된다. 스스로 설정한 준칙과 절제를 계속 재정비하며 얻게 되는 이런 저런 감각, 마찰, 경험 그리고 개별성 이것이 성장의 본질이라 믿는다.

목표 설정은 중요하다. 하지만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다고 해서 목표 설정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목표는 나를 움직이게 한다. 준칙을 세우게 한다. 절제를 배우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그 역할이 매우 크고 뜻깊다. 그런데 이렇게 장황하게 적어봐야 내일 난 또 까먹고 목표 성취에 매몰되겠지. 이게 문제다. 일상은 생각보다 더 남루하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배달수요로 탄생, 스트리트푸드 파스타 [Italy/Roma]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素敵な持ち by 岩崎宏美(Hiromi Iwasaki)
3. Movie by 단편극장
Whiplash
4. Novel by 단편서점
카페, 커피그림  (7/8회)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배달수요로 탄생, 스트리트푸드 파스타 [Italy/Roma]
바로 comber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요식업계에서는 배달이나 테이크아웃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파스타를 사용한 새로운 스트리트푸드가 잇달아 탄생하고 있다.

관광객에게도 널리 알려진 피자브랜드 <본치(BONCI)>가 로마의 전통요리인 수플리(Suppli, ‘라이스 고로케’)를 변형해 쌀 대신 파스타를 사용한 버전을 내놓았다.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라자냐를 고로케 모양으로 굳힌 뒤 빵가루를 묻혀 튀겨 낸 ‘파스타 수플리’는 이제 인기 배달메뉴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이는 로마의 현대풍 레스토랑 <레트로보테가(Retrobottega)>의 셰프가 토르텔리니(Tortellini, 충전물을 채워 링 모양으로 만든 파스타)로 만든 수플리 ‘리노’(LINO)를 2021년 1월 처음 출시한 것이 그 시작이다. 토르텔리니 6개를 진열하고 파르미자노 레자노(Parmigiano Reggiano, ‘정통 파마산 치즈’) 크림을 듬뿍 묻혀 막대 모양으로 만들었다. 씹는 식감을 즐기는 스낵의 일종이다.

레트로 보테가의 수제 리노는, 현재, 스트리트푸드 브랜드 <트라피치노(TRAPIZZINO)>가 운영하는 이탈리아 전국 10개 점포에서 판매 중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미식 패스트푸드’를 목표로 한다.
콤버노트
이탈리아를 ‘식문화 세계랭킹 1위’로 만들어 준 메뉴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파스타일 것이다. 그런 파스타는 끊임 없이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사례를 발굴하면 한국에서 ‘파스타’의 인식이 길고 가느다란 ‘스파게티면발’로만 편향돼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알고 있으면 응용의 폭도 훨씬 더 넓어질 것이다. 그것이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밥’이라면, 역시 다양한 종류의 밥을 알고 있는 것으로 응용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素敵な持ち (스테키나 키모치/멋진 기분)
by 岩崎宏美(Hiromi Iwasaki)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여름이 이제 피크에 올랐다. 7월 중순인데 조금은 빨리 더워진 느낌이다. ‘아무것도 하기 실어증에 걸리기 딱 좋은 날씨다. 이 핑계를 대고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먹고는 살아야지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반면에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불안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면이 짧은 관계로 맥락은 저어기 어디 두고 왔다.) 하지 말라 해도 무언가 하려하고 애써 찾으며 안 해도 될 일을 굳이 한다는 것. 날씨도 지옥 같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데,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하면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면 뭔가 큰일 날 것 같고 누군가에게 혼날 것 같은 그런 묘한 기운이 맴돈다.

실제로 정말 아무것도 안하기란 쉽지 않다. 핸드폰도 책도 유튜브도 안하고 심지어 음악도 음식도 모두 안하고 한시간 도 못 버틸 걸. 아 잠드는 건 반칙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노래는 멋진 기분이라는 제목만큼 아주 기분 좋은 곡이다. 꿉꿉한 날씨에 산뜻한 곡이니 경청 바란다. 아무것도 안 하는 중에 음악정도는 듣게 해드림. 후렴부분이 참 예쁘고 동글동글하다

+기분 좋고 맑고 몽글몽글하다면 역시 양수경이다.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 1989년 곡이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이와사키 히로미는 예전에 <Street Dancer>로 소개했던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정보 이야기 보다는 최근에 아주아주 비슷한 느낌의 곡을 찾아서 함께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Jim Photoglo<Beg, Borrow, Or Steal>이라는 곡인데, 남성 보컬의 전형적인 AOR 곡이다. 많은 디테일이 다르지만 구성이나 곡의 진행 그리고 몇몇 포인트가 굉장히 닮았다.

두 곡 모두 1980년에 발표했고, 두 곡의 작곡가나 작사가 혹은 연주자 한 명도 겹치는 부분은 없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일본음악이 얼마나 미국음악에 맞닿아 있는지 알 수 있는 곡이라 생각이 든다.


season & work

 

Whiplash

감독  Damien sayre chazelle
주연  JK slmons
개봉  2012
길이  18
관람  Youtube
에이비의 감상 노트
아주 오래전,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예술에 대한 대표적인 논제가 있다.

