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네이버 실적 분석 2.네이버 에이블리 인수
 2024.02.07 24-006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네이버의 마이너스 성장이 시사하는 건
  02 네이버가 에이블리를 인수하면 안 되는 이유
  03 뉴스 TOP5 - '당근 리브랜딩 비하인드 스토리'

   

네이버의 마이너스 성장이 시사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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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도 이제 역성장합니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이 마침내 역성장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네이버의 2023년 4분기 실적 보고에 따르면, 전체 커머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포시마크 인수 효과 제외 시)에 그쳤는데요.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4분기 이커머스 거래액 성장률 10.6%(잠정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네이버 김남선 CFO는 지난 2022년 2분기 실적 보고에서 네이버와 쿠팡을 제외한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전부 역성장할 거라고 예측했었는데요. 불과 1년 만에 네이버마저 같은 신세가 되어버린 겁니다. 이러한 거래액 역성장은 네이버가 커머스를 포함한 전체 사업 부문에서 역대급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이커머스 시장 내 영향력은 오히려 축소될 것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은 네이버 하나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쇼핑 공식이 변했습니다

과거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독과점 사업자가 나오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많은 고객들이 쇼핑의 첫 시작을 네이버 가격 비교 검색과 함께 했고요. 셀러들은 솔루션을 통해 한 번에 여러 오픈마켓에 동시에 상품을 등록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과 상품 구색 측면에서는 그 어떤 사업자도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대부분의 경쟁 양상은 네이버 상위 노출을 확보하기 위한 쿠폰을 붙이는 정도에 그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스토어가 탄생하면서, 커머스 플랫폼들은 네이버로부터의 독립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스마트스토어는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셀러들을 끌어모았고요. 이는 기존 플랫폼들의 입지를 위협했습니다. 여기에 네이버의 플랫폼 지배력 남용 이슈도 있었고요. 그리고 쿠팡의 등장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킵니다. 쿠팡은 가격과 구색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인 편의성 측면에서 압도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며, 고객이 네이버 검색이 아닌 쿠팡 앱을 먼저 찾도록 만들었는데요. 다른 플랫폼들 역시 이를 벤치마킹하여 네이버 의존도를 줄이고, 앱 비중을 급격히 늘려 나갑니다.


특히 작년과 재작년에 불경기가 심화되자, 플랫폼들은 불필요한 마케팅 지출을 줄이고, 충성도가 높은 앱 고객에 더욱 집중하였는데요. 실제 데이터로도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주요 오픈마켓들과 무신사와 같은 버티컬 플레이어의 앱 비중은 크게 늘어난 반면, 네이버 쇼핑 내 클릭량은 역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되어 갈 것이고요. 이에 따라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결국 버티컬로 향할 겁니다

2020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김연희 당시 대표는 이커머스 시장을 카테고리 기준으로 생필품(Commodity), 식품(Grocery), 패션 및 뷰티(Vertical)라는 3가지 형태로 구분하며, 특히 생필품에서 네이버가 강력한 검색을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었습니다. 다만 검색 단계부터 고객이 이탈하자, 네이버 커머스 사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더군다나 초저가를 무기로 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이 등장하면서 가격 비교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있습니다. 애써 키운 셀러 생태계 자체가 중국 도매에 의지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고요. 그런데 그렇다고 네이버가 식품을 강화할 수도 없습니다. 네이버는 장보기 커머스에 필수적인 배송 역량이 부재하고요. 따라서 쿠팡과 컬리와 직접 경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래서 네이버는 버티컬, 특히 패션 카테고리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기존 공식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버티컬에서 찾고자 함인데요. C2C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부터 패션 관련 서비스를 통합한 패션타운 오픈, 크림의 신규 투자 유치 등이 모두 이러한 결에서 일어난 액션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바로 부인하긴 했으나, 에이블리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기사화되기도 했고요.

다만 문제는 여기에도 무신사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무신사는 신진 패션 브랜드와 동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였고요. 전통적인 패션 브랜드들은 네이버와 손잡기보다는 D2C 채널 육성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네이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앞으로 네이버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갈지 꾸준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네이버가 에이블리를 인수하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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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설, 충분히 나올 법합니다만

지난 2월 2일 갑작스럽게 네이버가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수는 사실무근이라며 빠르게 이에 대해 부인하긴 했는데요. 최근 네이버 커머스 사업의 실적 추이를 보면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네이버는 거래액 성장이 둔화되자, 거래액 대비 매출 비중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단기적으론 이러한 접근이 실적을 개선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깎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네이버가 버티컬 시장, 특히 패션 카테고리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패션 플랫폼 인수를 타진할 만한데요. 다만 에이블리가 그 대상으로 적합하냐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너무 잘해서 오히려 문제입니다

물론 에이블리의 현재 기세는 매우 좋습니다. 지난해 창사 5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였고요. 여성 패션 시장을 두고 벌여온 지그재그와의 오랜 경쟁에서 점차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에이블리는 전혀 급할 게 없는 상황인데요. 따라서 인수 협상이 벌어진다면 거론되는 몸값은 기존의 1조 원 내외보다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곧 투자 대비 가성비가 나오기 어렵다는 뜻인데요. 파산 직전의 파페치를 비교적 헐값에 인수한 쿠팡처럼 적절한 타이밍을 찾을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에이블리의 외형 규모는 네이버 커머스의 전체 성장을 담보할 만큼 크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거래액은 2022년 기준으로 약 1조 2천억 원이라 하고, 작년 성장했다곤 하나 최대 2조 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기에 꾸준히 성장 중이라곤 하나, 작년 기준으로 연간 거래액 43조 원에 달하는 네이버 커머스의 대안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에이블리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동대문 풀필먼트가 현재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애초에 에이블리가 주목받았던 포인트 중 하나가, 동대문 기반의 풀필먼트 역량을 갖췄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동대문 패션 물류는 내부 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해 효율화가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주요 동대문 사입 플랫폼들이 풀필먼트 서비스들을 잇달아 종료하고 있고요. 이에 따라 에이블리는 브랜드 육성을 또 다른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이미 무신사가 선점하고 있기에 차별화된 강점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이미 대안도 있습니다

이처럼 에이블리는 최근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인수하기엔 부담스럽고, 그걸 감수할 만큼 네이버에게 절실한 존재는 아닙니다. 때문에 앞서 나온 네이버의 공식 입장처럼 이번 인수 기사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네이버에게는 이미 크림과 포시마크라는 훌륭한 대안이 존재한다는 면에서 더욱 그러한데요. 크림의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건 사실이지만, 이미 조 단위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고요. 리셀 플랫폼에서 브랜드 패션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포인트입니다. 포시마크 역시 인수 당시 우려와 달리 체질 개선에 성공한 모양새이고요.

따라서 네이버는 조급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커머스 부문의 거래액 성장이 정체되었지만, 매출액은 급격히 늘어나면서 확실한 수익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고요. 이미 가진 카드도 많습니다. 다만 확실히 크림이나 포시마크의 성장성만큼은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에이블리 인수가 예상대로 백지화된다면, 적어도 패션 카테고리 강화를 위한 별개의 투자 소식이 전해질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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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주에 다이소와 올리브영의 경쟁 구도에 관한 글을 아웃스탠딩에 기고하였는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씩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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