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와 귀멸의 칼날, 그리고 던전밥!
오리진      "새해에는 청소도 하고 건실하게 살려고 했는데.... 뭐, 다시 시작해 보죠."

안녕하세요. 에디터 오리진입니다.


새해를 맞이한 기념으로 《던전밥》이라는 만화 전권을 사서 매일 밤 퇴근 후 한 권씩 비닐을 벗겨서 읽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던전밥》은 미궁 모험 중 용에 먹힌 여동생을 소생시키기 위해 다시 미궁에 내려가는데, 그 과정에서 배고프니 미궁 속 마물을 요리해서 먹자! 라는 이야기입니다. 흔한 이세계 + 요리물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가가 꽤 세계관의 세세한 부분까지 잘 생각해서 섬세하게 설정을 짰다는 점에서 볼만한 작품이에요. 

《던전밥》 (출처 : 넷플릭스) 

던전밥 만화를 읽는 중에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전에 비하면 넷플릭스에 볼만한 애니메이션이 많아졌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이 기회에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넷플릭스의 투자, 그 이후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1. 넷플릭스 투자, 그리고 시장의 성장 
2. 제작 형태의 변화?
3. 앞으로 예상해보는 것
넷플릭스 투자, 그리고 시장의 성장

먼저 넷플릭스와 일본의 첫 만남을 짚어볼게요. 넷플릭스는 2015년 9월 아시아 첫 국가로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기대와 달리 일본에서의 반응은 그렇게 뜨겁지 않았었습니다. 그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본 시장의 특성이 소비 형태의 변화가 빠르지 않고 OTT보다는 TV, TV에서도 지상파 네트워크 중심으로 시청층이 두텁게 형성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당시 일본에는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 있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훌루와 같은 북미 플랫폼이 이미 진출해 있었는데, 적극적인 현지화 정책으로 일본 콘텐츠를 생산, 제공했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두각을 드러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존의 경우,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멤버십에 가입하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진입장벽이 낮기도 했고요.

2017년, 콘텐츠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곳은 지상파 (출처 : eMarketer) 
2018년, 일본 내 1위 OTT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출처 : eMarketer) 
현지 콘텐츠 보유량이 중요한 시점에서, 2015년 말 CEO였던 리드 헤이스팅스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단순 유통만 하는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가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언급합니다. 그리고 그에 이어 2017년, 만화 원작 기반 애니메이션 영화 《Blame!》으로 그 야심의 포문을 엽니다. 
그리고 뒤이어 2018년, 넷플릭스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기 시작합니다. 2018년에 프로덕션 I.G와 본즈(Bones), 2019년에 아니마(Anima), 서블리메이션(Sublimation) 그리고 데이비드 프로덕션(David Production), 2020년에는 마파(Mappa), 사루(Science Saru) 등의 일본 제작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데요. 2019년에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 넷플릭스가 다년간의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개별 콘텐츠 단위 계약이 아니라 스튜디오 단위로 계약하여 넷플릭스는 장기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확보하고, 제작사는 적자를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제작 및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죠.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과 같이 일본 내의 구독자를 모으기 위함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작품을 레버리지 삼아 타 지역의 구독자를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2021년 애니메이션 디렉터 오바라 코헤이(Kohei Obara)가 글로벌 고객의 50% 이상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다고 언급한 바 있고, 2022년에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40개 애니메이션 타이틀을 공개하며 라인업을 확대했거든요. 
2022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라인업 (출처 : TUDUM Netflix 2022)
비단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훌루, 그리고 뒤이어 진출한 디즈니 플러스 등에서도 유사한 콘텐츠 전략을 추구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노출도는 높아지게 됩니다. 기존에도 일본 애니메이션은 일정 글로벌 팬층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저작권/유통의 문제로 불법 다운로드 문제가 컸고 노출 대상을 넓힐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 OTT 서비스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막에 거부감이 있거나 더빙으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게 볼 수 있도록 언어/자막의 편의성이 제공되면서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아졌습니다. 
(출처 : KOCCA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동향 2023)
그에 따라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현재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동화협회에서 낸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2021년 기준으로 2조 7,422억 엔을 기록했고, 이는 2020년 대비 113.3% 성장한 규모입니다. 해당 성장은 (1) 해외 시장 (2) 온라인 서비스 (3) 상품화라는 세 가지 요인이 견인하고 있습니다. 국내도 그렇듯, 콘텐츠 업계에서 이러한 '성장'이라는 것은 당해 빅히트한 콘텐츠가 견인하는 측면이 있기는 한데('20년 이후로 《귀멸의 칼날》이 등장합니다), 전반적으로 OTT의 진입에 따라 일본 애니메이션의 해외로의 판로가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온라인 서비스, 해외 시장의 성장이 특히 눈에 띕니다. (출처 : KOCCA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동향 2023)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애니메 타임즈' 채널 추가
이러한 해외 판로는 자국 대기업의 투자도 늘어남에 따라 해외 OTT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2021년 소니는 AT&T의 자회사였던 크런치롤(Crunchyroll, 애니메이션 OTT)을 1조 원에 인수하여 기존 보유하고 있던 퍼니메이션(Funimation, 애니메이션 OTT)과 통합, 해외에 애니메이션을 유통할 수 있는 OTT를 확보하게 됩니다. 등록 사용자 수 1억 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소니가 일본 내 제작/배급뿐만 아니라 극장판의 북미 배급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자체적으로도 애니메이션을 유통하고 히트시킬 수 있는 기반을 보유하게 된 것이죠.  
Sony 소유의 애니메이션 OTT, Crunchyroll

