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3주] 따끈따끈한 새 책 배달왔어요!

Egg Break 31호

(30호까지 달리고) 한 주 쉬고 돌아온 에그브렉입니다🐣 30호를 보고 응원 코멘트를 보내주신 에그브레이커들 덕분에 훈훈한 마음을 안고 왔어요. 벌써 11월 중순인 걸 보니 올해 뉴스레터를 보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슬슬 내년 고민이 되지만, 일단 남은 레터 하나하나 열심히 만들어 보낼게요. 그럼, 11월 3주 차 따끈따끈한 신간 소개를 시작합니다!

에그브렉이 고른 새 책

📚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

📚 생명경제로의 전환

📚 다정한 매일매일

📚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우리가 발견한 책

📚 자동 피아노

* 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분들은 표지 사진을 눌러주세요. 네이버 책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11월 3주, 이 책 어때?

에그브렉이 고른 새 책

📚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정윤 진 지음, 서해문집)

🧲 #트라우마 #공황장애 #교사

최근 몇 년간 '공황장애'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자주 접한 것 같아요. 공황장애는 불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공황발작(panic attack) 때문에 생기는 정신과적인 병을 말하는데요. 특히 공황발작이 또 생길 것 같은 불안감과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부적응 하는 등의 변화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공황장애를 진단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사람마다 공황장애를 겪는 이유는 다르지만, 이 책의 저자은 비교적 분명한 사건으로 공황장애가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어요. 중학교 도덕 선생님인 저자는 (심지어) 스승의날에 잘 알고 지내던 학생을 지도하다가 위협을 받았고, 이후 동료 교사들의 부정적 반응을 경험하며 공황장애를 겪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발생한 일을, 거기서 이어지는 생각들을 기록해 나갔죠.

책에는 타인의 반응에 의존하거나 거대한 프레임을 탓하며 문제를 방치하기보다 내면을 돌아보며 스스로 조금씩 치유하기를 택한 흔적들이 담겨 있어요. 표지의 '다'에서 선이 쭉 이어지듯 저자의 공황장애도 아직 진행 중이지만, 어쩐지 이 애씀의 과정 자체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입니다.

🔎 "학교는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내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그냥 참고 넘어가라는 식이었다. 나를 피해자로 인지하지 않는 분위기에 너무 힘들었다. 교권보호위원회와 선도위원회를 요구하면 그 결정과 책임을 회피하는 부장교사들. 서로에게 업무 떠넘기기 바쁜 모습에 상처는 배가 되었다. 반복되는 거절은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렸다. 보이지 않는 단단한 유리 벽에 갇힌 답답함을 느꼈고 자기 패배의 신념이 형성되었다."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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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JTBC <"정말 나 혼자만의 문제인가요?" - 공황장애 편(2편)>(2018.05)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겪는 일상적이고 사회적인 어려움을 짧게 소개한 4분짜리 영상입니다. (1편은 공황장애 증상을 소개한 영상)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라는 점에서 공황장애를 오해하지 않고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 생명경제로의 전환(자크 아탈리 지음, 한국경제신문)

🧲 #코로나 #세계경제 #미래전망

한 쪽에서는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다른 한 쪽에서는 코로나 3차 유행기의 조짐이 보인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어쩌면 2020년 연말은 또 다른 의미에서 코로나 시국의 정점을 찍는 시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2020년 6월(원서 기준)에 출간한 이 책은 현재까지 나타난 일들을 종합해 보여주면서도 시선은 '미래'를 향하고 있어요. 백신이 나오더라도 코로나19가 재편한 세계는 이미 전과 다를 것이기에, 정확하게 진단한 현재를 바탕으로 내일의 재난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죠.

자크 아탈리의 렌즈는 방역과 지정학, 국제 질서, 세계 경제, 정치, 기후와 환경, 보건, 일과 생활 등 다양한 영역을 전방위로 훑습니다. 그는 코로나 이후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의 '단절'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기획'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는 '생명경제'라는 프레임을 들고서요. 지금 이 시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면서 골라본 이 주의 신간입니다.

🔎 "우리는 앞으로도 여러 차례 팬데믹, 또는 종류는 다르지만 그 여파는 다르지 않을 대규모 충격을 겪을 수 있다. 아니, 이번보다 훨씬 더 심각한 비극이 우리를 덮칠 수도 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씩 당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붕괴될 것이고, 우리가 누리던 자유와 우리가 이룩한 문명도 함께 스러질 것이다. 그러니 그런 일을 미리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려면, 우리의 상상력이 허락하는 모든 무기를 동원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예측 이상이어야 한다." (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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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중앙일보 <"최고의 백신은 이타주의... 마스크에서 희망을 본다">(2020.10)
얼마 전 중앙일보에 실렸던 자크 아탈리 인터뷰입니다. 책에서 한 주장과 비슷한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 기사에 가까운데요. 이 인터뷰에서 그는 미래에는 "삶과 죽음에 직접 연관된 생활경제(the Economy of life)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며, 특히 보건과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어요.

📚 다정한 매일매일(백수린 지음, 작가정신)

🧲 #소설가 #산문집 #에세이

소설가의 산문집은 늘 기대하는 마음으로 열어보게 됩니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춘 게 소설이라면, 산문집은 좀 더 '작가'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니까요. 일상적인 면도 볼 수 있고요.

소설 <폴링 인 폴>, <친애하고, 친애하는>,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를 쓴 소설가 백수린의 이번 산문집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경향신문에 연재한 글에 새로 쓴 글까지 엮어서 탄생했어요. 소설 쓰기에 대한 고민, 가족과 친구, 반려견 등 일상적 관계에서 파생한 이야기, 관찰과 사유의 흔적 등이 각각의 '빵'을 테마로 묶여 있어요. (배고플 때 목차 보면 현기증 나는...)

