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4 오픈했습니다.

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현점원입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두터워진 옷차림이 눈에 띕니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인플루엔자 유행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하죠. 특히 올겨울은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구독자님은 클래식 음악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출퇴근길에 듣는 클래식 음악이 피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재밌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완화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해요. 


실제로 클래식이 건강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구독자님께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소개해 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언제나 건강한 모습으로 우편함을 열어보실 수 있기를 바라며, 

68번째 편지를 구독자님께 보냅니다.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전쟁이 발발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남부에서 열리고 있던 레임 키부츠 음악 축제 현장에도 무차별적인 공격이 가해지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하죠.


인류는 전쟁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전쟁과 갈등은 끊임없이 우리의 곁에 존재하며 삶에 뚜렷한 흔적을 남겨왔습니다. 그리고 여지없이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죠. 전쟁의 비극을 묘사하거나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어떤 음악가들은 징집의 대상이 되었으며,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많은 음악가들은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고통의 순간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음악을 전해왔습니다. 


오늘은 이런 음악가들의 노력이 단 한 명에게라도 더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전쟁과 갈등, 분쟁 속에서도 평화를 노래한 음악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 2011년 8월 15일 임진각에서 열린 '평화콘서트'
바렌보임 &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LUIS CASTILLA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한 오케스트라에?! 🎼 바렌보임과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아르헨티나 태생의 이스라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을 외치는 대표적인 반전운동가 중 한 사람이죠. 그는 지난 1999년 팔레스타인 출신의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중동, 아랍, 이스라엘의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습니다. 바렌보임은 “저희는 연주를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요.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전제하에 말이죠”라고 말하며 가장 분쟁이 심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문화권에 있는 이들이라도 음악이라는 목적 아래에 평화롭게 모여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는데요. 극한으로 치닫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속에서,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화해의 시작은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하는 바렌보임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환희가 아닌 자유의 송가 🍀 베토벤 ‘합창’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 성탄절엔 특별한 ‘합창’ 교향곡이 연주되었습니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미국·소련·영국·프랑스·독일의 명문 악단들로 구성된 연합 오케스트라와 함께 화합의 장을 만든 것인데요. 오랫동안 기다려 온 자유를 기념하기 위해 합창단은 피날레의 가사를 환희(Freude)에서 자유(Freiheit)로 바꿔, 일명 '자유의 송가'를 노래했습니다. ‘고뇌를 벗어난 환희’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합창 교향곡은 이처럼 전 세계 자유의 출발점에서 연주되곤 하죠. 1989년, 체코 필하모닉은 비폭력 평화 시위로 공산 독재를 무너뜨렸던 체코 혁명 직후에 ‘합창’을 연주하기도 했는데요. 평화의 노래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한국을 노래하다, 원 코리아 🇰🇷

“나는 음악인이기 이전에 한국인이고 한국인으로 제일 중요한 일은 남북한 문제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이끄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남북한 교류를 목적으로 한국 출신 연주자들이 모인 교향악단입니다. ‘하나되는 한국’을 표방하며 평화를 노래하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2019년, 북한 연주자와 함께 합동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계획이 무산, 정명훈 음악감독이 직접 연주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특히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과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를 지휘하기도 했죠. 화합의 음악이 펼쳐질 그날을 기대하며, 정명훈 지휘자와 원 코리아가 연주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들어보세요.