제작 형태의 변화?

넷플릭스 및 다른 OTT의 진입으로 인해 해외(주로 북미)로의 판로가 대폭 확대되었는데, 속사정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스튜디오 단위의 파트너십 체결, 거액의 제작비 지원, 그리고 창작자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넷플릭스의 투자 방식이 국내와 유사하게 일본에서도 제작사가 채널에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콘텐츠 사업의 특성상 성공과 실패를 장담할 수 없는 데 반해 애니메이션은 30분 애니메이션 1화의 제작비가 평균 2,500~3,000만 엔에 육박하는 등 제작하는 데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 시에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라는 것을 두고 운영합니다. 제작위원회는 애니메이션의 제작과 유통, 그리고 흥행에 대한 수익화를 담당하는 모든 주체가 공동 출자하여 부담을 나누는 형식입니다. 이 제작위원회에는 방송사, 출판사, 광고 대행사, 레코드 회사, 완구 회사 등이 주로 참여하며, 제작된 애니메이션 IP의 활용처도 이 제작위원회에서 결정합니다. 수익이 발생하면, 출자 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가져가게 되는 형식이에요. 

이 제작위원회는 어떠한 단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한 작품마다 매번 새롭게 구성되는 형태로 정확히 말하면 '(작품명) 제작위원회'로 구성됩니다(예: 귀멸의 칼날 제작위원회, 스파이 패밀리 제작위원회).
  제작위원회 회의는 이런 느낌일까요 (출처 : 애니메이션 시로바코 캡처, SakugaBlog 참조)
애니메이션별 제작위원회 구성. 주술회전의 경우 Toho(배급사), Shueisha(출판사), MAPPA (제작사), sumzap(게임사), MBS(방송사)로 구성 (출처 : SakugaBlog 정리)

이러한 제작위원회 형식은 애니메이션의 다량 제작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애니메이션 업계의 병폐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제작사가 돈이 없어 제작위원회에 참가하지 못해 애니메이션이 흥행해도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작품 내에 간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제작위원회는 콘텐츠의 퀄리티보다는 흥행에 더 큰 관심이 있기 때문에 자칫 콘텐츠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었죠(예를 들면 작품 내에 PPL을 넣으라던가.... '서비스 씬'을 넣으라던가 말이죠). 굿즈를 판매하여 팬덤 장사를 할 수 있는 양산형 요소를 가득 담은 애니메이션의 쇄도, 적은 제작비와 짧은 제작 기간 내에 애니메이션을 찍어내야 함에 따라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소모되는 데에 일정 부분 원인이 있다는 비판이 있었어요. 


반면 넷플릭스의 '파트너십' 형태는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지원하지만,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등 세부 내용에 대해 간섭하지 않으면서 2차 창작물 활용 권한도 제공합니다. 스튜디오는 콘텐츠를 공급하고 넷플릭스는 글로벌 방영권을 가져갈 뿐이죠. 그에 따라 스튜디오는 금전적인 부담을 적게 지면서도,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따라, 2018~2019년 일본 내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넷플릭스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생깁니다. 현재 K-콘텐츠가 글로벌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이렇게 가면 넷플릭스의 하청기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 것과 유사하죠. 

그런 일은 안 일어났다! (출처: 애니메이션 《체인소맨》)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시의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제작 투자는 제작위원회 형식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기존의 형식에서의 변화에 영향을 끼쳤죠. 

