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에서 나눈 지난 이야기 
📄 2020.06.03재택근무하다 3차원 다녀온 후기😎[Ep.4]

코로나19로 전 세계 공연장의 문이 하나 둘 닫혔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준비해 온 아티스트들은 허망함에 고개를 떨궜습니다. 관객들은 기다려온 공연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크게 아쉬워했습니다. 누굴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 정말 방법은 없는 걸까? 공연장과 예술 단체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온라인 공연이었습니다. 무관중 공연을 생중계하거나, 과거에 촬영해놓은 실황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식이었습니다. 실제 공연장의 긴장감과 생생함을 따라올 순 없었지만, 비대면 세상에 지친 사람들에겐 이 모든 게 큰 위로로 다가갔습니다.
오랜 시간 공연을 취재해온 한 기자는 여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갔습니다. 어떤 공연들이 온라인에서 상영 중인지 일일이 찾아내 40편 가까운 기사를 쓴 것입니다. 퇴근 후 밤늦게까지, 공연 단체들의 홈페이지를 뒤적인 결과였습니다. SDF 일곱 번째 다이어리는 SBS 보도본부 정책문화팀의 김수현 선임기자를 만나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 중인 공연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방콕'에 지친 당신을 위해①…공짜 온라인 공연 모여라> 를 시작으로 올해 3월부터 SBS 취재파일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김수현 기자 : 코로나19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공연 단체들도 과거 실황 영상을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생활정보 제공 차원이기도 했고, 새롭게 탄생한 사회·문화 현상이니까 기록할 가치가 있겠다 싶었죠. 제가 기자이기 이전에 공연 애호가이기도 하고요. 사실 해외 공연들은 직접 가지 않는 한 보기 쉽지 않잖아요. 어느 유명 단체가 이런 영상을 며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료로 공개한다, 이런 걸 나름대로 찾아내 캘린더를 만든 거죠. 무엇보다 공연계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오기 같은 것도 생기면서 온라인 공연 시리즈 기사를 40편 가까이 쓰게 됐어요.
Q. 평소엔 망설였을 고가의 공연들이 온라인에서 무료 제공되자 크게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어려운 시기, 공연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는 사람들도 많고요.
김수현 기자 : 그렇죠. 지금 말씀하신 건 주로 과거 공연 실황을 다시 틀어주는 것인데요. 그런데 우리나라엔 그런 스트리밍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촬영해 놓은 영상이 거의 없어요. 코로나 비대면 상황에서 무대에 공연을 올릴 수는 없고, 계속 관객과 소통은 이어가야 하니 단체들이 과거 기록용, 홍보용으로 찍어놓은 것들을 급하게 틀기 시작한 거죠. 그러다 보니 관람용으로는 사실 좀 미흡해요. 여러 대의 카메라로 공연을 최대한 잘 구현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촬영한 게 아니거든요. , 애초에 상영 목적이 아닌 영상이다 보니 공연자나 스태프의 저작권, 초상권 같은 권리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어요. 그런 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은 양해를 구하고 트는 경우가 많아요. 코로나 국면이 길어지면서 사람들 사이에 공연예술은 그냥 온라인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길까 봐 그것도 걱정이에요. 정말 많은 공연산업 종사자들의 노동의 결과물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기사에 이번 기회로 공연의 매력을 느끼시고 나중에 꼭 공연장 가서 한번 가서 보시라그런 당부를 잊지 않고 써요.