총성을 멈춘 첼리스트의 선율 🎻

1992년, 포탄으로 사라예보 시민이 사망한 내전의 폐허 속에서 베드란 스마일로비치는 첼로를 들었습니다. 사라예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인 그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유고연방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이후 시작된 공격의 희생자 22명을 기리기 위해 연주를 시작했는데요. 저격수가 배치된 장소 한가운데에서 그는 토마소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선율을 22일간 연주했고, 이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이 되었습니다. 영국 작곡가 데이비드 와일드는 무반주 첼로곡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를 작곡했으며, 첼리스트 요요 마는 후일 국제 첼로 페스티벌에서 객석에 있던 스마일로비치에게 포옹으로 감동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우리 같은 사람에게 그것은 몸의 장기 하나를 잃는 것과도 같을 것이며 감각 하나를 반쯤 또는 전부 상실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슈베르트 가곡 하나, 모차르트 한 소절, 미사곡과 소나타가 울려와 환히 빛나며 우리를 흔들어 깨우고 우리의 고통스러운 상처 위에 사랑의 약손을 얹어주는가… 

아,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중에서

요즘 다시 책 읽기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구립도서관에 생각보다 양서가 많다는 것과 어느 다독가의 북 리스트를 보며 독서에 대한 열망을 되찾았습니다. 광화문 광장은 11월2일까지 책마당 공간을 운영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책을 읽을 기회는 꽤 많습니다. 오늘은 최근 흥미롭게 읽은 음악에 대한 책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음악에 대한 단상을 기록한 에세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책들이에요.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 헤르만 헤세 저 (김윤미 옮김), 북하우스 

데미안』 『유리알 유희』의 작가, 헤르멘 헤세가 엄청난 음악 애호가란 사실, 아셨나요?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음악은 헤세에게 가장 큰 예술적 영감을 준 통로였다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을 텐데요. 이 책에는 연주회, 작곡가, 음악에 대한 헤세의 기록들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음악, 연주회에 대한 그의 사색과 시들 - ‘쇼팽’, ‘소나타’, ‘일요일 오후의 <마술피리>’ 등등 - 은 마치 악보를 텍스트로 풀어낸 음악을 듣는 것 같이 아름답습니다.

유리알 유희의 작업 노트는 헤세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일종의 이스터에그 같은 재미를 줄 것 같고요.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 🔗 알렉상드르 타로 (백선희 옮김), 풍월당 

앞으로 소개할 두 권의 책은 음악가, 피아니스트들이 쓴 책입니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쓴 에세이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 예술가의 감성이 물씬 느껴진달까요? 타로의 일기를 보는 듯, 그의 섬세하고 내밀한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무려 4쇄나 발행되었는데요, 금주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한 내한 공연을 앞두고, 책을 출간한 풍월당에서 뒤늦은 출간기념회 & 쇼케이스가 있다고 하니 타로의 팬이라면 기억해 두세요.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 🔗 스티븐 허프 (김하현 옮김), 현암사

영국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교육자이가 작가인 스티븐 허프가 적은 ‘음악에 관한 짧은 생각들’ - 책의 부제 - 을 기록한 책입니다. 타로와 허프는 피아니스트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책은 크루아상과 스콘의 식감만큼이나 다르답니다. (하지만 둘 다 좋아해요.) 비교하며 읽으면 꽤 재밌습니다. 암보는 곡을 배우는 훈련이라며 피아니스트에게 암보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허프, 반면, 악보는 닻과 같아서 결코 악보 없이 연주하지 않는다는 타로. 

이 책은 허프의 음악, 교육, 종교에 대한 그의 철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의 깊은 지성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히는 책이랍니다.

마지막으로, ‘클래식 음악’의 ‘보편적인 단상’에 대한 스티븐 허프의 단상을 전하며 오늘의 취향일지를 마무리합니다. 


…언젠가 한 택시운전사가 내게 직업이 뭐냐고 물었다. 

“음악가에요. 클래식 피아니스트요”
“ 아, 저도 클래식 좋아해요.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 그가 대답했다.

이 말은 진지한 음악에 대한 최대의 모욕이다. 음악은 우리를 자극하고 우리에게 흥분과 감동을 줘야한다. 우리를 고무하고,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아야 한다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 중에서

“음악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언제나, 자신이 인간임을 기억하자고.”


