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뉴스레터

최근 환경부가 종이컵·플라스틱 빨대·비닐봉지 등 주요 일회용품 사용을 더 이상 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죠. 이젠 식당과 카페 매장 안에서도 일회용 종이컵을 써도 된다는 거예요. 플라스틱 빨대·비닐봉지 사용 단속은 무기한으로 유예됐습니다.

고백하자면, 평소 일회용컵을 자주 썼습니다. 텀블러를 사용하긴 하지만 매번 가지고 다니는 건 불편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정부가 나서 그간의 일회용품 규제를 폐기한다고 하니 마음이 무척 무거워졌습니다. 이 명백한 퇴보를 비판하기에 앞서 반성할 지점들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냉소적인 편이에요. 포기가 빨라서 그렇습니다. '세상에 좀비떼가 나타나면 어떻게 할래?'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빨리 물려버리고 싶다' 말하는 사람이죠. 이미 현실이 된 기후위기 앞에서도 저는 마치 '물린 좀비'처럼 행동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꿀 기회가 아직 있는데도요.

이번 환경부의 결정이 내려진 데에 그런 종류의 냉소와 포기가 기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세상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거꾸로 간다는 걸 다시금 느껴요.

그러던 와중, 기후위기를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젊은이들이 유럽에서 늘고 있다는 칼럼을 읽었습니다. 개인의 행동이 갖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어요. 2분 분량의 칼럼을 읽고 더 대화해봐요.

☑️ 다니는 회사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거나, 기후 행동에 직접 나서기 위해 퇴사를 결정하는 ‘기후퇴사’라는 용어가 유럽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은 석유 및 가스 기업으로, 이들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며 인재 유출을 경험하고 있다.

☑️ 이 같은 젊은 세대의 행동에도 최근 몇몇 유럽 국가들은 기후 대응 및 친환경 정책에 제동을 걸고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일회용품 규제 철폐에 대한 기사 속 한 학부모의 말입니다. 초등학생 아이들도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안 쓰려 노력해 왔는데, 오히려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한다고 하니 부모로서 난감할 수밖에요.

앞서 본 칼럼에서도 비슷한 대비가 읽힙니다. 유럽의 젊은 세대는 퇴사까지 감행할 정도로 기후위기를 삶의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만, 정작 스웨덴·영국 등 유럽 정부는 기존의 기후 대응 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는 상황이죠.

기후위기를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는 시민, 특히 젊은 세대의 의지가 정부의 의사 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럽이나 한국이나 비슷해보입니다. 두 곳의 사례를 그저 '비슷하다' 엮기엔, '기후퇴사'라는 말까지 유행시킨 유럽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퍽 놀라운 것이 사실이지만요.

제 주변에도 여럿 있습니다. 채식 위주로 식사하고, 샴푸 대신 비누를 쓰고, 음식을 포장할 용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 나아가 기후 대응을 문제 삼아 회사를 그만두고, 퇴사 이후 기후 행동 최전선에 나서는 사람들도 동시대를 함께 살고 있죠.

사는 것은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 속에 '기후위기'라는 고려 요소까지 추가하는 것은 삶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죠. 그럼에도 기꺼이 그 어려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철폐를 두고 '거꾸로 간다'며 비판하는 드높은 목소리가 증명하듯이요.

부끄러움과 함께 용기가 생깁니다. 함께라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린피스는 한국에서 일회용컵을 다회용컵으로 대체한다면 연간 자동차 9만2000대분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다 자란 나무 1130만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에 해당한다고 해요.

정부는 규제 정책을 철폐했지만, 저는 스스로를 좀 더 규제해보려고 해요. 일회용컵과 가능한 한 멀어져 보겠습니다. 홀로 좀비가 되는 것보단, 함께 싸우는 사람이 되는 쪽을 택하고 싶어요.

규제 철폐가 결정되기까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둘러싼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배경을 정리한 기사를 읽어보세요.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을 국정과제로 꼽았던 윤석열 정부이기에,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의 표심을 겨냥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요.

