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에 대하여
2023.12.25. 열번째 이야기
70대 아버지, 30대 두 딸이 함께 같은 주제로 글을 써내려가는 뉴스레터 '땡비'
땡비에서 나눠볼 오늘의 이야기는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입니다. 여러분은 열두개의 달 중 어떤 달을 가장 좋아하나요? 매년 돌고돌아 오는 사계절이지만 올 때마다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때마침 오늘 크리스마스네요! 캐롤이 넘치는 12월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셨나요? 오늘 땡비와 함께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달은 언제인지, 어떤 의미인지 편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

나는 12월이 좋다(@못골)

지금은 12월. 꽃도, 잎도 모두 떨어뜨리고 나무는 숲에서 흑백의 단순한 그림으로 흔들린다. 12월이 되면 본격적인 겨울이다.      


전철을 타고 42번째의 12월 모임에 가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나와 비슷한 세 명의 할배들이 건너편 경로석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들린다. “야! 옛날에는 동창회 날이 다가오면 은근히 기다려졌는데 요즘은 그런 느낌이 없어! 만나고 싶은 좋은 친구들은 모두 나가고 안 봐도 좋은 친구들이 자리 차지를 하고 있으니 더 가기 싫어! 동창회 날이 와도 무덤덤해!” 그런 대화를 들으며 영화 'the others'의 생각이 났다. 당신들이 귀신인 줄 알았는데 내가 귀신이라는 반전처럼.


“좋은 사람들은 모두 나가고, 나가도 좋을 사람만 남아 자리 지킴을 하는 것일지도”라는 말에 흠칫 나를 대입시켜 본다. 나도 나가도 좋을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반성을 한다. 1981년 1월 17일 모임이 만들어진 이후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고 또 탈퇴하였다. 42년이니 42번째의 12월을 보내고 지금은 사진 모임에 일곱 사람만 남아있다. 1월부터는 발전적 해체를 위해 모이는 방법을 바꾸어 참석자에게만 회비를 걷고 적립금 없이 편하게 모임을 하려고 한다. 모임에 누구든 십자가를 지는 열정적인 사람이 2명만 있으면 그 모임은 꾸려져 나간다. 이제 모두 지치기도 한 모양이다. 그냥 회비만 내고 참석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한 회원들만으로 구성이 되면 이미 유통기한이 다 된 것이다. 우리의 모임도 쉼 없는 회전 후 이제 쉴 준비를 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결산을 하고 새 계획을 짜고 비록 무너져 버릴 계획이라도 새로 구상해 보는 12월이다. 한 해가 다 가고 이제 새 달을 맞이하는 변화의 달이다. 


12월 겨울이 좋다. 늦가을의 느낌이 남아있는 11월이 지나면 12월이 되어 비로소 완연한 겨울이다. 한 해도 다 가는 12월 마지막이라는 그 해의 끝인 시점도 나는 좋다. 끝은 마무리이고, 쓸쓸하고, ‘더~’가 없어 깨끗하다. 2호선을 타고 장산역에 내리면 장내 스피커로 울려 나오는 “이 열차의 마지막 역 장산역입니다. 장산역은 마지막 역입니다”라는 말이 좋다.      


12월은 계절이 한 해와 맞물려 지나가고 찾아온다. 2월이 되면 입의 양쪽 가장자리에 염증이 생기면서 봄맞이가 시작된다. 어릴 때는 입이 커지려고 하는 것이라지만 실제로는 비타민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덩달아 표시 날 정도로 얼굴이 새카맣게 타면서 검어진다. 2월은 신체적으로 특이한 속에 맞이한다. 어머니는 내게 늘 ‘봄 탄다’라고 한다. 2월이 다 갈 때쯤이면 산수유꽃이 노랗게 물들고, 매화가 피고 새 봄이 왁자지껄 몰려온다. 나는 이런 시끄러운 분위기로 들어가는 소란스러운 계절이 싫다. 시끄럽고 분잡스럽고 몸마저 피곤해진다. 그래서 2월이 가면 겨울이 모두 가고 그제야 실제로 한 해가 가버린 섭섭함을 느낀다. 시인 김영랑은 모란이 지면 한 해가 간다고 하지만 나는 2월이 지면 한 해가 가버린다.


동료가 나에게 좋아하는 계절을 물어서 ‘겨울’이라고 하였더니 “가난하여 생활하기 힘든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느냐!”라고 넌지시 책망을 실어 되물어온다. 왜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나도 겨울이 추운 사람인데! 그래! 추워도 난 겨울이 좋다. 어릴 때 단독주택은 창호지 1장으로 안과 밖을 구분하는 난방시설이니 바깥이 추우면 방도 얼마나 추웠겠나? 옛날 우리들의 집은 단열도 제대로 되지 않는 가옥구조이다. 외풍이 심하여 방 안에 앉아있으면 추운 느낌이 그대로 온다. 


