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게으름과 더 친해져 봐요!

님, 2주간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지난 편지에서는 ‘기록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기록은 우리의 일상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님도 기록을 통해 좋은 일은 더 세세히 느끼고, 안 좋은 일은 사실과 생각을 구분하며 훌훌 털어버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번 <디어마프>의 주제는 ‘게으름 이용법’이에요. 님은 스스로 게으른 편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행동과 말이 느린 편이라 '느긋하다', '여유롭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어요. 어느 조직에 가면 '게으르다', '빠릿빠릿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죠. 혹시 이런 느긋함이나 게으름이 우리의 의지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 알고 있나요?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생각해요. ‘난 왜 이렇게 게으를까’ 후회하며 자책하고요. 

게으름은 정말 개인 의지에 달린 문제일까요? 그 전에, 우리의 성격 특성에 대해 먼저 알아볼게요. 현대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고 있는 성격 이론 중 하나는 ‘빅 파이브 이론’인데요. 이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 특성은 신경성,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경험에 대한 개방성 다섯 가지 요소로 구분될 수 있어요. 

보통, 주변에서 ‘게으르다’고 정의되는 사람들은 성실성이 낮게 나타나는 동시에, 신경성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편이라고 해요. 성실성은 심사숙고하고 규칙을 지키며 계획을 수립하는 등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성향을 일컫고, 신경성은 분노, 불안, 두려움, 긴장 등 불쾌한 정서를 쉽게 느끼는 성향을 말하는데요. 신경성이 높으면 근심과 걱정이 많아 실천을 어려워하고, 신경성이 낮으면 낙천적인 편이라 우유부단하고 느긋해 보일 수 있어요. 

이처럼 게으름은 각자의 의지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성격 요인의 융합으로 인한 결과라고 말할 있답니다. 타인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라면, '난 왜 이렇게 게으를까' 자책할 필요 없어요. 부지런함도, 게으름도 성향에서 비롯된 개인의 특성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 최대한 일을 미루는 편인가요? 아니면 계획을 세워 성취하는 데 쾌감을 느끼나요? 게으름과 부지런함. 내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확인해 볼까요?
🦥 게으름은 나쁜 게 아니에요! 게으름의 긍정적인 효과는?

혹시 매일 시간에 쫓겨 정신 없는 일상을 보내거나, 내 게으른 모습을 미워하고 있지는 않나요? 빈둥거림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요. 게으름의 긍정적인 효과를 알아볼까요? 


🧠 뇌의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요

외부 자극이 없고,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뇌의 특정 부위가 있어요. 신경과학 분야에서는 이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고 부르는데요, DMN이 활성화될 때 창의성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고, 특정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고 해요. 다른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고 뭐 해?"라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뇌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충전 중이야"라고 답해보세요.


🎓 더 게을러지기 위해 더 똑똑해질지도 몰라요

"모든 발명가는 게으름뱅이다"라는 , 들어보셨나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힘들고 어려운 일은 게으른 성향의 사람에게 시킨다. 게으른 사람일수록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어요. 일을 미루고 미루다 가장 적은 시간에 일을 해내려는 사람들은 창의적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이들은 늘 노동이나 노력을 최소화하려고 하니까요. 


💎 가장 나다운 내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님이 지금 바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무얼 하고 싶나요?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좋은 여가란 빈둥거림의 성격을 띠면서,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가장 뚜렷하게 느꼈던 그 모습을 재연해 보이는 것이다. 즉, 빈둥거리는 능력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확실히 인식하고 있어야 생길 수 있다'라고 했어요. 일과 과제에 치여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릴 것 같나요? 잠시 모든 걸 덮어두고 게으른 시간을 가져 보세요. 

🤹‍♀️매일 일요일이면 좋겠다! 훌륭한 게으름꾼 되는 법

게으름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여유를 줍니다. 중요한 계약을 체결할 때나 회사 면접 자리가 아니고서는, '아무일 대잔치'하는 시간이 꼭 필요해요.


🛏️ 늦잠 자자 
존 레넌은 유명한 게으름꾼이었습니다. 그는 세계 평화를 위한 시위를 할 때도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있기만 했죠. 노래 '아임 온리 슬리핑'에서는 늦잠을 비난하는 이들에게 소리칩니다. 쓸데없이 부지런한 너희들이 오히려 이상하다고요. 우리는 왜 꼭 모든 일에 열심히 달려야만 하는 걸까요. 사람들이여! 늦잠을 자세요. "10분만 더!"를 외쳐도 됩니다. 아침 늦게까지 침대에 누워있는 잠꾸러기가 때론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 멍때리자
혹시 넷플릭스를 보며 쉬는 걸 좋아하나요? 하지만, 누워서 영상을 볼 때조차 우리의 뇌와 눈은 아주 바쁘답니다. 게으를 때는 한없이 게을러도 좋아요. 다채로운 자극에서 벗어나 오히려 아주 단순하고 심심해 보면 어떨까요. 멍하니 장작 타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요. 마인드그라프팀이 직접(!) 강릉 순긋해변으로 가서 장작을 태웠습니다. 음향감독님과 함께 가서 실제 자연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바이노럴 레코딩 기법'으로 녹음했으니, 꼭 이어폰을 끼고 들어보세요. 불꽃이 느릿느릿 타오르는 소리를 듣다 보면, 머릿속 잡생각도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릴 될 거예요.

👻 혼자 놀자
침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거리다 보면 문득 지겨울 때가 있지 않나요. 누울 만큼 누워있었다 싶을 때(!) 느긋한 마음을 안고 혼자서 한 번 놀아볼까요? 마음속에 숨어 있던 ‘나’와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게으름이 주는 소중한 선물이죠. 소설가 김중혁이 마프 멘토링 <혼자 놀며 나와 친해지는 방법>을 꾸렸는데요. '창의적인 복수 방법 적기', '나만의 비밀공간을 만들기'와 같이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요. 하나씩 따라하면서 제대로 한 번 나와 놀아보세요.

마프 에디터가 밑줄 그은 마음 건강 읽을거리

🦝에디터 너굴의 밑줄
🧐 생각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게으르다?

건강심리학(Health Psychology)지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생각이 많고 생각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다소 움직임이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에디터 도로롱의 밑줄

‘게으름이라는 거짓’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게으르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중요한 업무를 하기 전 차를 끓이고, 연필을 깎고, 동료와 수다를 떠는 것은 게으른 ‘시간 낭비’가 아니라 정신적인 ‘기어 변경’을 하기 위한 생산적 휴식 시간이다.


🐧에디터 뚠뚠펭귄의 밑줄

🧐항상 바쁘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모든 일을 ‘선택’으로 바라보고, 그것이 정말 중요한 일인지 혹은 하지 않아도 되거나 늘 하는 습관인지 적극적으로 ‘결정’하자. 그러고 나서, 그날 해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본 뒤 그것을 행동에 옮기자. 시간과 에너지를 당신이 진정 원하는 곳에 쓰자는 것이다.


이번 <디어마프>는 여기까지예요. 님은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게으르면 안 된다는 마음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었나요? 님의 일상에 저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번 뉴스레터를 마무리할게요. 다음 <디어마프>에서는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답니다. 님은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본 적 있나요? 2주 뒤에 만나 마음 나눠요!🙏
마인드그라프팀이 10월 28-30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가해요. 마프 어플과 매거진 1, 2, 3호 그리고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처음 선보이는 굿즈들까지 몽땅 들고갈 예정이랍니다. 오랜만의 대면 행사인 만큼 마프팀 모두 기대 중인데요, 다음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참가 소식 더 전할게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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