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암 프리드 바이올리니스트와 정예원 에디터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우 인스타그램 보면 쿨디가가 ‘문화매개공간’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독립잡지까지 만들고 계시고,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은 아닌 것 같은데요. 또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세요?
쿨 지금은 공간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데, 공간을 예약하시면 유료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고요. 북클럽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북클럽 장은 모두 클래식 아티스트로 생각하고 있어요. 클래식 아티스트가 책도 골라주고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인데요. 클래식 쪽에 주목 받지 못하는 좋은 책들이 많은데, 아티스트 분들이 좋은 책을 많이 발굴해 주셔서 참 좋더라고요. 앞으로 책도 사고 읽을 수 있고, 한켠에서는 음악도 듣고 아티스트들과 만날 수도 있는, 공간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곳을 꿈꾸고 있어요.
그리고 아티스트분과 함께 콘티를 짜고 인터뷰 영상 촬영을 해 드리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어요.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아니고서야 자기룰 홍보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런 분들에게 프로필 영상 자료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우 서초동으로 옮기신 것도 이 곳이 음악 아티스트의 활동 반경과 가까워서겠죠? 서초동은 연남동이랑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분위기가 어때요?
쿨 네, 맞아요. 음악에 더 집중을 하고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고 싶어서 옮겼죠. 그런데 서초동은 경의선책거리랑 너무 분위기가 달라요. 마포구에는 독립서점이 정말 많잖아요? 근데 서초동에는 독립서점이 거의 없어요! 예술의 전당 1층에 입점해 있는 ‘대한음악사’랑 서리풀 악기거리 내에 있는 ‘음악플러스’라는 악보 전문 서점 두 군데가 전부예요. 그래서 더더욱 서초동에 서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죠. 마포에 책거리가 있다면, 서초동에는 악기거리가 있어요. 서초동이 ‘음악’으로 특화된 도시(2018년 전국 최초로 음악문화지구로 지정)인데, 그러면 음악도서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아직 책과는 거리가 먼 도시이지만, 언젠가는 이곳에 음악 도서관을 설립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요.
우 인스타그램에서 여성 창업자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카르티에’ 브랜드가 껴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어떤 활동인가요?
쿨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카르티에 브랜드가 전 세계 여성 창업자들을 후원해 주는 재단을 가지고 있어요. ‘카르티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cartierawards)’라는 재단이에요. 카르티에 코리아에서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15명의 여성 창업자들을 발굴했고, 카르티에 어워즈에 나갈 수 있도록 지원과 교육을 해 주고 있어요. 그 15명 중 제가 한 명으로 선정된 거죠! 그 여성 창업자들과 친해져서 함께 책 읽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정말 좋아요. 저희가 책도 같이 읽지만, 얼마 전에는 음악평론가 차우진 씨를 모셔서 뉴스레터 하는 법에 관한 강의도 같이 들었어요. 다들 대단한 창업자 분들이 많아서 배우는 데도 열정이 넘쳐요. 너무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죠.
우 우와, 여성 창업자로 선발되시다니 정말 멋지세요! 그럼 서점지기로서 선발되신 거예요?
쿨 아까 말씀드렸던 ‘플레트’ 출판사 대표로서 선발됐어요. 사실 이게 출판사이긴 한데, 이 이름으로 AR 어플을 개발한 적이 있거든요.
우 AR 어플이라고요?! 갑자기 딴 세계 얘기 같아요. 어떤 어플이에요?
쿨 하하, 해리포터에서 신문이 움직이는 영상처럼 재생되는 거 아시죠? 이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사진에 제가 만든 어플을 대면 영상이 재생되는 증강현실 어플이에요. 예를 들어 아티스트의 연주회 포스터 사진에 어떤 영상을 연동해두고 어플을 가동시키면, 그 영상이 재생되면서 아티스트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거죠. 사실 클래식 업계가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장 안에서 사진도 못 찍고, 정말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아니고서는 홍보가 잘 안 되는 분들이 너무 많죠. 그래서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누구나 지금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자신을 홍보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티스트들 프로필에는 보통 사진이랑 학력이나 수상경력 등만 적혀 있는데 사실 그들의 진짜 매력을 알려면 연주 영상 몇 초가 더 효과적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어플을 개발했어요. 현재 출시만 남은 단계인데요, 이 어플이 상용화되면 아티스트들에게 명함을 만들어 줄 계획이예요. 명함을 어플로 찍으면 연주 영상, 이미지 등이 구현됩니다. 이미 많은 아티스트들이 사용해봤는데요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우 어플까지 개발하시다니. 특히 이런 쪽은 코딩을 알아야 해서 엄두가 안 날 것 같은데. 코딩은 어떻게 배우셨어요?
쿨 네, 맞아요. 사실 어플 만든 것도 운이 좋았어요. 독립잡지에 관심이 생겨서 다짜고짜 플레트를 만들긴 했는데, 막상 여기서 새로운 걸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디지털을 융합한 매거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 서울인쇄센터에서 종이 인쇄술과 IT기술을 융합한 교육을 한다고 해서 코딩을 배우는 수업을 듣게 됐고요. 그 수업을 12명이랑 같이 들었는데, 수강이 끝날 때는 저 혼자만 남았어요. 거의 하루에 7시간 동안 교육을 받아야 했는데, 정말 어려웠거든요. 저도 포기하고 싶었는데 오기가 들어서 끝까지 붙잡고 있었어요. 저는 증강현실이 나타나는 거 딱 하나만 바랐기 때문에 목표가 뚜렷하고 단순한 편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해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