'MAPPA 스튜디오'의 《체인소맨》과 'ufotable 스튜디오'의 《귀멸의 칼날》을 예시로 들어봅니다. MAPPA 스튜디오는 《진격의 거인》, 《주술 회전》의 제작을 맡은 것으로 국내에서도 알려져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제작사이기도 합니다. 《체인소맨》 애니메이션은 이전에는 없던 형태로 제작되었는데, 바로 제작사인 MAPPA 스튜디오가 100% 투자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비용을 100% 부담하는 대신 IP를 보유하니 수익도 100% 제작사에서 가져가는 하이 리스크 - 하이 리턴 형태입니다. 
 (출처: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귀멸의 칼날》의 경우, 다양한 회사가 출자하는 형태가 아닌 출판사인 슈에이샤, 기획/배급사 애니플렉스, 제작사인 ufotable 스튜디오 3사만 참여하여 제작하였다는 점이 눈에 띄는 점입니다. 특정 방송사를 정해서 참여시키지 않고 제작하였으며, 그로 인해 방송사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TV 방송사, OTT 등 판권을 다양하게 판매할 수 있었어요.
 
이러한 현상의 이유로는 오리지널 기획이 대부분인 한국 콘텐츠와 달리 일본 애니메이션은 '만화 원작'이 있어 흥행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있을 것으로 보여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체인소맨》, 《스파이 패밀리》 등 넷플릭스 투자 제작 없이 히트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이미 만화가 자국 내에 흥행하여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히트한 하나의 작품은 10년 넘게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히트가 확실시되는 작품의 경우 제작사가 하이 리턴을 바라고 하이 리스크 투자를 할 만한 것이죠. 《귀멸의 칼날》과 같은 경우는 투자에 참여한 소니(애니플렉스 모회사)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북미 배급사를 가지고 있어 글로벌 히트로도 이어지기 쉬운 구조이기도 했고요.
잘 키운 자식이 참 든든합니다 (출처: 하나증권 리포트)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상업성이 보장되지 않거나, 기술적으로 대자본이 없으면 구현하기 힘든 등 리스크가 있는 작품을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하거나 독점 제공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에서 안정적으로 도전하고, 해당 기반을 토대로 히트할 작품에 자체 투자하여 IP나 추가 매출을 확보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죠. 넷플릭스에는 아쉬운 그림인데, 그래서 2022년부터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예상해보는 것 👀

앞서 말씀드렸듯 OTT의 진입, 그리고 넷플릭스의 투자로 인한 시장 확대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예요. 넷플릭스는 일본 시장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지만, 메인 플레이어는 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히트작을 선수급받지 못하고, 크런치롤과 같은 일본 기업의 OTT가 성장하면서 애니메이션의 독점 제공자도 되지 못하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는 어떨지, 개인적인 관점에서 예상해 봤어요.

잠시 쉬어가자면, 여기까지 읽으면서 특정 작품을 떠올리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니었어?'와 같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하면 넷플릭스가 프로덕션에 참여하여 전 세계 독점 방영권을 가지고 있는 작품과, 돈을 많이 주고 특정 지역에만 독점 방영권을 확보한 콘텐츠로 나뉘며, 오리지널이라고 해서 꼭 넷플릭스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말은 아니에요. 

-넷플릭스의 투자 변화


향후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투자의 중점은 출판사와의 계약을 통한 만화의 실사화로 변해가지 않을까 싶어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작의 경우는 전체 수를 줄이고 선택과 집중, 그 외로는 화제작에 대한 동시 방영권을 확보하고 동시 더빙을 제공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일본 만화의 실사화 같은 경우는 넷플릭스가 꾸준히 진행해 오던 부분입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에 있어서 좋은 대본, 좋은 이야기가 항상 부족한 상황에서 실사화는 검증된 이야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아이템입니다. 애니메이션 팬층을 견인하는 동시에 애니메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층을 소구할 수도 있고요. 물론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라는 것이 성공하기 쉽지 않을 수는 있어요. 애니메이션 특성상 현실로 그대로 옮기면 어색하기 때문에 적절한 각색이 필요한데, 원작 팬을 만족시키면서 각색이 성공적이기 어렵습니다.


다만 최근 실사화 작품의 성적이 나쁘지 않습니다. 먼저 22년 말 공개된 《앨리스 인 보더랜드 2》의 경우는 '23년 1월~6월 기간 가장 많이 본 콘텐츠 50위권 내에 들었고, 《원피스》 실사화의 경우 공개 첫 주에 1,800만 명이 시청하며 93개국에서 10위권 내, 46개국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죠. 원작에 너무 충실할 필요 없이, 적절한 각색이 잘 먹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시입니다. (《카우보이 비밥》은 아쉽게 되었습니다만....)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원피스》는 바로 시즌 2 제작이 확정되었어요.

