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가 MZ 세대를 휘어잡았다는 소식을 세 개나 발견했습니다. 어디어디에서일까요?

⓵ 건축신문  ⓶ 출판문화 ⓷ 스요레터  ⓸ 매일경제  ⓹ 한국섬유신문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2월 15일 발행 예정)와도 각주*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 조금씩 각주*가 회자되는 가운데 자진(?) 외고가 들어왔습니다. 여행을 가면 도서관부터 들르는 도서관덕후이자 신랄한 도서관비평가 '도서관여행자' 님의 한국 도서관 탐방기! 한 문장에 '도서관'이 다섯 번이나 들어가게 하는 글이라니, 벌써 흥미진진한 냄새가 나지 않나요? 

젊고 아픈 여자들』을 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계속 쓰기』 마감이 또 코앞에 닥쳐 있습니다. 때마다 기운을 복돋워준 전투 식량에 버금가는 간식들을 꼽아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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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⓷ 스요레터(2월 9일 자) 매일경제  ⓹ 한국섬유신문)

전직 사서이자 신랄한 도서관 비평가(트위터 @kpark_librarian) 도서관여행자님이 각주* 찾아주셨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사시는데 코로나가 잠시 수그러들었던 작년 10 도서관 여행 한국에 들르셨고, 그때 마티 사무실에도 놀러 오셔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잔뜩 풀어놓고 가셨답니다. 조금 늦었지만 여러분과 공유해요.


미술관, 박물관 말고 도서관 여행!

🔮 도서관여행자


누군가의 동네 도서관은 누군가의 여행 목적지가 됩니다. 코로나19 잠시 수그러들었던 작년 10, 저는 곳에 있는누군가의 동네 도서관 방문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13시간 걸려 도착한 그곳은 바로한국! 사진으로만 봤던 한국의 멋진 도서관들을 직접 눈에 담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도서관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고 싶기도 했고요. 짧은 일정과 코로나 시국을 감안해 머물고 있는 서울과 근교에 있는 도서관을 위주로 탐방했어요. 


우연히 유튜브에서 김정한 건축가(에이탑 건축사무소) 인터뷰 동영상을 보고 한국에 가면 방문하고 싶은 도서관이 있었어요. 성북구의 첫 번째 청소년 특화도서관이자 10번째 성북구립도서관인월곡꿈그림도서관입니다. 바퀴 달린 이동형 서가, 다목적 공간으로 바꿀 있는 열람실, 무대용 조명, 폴딩 도어 등등 이용자 수와 그때그때 목적에 맞게 공간을 변형할 있게 설계된 100 규모의 작은 도서관은 제 상상속 도서관과 닮아 있었어요.

무엇보다 이곳의 서가 사인에 별 5개를 주고 싶어요. 도서관 서가 대부분이 딱딱하고 계몽적인 십진분류법을 그대로 이용합니다. 000 총류, 100 철학, 200은 종교, 300은 사회과학… 월곡꿈그림도서관의 서가 사인은 개성 넘치고 재기 발랄합니다. 000만물상’, 100 자신을 알라 병기돼 있죠. 아이의 엄마로서 무척 공감이 가는 사인도 있었어요. 좋은 부모( 키우다 애가 탄다)’!


공공도서관 디자인에서 간판과 안내 사인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 도서관을 방문하며 놀랐던 점 중 하나가 간판이나 안내 사인에 영어를 공공연하게 사용한다는 것이었어요. 강남 지역 도서관이 특히 그랬습니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라 외국인 이용자가 많아서 그런 걸까요? 영어를 병기를 하더라도 한글을 크게 쓰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제 노안 때문에 작은 글씨는 읽기가 불편합니다. 전자책 활자는 점점 키워서 보게 되고요. 미국 도서관에서 일할 때 노인 이용자들이 오디오북이나 전자책을 선호했던 이유를 이제야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금천구립독산도서관에서 큰글자책, 잡지, 신문, 치매 관련 책자 고령 이용자가 주로 찾는 자료를 한데 모은 공간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쁘게 놀랐던 점도 있습니다. 장애 친화적 환경을 갖춘 공공도서관이 많았다는 거예요. 서가 사이의 복도 공간은 휠체어 이용자가 다니기에는 비좁았지만, 이건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공공도서관에서 개선해야 문제입니다.장서가 많은 도서관보다포용의 도서관' 만드는 중요하다고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텍사스 오스틴 대학 문헌정보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란캐스입니다. 나쁜 도서관은 장서를 쌓고, 좋은 도서관은 서비스를 구축하고, 위대한 도서관은 공동체를 형성한다.”

월곡꿈그림도서관 외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더군요. “누구나 이용할 있는 공공 도서관입니다.”