빵과 책의 조합을 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한데, 여기에 잘 차려진 이야기까지 더해진 느낌이랄까요. 그만큼 만족스럽게 차려진 식탁 같아서 어쩐지 아껴 읽고 싶은 마음도 드는 책이에요.

🔎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만 한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뿐이다." (221~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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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은숙 지음, <스무 해의 폴짝>(마음산책)
<스무 해의 폴짝>은 출판사 마음산책 20주년을 맞아, 그간 마음산책에서 책을 낸 작가들을 정은숙 대표가 직접 인터뷰한 인터뷰집이에요. 마음산책에서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를 출간한 백수린 작가의 인터뷰도 실려 있는데요. 인터뷰에서 좋았던 부분을 발췌해 소개할게요.
"저의 20년을 돌아보면 소설과 연애한 것 같아요. 너무 좋아하면서도 언젠가 차일까 두려워 계속 도망가면 소설이 와서 저의 등을 치며 부르면서 애타게 구애를 했는데요. 그 구애를 기껏 받아들여 도망 끝에 겨우 손을 붙잡고 연애를 시작했더니, 이제 소설이 나쁜 남자가 되어서 저를 힘들게 하는 셈이랄까요.(웃음) (...) 이야기하다 보면 언제나 소설 쓰기의 어려움을 먼저 토로하게 되지만 사실 저는 소설 쓰는 기쁨을 알아요. 제가 소설 쓰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지금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겁니다."(89쪽)

📚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김은진 지음, 생각의힘)

🧲 #미술품 #미술복원 #보존과학

언젠가 미술관에 갔다가 옛날 그림을 어떻게 복원하는지 알려주는 짧은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흥미로웠던 건 복원사들의 모습이었는데요. 작품의 소재와 구현 방식에 따라 복원 계획을 세우고, 실험실 같은 작업실에서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복원을 해나가는 모습은 흡사 수술 장면처럼 보이기까지 했어요.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자마자 그때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과학도였던 저자는 우연히 여행 중에 미술품 보존의 매력에 빠졌다고 해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미술 복원 이야기를 비롯해, 보존가로 일하면서 경험한 문제와 작품 보존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어 놓습니다.

단순히 미술 복원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담기보다는 미술 복원이 갖는 의미를 알려주는 책에 가까워요. 미술 복원은 시간의 흐름에 축적된 이야기를 알아가는 과정이자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을 작품에 접목하는 시도이기도 하니까요. 한번쯤은 미술 복원으로 떠나보는 작품 여행도 재밌지 않을까요?

🔎 "그때 보존가들은 매사추세츠공대의 미디어연구실과 함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프로젝터에서 그림에 빛을 쏘아 그때 그 색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약 200만 화소의 점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만들어 낸 보완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그림에 정확하게 비추어 그때 그 색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색이란 결국 실제 존재하는 색과는 별개로 사람의 눈이 반응하여 뇌가 해석한 대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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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보존과학자 C의 하루>展
보존과학에 대해 알려주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열리고 있어요. (11월 29일까지) C라는 가상의 보존과학자를 내세워 그의 하루를 통해 보존과학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펼쳐본 전시인데요. 과학과 예술 사이를 오가는 보존과학자 C의 도구, 고민, 작업물, 서재까지 다채로운 전시 구성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아 보여요.

우리가 발견한 책(feat. 신간이 아니어도 괜찮아)

📚 자동 피아노 (천희란 지음, 창비)

🔎 지긋지긋하다.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 죽을 수 있다는 확신이 무너질까 거듭 죽고 싶다 생각하는 일이. (27쪽)

'미어캣'님의 발견의 기록

감정의 날것을 그대로 담아낸 소설이라 추천을 망설였는데 제가 심적으로 힘들 때 '괜찮아. 네 마음 다 알아' 하고 위로를 건네는 책보다 공감되고 같은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책이 더 크게 와닿았던 게 생각나서 추천해요.

🐣 Egg Break's comment

'미어캣'님의 발견의 기록이 잔잔하게 와닿네요. 음악평론가 신예슬의 해설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책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이 스물한곡의 음악에 뒤따르는 죽음에 관한 글들을 그가 살아서 시간을 보낸 방식으로 읽는다. 그 글들을 내가 완전히 오인했더라도, 각 부제의 음악에 의존해 읽은 만큼 음악의 성긴 그물로 그 정교한 언어를 다 잡아채지 못했더라도, 내게는 상관이 없다. 나는 그가 죽고 싶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죽지 않고 망설였고, 음악의 상실을 고통스러워한 그가 살아서 음악에 의지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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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아무튼, 반려병>

1위 <여행준비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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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라는 소재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배경이나 장소였기 때문에 아파트라는 인프라의 등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한 이 책의 가장 큰 주제가 매우 신선하고 가장 새로웠다."

💌 "여행 준비의 설렘을 다시 느껴보고 싶네요 :-)"

💌 "추천해주신 4권의 책이 다 흥미가 있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얼마전 아파트로 이사를 했는데 오랫동안 빌라에 살다가 아파트에 오랫만에 오니까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여러모로 아파트에 대해서 '층간소음 등 신경써야 하는 불편함이 많다. 보여지는 인상이 별로다'라는 이유로 꺼려졌었는데 오히려 긍정적인 늬앙스를 풍기는 제목이라 신선하고 재미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여행을 강제로 못가게 된 지금 그 어느때보다 여행병이 걸려있어요. 빨리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때가 오길 기대하면서 이전 여행기를 훓어보며 지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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