‘오늘의 소식’에서 전해드린 이야기처럼 많은 음악가들이 다양한 갈등과 분쟁 속에서 평화를 노래합니다. 그중에서도 세계 각지에서 음악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대표적인 음악가가 있는데요. 바로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 마입니다.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며 음악의 존재 의미와 더불어 인류가 직면한 사회 현상을 똑바로 마주 보게 되었고, 첼리스트가 아닌 그저 인간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 요요 마 -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집 (Six Evolutions - Bach: Cello Suites)


“두려움은 우리를 작게 만들지만, 문화는 우리를 커지게 합니다”

문화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믿는 요요 마의 진실한 마음,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탄생한 ‘바흐 프로젝트’는 세계 분쟁·주요 지역을 주요 무대로, 그가 고통스러울 때 많은 의지가 되었다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18년에 시작된 이 음악 여정은 총 6곡, 36개 악장으로 구성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의 구성에 맞추어 6개 대륙의 36개 도시에서 2년간 진행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서울은 그중 20번째 도시였는데요. 요요 마는 2019년 9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열린 ‘평화 음악회’를 통해 단 1대의 첼로로 수만 명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 요요 마 & 프렌즈 - 기쁨과 평화의 노래 (Song of Joy & Peace)

“평화가 주는 편안함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기쁨’은 없습니다”

요요 마가 레코딩 데뷔 30주년을 맞이해 발표한 이 앨범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파티를 연상케 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크완자 축제, 하누카, 동지 등 세계 각지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기념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앨범은 희망과 꿈, 기쁨을 가득 담아 격식 없는 순수한 ‘평화’를 노래합니다. 요요 마는 이 작품을 위해 재즈 보컬리스트 다이애나 크롤, 트럼펫 연주가 크리스 보티, 색소폰 연주가 조슈아 레드맨,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에드가 마이어 등 장르와 지역을 초월한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함께했는데요. 그야말로 요요 마와 그의 친구들이 여는 성대한 하우스 파티에 초대된 듯한 앨범이랍니다.

최근 요요 마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액스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전을 염원하는 연주 영상을 업로드 하기도 했고요. 얼마 전 기후위기를 알리고자 그레이트스모키산맥에서 다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요요 마가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이유는 그의 변하지 않는 음악과 더불어 따뜻한 인품과 인류의 평화를 위해 노래하는 진심 어린 행보에 있지 않을까요?

✔️ 우리 시대 최고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클래식 스타, 첼리스트 요요 마의 귀환! <효성과 함께하는 요요 마 첼로 리사이틀>이 11/2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집니다. 팬데믹 때 깊은 감동을 주었던 요요 마가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크리스마스 시즌,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3일 3색 크리스마스 콘서트 프로젝트의 티켓이 모두 오픈되었습니다. 지휘자 금난새와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이 선사하는 클래식 패밀리 콘서트🎁 <12/23 금난새의 크리스마스 선물> 2018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만나 환상 호흡을 펼칠 ‘황금 듀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듀오 무대✨ <12/24 리처드 용재 오닐 & 임동혁 on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 스테디셀러, 힐링과 낭만을 한 번에 잡는 축제🎅 <12/25 크리스마스 콘서트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까지! 행복의 기운이 가득할 크리스마스 콘서트로 놀러 오세요.

 

✔️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송년 콘서트 <선물: 바로크 멜로디>의 고풍미 가득한 공식 포스터가 공개되었습니다. 고음악의 진수를 보여 줄 초호화 게스트들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통해 따뜻한 연말 선물을 만끽하세요. (프로그램 곧 공개 예정🎀) 

 

✔️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TV 유튜브 공식 채널의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클래식 토크쇼 ‘두유노우? 클래식!’, 4K로 즐기는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공연 실황,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박현수의 목소리와 함께 떠나는 맛있는 여행일기 ‘친절한 디토씨의 세계여행 2’, 쇼츠로 만나는 ‘공연장 옆 잡화점’까지. 크클클TV는 모두의 하루가 클래식해지는 그날까지 계속됩니다💖


<공연장 옆 잡화점> 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