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신세계 파격 임원인사 2.잠실점 MD 전략
 2023.10.04 23-039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신세계 임원인사에 담긴 속내와 이후 과제는
  02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매출에 도움이 될까요?
  03 뉴스 TOP5 - '팬덤 마케팅에 빠진 롯데월드'

   

신세계 임원인사에 담긴 속내와 이후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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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은 필연이었습니다

신세계의 이른 임원인사가 연일 화제입니다. 사상 최초로 신세계와 이마트 대표가 동시에 교체되는 등, 무려 전체 대표이사의 약 40%가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이뿐이 아닙니다. 여러 계열사를 동시에 맡는 겸직 CEO만 4명이 선임되었을 뿐 아니라,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SSG닷컴, 지마켓 등 6개 리테일 브랜드를 하나로 묶어,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라는 새로운 운영구조를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마트는 연일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 부진을 보이고 있고요. 한때 잘 나가던 신세계 백화점마저 성장률 둔화와 영업이익 급감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경영진 대거 교체라는 강수를 먼저 둘 수밖에 없었던 거죠.

통합 MD, 통합 DT, 통합 멤버십

이번 임원인사를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하면, '통합'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이마트는 유통업계 1위 그룹의 타이틀을 쿠팡에 내주었고요. 신세계 그룹 전체로 보아도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유통부문만 따지면 사실상 따라 잡힌 상황입니다. 이렇게 신세계가 쿠팡의 기세에 눌린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대기업 특유의 굼뜬 의사결정과 계열사 간 내부 경쟁으로 인한 투자 분산입니다. 이러한 자아성찰이 있었기에, 이번 인사로 겸직 CEO를 세워 계열사 간 장벽을 허물고, 통합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운영구조를 도입한 것으로 보이고요. 


이를 통해 신세계 그룹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통합 MD 전략을 통해 마진 확대라는 실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 경쟁사 롯데쇼핑은 마트와 슈퍼 부문을 강성현 대표가 겸임하게 하면서 MD부문을 통합시켰고요. 이를 통해 바잉파워가 확대되면서 매출총이익률이 전년 대비 약 2%p 개선되면서 실적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이마트와 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합산 연간 매출액 규모는 20조 원에 달하는데요. 산술적으론 매출총이익률이 1%p만 개선되어도 약 2,000억 원의 이익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세계 그룹의 아킬레스 건이라 할 수 있는, DT(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 전략 역시 통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간 신세계의 DT는 구조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습니다. 자원과 시간은 한정적인데, 계열사 간 중복 투자로 인한 낭비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퀵커머스 사업이 대표적으로,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는 제각기 이를 테스트하며 힘을 분산시켰습니다. 결국 셋 중에 시장에 제대로 안착한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요. 일각에서는 이번 겸직이 '맞춤경영'을 어렵게 만들 거란 우려하고 있긴 하지만, 적어도 DT 전략에선 보다 통합된 움직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야심 차게 내놓은 통합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에 조금 더 힘이 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세계 그룹은 잃어버린 유통 시장 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대대적으로 유료 멤버십 개편을 단행하였지만, 초기 평가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생각보다 파급력이 미미했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계열사 별로 이를 대하는 온도차가 있었던 것은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일례로 가장 범용성이 높은 이마트24 관련 혜택은 아예 부재하기도 했고요.  그렇기에 이번 인사를 계기로 그룹 전체가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최우선순위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에 두고 움직인다면, 분명 새로운 반전을 기대할만할 겁니다.

여전히 한 끝이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임원인사에 담긴 신세계의 고민과 기대하는 바를 차근차근 살펴보았는데요. 최근 많은 이들이 신세계 그룹, 특히 이마트에 대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경영진의 위기 대처 능력이 부재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실제로 신세계는 한 박자씩 빠르게 과감한 결단과 변화에 나서고 있고요. 그래서인지 롯데쇼핑에 비하면 여전히 신세계의 상황이 나은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들이 경쟁하는 쿠팡이 이보다 더 빠르고 과감하다는 건데요. 이번 임원인사 역시, 그 한 끝이 여전히 부족해 보여 안타깝습니다.

무엇보다 온라인 전문가가 최고 경영진 중에 부재하다는 건, 특히나 아쉬운 일입니다. 이번에 새로이 이마트의 수장이 된 한채양 대표만 해도 검증된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이는 건 사실이나, DT를 진두지휘할 인물로 어울려 보이지 않습니다. 월마트에 디지털 DNA를 심어주었다고 알려진 마크 로어 제트닷컴 창업자와 같은 이커머스 전문가가 신세계 그룹엔 정말 필요합니다. 물론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를 만든 이석구 전 스타벅스 대표처럼, 온라인 비전문가도 DT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신세계는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포스트인, 이마트와 지마켓의 대표이사가 모두 기획/재무 전문가라는 점도 위험 요소입니다. 현재 신세계 그룹, 더욱이 이마트에게 수익 개선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할 구체적인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기도 한데요. 지나치게 수익 개선으로 모든 의사결정이 쏠리면, 골든타임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우려됩니다.