예술은 즐거워야 한다 vs “예술을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은 예술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가 즐기자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실력을 키우기 위한 뼈를 깎는 장인 정신 같은 노력이 배제될 수는 없다. 이 주제에 대해서 소크라테스도 답을 못했고, 플라톤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모두 저마다의 의견은 제시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세상은 흑과 백이 아니라 회색이니까!)

나는 이 두 의견의 대립으로 인해 세상은 다양한 예술과 멋진 사고와 작품들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소개할 데이미언 셔젤(Damien sayre chazelle)’<위플래쉬(Whiplash)>는 그러한 고민들을 잘 담고 있는 단편영화이다.

실제 고등학교 때 드럼을 연주했던 이 감독은, 엄격했던 밴드 지휘자 선생님 밑에서 지도를 받으면서 이러한 고민들을 하였다. 이 고민은 십 여년의 세월 동안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가 영화감독 첫 작품으로서 마침내 세상으로 터져 나오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당신은 예술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당신의 삶에 의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내 삶에도 저런 채찍질(Whiplash)이 필요한가?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그렇다. 당신이 알고 있는 머머리 선생님이 학생들을 혹독하게 훈육하는 그 <위플래쉬>이다. 데이미언 셔젤은 원래 <라라랜드(LA LA LAND)>를 먼저 기획하였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뮤지컬 영화에 대한 니즈가 많이 줄어든 21세기에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고, 데이미언 셔젤은 작품 하나 없는 신인 중에 신인 감독이었다. 결국 <LA LA LAND>를 위해서 다른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결정을 하였고, 그 영화가 바로 <위플래쉬>인 것이다.

스케일을 줄였다고 해도 신인감독이기는 마찬가지. 그 누구도 투자해 줄 생각을 하지 않아 <위플래쉬> 또한 장편화에 큰 난관이 생겼다. 결국 감독은 시나리오에서 첫 밴드 합주 부분을 뽑아서 18분짜리 단편영화로 만들었고, 이 단편은 2013년도 선댄스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 단편 부분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으면서 대성공을 하게 된다.

그 뒤로 10주 만에 <위플래쉬>는 장편화 되었고, 이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라라랜드>가 제작 되었다. 한 작품을 위해서 정말 많이 돌아갔으며, 단편영화가 장편영화 투자를 위한 샘플이었던 샘! 지금은 헐리우드에서 핫한 감독 중 한 명인 데이미언 셔젤의 시작이 바로 이 단편임을 생각하면 자세를 고쳐 앉고 일종의 성지순례 하는 느낌으로 이 단편을 다시 보게 된다.

에이비

 

카페, 커피그림
7/8회

 8월 25일 - 정인

골목으로 들어오는 저녁 햇살이 길게 늘어졌다. 해도, 낮도 짧아졌다. 밤은 길어졌다. 더위를 피해 카페에 들어오는 사람은 현저히 줄었다. 그래도 에어컨은 여전히 차가운 공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카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손에는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가 들려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에서 여름은 이어지고 있었다.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한창이었다.

정인은 조그만 그릇에 찬물을 담아 가게 한편에 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마실 커피를 연하게 내려 계산대 앞에 만들어놓은 책상에 앉았다. 그녀가 커피잔에 입술을 대고 홀짝거리는 동안, 어딘가에 숨어있던 고양이가 나타나 접시에 코를 박고 한참을 할짝댔다. 그녀와 고양이가 각자 무언가를 마시는 짧은 시간 동안, 늘어져 있던 햇살은 사라졌다. 
 
여전히 정인과 고양이 둘뿐이었다. 정인은 카페를 자주 찾던 남자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을 상민이라고 했다. 상민은 여름의 시작과 함께 카페를 찾았다. 그리고 여름 내내, 거의 매일같이 카페를 찾았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 정인은 창밖을 바라보며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했다.
며칠 전, 정인은 남자친구인 동현과 통화를 했다.
“보고 싶어.”
정인이 말했다. 이 당연한 말을 하는데 정인은 용기가 필요했다. 돌아온 건 그의 지친 목소리였다. 동현은 정인에게 지금은 투정을 받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인의 용기는 동현의 한 마디로 투정이 되어버렸다. 
“그냥 그 카페 팔고 올라오면 안 돼? 얼마 벌지도 못하는 거 같던데, 그 얼마 안 되는 거 팔고 여기 와서 편하게 살면 안 될까?”
동현이 말했다.
“.......”
통화는 정인의 침묵과 동현의 한숨으로 끝을 맺었다.
정인이 카페에서 보낸 20대, 정인과 동현이 이곳에서 만들었던 추억들은 그에겐 없는 듯했다. 

그날 밤, 카페의 간판 등은 꺼져있었다. 상민은 오지 않았고, 고양이는 멀리 앉아서 정인을 바라보기만 했다.

(7회 끝. 8회 계속)

최현승

+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두 사업자가 만나면"

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해당 날짜에 업로드 됩니다.
 
 
 
FEEDBACK : 이번 뉴스레터는
제철과일 season & work
heavyfeather.docu@gmail.com
서울시 중구 을지로 157 대림상가 5층 575호

뉴스레터는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30분에 발송됩니다.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