광안리 여름 장사에서 긴 장마로 폭망하고 그대로 바닷가 빈집에 눌러앉아 겨울을 보내는 해가 있었다. 추워서 어머니가 돌을 구워 이불속에 넣고 자다가 이불솜에 불이 붙어 온 식구가 그냥 저세상으로 함께 갈 뻔했다. 깨어진 유리창에 덧댄 시멘트 부대가 바닷바람에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혹한 속에 잠잘 때 '어머니 심정은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 난다. 우리 형제는 잠잘 때는 이불속으로 머리를 처넣고 바깥으로는 아예 신체를 내놓지 않는다. 어릴 때 습관대로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고서 잠을 자니 아내가 “이불에 입김으로 때가 묻는다! 더럽다!”라고 한다. 그런 자세로 자도 어머니는 한 번도 이불을 더럽힌다고 힐책한 적이 없다. 문득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아들이 교도소 담장 안으로 수감되면 어머니는 교도소를 향해 다가오고 아내는 교도소에서 멀어져 간다'라는 부분을 읽고 울었다. 어머니 마음을 정확하게 나타낸 신영복 선생의 표현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12월 한 장 남아 달랑거리는 달력을 보면 올해도 끝이다. 통행금지와 함께 온갖 규제를 받고 생활하던 군사정권 시절에는 연말과 크리스마스에만 통금을 해제하였다.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을 주고받으며 한 해가 마지막 가는 느낌과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으로 12월이 들썩거린다. 어릴 때 12월은 보낼 곳이 꼭 없더라도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고 교회는 가지도 않으면서 크리스마스를 즐길 준비를 한다. 짝이 없는 사람도 이때쯤에는 짝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음반 가게에서 징글벨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흘러나오고 남포동 입구에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조명이 켜지면 겨울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밤이 없는 지금은 그런 흥청거림의 분위기도 많이 차분해졌다.

그래도 볼에 와닿는 12월의 청량한 겨울바람은 여전히 좋다. 

한껏 껴입은 옷에 주머니가 많아서 좋다.

겨울은 이제 한창이다. 

열두달, 한 조각(@흔희)

  불확실한 것, 막연한 것에 대한 불안이 있다. 겪어 보지 않은 일이라도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어찌된 것이 나는 늘 겪어보고 깨닫는다. 부딪쳐보고 깨져봐야 앞으로를 예측할 수 있다. 한 바퀴를 돌아본 운동장을 몇 바퀴 더 도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한 바퀴를 다 돌기도 전에 운동장을 머릿속에 미리 그려보는 것은 나에게 막막하고 불안한 일이다. 

  시작이라는 말이 설렘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많았다. 학창시절 3월이 되어 반이 바뀔때마다 마음 맞는 친구를 찾지 못해 속으로 한 두달은 끙끙거리곤 했다. 입시도 취직도 업무도 처음은 늘 실패를 했었다. 한 바퀴의 궤도를 직접 몸으로 겪어야 앞으로를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었다. 준비가 서툴고 적응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나는 인생에서 기회를 잡아야하는 굵직한 시기가 올 때마다, 첫번째와 두번째의 기회는 놓쳐버리고 세번째만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 입시도 취직 시험도 삼수생 생활을 했었고 취직을 하고 맡은 업무도 3년차가 되어서야 제법 여유를 갖고 지낼  수 있었다.

  그런 나에게 6월은 안정감을 주는 달이다. 지금하고 있는 일의 속성상 한 해가 3월부터 시작된다. 6월은 봄부터 시작되는 한 해를 두 세달 겪고 어느 정도 몸이 생활에 적응을 해 나간 시기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새롭게 익힌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데는 두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익혀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나면 낯선 것은 빤한 것이 된다. 무언가가 몸에 익으면 처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가려진 것들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고개를 치드는 시기가 6월이다.

  6월에는 가슴 설레는 것들이 많다. 벚꽃이 진 가로수의 잎에는 녹음이 찾아오고 길목은 한층 더 푸르고 싱그러워진다. 옷차림은 가벼워지고 해는 길어진다. 초여름 밤이 되면 괜스레 마음이 달뜬다. 밤이 되면 한낮의 화려함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로등에 반사되어 초록빛이 부서지는 나무의 흔들림이 보인다. 반팔에 청바지를 챙겨입고 걸어가다보면 살갗에 언뜻언뜻 스치는 초여름밤의 선선한 바람도 느껴진다. 길가에는 편의점 앞에서 맥주를 마시며 여름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밤이지만 활기찬 여름날 그 특유의 생기가 좋다. 

