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책을 잇는 문화공간, 쿨디가
책은 사람이 만듭니다. 
유유에서는 보름에 한 번, 책의 사람을 만납니다. 
책의 세계에서 일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하실 독자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유의 편집자 김은우입니다. 

서울에 있는 유럽의 마을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으셨지요? 
글릿이 집필한 『하루 클래식 공부』는 올해 유유의 첫 책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 분야의 책은 처음으로 담당해 봐서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했는데요!

책을 출간한 후 글릿 저자 두 분과 함께 북토크를 열 곳을 찾다가 '쿨디가 서점(@kuldigainseoul)'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6월 7일 화요일 7시 반에 '음악인의 셀프 브랜딩'이라는 주제로 북토크를 열어요! 지금 신청 받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유유 인스타그램 프로필 고고😘)

'쿨디가'는 유럽의 한 시골 마을 이름인데요, 쿨디가 서점은 정말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유럽의 한 작은 마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예쁘고 평화로운 공간이었어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라 유유 구독자 분들께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김명희 쿨디가 서점 대표님을 인터뷰하게 되었답니다. 

유럽의 조용한 마을이 연상되는 듯 비밀스러운 곳에 위치한 이 서점, 함께 만나 보실까요? 

로열블루가 시그니처 컬러인 서점 풍경


서초동네책방이자 문화매개공간,

쿨디가 서점의 김명희 대표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는 ‘쿨디가’라는 이름을 쿨디가 서점을 통해 처음 들었어요.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먼저 서점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소개해 주세요.

쿨디가는 라트비아의 마을 이름이에요. 제가 유럽 여행 중 우연히 방문했다가 자석처럼 끌린 곳이에요. 신기할 정도로 보존이 잘된 17~18세기 목조건물과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느리고 평화로운 분위기지만 예상치 못했던 빠른 와이파이 덕분에 불편함이 없었던, 딱 제 취향의 마을이었답니다. 저희 서점이 조금이라도 그 마을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쿨디가 서점이 처음에는 경의선숲길에 있다가 지금은 서초동으로 위치를 옮겼는데, 서초동은 자연을 볼 수 없는 환경이라 쿨디가가 더욱 그립더라고요. 앞으로 서로에게 자연이 되어 줄 수 있는 따뜻하고 다정한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쿨디가는 참 독특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오피스텔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클래식 전문 독립 서점은 드물기도 하고요. 어떻게 이런 공간을 운영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사실 책과는 크게 관련 없는 삶을 살았어요. 조선일보 객원기자로 11년 정도 일하다가 위메프에서 MD로 커리어를 쌓았거든요. 한창 일에 재미를 느끼고 열심히 하던 시기에 큰 아이가 첼로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아시겠지만, 음악 하는 아이는 부모의 지원이 많이 필요해요. 심사숙고 끝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아이들의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오랫동안 경력 단절을 겪었어요. 그런데 쉬는 동안 북튜버의 영상을 많이 보면서 저도 뭔가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사설기관에서 유튜브 전문가 양성 과정도 듣고 영상편집 기술도 익히고 문화예술경영 전공으로 다시 공부도 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마포문화진흥센터에서 입주할 창작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운이 좋게도 입주자로 선정되어서 출판사 ‘플레트(pulette)’를 창업하게 되었죠. 2020년 7월부터 나갔는데, 그때가 코로나가 심해서 사무실을 거의 이용하지 못했고 오히려 경의선 숲길을 산책하는 걸 더 좋아했어요. 그러다 마침 경의선책거리 내 서점 부스 운영자를 모집하는 시기여서 기획안을 제출해 봤는데, 또 덜컥 합격하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서점을 시작하게 된 거죠. 이름 덕분에 주한 라트비아 대사관에서 같이 행사도 해 주시고 많은 도움을 주고 계세요.