지팡이를 짚는 노인과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와 노숙인 누구나 이용할 있는 포용의 도서관. 제가 학교와 현장에서 배웠던 도서관 철학이기도 합니다. 


⭐️ 도서관여행자가 추천하는 한국 도서관 여행지 5

한국 여행에서 제가 방문했던 도서관은 총 15곳이에요. 저처럼누군가의 동네 도서관 여행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5곳을 꼽아보았습니다.


배봉산 숲속도서관

배봉산 둘레길과 이어져 산책까지 책임져주는 도서관입니다. 가볍게 걷다 보면 배봉산 정상 전망대에서 서울 풍경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있어요. 


의정부 음악도서관 

재즈음악이 흐르는 도서관이라니! 이곳에서 저는 도서관을 낙원에 비유한 보르헤스를 떠올렸습니다. 몇 번이고 방문을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CD, LP, DVD 1 점의 음반과 재즈, 블루스 블랙 뮤직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으며, 음악 감상 공간, 피아노 연습실, 작곡& 편집실 시설을 갖췄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있어요. 1 오픈 스테이지와 3 뮤직홀에서 공연을 열기도 한다니 방문 도서관 사이트에서 이벤트 정보를 확인해보세요. , 의정부 가시는 길에 미술도서관에도 들러보세요. 도서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클릭! 


은평구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

윤동주 시인의 시 <새로운 > 구절을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 은평구의 문학특화도서관이에요. 시인 윤동주의 생애와 작품을 둘러볼 있는 상설전시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건축가가 가구, 안내판, 색채(특히 외피) 모든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디자인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광진정보도서관

3 연속 대통령상을 수상한 전국 최초의 도서관. 리모델링을 마치고 작년 8월에 재개관했습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가에 앉아 독서를 즐기시고 싶은 분들께 추천. 다음에 다시 찾고 싶은 도서관입니다.


전주 도서관 여행 가이드

전주 여행은 한옥마을에서 시작해 한옥마을에서 끝나곤 하죠? 인구 대비 도서관이 가장 많은 도시 전주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에요! 책기둥도서관, 팔볼예술공장 이팝나무 그림책도서관,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으로 이어지는데요, 자세한 정보와 신청은 여기서! 


* 사진은 금천구립도서관의 큰글자 책 서가.

❝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 출간 전 연재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옮김


❝ 계속 쓰기 ❞

내 친구이자,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스케일 큰 작품들을 만드는 조각가이자, 이 나라에서 가장 걸출한 소장품을 갖춘 스탠퍼드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작품 의뢰를 받아왔으며 뉴욕 예술아카데미에서 제법 존경 받는 교수이기도 한 마크가 어느 저녁 파티에서 내 옆에 다가와 섰다.

방금 누가 나한테 아직도 조각 작업을 하냐고 물어보더라.그가 말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라니까.그가 말했다. 내가 어떻게 대답해야 했겠어? 당신은 아직도 그 뇌수술 일을 하시나요?이렇게?


나는 아직도 글을 쓰느냐는 질문을 받았던 모든 순간을 떠올렸다. 지인들도, 모르는 사람들도, 심지어는 팬이나 내 독자라는 이들도 이런 질문을 했었다. 아직도 글을 쓰시나요? 나는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이 항상 부끄 럽게 느껴졌다. 내가 더 많은 책을 썼다면, 더 많은 상을 받았다면, 돈을 많이 벌었다면, 널리 알려진 사람이었다 면 확실히 이런 질문을 상대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아 직도 글을 쓰시나요? 수년간 나는 이 질문을 더는 받지 않는 때가 마땅히 오리라고 생각했다. 책을 두 권 쓰고 나면? 다섯 권? 일곱 권? NPR에서 인터뷰를 하면? 투데 이 쇼(Today Show), 바라건대 오프라 쇼(Oprah)에 나가고 나면? 친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그 역시 같은 질문을 상대해야 했다는 말을 들으니— 우습게도—안도가 찾아왔다. 그가 자기 일에 흥미를 잃었다는 듯. 진로를 바꿨다는 듯. 그 역시 그런 질문을 받았던 것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고, 내가 아는 모든 예술가와작가들이이질문에고심해본적이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누구나 다 아는 작가들도, 뉴욕 현대미술 관에 작품이 걸린 사진가들도, 토니 상을 수상한 연극배우들도 같은 질문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권위 있는 잡지에 정기적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시인들도. 창작하는 삶을 사는 이라면 누구나 예외가 없다. 아직도 글을 쓰시나요? , 물론 나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딱히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사교적인 잡담을 나누다 어색하게 쿡 찌르는 말이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날씨나 진저리나는 대학 입학 절차, 혹은 수프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편이 좋겠지.