  그렇다고 6월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6월 말이 되면 장마가 찾아온다. 날은  덥고 습해진다. 온몸에 습기가 눅눅하게 들러 붙는다. 공기를 비틀면 뚝뚝 물이 짜질듯이.

  장마가 찾아오면 잇달아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2013년의 여름. 하늘엔 구멍이 뚫린듯 비가 미친듯이 퍼부어대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운전면허 도로주행시험을 보러가야했기 때문이다. 주말 동안 도로주행 연습을 아버지와 함께했다. 이따금씩 역주행을 하던 도로의 무법자를 조수석에서 지켜보던 아버지는 온 몸에 힘을 주며 비명을 질렀고 나는 몸살이 나기도 했었다. 매주 모의고사를 치듯 아버지와 나는 주말을 치열하게 보냈다.

이번 도로주행시험은 두 번째이다. 첫 번째 시험은 코너를 도는데 무단횡단 하던 사람을 칠 뻔하여 그 자리에서 실격을 당했다. 두 번째 시험날. 기상청에서는 집중호우주의보를 띄웠다. 느낌이 좋지 않다. 직장동료들도 하늘을 보더니 같이 걱정을 한다. 앞이나 제대로 보이겠냐고. 모두의 걱정을 한 몸에 받으며 시험장에 들어갔다. 감독관이 비가 많이 와서 원한다면 일정을 미룰 수도 있다고 안내한다. 갈등이 조금 되었지만 이미 반차도 냈고 그대로 시험을 보기로 한다. 운전을 하는데 앞이 안 보인다. 옆에서 감독관은 차선을 지켜라고 거듭 말한다. 주말 동안 여러 번 오고 갔던 길인데 생각이 안난다. 차 지붕위로 세차게 떨어지는 빗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안은 습기가 차서 사이드미러가 보이질 않는다. 마지막 평행주차만 잘 하면 되는데… 결국 창문을 내린다. 밖으로 머리를 디밀고 한 번 확인해본다. 차가 주차선 안으로 잘 들어왔는지. 아버지가 가르쳐준 주차 공식을 중얼거리며 차를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비가 머리통을 후려갈기는 느낌이다. 드디어 각을 제대로 잡았다. 차가 선 안으로 무사히 들어가자 옆에서 감독관이 말한다. 

 “비 때문에 많이 봐드렸어요. 합격입니다.”
  드디어! 합격이다.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한 번 울리자마자 연결된다. 합격을 전하니 아버지의 상기된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다.
  “아, 다행이다. 내가 비가 와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이번엔 붙어야 하는데. 내가 니 또 세 번만에 붙을까봐 어찌나 걱정을 했던지. 세 번을 깨야지! 잘했다. 잘했어.”

   처음이 미숙한 탓에 이리 저리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남들은 쉬이 지나가는 것들이 눈에 보일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스치고 지나갈 사소한 운전면허시험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게 그것은 3이라는 숫자가 딸에게 괜한 의미로 남을까봐 마음을 졸이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나의 삼수생 생활을 지켜보던 아버지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그제서야 아버지의 마음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날, 장맛비 속에서 아버지와 나는 같은 비를 봤지만 우린 전혀 다른 풍경 속에 서 있었다. 아버지와 나의 이질감, 그 낯선 감각들에게서 뭉클함이 올라온다. 

  낯설고 어렵기만 했던 것들을 내 세계로 끌어안고 보면 그 속에서 한 뼘 성장한 내가 보인다. 겪어봐야 깨닫는 성향 탓에 비록 몸은 고생했지만 인생에 있어 보다 겸허한 자세를 배워 나간다. 사소해서 작고 스쳐지나갈 법한 것들에 시선을 두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같은 것을 보지만 다른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말로 뭉클함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사람. 

그 날의 아버지처럼.
열 두개의 달 중, 6월의 한 조각처럼.
매직아워를 퇴근길에 만나는 기쁨(@아난)

해뜨기 직전이나 해가 지기 직전의 짧은 시간대를 '매직아워(Magic Hour)'라고 한다. 촬영에 필요한 빛은 충분하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광이 낭만적인 효과를 내는 찰나의 시간대를 의미한다. 하늘이 검은색으로 깜깜해지면 너무 대조가 강하여 부담스러운 사진이 된다. 하늘에 아직 푸른색이 남아있으면서도 햇빛이 분홍빛으로 퍼져 점점 음영을 그리는 모습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하늘은 청색이고 그림자는 길어지지만 사진 속 피사체는 충분히 또렷이 찍힌다.      