‘운이 좋았다’, ‘덜컥 됐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시네요. 하지만 새로운 공부도 계속 하고 기술을 익히셨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대표님이 원래부터 클래식 관련 일을 하셔서 클래식 전문 서점을 내셨겠거니 했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클래식 공부를 하니까 저도 클래식과 꽤 가깝게 지냈어요. 그런데 국내 클래식 아티스트들 실력이 세계적이고 다채로운 클래식 공연도 많은 데 비해 관련 도서나 매거진은 종류가 많이 없더라고요. 기존의 클래식 매거진들은 전공자들을 타깃으로 해서 그런지, 주로 콩쿨 수상자 인터뷰가 중복되어 나오고 내용도 콩쿨 정보나 악기사 광고 등이 대부분이어서 전공자들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재미는 없어요. 음악 전공생들은 연습실에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못 하죠. 그래서 내가 재미있는 클래식 잡지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먼저 플레트를 세우고 갈팡질팡 하고 있을 때 서점을 운영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클래식 전문 도서를 판매하는 독립 서점이 된 거예요.


아,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 클래식 독립잡지를 시작하신다고 글을 올리신 것 봤어요. 아까 말씀하신 '재미난' 클래식 음악 잡지인가요? 어떤 잡지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네, 맞아요. TMRRW(투모로우)라는 잡지랍니다! 아날로그 문화예술, 특히 클래식 음악의 내일을 이야기하는 커뮤니티(See U TMRRW!)와 함께 운영되는 콘텐츠예요. 첫 호에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교수 미리암 프리드의 인터뷰를 싣게 되었어요. 이 분이 우리나라에서도 김다미, 양인모, 장유진, 이유라 등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를 많이 배출한 스승인지라 정말 기대돼요. 투모로우의 에디터 정예원 씨가 미리암 프리드를 직접 인터뷰하러 미국으로 다녀 왔어요. 


종이책이 아니라 온라인으로만 배포하시는 거예요?

온라인 매거진으로만 기획을 했다가 첫 인터뷰이가 엄청난 분이 섭외가 되는 바람에 '이건 무조건 종이로 인쇄해야 한다. 그것도 소장용으로 멋지게!'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요. 음악가들은 해외에서 출판된 원본악보를 주로 구입하는데 비싼 가격에 비해 커버가 얇은 종이에 코팅도 안 되어 있어서 금방 훼손돼요. 이 악보들이 A4사이즈보다 조금 더 큰 비규격 사이즈라 커버할 수 있는 기성 제품도 거의 없고요. 그래서 잡지 커버를 딱딱한 형태의 양장으로 만들어서 악보 커버로도 쓰고, 안의 내용은 큐알코드 등을 통해 모바일로 볼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있어요. 그러니까 근사한 표지만 있는(!) 잡지인 거죠. '언프린티드 매거진'이라고나 할까요. 10월 창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이디어가 계속 변하고 있어서 7월쯤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리암 프리드 바이올리니스트와 정예원 에디터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인스타그램 보면 쿨디가가 ‘문화매개공간’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독립잡지까지 만들고 계시고,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은 아닌 것 같은데요. 또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세요? 

지금은 공간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데, 공간을 예약하시면 유료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고요. 북클럽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북클럽 장은 모두 클래식 아티스트로 생각하고 있어요. 클래식 아티스트가 책도 골라주고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인데요. 클래식 쪽에 주목 받지 못하는 좋은 책들이 많은데, 아티스트 분들이 좋은 책을 많이 발굴해 주셔서 참 좋더라고요. 앞으로 책도 사고 읽을 수 있고, 한켠에서는 음악도 듣고 아티스트들과 만날 수도 있는, 공간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곳을 꿈꾸고 있어요.

그리고 아티스트분과 함께 콘티를 짜고 인터뷰 영상 촬영을 해 드리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어요.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아니고서야 자기룰 홍보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런 분들에게 프로필 영상 자료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초동으로 옮기신 것도 이 곳이 음악 아티스트의 활동 반경과 가까워서겠죠? 서초동은 연남동이랑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분위기가 어때요? 

