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습니까?

 

청소년 자원봉사의 큰 변화

 

 2022 개정 교육과정 이후 봉사활동 분야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교육과정 내에 봉사활동을 편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입과 대입에도 개인봉사활동 내역이 필요 없거나 점수화하지 않으며 봉사활동 의무 시간제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학생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제도도 사라졌습니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에 따라 학생 봉사활동이 학교 교육으로 편성되고 나서 27년 만에 학교 교육과 봉사의 동행이 끝났습니다. 한편으로는 학교 교육과 자원봉사의 동행이 맞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기에 ‘맞지 않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도왔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학교교육이 자원봉사를 이끌어왔다는 게 증명이 되었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연대는 힘의 균형이 있을 때 가능하다면 자원봉사는 학교 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은 아닐까ᄋᆇ? 힘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이 명백히 증명된 순간 학교 교육으로서는 이 동행을 이어나갈 이유를 찾을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원봉사가 학교 교육에 유익한 방식으로 진화했거나 매력 포인트를 어필해서 끊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켰다면 아마도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비유컨대 버림 받은 연인은 실패를 딛고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와 비슷한 장면은 복잡하게 얽힌 사회에서 다른 분야와 연대할 때 다시 불거집니다. 결국 자원봉사 분야의 역량 문제로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학교 교육과의 동행 과정에서 노출했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른 분야와의 동행은 쉽지 않고, 동행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반복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원봉사가 변화에 의존하는 ‘변수’가 아니라 변화를 ᄉᆖ스로 만들어내는 ‘상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시 개는 시골 개구리에게 무엇을 배웠나?

 

책 소개

도서명: 도시 개와 시골 개구리

글: 모 윌렘스

그림: 존 무스


 시골 개구리 입장에서 천방지축 날뛰는 도시 개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지 생각에 잠깁니다. 같이 어울려도 될까, 좀 유치하지 않은가, 내가 격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이런저런 계산을 한다면 동행이라는 건 어렵겠죠. 반드시 한ᄍᆃᆨ으로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고 평형 상태를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나이 많은 개구리는 아마도 이 점을 생각하면서 인사를 건넸을 것입니다.

 

뭘 하고 있니?”

도시 개가 물었어요.

친구를 기다린단다.”

시골 개구리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하지만, 너도 내 친구잖아.”

도시 개와 시골 개구리는 함께 놀았어요.

 

 도시 개는 시골이 처음이었기 떄문에 시골 개구리가 봄에는 ‘시골 개구리’ 놀이를 가르쳐주었지만, 여름에는 도시 개가 킁킁, 물어와 쉭, 멍멍이 등 ‘도시 개’ 놀이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도시 개 놀이가 끝날 즈음 개구리는 피곤하다고 말했습니다. 워낙 놀이가 격렬하기도 했지만 시골 개구리는 도시 개처럼 몸이 따라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했겠죠. 이어지는 가을과 겨울의 풍경은 슬픈 예감처럼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개구리가 없는 시골의 겨울 길을 찾아다니는 도시 개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습니다. 이별의 시간이 온 것입니다. ‘다시 봄’이 찾아와 도시 개는 시골 개구리와 놀던 연못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시골 다람쥐는 난생 처음 보는 것이 바위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뭘 하냐고 물었습니다. 도시 개는 “친구를 기다린단다”라고 말하고 나서 시골 개구리처럼 웃었습니다. 그 말은 시골 개구리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해준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골 다람쥐와 도시 개는 다시 친구가 되었습니다.

 

 내 토끼 시리즈, 비둘기 시리즈, 코끼리와 꿀꿀이 시리즈처럼 밝고 명랑한 어린이들의 세계를 주로 그렸던 모 윌렘스의 그림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는 채색과 풍경을 표현한 <도시 개와 시골 개구리>는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지, 어떻게 놀고, 어떻게 주고받는지, 어떻게 헤어지는지, 어떻게 새로 사귀는지 성찰하게 해줍니다. ‘도시 개’로 상징되는 자원봉사 분야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 어떻게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할 기회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