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번째 편지 : 추억의 노래, 단골집, 그때 그곳

동구리와 제가 함께 사는 집 '오해피'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뜻밖의 호황을 누렸어요.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저는 음악을 선곡하는 역할을 맡곤 합니다. 대부분 그냥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틀지만, 그날의 날씨나 먹는 음식과 어울리는 음악을 생각해내기도 해요. 그러다가 술에 취하면 친구들이 "나 이노래 듣고싶어"하면서 저마다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합니다. 재밌게도 그 노래들은 대부분 8-90년대, 2000년대 유행했던 추억의 노래인 경우가 많아요. 친구들과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그때 그 음악을 들으며 따라 부르고, 춤도 추고, 추억을 회상합니다. 

요즘 저는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기 보다는 유튜브에서 '옛날띵곡'이나 '싸이월드bgm'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해서 들으며 아는 맛을 곱씹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이번 냠냠편지에는 추억을 불러오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유튜버를 소개하고 싶어요. '네방구석카세트가되고싶어'님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의 그리움들을 한껏 느낄 수 있답니다. 

새로운 맛도 좋지만 오늘은 익숙하고도 무서운 아는 맛을 음미하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떠신가요. 
🎧【Playlist】저희가 추억노래 많이 듣죠 -  네방구석카세트가되고싶어

구독자님, 예부터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계절마다 찾고 싶은 여행지, 허름해 보이지만 그만큼 오랜 단골이 많은 노포, 혹은 귀에 박히도록 들었는데도 다시금 반복재생하고 싶은 명곡처럼요.

편의점 신상과 갓 개업한 음식점에 열광하는 저이지만, 가끔은 ‘아는 그 맛’이 그리워서 수고롭더라도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는 단골 음식점을 찾아갈때가 있습니다. 익숙한 그곳의 분위기와 냄새, 친구같은 사장님과 깔깔거리며 나누는 담소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음식도 괜히 더 맛있게 느껴지는거 있죠. 그건 정말, 최신식 인테리어나 값비싼 식기로는 꾸며낼 수 없는 단골집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구독자님도 거실 소파처럼 마음 푸근해지는 단골 음식점이 있으신가요? 
혼자만 알기 아까운 그 마음, 저도 너무 잘 알아요!
답장으로 꼭 알려주세요.  

2015년부터 맛집 포스팅을 하고, 2016년부터 맛집 어플리케이션 망고플레이트에 맛집 리뷰들을 올리기 시작한 게 벌써 6년이 넘어가네요. 그 동안 저 역시 나나나 동구리처럼, 어느새 익숙해진 것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게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편지엔 특별하지는 않지만, 제가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1년에 한 두 번씩은 꼭 방문해온 음식점들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함께 적어보려 합니다.

봉추찜닭, '찜닭 小' / 출처: AlexTheFood Instagram
첫 번째로 소개드릴 곳은 바로 봉추찜닭이에요. 대학교 새내기 시절, '선배가 이뻐하는 후배 밥 사주는 곳'이 3군데 있었는데, 그 3곳이 바로 아웃백과 아비꼬, 그리고 봉추찜닭이었답니다. 다른 대학가 밥집들에 비해 가격대도 좀 있는 편이었고, 무엇보다 누룽지 볶음밥이 너무 사기였어서 항상 TOP3에 꼽히지 않았나 싶어요.

봉추찜닭, '누룽지 볶음밥' / 출처: AlexTheFood Blog
누룽지 볶음밥은 말 그대로 밥을 작은 누룽지 전용 팬(?)에 꾹꾹 눌러담아 누룽지를 만든 뒤, 그 누룽지를 남은 찜닭 소스에 비벼먹는 메뉴였는데, 그게 어찌나 맛나던지요. 그 맛을 잊지 못해서 복학한 후에도, 블로거 때도, 회사 다닐 때도, 퇴사한 이후에도 1년에 한 두 번씩은 꼭 방문하곤 해왔던 것 같아요. 1인분이 없어 항상 같이 갈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게 참 귀찮기는 했지만, 그래도 방문해서 누룽지 볶음밥까지 만들어먹고 나오면 몸도 마음도 막 든든해지는 거 있죠? 제가 믿고 보는 리뷰어님께서 이 봉추찜닭 리뷰에 '생명력이 긴 프랜차이즈는 이유가 있다'고 말씀하신 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최고집칼국수, '바지락칼국수' / 출처: AlexTheFood Blog
두 번째 식당은 봉추찜닭 못지 않게, 수도권 내에만 10개 정도의 분점이 있는 최고집칼국수예요. 제가 고등학생 때, 가족끼리 용인 수지에 있는 지점을 방문한 이후로 종종 방문했던 곳인데요. 항아리에 나오는 맛있는 김치,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바지락과 쫄깃한 칼국수면을 먹고 있으면, 이 변하지 않는 시원한 맛에 얽힌 기억들이 머리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더라구요.