Q. 실제 공연업계가 체감하는 어려움은 어느 정도인가요?
김수현 기자 : 심각해요. 오죽하면 팬덤이 상당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같은 곳도 매표 수입이 있어야 돌아가는 곳인데 지금 다 중단됐거든요. 그러다 보니 온라인 공연을 공개하면서 기부금도 받고 있던데, 오프라인 공연하던 때의 매표 수입을 상쇄하기엔 한참 못 미치죠. 공연산업이 경제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국 같은 나라에선,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 예술가들이 공개적으로 곧 망한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당장은 우리나라도 공연계가 생존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 같아요. 그나마 정부 지원을 받는 국공‧시립 이런 곳은 조금 낫다지만 어려운 것은 비슷해요. 민간 기획사 이런 데는 말할 수도 없죠. 공연 영상화 작업을 지원하고 영상 촬영하는 인력을 양성한다든지, 이런 것도 앞으로 필요하겠죠. 그런데 당장 본질적인 문제는, 공연 업계의 생존이에요,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어 대응을 모색할 여력조차 없는 게 현실이에요.
Q.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이 주기적으로 올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언제든 이런 언택트 세상이 다가올 걸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거든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다 보니 요즘 정말 온라인 공연을 대안처럼 많이들 해요. 그런데 정말 온라인 공연이 미래다? 이렇게 이야기하기는 참 힘든 게 이번에 유료로 콘서트를 생중계했던 방탄소년단 같은, 엄청난 대중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제외하곤 온라인 공연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특히 우리나라의 공연 시장을 생각을 해보면 그 정도의 시장 규모, 그 정도의 팬 베이스가 있는 장르는 드물어요.
Q. 일회성, 희소성이 생명인 공연 예술을 언제든 반복해 볼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로 제공한다는 게... 딜레마입니다.
김수현 기자 : 그럼에도, 지금은 온라인 공연을 준비되지 않은 채로 뛰어들어 임시방편으로 제공하고 있어서 좀 정비를 할 필요는 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안, 저작권 문제도 기준이 마련돼야 할 거고요. 플랫폼의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유튜브나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그때 그때 단발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외국에선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거든요. 그래야 분석할 만한 온라인 관객 데이터도 생성될 거고요
Q. 우리의 시각을 넓혀줄, 참고할 만한 대안 성격의 포맷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수현 기자 : 영국 극단 컴플리시테 (Complicité)가 선보인 인카운터 (The Encounter)’라는 1인극이 있어요. 사이먼 맥버니 (Simon McBurney)라는 연출가가 직접 출연도 했는데, 처음부터 온라인용으로 만든 연극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 연극이 모든 사람에게 헤드폰을 끼도록 해서 음향 효과로 시공간이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아마존 정글의 미지의 부족을 만났다가, 중간에 딸이 와서 아빠!’ 하면서 끼어들었다가... 그 자체로 무대 예술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시도 같기도 했고요.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렇게 관객이 따라 가는거예요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이라는 미국의 래퍼가 지난 4포트나이트(FORTNITE)’라는 게임 안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었거든요. 이 콘서트를 접속해서 본 사람이 1200만 명이었대요. 이 가상 세계에선 나이키 같은 브랜드들이 광고도 하고, 아티스트가 콘서트도 여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오프라인 공연을 잘 찍어서 온라인에서 상영하자, 그런 정도의 이야기를 했던 거잖아요. 그런데 이젠 아예 출발점을 달리 봐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게 뭐가 될지는 저도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하지만, 그런 바람은 있어요. ‘한가하게, 이렇게 힘든 시기에 뭐? 공연요?’ 공연예술이 밥 먹고 사는, 그러니까 육체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거라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이야기를 해요. 이건 영혼에 밥을 주는 일이다. 공연장을 가시지 않는 분들도 알게 모르게 예술을 향유하고 계시거든요. 대중음악, 드라마, 영화 이런 것도 사실 다 연극계나 클래식 같은 기초적인 토양 위에서 성장하는 거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지금 이 공연계가 겪고 있는 위기와 생존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런 당부의 말씀 드리고 싶어요

김수현 선임기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연계가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는데요, 이는 비단 공연 업계만의 과제는 아니겠죠. SDF는 어떻게 하면 기존의 상식을 허물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SDF는 언제나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김수현 기자 인터뷰 영상보기 👉 https://youtu.be/rVbKAggbV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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