마지막으로 통합의 범위가 여전히 이마트 계열 내에서 끝난 점 역시, 향후 '이마롯쿠' 경쟁에선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겁니다. 덩치는 크지만 여전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쿠팡은 물론, 대부분의 유통 계열사들을 하나로 모아 거느리고 있는 롯데쇼핑과 달리, 신세계 그룹은 백화점과 마트 간 경계선이 뚜렷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사실 총력전이 아니고서야, 반전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넘어, 정말 그룹 전체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정말 제대로 된 신세계의 반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매출에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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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오늘도 여전히 줄이 깁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오픈한 지 어언 2달이 되어가지만 인기는 식을 줄을 모릅니다. 최소 2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곳 잠실점엔 이렇듯 줄 서는 매장이 런던베이글뮤지엄뿐이 아닙니다. 바로 옆에 문을 연 블루보틀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요. 올해 3월 문을 연 노티드월드 역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몰린 인파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하나의 의문이 생기곤 합니다. 과연 이들 식음료 매장들이 백화점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리고 이들의 파급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백화점 MD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물론 이러한 핫한 매장들이 얼마나 매출에 기여했는지는 내부자가 아닌 이상 정확하게 알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잠실점 전체를 찬찬히 둘러보면서, 단지 유명한 맛집을 입점시킨 것이 아니라, 그 뒤에는 얼마나 철저한 기획과 고객 경험 설계가 숨어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순 있었습니다.

개미지옥을 만든 건 공간 설계

우선 맛집이 백화점의 핵심 테넌트가 된 것은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긴 합니다. 2015년 현대백화점 판교점 돌풍을 상징했던 매그놀리아 베이커리가 대표적이었지요. 하지만 최근 이들 맛집 테넌트가 맡은 역할은 다소 변화한 걸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집객 자체가 이들의 임무였다면, 최근에는 집객은 물론 체류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줄 서기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부터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2-3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 고객이 포기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지만요. 최근에는 대기를 걸어두고, 자연스레 근처 매장으로 이동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대기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지역 명물 음식의 팝업스토어처럼, 구매 자체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제는 단지 음식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공간에 머무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트렌드가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오프라인 MD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렇게 대기를 걸은 고객이 매장 밖으로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머무르게 만드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함께 각광받게 된 곳이 바로 체험 요소를 강화한 리테일 매장이었습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위치한 롯데월드몰 1층에는 블루보틀뿐 아니라, 애플 스토어, 젠틀몬스터, 이솝, 르라보 등의 매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매장 경험을 중요시 여긴다는 거고요. 일단 캐치테이블이나 테이블링으로 줄 서기를 한 고객들은 자연스레 이들 매장을 방문하여, 시착과 시향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매장 안에 머무르게 되는 건데요. 여기에 예약이 아닌 웨이팅은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트리거가 더해지자, 더욱 고객들의 발길은 멀리 떠나지 않고 붙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당연히 최종 목표인 매출 전환까지 고객을 이끌어야 하는데요. 이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구매 전환 효율이 좋은 SPA 브랜드 매장들입니다. 잠실점엔 유니클로, 자라, H&M은 물론, COS, 마시모두띠 같은 프리미엄 SPA 브랜들까지 모두 입점해 있습니다.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고객들은 자연스레 부담 없는 이들 매장에서 구매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당장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이후 이들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재방문과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여기에 마르디 메크르디 같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나, 강력한 팬덤을 지닌 아더에러, 칼하트윕 등의 매장을 입점시켜 더욱더 이러한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철저한 공간과 고객 경험 설계가 있었기에,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한 번 방문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이 되어가고 있고요.

보다 더 치밀해져야 살아남을 겁니다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의 고객 경험이 주는 시너지는, 이들 경험의 총량이 커질수록 더욱 강력해지게 됩니다. 더현대 서울이나, 롯데백화점 잠실점 같은 대형 쇼핑몰들은, 이와 같이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한 여러 브랜드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더 큰 차별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이렇게 쌓아 올린 명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핫플들을 재차 수혈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더현대 서울이 팝업에 집착하거나,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끊임없이, 매장 내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요. 그래야만 고객이 질리지 않고, 다시 매장을 찾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지 리테일 매장뿐 아니라 상권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과거 다른 곳들과 달리 성수동이 더 오랜 기간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집객을 담당한 팝업스토어들과 기존부터 상권을 만들어온 특색 있는 F&B 매장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며 안정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다른 상권들이 젠트리피케이션과 함께, 대형 브랜드 위주로 거리가 재편되면서 매력을 잃었다면요. 팝업이라는 요소 덕분에, 성수동 상권은 그 차별성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점차 더 사람들의 관심사가 파편화된 시대에, 꾸준한 집객을 통해 상권을 유지하려면 결국 보다 치밀한 공간 기획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한 두 매장이 큰 명성을 얻으면 근처 상권 전체가 같이 흥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상권이 뜨려면 이러한 스타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계속 상권이 유지되고 더 나아가 성장하려면, 더 오랜 시간 고객이 머무를 수 있도록 여러 매장들이 역할을 잘 분담하는 건 물론, 신선함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치 또한 있어야 한다는 걸 앞으로 명심해야 할 겁니다.

  
외부 피드백으로 상품 발매 여부가 결정된다는데요

위험을 감수한 서비스명 변경, 성공과 실패 사례는

이제 F&B 매장이 상권의 흥행을 좌우하고 있습니다

중국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을 노리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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