아직도 글을 쓰시나요? 나는 보통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고는 재빨리 주제를 바꾼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래요, 당연하죠. 나는 내가 죽는 날까지, 혹은 사고 능력을 빼앗기기 전까지 글을 쓸 거예요. 손가락이 굽고 약해지더라도, 귀가 들리지 않거나 앞이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한쪽 눈을 깜박이는 것 말고는 내 몸의 근육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되더라도, 나는 계속 글을 쓸 거예요. 글쓰기는 나를 구원했습니다. 이 장엄하고 분란한 존재에게 활짝 열린 창문이 되어주었고, 내가 손에 쥔 모든 것을 해석하는 방식이 되어주었지요. 글쓰기는 나를 아늑함과 안전함 너머로, 자기 인식의 한계 너머로 몰아붙여 내 이해 능력을 확장시켜주었습니다. 내 마음을 누그러뜨렸고, 지성을 강화했어요. 글쓰기는 특권이었지요. 내 엉덩이에 채찍질을 해댔고요. 내가 귀중한 명철함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날마다 고통, 무작위, 선한 의지, , 기억, 책임감, 친절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내가 그러고 싶건 아니건 말이죠. 글쓰기는 내가 성장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진화해야 한다고요. 더 나아지라고, 더 좋은 사람이 되라고 몰아붙였죠. 글쓰기는 나의 병이자 약입니다. 내가 겪었던 상실들을 견디게 했고 상실들의 대안이 되어주었죠. 어떤 패턴을 찾아낼 때까지 내가 느꼈던 어떤 혼란을 조금씩 사라지게 하면서요. 아주 가끔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나를 자랑스럽게 여겼을지도 몰라.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어머니를 이해시킬 수 있는 단어를 찾아 냈을수도 있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바꾸고 있어. 나는 죽은 자와 산 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에게 손을 내밀고 있어요.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래요,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가 출간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마감 식량 ❞
🦈 조스바 - 피셔맨스 프렌드 목캔디
커피, 초콜릿, 과자, 아이스크림.. 고칼로리의 축적으로 피하지방이 쌓이는 게 눈에 보였어요. 마감을 위해 정신이 번쩍 들게하는 간식을 포기할 수 없는데.. 드디어 찾았습니다. 퐁퐁이 수급해 온 피셔맨스 프렌드 목캔디.ᐟ 일반 민트보다 훨씬 강력해서 치약을 머금고 일하는 기분이지만 자주 먹다 보니 아주 상쾌하고 좋아요.ᐟ

🦻 팔랑 - 티코

콘이나 바는 손에 오래 들고 있어야 하고 종종 먹다 흘려서 교정지가 지저분해지는데요. 티코는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서너 베어물면 깔끔하게 ! 작으니까 연속 섭취가 국룰이죠. 사무실 맞은편 편의점에 가끔 들어오는 티코를 선취하기 위해 창밖으로 아이스크림 냉동차가 정차하는 모습을 주시하곤 합니다.👀


🌱 죽순 - 초콜릿
단거💛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합니다. (참고로 🔊모베의 왕소라 씹는 소리는 제게 마감을 알리는 종소리로 들립니다. 아그작아그작 소리가 저기서 또 들리네요.)

🔊 모베 - 왕소라

많고 많은 단것 중 유독 마감에는 ‘왕소라’입니다. 너무 바삭한 것보다 꾸덕한 게 좋습니다. 당 보충보다 스트레스 해소용이 아닐지. 교정지를 아그작아그작 씹어서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


🧼 퐁퐁 - 하루견과
하루견과를 찾아 오랜 시간 방황한 끝에 연희견과에 정착했어요. 짜지 않고 달지 않고 건포도 안 들어 있고 가루 잘 안 묻고 냄새 안 나고 눅눅하지 않아요. 엄청 고소하고요.
❝ 러시아 아방가르드 전시 ❞
🔊 모베

2022년 초 강렬한 붉은색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이론과 실제』가 클라우드펀딩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출간되었고, 작년 마지막 날부터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이 전시 중입니다. 러시아 10월 혁명 100주년이었던 2017년 러시아 아방가르드 관련 책과 전시가 해외에서 속속 출간되고 개막되던 물결이 한국에도 당도한 모양입니다.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은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러시아혁명이 일어나고 예술이 사회를 바꾸는 도구라고 믿던 시절의 절대주의나 구축주의 등을 기대하고 가시면 실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시대를 조금 더 넓게 벌려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에이젠슈타인 영화도 보고 꼼꼼히 살피려면 2시간 이상 걸립니다. 느긋하게 가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마티의 각주*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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