최고집칼국수, '바지락칼국수' / 출처: AlexTheFood Instagram
사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전 이 최고집칼국수가 수지에서 개인 사장님께서 하시는 업장인 줄 알았는데, 답십리 근처를 혼자 산책하다 발견하고나서야 프랜차이즈임을 알았지 뭐예요. 덕분에 날이 좀 쌀쌀하고 몸이 으슬으슬해질 때마다, 혼자 방문해서 뜨끈-한 바지락 칼국수를 한 사발하고 나오곤 합니다. 엄마가 늘 말씀하시던 "국물이 진짜다~"라는 말이 계속 떠올라서 국물까지 싹 비우고 나오게 되는 곳이에요.

행복치킨, '순살닭강정' / 출처: AlexTheFood Blog
마지막은 제가 제일 애정하는 피자, 치킨, 햄버거- 그 중에서도 최애 치킨 브랜드행복치킨입니다. 수지/분당을 중심으로만 6개의 지점이 있어,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치킨 집인데요. 원래 파닭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곳의 순살 닭강정이 제 입맛에 가장 잘 맞더라구요. 배달을 하지 않는 치킨집이라 방문해서 먹거나 테이크아웃을 해야만 하는데, 그런 수고를 굳이 들여서 먹을 정도로 참 좋아하는 치킨 집입니다.

행복치킨, '순살닭강정' / 출처: AlexTheFood Instagram
마늘과 청양고추로 기름을 내어 함께 볶은 치킨이라 예전엔 꼭 "청양고추 빼주세요~"하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최근엔 청양고추가 없는 게 기본 옵션이라 매운 맛을 즐기시는 분들은 "청양고추 좀 더 넣어주세요~"하고 주문할 때 말씀해주시면 더 취향에 맞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양념이라 자극적이면서도, 튀긴 후 기름에 또 볶아내어 누룽지스러운 식감을 내는 튀김을 먹고 있으면, 행복치킨과 함께했던 수많은 기억들에 잠기게 되더라구요.

누군가는 음악으로, 누군가는 향기로, 누군가는 대화로 자신의 순간순간을 기억한다는데, 저는 다녀온 곳들을 리뷰로 남기다 보니 리뷰를 볼 때마다 그 때의 기억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엔 한 번 다녀온 곳들은 재방문해도 리뷰를 잘 남기지 않았었는데, 요새는 재방문한 곳들도 그냥 리뷰로 남길까 고민 중이랍니다. 사진 꺼내보는 것 이상으로 그 맛과 분위기, 그 때의 제 생각, 감정들을 되새길 수 있는 게 참 좋아서요.

구독자 님은 어떤 방식으로 행복했던 때를 추억하시나요? 자신만의 경험을 기록하는 방법이 있으시다면, 아래의 답장우체통을 통해 공유해주세요. 없으셔도 좋습니다. 음악으로 기억하는 나나, 그림으로 기록하는 동구리, 리뷰로 남기는 저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구독자 님의 경험들을 이어가보세요. 언젠가 냠냠편지도 구독자 님께 익숙한 음악, 만화, 음식점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며, 이번 편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인스타그램에서 뵐게요 :D
앞으로의 냠냠편지도 기다려진다면 구독해주시고, 친구에게도 공유해주세요 :)
냠냠편지를 쓰는 이들에게 힘이 됩니다!
냠냠편지에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 궁금한 점 또는 하고 싶은 아무말이 있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 
답장을 기다릴게요.
냠냠편지에 답장하신 다른 분들의 생각이 궁금하시다면, 답장 우체통을 확인해주세요.
(냠냠편지의 답장과, 답장의 답장이 공유되어 있답니다! 만약 공개를 원치 않으신다면, 본 메일주소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