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슬립> (감독 김태훈)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87 〈빅슬립〉
12월 6일 오늘의 큐 💡   
Q. 어젯밤, 안녕히 주무셨나요? 💤
님, 밤새 편안한 잠 주무셨나요? 😴 저는 매일 8시간 정도는 자려고 노력하는데요. 할 일이 태산이라 8시간을 못 채우는 날이 허다하기도 해요. 그럴 땐 주말에 낮잠을 실컷 자면서 평일부터 밀린 잠을 한 번에 몰아 자기도 하구요. 며칠 연속으로 잠을 덜 자기라도 하면, 바로 감기에 걸린다거나 🤧 면역력이 안 좋아지는 걸 곧장 느끼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우리에게 잠은 하루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찌나 잠을 설치고 있는지 '빅'슬립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요. 바로 김태훈 감독의 영화 〈빅슬립〉 속 기영(김영성)과 길호(최준우) 이야기입니다. 가출 청소년 친구들과 함께 빈집털이를 하며 밤을 지새우는 게 일상이었던 길호는 문득 그런 생활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우연히 기영의 집 앞에서 잠에 들었다가 기영에게 발견됩니다. 기영은 길호를 낯설게 여기다가도 불현듯 길호로부터 오는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그때부터 영화는 둘의 상황과 감정을 정처 없이 뒤따르기 시작하지요.
오늘은 낯선 사람에게 과연 얼마만큼의 마음과 공간을 내어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볼까 해요. 〈빅슬립〉으로부터 뻗어 나온 인디즈의 글은 어쩌면 님께 안심으로 가득한 단잠을 선물해 줄지도 모르겠어요. 🛌💤
오늘 만나 볼 이야기

1. 👨‍👦 무방비가 기꺼운 관계 - 〈빅슬립〉
2. 👣 서로의 궤적을 맞대어 보는 일 - 〈괴인〉과 함께
3. 🎞️ 길호, 진호 그리고 '민혁이 동생 승혁이'!
4. 🔊 〈빅슬립〉, 좀 더 알고 싶다면? - 인디토크 소식
무방비가 기꺼운 관계
〈빅슬립〉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문득 한 가수의 인터뷰를 떠올렸다평소에 자주 찾아 듣는 가수는 아니었지만그와 내가 청년으로 동시대를 보내기에 빚진 위안들이 있었고특히나 에 관한 고백이라면 인상 깊게 새겨들은 기억이 있기에 잔잔하게 물결치는 잠의 감각 안에서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불면증을 앓고 있다고 밝힌 그 가수는 깊은 잠을 노래하는 곡에 대해 “조그마한 기척에도 잠을 설치고 경계하는 어른이 된 것이 문득 슬퍼지는 밤을 담았다.”고 부연했다그러면서 인터뷰어가 무엇을 경계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잠드는 것을 경계하는 게 아닐까.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을.”이라고 덧붙였다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경계하며 그의 노래를 들었다귓가에 흘러드는 잔잔한 선율과 사람에 치여 지하철 구석으로 수납되는 몸이 서로 불화하는 순간이었다.
어찌저찌 집에 들어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한숨 돌리는 그 순간까지가 노래의 완성이었다. 굳게 닫히는 현관문 소리와 뒤이어 들리는 도어락 소리는 여기서부터는 긴장을 풀고 안심해도 좋다는 집의 확언과 같다. 어깨에 얹힌 무게들을 하나씩 덜어내 가면서 길호뿐 아니라 기영에게도 오랫동안 ‘집’이 부재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공간으로써의 집이 아니라, 잠을 자고 밥을 먹어도 그곳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편안하지 않다면 어떠한 의미에서는 아직 집을 찾지 못한 것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중략)

인디즈 진연우

〈빅슬립〉

감독 김태훈|출연 김영성, 최준우

113|드라마|15세이상관람가


오늘도 거리를 헤매던 길호는 우연히 만난 기영의 호의로 하룻밤을 그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단지 하룻밤이지만 길호는 기영의 거친 태도 속에 다정함을, 기영은 길호의 믿지 못할 행실 속에 연약한 결심을 눈치챈다. 

하지만 각자 지리멸렬한 낮을 지나, 뜬 눈으로 밤을 지켜낸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야 마는데...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 나누고 싶은 마음 한 칸을 지켜낼 수 있을까?