 루피, 너만 믿는다 (출처: 넷플릭스) 
앞으로 넷플릭스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보다는 작품 원작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출판사와의 계약을 중심으로 제작해 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유는 Win-Win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출판사 입장에서는 기존 애니메이션이 만화에 대한 판매량을 늘리고 수익을 얻는 부분이었는데, 해당 부분을 그대로 유지하며 실사화를 통해 추가 수익을 노려볼 수 있는 부분이고,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 비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영화, 드라마 제작사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비해 아직 환경도 역량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일본 내부에서 제작비를 들여 실사화를 하기 어려운 반면, 넷플릭스는 전 세계 제작 스튜디오와 스튜디오 단위로 계약을 해놓은 상황이니까요. 《원피스》 실사화의 경우도 출판사 슈에이샤와 계약 후 일본 내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라 ITV의 'Tomorrow 스튜디오'에서 제작을 맡았던 바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크게 성공한 전례가 없던 상황에서 2,000억 원을 《원피스》 실사화에 투자했다는 점 자체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사화의 흥행에 따라 《원피스》 애니메이션 리메이크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놀라운 소식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이처럼 메가 히트 작품에 대해서는 실사화 ↔ 애니메이션 연계하는 방식이 많아질 것으로 보여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변화


앞서 제작사들이 제작위원회에서의 출자 비율 확대를 통해 제작사의 콘텐츠 중심 수익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애니메이션의 원작, 즉 원출처가 어디인가 생각해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출판사 카도카와는 '23년 11월 100% 출자하여 자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적극적으로 IP 기반 해외 유통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우리도 이제 애니메이션 만든다 (출처 : 카도카와) 
기존 제작위원회에서 회사들이 구분된 역할을 나눠 수행해 왔다면, IP 기반의 유통권이 대두로 떠오르면서 한 회사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다 수행하는 형태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요. 완구회사로 보통 굿즈/머천다이즈를 담당하던 반다이남코는 2022년 산하의 영상과 마케팅 부문을 통합, '반다이남코필름웍스'를 설립하고 기존 '선라이즈'로 알려져 있던 제작사를 편입시켰습니다. 영상 제작을 담당하는 반다이남코필름웍스 외로 '반다이남코 뮤직 라이브'도 설립하여 제작-음악-머천다이즈를 모두 커버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소니의 경우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유통의 밸류체인을 합작을 통해 채워나가고 있는데요. 자사 계열의 애니플렉스(배급), 소니픽처스(북미배급), 크런치롤(OTT 해외 유통)로 유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 확보하기 위해 2023년 Wit 스튜디오, Cloverworks(제작사) 및 Shueisha(출판사)와 합작법인 'JOEN'을 설립했습니다. 이와 같이 제작위원회를 세우지 않고 자체 제작 및 유통하거나, 작품 단위로 제작위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합작법인과 같은 형태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장기 작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다이남코필름웍스에서 제작하여 넷플릭스에 독점 판매한 3D 애니메이션, 2024년 예정인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 (출처 : 넷플릭스)
애니메이터의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악명높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인데, 제작사가 출자 비율을 높여 판권 수익을 올리고,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모회사 산하로 편입되거나, 작품별로 산개할 필요 없이 합작법인 형식으로 장기적으로 일하게 되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근무 환경의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부분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AI를 통해 배경을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 극대화를 위해 많은 부분을 AI로 대체하고 연출/오리지널 작화 등만 사람으로 제작하게 되는 것도 예상 가능해보여요. 그렇게 되면 일본에서도 할리우드에서와 같이 AI 사용에 대한 파업이 일어날지, 혹은 업계 내의 제작 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될지 궁금해지네요. 

제작사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해감에 따라 애니메이터의 정직원화 및 처우개선으로 이어질지, 혹은 AI 활용의 논의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AI로 배경을 그렸다는 《개와 소년》 (출처 : 넷플릭스)

편집/윤문 | 찬비

던전밥 공식 예고편 2

에디터 <오리진>의 코멘트

저도.... 마물을 먹어보고 싶어요. 특히 드래곤 고기요. 🐲 여러분은 어떤 마물식을 드시고 싶으신가요?  

☕️ 오늘의 레터가 좋았다면 커피값 후원하기
💌 오늘의 레터를 피드백해주세요!
💜  어거스트 구독하 : 어거스트 구독 링크를 복사해 친구들에게 알려주세요!
💌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Written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Copyright © AUGUST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