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tter from London
A Letter from London
Letter#5
2020.5.6

뒷마당에 놀러 온 손님 = 이웃집 고양이
데드라인에 쫓기다 쉬는 날도 주말도 지나가고 오늘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생각을 떠올리고 이리저리 굴리는 시간이 많아 쉬는 날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편지를 글감이 없다는 핑계입니다. 오늘은 생각도 하지 않을 너도나도 찍는 브이로그를 글로 써보려고 합니다. Quarantine 달째, 별일 없었던 오늘 반나절을 로그 해봅니다.  

글로그 2020 5 5일 반나

오늘은 눈을 떠보니 새벽 이십 분입니다. 사실은 먼저 것은 시간이 아니라 XXX에게서 ooo 해달라는 이메일 노티였습니다. 간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 설레어서 일찍 일어난 알았지만 아무래도 이메일 알람을 듣고 눈이 떠진 같습니다. 반쯤 눈으로 새벽 시에 이메일의 답장을 삼십 분에 보냅니다. 너도 자다 봐라. 지금 벌떡 일어나면 하루가 피곤할 것이 뻔하니 조금 누워있어 봅니다. 오늘도 잠드는 순간과 깨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고 시간을 잤다며 그냥 갑자기 일어납니다. 아침 여섯 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창문 밖의 하늘이 너무 새파래서 밖은 새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서 아름다운 이상한 나라에 같았지만 거울 몰골이 꾀죄죄한 현실 나라에 있다고 안심 시켜 줍니다.

런던의 아침은 조금 쌀쌀해 재킷을 하나 입고 발이 시리니 분홍색 슬리퍼를 신고 부엌으로 내려갑니다. 테스코에서 웃기려고 파운드 슬리퍼는 진지하게 아끼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도 언제나처럼 허기진 배를 채우려 하나를 잘라(그냥 베어) 먹습니다. 장염에서 회복 중이라 커피를 마시니 뒷문을 열고 아침 공기를 조금 많이 마십니다. 거실에서 다이어리와 톨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을 가지고 부엌 식탁에 앉습니다. 방랑자들은 한동안 덮어두었다가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인데 30 정도 읽으면 시선이 방황하기 시작하고 같은 페이지 속에서 헤매다 덮어두기 일쑤입니다. 아침에 읽기 좋은 책은 아니라는 생각에 어제 도착한 Adania Shibli Minor Detail 읽습니다.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책을 읽을 등도 쫙쫙 눌러 펴고 모서리도 접고 밑줄도 치고 위에 컵도 올려두고 그럽니다. 책이 헐어서 가치가 떨어질 글이라면 읽을 이유도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중에 나도 책을 썼는데 누군가 책을 묻힌 손으로 넘기고 있는 것을 본다면 화가 날까요? 책에 빠져있는 모습에 그저 황송할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기를 씁니다. 대부분 일기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나를 정리하며 쓰는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일기 아침에 쓰는 것이 좋다고 신경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유는 알려주지 않으셨는데 그때 나는 이유 따위 궁금할 정신이 없어 그냥 시키는 대로 했고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아침에 몽롱하고 비워진 같은 상태에서 펜을 잡으면 무의식이 손을 타고 나오는 아닐까 하는 무논리를 던져 봅니다. 아침 일기는 매일 해내기 힘들지만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그들의 아침 일기도 충격적으로 엉망인지 훔쳐보고 싶습니다.

여덟 시가 되어갑니다. 오늘은 버로우 마켓까지 걸어가서 장을 예정이라 배를 조금 채우기로 합니다. 오트밀을 냄비에 정도 넣고 물을 눈대중으로 부어줍니다. 소금을 치고 중불에서 끓이다가 죽도 밥도 아닌 상태가 되면 볼에 담습니다. 평소 같으면 후추를 치고 치즈를 녹여 먹었을 테지만 장염인 관계로 황설탕을 흩뿌려 주고 꿀로 덮어 죄책감을 조금 덜어줍니다. 흑설탕이 녹았다가 다시 굳으면서 크림 브륄레의 코팅처럼 바삭해집니다. 고소함과 달달함에 곁들일 상큼한 블루베리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없는 관계로 사과 개를 얇게 썰어 섞어 먹습니다. 아홉 시가 조금 넘어 설거지 모험을 떠날 채비를 합니다.

