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에게 베트남은 너무 웃기고 아름답고 맛있는 곳이지만, 귀 따가운 경적과 매연으로 가득한 첫날의 하노이는 질서라는 것이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는 곳이었습니다. 미리 예약한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택시는 한 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났고, 유심을 사러 갔더니 인터넷으로 확인한 가격의 몇 배를 부르고, 길을 건너려고 기다려도 아무도 멈춰주지 않았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밥이나 먹자.”
검색으로 숙소에서 멀지 않은 평점 높은 식당을 찾아갔더니, 초록색 글씨로 식당 이름이 적힌 간판을 단 작은 공간에 몇 개의 식탁과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우두커니 간판과 공간을 번갈아 보며 당황한 배고프고 지친 두 사람 옆에 어디선가 초록색 그랩(동남아 택시/배달 앱) 티셔츠를 입은 작은 아저씨가 나타나 식당을 찾느냐 물으며 간판이 붙은 건물과 옆 건물 사이의 어두운 통로를 가리킵니다.
뭔가 수상쩍었지만 일단 그의 말대로 통로를 따라 걸어갑니다. 옆 건물 안쪽 일 층에 가정집으로 보이는 공간에서 옷을 입은 작은 푸들이 매섭게 짖어댑니다. 조금만 들어가면 바로 나올 줄 알았던 통로는 생각보다 길고 어둑어둑합니다. 통로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한가운데에 수돗가 비슷한 것이 보이고 이 길이 맞는 건가,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때 왼쪽 끝에 있는 문에서 한 여성분이 나오자, 뒤에 있던 그랩 아저씨가 그 문으로 들어가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