📬 "하나의 기사를 읽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관련된 과거의 일이나 책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익명의 독자님)

📬 "전문적이면서 인간적인 기사가 와닿습니다." (미르0120님)

📬 "과연 정부는 사람을 보고 있나, 그저 영혼없는 '기준' 타령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 기준마저도 사람이 아닌 '자본'을 중심에 둔 기준이 아닌지 깊은 우려가 들었습니다." (하얀나라님)

📝 "지난 점선면Lite <🪐우주 때문에 암에 걸렸다?>를 읽고 보내주신 독자님의 의견입니다. 기사와 레터에 깊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기들이 중독됐는데 왜 나라에서 치료를 도와줘야 하나 생각했는데 오늘 점선면을 읽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너무 좋았어요." (피스타치오님)

📬 "펜타닐 원료 규제에 관한 의견을 듣고 싶어요." (힉스입자님)

📬 "대마가 마약에 대한 관문이 된다는 한쪽의 의견만 소개해 아쉬웠습니다. 많은 반박이 있고, 대마가 합법화된 곳에서는 끼치는 영향이 알코올이나 담배와 크게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덜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익명의 독자님)

📝 "지난 점선면 <💀마약, 왜 하는 걸까?>를 읽고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힉스입자님이 펜타닐 원료 규제가 궁금하다는 의견을 남겨주셨어요. 중국에서 생산되고 멕시코에서 가공돼 미국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진 불법 펜타닐은 미·중 간 갈등 요인으로 급부상했습니다. '21세기판 아편전쟁'으로 불릴 정도예요.

마약은 주로 규제가 심하지 않거나 인건비가 싼 나라에서 만들어져 다른 나라로 수출됩니다. 한국도 한때는 필로폰 생산국이었다고 해요. 위험부담이 크고 불법이지만 일종의 국제적 산업인 셈입니다.

그런만큼 유통 경로를 끊고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적인 협력을 만들어내는 것도 마약 확산을 막기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미국이 중국과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미 법무부가 지난 6월 펜타닐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 원료를 미국으로 밀수한 중국 기업과 중국 국적자들을 기소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정당한 사법 관할권의 범위를 넘어섰다며 규탄했고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조만간 정상회담을 하면서 펜타닐 문제도 다룰 예정이라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요.

익명의 독자님은 대마초의 부정적 영향만 다뤄 아쉬웠다는 의견을 남겨주셨어요. 한국에서도 한때 대마초 비범죄화 논의가 뜨거웠지만 최근엔 활발하지 않아 지난 레터에선 다루지 않기를 선택했었는데요😯 독자님의 의견을 발판 삼아 관련 내용을 조금 소개해 보겠습니다.

배우 김부선씨는 대마초 흡연 처벌규정 관련 위헌법률심판까지 제청했었고, 가수 전인권씨를 비롯해 많은 문화계 인사들이 이를 지지했어요.

대마는 담배나 알코올보다 중독성이 낮으며, 금단증상도 다른 약물들에 비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마가 얼마나 몸에 유해한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고요.

다만 다른 물질보다 해악이 낮다고 해서 해악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중독 전문가, 정책수립자들은 또 다른 해악을 추가로 허용했을 때 사회적 부담을 우려합니다. 현재 대마초를 합법화한 국가들은 대부분 대마초 흡연이 이미 만연한 상태에서 '차라리 양성화'를 택했습니다. 불법 제조와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요. 먼저 대마초를 합법화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 약물 중독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한국에서는 더욱 대마초 비범죄화의 문이 더욱 좁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금지에 관한 측면은 이 기사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점선면팀이 제1회 독자와의 만남을 개최합니다. '뉴스 어떻게 읽을까-나만의 점선면 그리기'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요. '강연'보단 '대화'의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점선면은 독자님들과 함께 만드는 뉴스레터니까요.

경향신문이 뒤늦게 시사 뉴스레터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뉴스를 사실-맥락-관점으로 분석하는 '점선면' 형식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그저 '독자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출발한 점선면의 기획·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드립니다. 뉴스가 많아도 너무 많은 세상, 기사를 어떻게 고르고 읽고 소화하면 좋을지 점선면팀 기자들과 함께 이야기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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