기능성 천으로 운동복을 입고 모자를 마스크를 합니다. 왼쪽 주머니에 아이폰과 열쇠를 넣습니다. 나의 왼손은 다시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왼쪽 주머니를 떠나지 않을 예정입니다. 계산할 카드는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비상시를 대비해 소독제를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걷기 시작한 것이 아홉 반이니 삼십 정도 걸어가면 시장이 여는 시에 알맞게 도착합니다. 큰길을 따라가면 스파 공원이 나오는데 사람이 많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놀거나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있는데 경찰이 없는 보니 그래도 되나 봅니다. 전형적인 도시 인간에게 나라 사람들의 공원 사랑은 대단해 보입니다. 공원은 년에 소풍 가는 곳이 아니라 매일 산책을 하러 가는 곳일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권리를 주장하는 태도는 마구잡이식의 개발을 막고 사람과 환경을 위한 도시를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에도 사람이 제법 많아 거리를 두기 위해 차가 없는 차도로 걸어갑니다. 차가 없어 찻길을 마음 편히 건널 있는 또한 신기한 현상입니다. 바클레이 은행 밖으로 사람들이 간격을 두고 줄을 있습니다. 은행이 너무 작아 번에 한두 명만 들어갈 있는 같았습니다. 지난달보다는 마스크를 사람들이 종종 보여 어떤 마스크를 썼나 관찰합니다.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까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요가 없는 곳에 마스크 공급이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1월에 아무도 마스크를 사지 않을 시기에도 공업용이 아닌3M 수술용 마스크를 개인이 있는 곳은 이베이나 부츠밖에 없었습니다. 사람 구경을 하며 걷다 보니 버몬지 스트릿까지 금세 걸었습니다. 버몬지 스트릿은 갤러리와 식당이 많은 힙한 곳이지만 지금은 비싼 테이크아웃 음식을 사러   많은 런던 브리지 사람들만 보이는 듯합니다. Fuck off coffee 언제부터인지 영업을 시작해 번에 사람씩 들어가게 해줍니다. 커피 마시겠다고 시국에 밖까지 줄을 있는 사람들은 합법적 약쟁이들 같아 보였지만 카페인 중독자인 나는 그들을 비난하지 않기로 합니다.

런던 브리지 역을 지나다 기관총을 무장 경찰 명을 보았습니다. 코로나 이전이었으면 테러리스트로 신고당했을 법한 차림새로 무장 경찰의 총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마켓으로 계속 걸어갑니다. 버로우 마켓의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았지만, 기본적인 식료품 가게들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야채 가게에서 초록 채소와 두부를 사고 과일 가게에서는 납작 복숭아를 샀습니다. 과일가게 아저씨가 장바구니를 칭찬했는데 역시 전문가는 알아보는 구나 싶어 신명나게 장점을 늘어놓았습니다. 튼튼하고 내부 방수가 되면서 크기가 적당히 크고 끈이 적당히 길다. 가방의 형태가 가로로 길지 않고 세로로 길어서 움직임이 용이하며 느슨하게 각이 있어서 물건이 섞이지 않고 접어서 작게 만들 수도 있다. 말이 많이 하고 싶었나 봅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원래도 싸지 않은 버로우의 물가가 조금 비싸진 느낌입니다. 이곳은 유명할 뿐이지 딱히 싱싱하지도 맛있지도 싸지도 않은 식재료를 팔지만 플라스틱 패키징을 사지 않기 위해 오는 곳입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사라진 푸드 트럭, 꼬린내 나는 프랑스 치즈 가게와 항상 샘플을 내놓는 트러플 소스 카운터가 없으니 마음이 싱숭생숭 합니다. 생선가게에서 토막 연어 필레 덩이를 12파운드에 샀습니다. 오랜만에 비싼 재료를 사서 손이 후들거렸지만, 후들거림은 영양소 부족에서 오는 것이며 내가 지금 비싼 연어를 먹어야 하는 이유라고 자기 합리화를 마켓을 빠져나옵니다.