서로의 궤적을 맞대어 보는 일

〈빅슬립〉과 〈괴인〉


사뭇 달라 보이는 두 삶을 맞대어보면 공통점이 드러난다. 반대로, 아무리 닮아 보이는 두 삶도 극명히 분별되는 지점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빅슬립〉의 길호(최준우)와 기영(김영성)은 마치 한 사람을 두 시제로 갈라 나눠놓은 듯한 인물들이다. 마치 어느 누군가의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여주는 듯한 두 사람은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잦은 가출의 경험을 공유한다. 누군가를 가여워할 줄 아는 마음 역시 꼭 닮은 둘은 서로의 심리적 여백에 각자의 몸을 조금씩 비집고 들어서며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한다.

 

〈빅슬립〉은 공통점이 풍부한 두 인물을 내세우면서도 이들의 매끄러운 결합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영화는 두 인물이 그간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 앞으로는 이해할 수도 있는 것들, 어쩌면 앞으로도 영영 이해하지 못할 것들에 대해서도 숙고한다. 타고난 성정과 배경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나와 타인이 쉽게 융화되는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영화는 이 지점을 염려한 듯, 두 인물의 조우가 마침 잘된 일이었다는 듯 쉽게 결론 내리지 않는다.

 

〈빅슬립〉이 같으면서 다른 두 인물이 관계를 맺는 이야기에 집중한다면 이정홍 감독의 〈괴인〉은 관계 속 타인이라는 존재의 본질에 보다 깊숙이 침투한다. 달리 말하면 〈빅슬립〉이 길호와 기영이 상호 간의 매듭을 짓고 풀어내는 과정에 주목하는 한편, 〈괴인〉은 주인공 기홍이 마주치는 모든 인물들을 마치 불투명한 실루엣처럼 만들어 내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즉 〈빅슬립〉과 〈괴인〉은 공통적으로 익숙한 타인을 마주했을 때 오는 낯섦과 낯선 타인과 맞닥뜨렸을 때 만져지는 익숙한 촉감을 품고 있다. 일견 다른 영화처럼 보이는 두 작품은 모두 우리에게 하여금 자신의 삶의 궤적을 타인과 맞추어보는 데에서 비롯되는 희망과 절망을 반추하게 한다는 지점에서 맞닿아 있다.

 
인디즈 김채운

〈괴인〉 

감독 이정홍|출연 박기홍, 최경준, 전길

136|드라마|15세이상관람가


운전을 하던 목수 ‘기홍’은 자신의 차 지붕이 찌그러진 걸 우연히 발견한다.
공사 중인 학원 앞에 세워 둔 차 위로 누군가 뛰어내린 사실을 알게 된 기홍은 범인을 찾자는 집주인 ‘정환’의 부추김에 늦은 밤 학원으로 향하고, 신원 미상의 인물이 창밖으로 도망치는 것을 목격하는데…
“누군가 창밖으로 뛰어내린 밤부터 모든 것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 길호, 진호 그리고 '민혁이 동생 승혁이'!
'가출 청소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을 괴롭히는 일에 앞장서지는 않았던 소년 '길호'를 연기한 최준우 배우의 앳된 시절을 소개합니다. 최준우 배우는 저번 인디즈 큐 〈비밀의 언덕〉 편에서도 소개해 드린 〈흩어진 밤〉의 주인공 '진호'이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그보다도 더 예전에 촬영했던 〈민혁이 동생 승혁이〉라는 단편을 소개합니다. 가족을 향한 애타는 여러 갈래의 감정을 연기한 최준우 배우의 모습을 엿보며, 앞으로의 작품들을 기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민혁이 동생 승혁이〉

감독 김덕근|출연 최준우, 김영선

19분|드라마|2017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사하는 날, 승혁은 엄마가 자신이 아닌 형 민혁을 데려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를 양보할 수 없는 승혁은 혼자서 학교를 못 가는 형 민혁을 홀로 학교에 보낸다.

🔊〈빅슬립〉, 좀 더 알고 싶다면?
기영과 길호의 캐릭터 연출부터, 어떻게 '잠'이라는 소재로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영화를 보며 궁금하신 분들도 많으셨겠지요? 이런저런 궁금증을 해결해 줄 인디토크 소식을 전합니다. 바로 다음 주 화요일 저녁, 인디스페이스에 영화 〈빅슬립〉을 연출한 김태훈 감독이 찾아옵니다. 그것도 정성일 평론가와 함께요! 어떤 방식과 시선으로 〈빅슬립〉을 새로이 바라볼 수 있을지 그 방법이 궁금하다면, 영화 연출에 있어서 궁금했던 점이 많았다면! 아래 '인디스페이스 예매하기'를 통해 대화에 참여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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