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원칙은 다음과 같아요. 첫째, 모두에게 최소한의 안정성을 보장할 것. 둘째, 시민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최대한 투자할 것. 셋째, 위험은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분담할 것. 이 책에서 저자는 아이들, 노동, 교육, 건강, 고령화 등의 영역에서 이 세 가지 원칙이 반영된 새로운 사회계약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며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득해 나갑니다. "새로운 사회계약은 무엇보다 상호의존성을 인정하고 그 의존성이 상호이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며 "사람에 대한 투자와 위험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는 말과 함께요.

• [영상] EBS, 다큐프라임 '포스트 코로나 3부 - 새로운 국가의 탄생' (2021.02)
  
  작년 1월, EBS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6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어요. 그중 3부는 코로나 시대에 더욱 확장된 국가의 역할을 조명하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위급 상황에서 진행된 각종 정책 실험과 통제 방식에 대해 살펴봅니다. 책과 함께 본다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질문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1층부터 4층을 거쳐 루프탑까지 이어지는 가상의 미술관을 스페이스 도슨트와 함께 둘러본다'는 책의 콘셉트도 흥미롭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청 앞 광장, 제주 4·3평화공원(1층), 제주 유민 아르누보 콜렉션과 글라스하우스, 여수 애양원(2층), 인천 코스모40, 춘천 KT&G 상상마당, 대구 제중원과 선교사 사택(3층),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양구 박수근미술관과 공원(4층) 등의 공간을 차례로 보게 되는데요. 익숙한 공간이더라도 설계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 다양하게 생각해볼 지점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해설을 듣고 나면 나만의 관점으로 공간을 해석해보고 싶어질 것 같아요.

🔎 "설계자의 의도대로 미술관 부 출입구를 통해 안마당으로 나왔다면 관람자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자연의 구릉을 올라 박수근 묘로 가든지 아니면 인공의 구릉에 올라 미술관 주변 풍경을 둘러보는 것이다. 설계자가 미술관 언덕에서 관람자가 바라보길 희망한 풍경은 양구군 시내의 전경이 아니다. 설계자는 양구군을 둘러싼 자연의 풍경을 관람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은 박수근이 21세(1935)에 춘천으로 떠나기 전까지 바라봤던 풍경이다. 미술관 주변의 경치는 박수근과 우리를 이어주는 일종의 타임머신이다. 상상력이 있다면 그 타임머신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생가라는 자리만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이다." (262쪽)

• [기사] 디에디트, '겨울 종로 산책, 안국역에서 경복궁역까지' (2022.02)
  
  서울공예박물관을 가봐야지, 생각하던 찰나에 함께 가볼 만한 카페와 식당, 서점까지 추천해준 아티클이라 재빨리 저장한 콘텐츠입니다. 풍문여고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서울공예박물관은 공간이 지닌 이야깃거리가 풍성할 것 같아요. 어떤 질문을 던지며 공간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좋을지, <스페이스 도슨트>를 읽으며 생각해보면 좋겠네요.

때론 심리학 서적도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그중에서도 뾰족한 대상을 놓고 분석하며 탐구한 책은 당사자나 당사자와 가까운 사람들에겐 마음의 실용서가 되어주기도 해요. 그런 면에서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가 도움이 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불안정 애착 유형 중에서도 '회피형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책 속에 등장하는 회피형 인간의 유형을 먼저 살펴볼게요.

애착 이론의 권위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어린 시절 방치되나 지나친 억압 환경에 노출되면서 애착 관계가 형성되지 못한 탓에 '회피성 애착 성향'이 생긴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정보 과부하와 양육 패턴의 변화로 현대사회에는 회피형 인간이 더 많아졌다고 진단해요. (지금까지의 경향과 연구가 반영된 결과겠지만,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여성의 사회진출과 양육의 상관관계를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촘촘히 바라봐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감상 한스푼...🥄)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회피형 인간이 직장과 삶(부모, 연인, 친구 등)에서 관계를 맺는 방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더 나은 삶의 선택지를 만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해결책을 덧붙인다는 데 있습니다. 극단적인 단점은 보완하되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은 최대한 살리는 거죠. 책에는 저자의 임상 경험 사례뿐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 키르케고르, 헤르만 헤세, 카를 융, 에릭 호퍼 등 유명인의 사례도 등장합니다. 회피형 인간으로 보이는 이들이 어떻게 그 특징을 전문 분야로 승화했는지 엿볼 수 있다는 것도, 부록으로 실린 애착 성향 진단 테스트를 통해 나의 성향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에요. 7년간 많은 사랑을 받다가 새 옷으로 갈아입은 개정판인 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 "이런 회피형 인간의 특성은 또 다른 특성과도 연결된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에서 편안함이나 즐거움을 맛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방치당한 회피형 인간도, 과도한 지배를 받은 회피형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인간관계를 즐기는 회로가 성장하지 못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비난을 받거나 무리한 요구가 들어오지 않을까 하여 긴장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타인과 함께 있으면 어색하거나 거북함을 느끼고 만다." (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