네, 맞아요. 음악에 더 집중을 하고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고 싶어서 옮겼죠. 그런데 서초동은 경의선책거리랑 너무 분위기가 달라요. 마포구에는 독립서점이 정말 많잖아요? 근데 서초동에는 독립서점이 거의 없어요! 예술의 전당 1층에 입점해 있는 ‘대한음악사’랑 서리풀 악기거리 내에 있는 ‘음악플러스’라는 악보 전문 서점 두 군데가 전부예요. 그래서 더더욱 서초동에 서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죠. 마포에 책거리가 있다면, 서초동에는 악기거리가 있어요. 서초동이 ‘음악’으로 특화된 도시(2018년 전국 최초로 음악문화지구로 지정)인데, 그러면 음악도서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아직 책과는 거리가 먼 도시이지만, 언젠가는 이곳에 음악 도서관을 설립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여성 창업자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카르티에’ 브랜드가 껴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어떤 활동인가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카르티에 브랜드가 전 세계 여성 창업자들을 후원해 주는 재단을 가지고 있어요. ‘카르티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cartierawards)’라는 재단이에요. 카르티에 코리아에서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15명의 여성 창업자들을 발굴했고, 카르티에 어워즈에 나갈 수 있도록 지원과 교육을 해 주고 있어요. 그 15명 중 제가 한 명으로 선정된 거죠! 그 여성 창업자들과 친해져서 함께 책 읽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정말 좋아요. 저희가 책도 같이 읽지만, 얼마 전에는 음악평론가 차우진 씨를 모셔서 뉴스레터 하는 법에 관한 강의도 같이 들었어요. 다들 대단한 창업자 분들이 많아서 배우는 데도 열정이 넘쳐요. 너무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죠.


우와, 여성 창업자로 선발되시다니 정말 멋지세요! 그럼 서점지기로서 선발되신 거예요?

 아까 말씀드렸던 ‘플레트’ 출판사 대표로서 선발됐어요. 사실 이게 출판사이긴 한데, 이 이름으로 AR 어플을 개발한 적이 있거든요. 


AR 어플이라고요?! 갑자기 딴 세계 얘기 같아요. 어떤 어플이에요?

하하, 해리포터에서 신문이 움직이는 영상처럼 재생되는 거 아시죠? 이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사진에 제가 만든 어플을 대면 영상이 재생되는 증강현실 어플이에요. 예를 들어 아티스트의 연주회 포스터 사진에 어떤 영상을 연동해두고 어플을 가동시키면, 그 영상이 재생되면서 아티스트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거죠. 사실 클래식 업계가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장 안에서 사진도 못 찍고, 정말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아니고서는 홍보가 잘 안 되는 분들이 너무 많죠. 그래서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누구나 지금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자신을 홍보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티스트들 프로필에는 보통 사진이랑 학력이나 수상경력 등만 적혀 있는데 사실 그들의 진짜 매력을 알려면 연주 영상 몇 초가 더 효과적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어플을 개발했어요. 현재 출시만 남은 단계인데요, 이 어플이 상용화되면 아티스트들에게 명함을 만들어 줄 계획이예요. 명함을 어플로 찍으면 연주 영상, 이미지 등이 구현됩니다. 이미 많은 아티스트들이 사용해봤는데요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어플까지 개발하시다니. 특히 이런 쪽은 코딩을 알아야 해서 엄두가 안 날 것 같은데. 코딩은 어떻게 배우셨어요? 

네, 맞아요. 사실 어플 만든 것도 운이 좋았어요. 독립잡지에 관심이 생겨서 다짜고짜 플레트를 만들긴 했는데, 막상 여기서 새로운 걸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디지털을 융합한 매거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 서울인쇄센터에서 종이 인쇄술과  IT기술을 융합한 교육을 한다고 해서 코딩을 배우는 수업을 듣게 됐고요. 그 수업을 12명이랑 같이 들었는데, 수강이 끝날 때는 저 혼자만 남았어요. 거의 하루에 7시간 동안 교육을 받아야 했는데, 정말 어려웠거든요. 저도 포기하고 싶었는데 오기가 들어서 끝까지 붙잡고 있었어요. 저는 증강현실이 나타나는 거 딱 하나만 바랐기 때문에 목표가 뚜렷하고 단순한 편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해낸 것 같아요.


쿨디가가 오피스텔에 위치하고 있어서 선뜻 찾아오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앞으로 찾아오실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제가 좋아하는 두 문구가 있어요. 황유미 소설가의 말 “안전한 곳에서 이해받은 기분”. 그리고 하정 작가의 책 제목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이 둘을 합쳐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안전한 곳에서 이해받은 기분을 느끼고 가세요. 그리고 당신의 두려움은 두고 가세요."

누구나 지나가다가 불쑥 들어올 수 있는 책방이 아닌 사전예약제 책방으로 동시간대에 소수 인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해요. 물론 누구나 전체 대관을 할 수도 있답니다. 작가, 아티스트와 직접 만날 수 있는 북토크나 음악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들도 계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쿨디가를 활용해서 하고 싶은 게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제안해 주세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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