마스크를 시간 정도 썼더니 서서히 숨이 막혀옵니다.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갑니다. 역시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가는 발걸음 또한 무겁습니다. 너무 힘들었는지 정신이 혼미해졌는지 집에 과정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집에 와서 모든 것은 부엌 입구에 쌓아두고 손을 씻습니다. 20 동안. 입고 있던 겉옷은 모두 바로 세탁기에 넣고 샤워까지 해버린 소지품을 소독합니다.  장을 보는 것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정말 피곤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은 날이 따뜻하고 좋은데 장만 보지 말고 공원에서 햇빛도 쐬고 강아지나 구경하다 싶은 후회가 밀려옵니다. 피로도 함께 밀려오는 나른한 정오입니다. 침대 위로 내리쬐는 빛이 만든 네모 속에 손을 대봅니다. 수족냉증 때문에 차가운 발도 침대 위에 슬금슬금 올라갑니다. 낮잠을 잡니다. 아주 정말 오랜만에 아무 별생각 없는 하루를 보냅니다
@mooodbored 인스타그램
말로 표현할 없는 감정이 있다면 굳이 말을 찾기보다 @mooodbored 동물 표정을 아웃소싱하는 것이 좋습니다@mooodbored 공유하는 동물의 미묘한 감정은 어떤 절묘한 상황도 마디의 보다는 장의 사진으로 표현할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this long century
this long century는 아티스트와 작가가 보내온 개인적인 생각, 스케치, 에세이, 사진, 영상 등을 보관하는 디지털 아카이브입니다. Jason Evans가 운영하는 이 웹사이트에는 이미 395명의 다양한 아티스트의 페이지가 있습니다. 사진만 있는 페이지도 있고 긴 에세이나 작업의 아이디어같은 낙서도 클릭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가 Olivia Laing은 서재를 정리하다 발견한 물건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Keiichi Tanaami 는 기억 드로잉을 한 스케치북 이미지를 공유합니다. Lorna Simpson의 페이지에는 단 한줄의 문장이 있습니다. 

Carolyn Lazard Joanna Hedva 비슷하게 각종 만성 증후군을 앓는 개념 미술 작가입니다. 줄리아 차일드가 30분간 다양한 프렌치 오믈렛 레시피를 시연하는 방송위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 반복돼서 화면을 덮고 동시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지원도 중첩됩니다. 시각과 청각에 문제가 없는 영어권의 사람은 영상이 매우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모든 감각을 가진 몸이 정상으로 당연시되고 장애를 가진 몸을 위한 접근성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 사회를 돌아보게 합니다

NTS Remote Utopias
NTS에서 24시간 동안 음악을 스트리밍하고 모금을 하는 Remote Utopias 열었습니다. 많은 라인업 명의 아티스트의 트랙을 먼저 들어보았습니다. Klein 실험적인 15분짜리 트랙, Mark Leckey 서사적인 30분짜리 트랙 그리고 마력의 Erykah Badu 1시간짜리 트랙입니다

한국의 아티스트 필름 작가와 작품을 수집해서 스트리밍하는 The Stream을 구경하다 발견한 영상입니다. 아무 생각이 없던 오늘, 총총 걸어가는 네 개의 핑크빛 돼지 발이 아무 이유 없이 묘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추억의 명곡 다섯 번째+++++++++
오늘은 일상에 관한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시와 노래 한 편 씩 소개합니다.
어차피 흘러가는 이 시간, 과연 어떤 하루가 좋은 하루일까요?

넥타이
채길우

매일이란 시나브로
스스로를 목 조르는 느린
자살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
끈 하나로 꽃다발을 포장하는
여러 가지 매듭법처럼
거울 앞에서
어릿광대의 마임
자신을 교수하기 위한 수화
그러나 불가능한 포박에서조차
탈출을 연기하는 마술사와도 같이
질식과 익살이 구별되지 않도록
목숨만큼 길고 가는 풍선을 분 뒤
연습한 손동작을 반복해
죄어 돌린 마디로 처세를 돌볼 때마다
낑낑대거나 삐걱거리는 강아지가 되기 위하여
한번 더 숨을 묶으며
조화처럼 시들지 않는 웃음을
힘껏 터뜨려보라.

From DJ나경..

A Letter from London Archive 에서 지난 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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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 @coco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