해 질 녘이 되면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빠지면서 나도 모르게 힘이 난다. 특히나 겨울 동안 새까만 밤하늘에 익숙해져 있다가, 해가 길어져 퇴근길에 분홍빛 하늘을 마주할 수 있는 3월 말이 오면 기대감으로 차오른다. 하루의 끝에 조금 더 연장된 보너스 타임을 얻는 느낌이다. 어디든 더 걷고, 더 보고, 더 경험하라고 하늘에서 빛을 잠시 더 열어준 것 같다. 빛에서 기운을 얻어 자라나는 초록잎처럼,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분홍빛 하늘로부터 에너지를 듬뿍 받아 밖으로 나설 용기를 얻는다.     


휴일이나 여행지에서보다 퇴근길에 매일 매직아워를 만날 때 더 행복해진다. 눈앞에 분홍빛 하늘이 펼쳐지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선선한 바람을 즐기다 보면 '행복하다'라는 말이 동동 떠오른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큰 노력 없이도 누구나 하늘만 쳐다봐도 행복감에 젖을 수 있는 시기다.     

 

계절과 함께 해가 바뀐 것도 그제야 실감한다. 겨울 내내 추위를 피해 집에 있느라 가지 못했던 곳으로 가본다. 익숙했던 골목이 겨울 동안에 새로운 가게들로 바뀐 것을 보면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는 세상이 너무 정 없다 느껴져 아쉽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곳이 주는 어색함과 생동감을 즐기며 탐험한다. 하고 싶었던 것, 배우고 싶었던 것도 머리 밖으로 꺼내어 일을 벌인다. 나의 진정한 한 해는 퇴근길 분홍색 하늘과 함께 시작된다.      


다시 계절이 바뀌어 출퇴근길에 깜깜해진 밤하늘을 마주하는 초겨울이 오면 나는 집토끼가 된다. 어두운 하늘을 보면 '오늘 하루는 끝!' 외치며 최대한 일찍 집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낸다. 늘 달릴 수만은 없다. 에너지를 저장하고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      


학교를 다닐 때는 시간을 늘 생산성 있게 보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면 헛되이 보냈다고 후회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로 하루하루를 채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 돌이켜보면 아니었다. 세상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내가 원한다고 착각했던 것이었다. 하늘 볼 시간이고 뭐고, 계속 달리기만 하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할 겨를 없이 한 해 한 해가 갔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알기 위해서는 다 비워놓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파도의 파동같이 사계절과 나의 에너지 흐름은 똑 닮아 있다. 매직아워를 매일 만나는 시기에는 에너지가 차오르다가 새까만 밤이 일찍 올 때면 다시 소강상태로 접어들기를 반복한다. 밤이 긴 겨울에는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면서 집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삶을 즐긴다. 해가 길어져 퇴근길에 매직아워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때가 되면 새 계절을 즐겁게 보내려고 한다. 뚜렷한 사계절의 흐름이 있기에 매직아워도 새까만 밤도 그리 반가울 수 있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해가 길어져 따뜻해진 날에 만나는 매직아워가 그리워진다. 파도타기 하듯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다시 내게 돌아올 퇴근길 분홍색 하늘과 함께 보람찬 한 해를 기다린다.

💌 지난 호 구독자 후기 (#9. 무례함을 대하는 방법)
고구마님 : 글 주제는 어떻게 정하시나요? 궁금합니당ㅎㅎ 형식이 잘못된 행동이라도 본심이 이해되면 문제되지 않는다는 못골님의 글에 공감이 갑니다.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무례하게 보이고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건 진의가 무엇인지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 땡비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소개
 - 못골👨🏻‍🎨 : 한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진을 찍어왔다. 한계를 넘어 뭐든 끝까지 가는 남다른 의지력을 지녔다.
 - 흔희👩🏻‍🎤 : 눈치를 보지않아 '인간 사이다'로 불리나 K장녀로 은은히 돌아있다. 직업 때문에 생계형 낱말수집을 한다.
 - 아난👩🏻‍🍳 : 목구멍 보이게 웃는 큰 리액션과 미친 에너지 때문에 '어린 짐승'으로 불렸다. 빵을 굽는 방구석 빵수니. 
오늘의 땡비 어땠나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읽으면서 머리를 스친 어떤 의견이든 편하게 남겨주세요!
땡비 이거 뭐야? 하며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면 아래 구독 링크를 함께 나눠요!  
땡비
@ddbeeletter
수신거부 Unsubscribe
stibee

이 메일은 스티비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