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dia's Note
‘나디아의 수요일’입니다. 오늘은 다들 좋아하실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의 이야기를 보내드립니다. 맨 아래 덧붙인 쇼팽 녹턴 Op.27 2번 연주 영상을 먼저 틀어두시고 그 삶의 철학을 천천히 읽어내려가며 평온한 오후를 보내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편지를 띄웁니다. 글 전문이 궁금하시면 나디아의수요일에 방문해주세요.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
마리아 주앙 피레스의 연주엔 한꺼풀 어떠한 정신이 포개어진 느낌이 듭니다. 자유롭지만 결코 과장되지 않죠. 슈베르트 소나타를 들어보면 약간은 투박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티큘레이션을 단순화합니다. 프레이즈를 무리해서 잇지 않고 도약을 연결하는 데에도 고집을 부리지 않죠. 손이 연주할 수 있는 만큼, 여백을 두고 흘러가도록 둡니다. 해가 쬐고 비가 내려 나무가 자라나는 것처럼, 그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음악이 스스로 그러하도록. 마리아 주앙 피레스의 음악이 그러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삶이 먼저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피레스는 1944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났어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나 이미 4세에 첫 공연을 했고, 협연은 7세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으로 데뷔했죠. 그런데 재능이 뛰어난 소녀의 키와 손은 더이상 자라지 않았어요. 151cm의 작은 키와 가벼운 몸무게, 한 옥타브 정도 닿는 작은 손은 피아니스트로서는 큰 핸디캡이었죠. 피레스는 핸디캡을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는” 방식으로 극복합니다. 물리적 한계로 라흐마니노프나 리스트 등 큰손을 가진 피아니스트들에게 유리한 작품보다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쇼팽 등 고전과 초기 낭만 작품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1999년 피레스는 포르투갈의 한 농가를 사들여 카사 데 벨가이스(Casa De Belgais, Belgais Center for Arts)라는 문화센터를 엽니다. 오래 전부터 전원 속에 음악과 명상이 함께하는 음악학교를 여는 것이 꿈이었대요. 이곳에서 피레스는 그에게 가르침을 받으러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함께 채소를 가꾸고 음식을 만들어 먹죠. 일상 속에서 몸을 쓰는 방식을 연주에 적용해 보고요. 접시를 든다거나 항아리를 옮겨 보면서 무의식 중의 ‘자신의 움직임’과 음악적 움직임을 통합하는 것이죠.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는 명상도 합니다. 
이곳의 프로그램은 전공하는 학생 외에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어요. 피레스는 특히 어려운 환경에 놓인 주변 아이들에게 음악 수업을 제공하기도 했죠. 사회 공헌은 카사 데 벨가이스의 주요 설립 목적 중 하나로, 음악을 전혀 접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이곳에서 노래를 배우고 합창을 하게 되었어요. 
피레스는 어떻게 이러한 꿈을 꾸게 되었을까요.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불교와 동양의 선 사상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Pires의 할아버지는 불교 승려 출신이었고 아버지 또한 중국과 일본에 살기도 했거든요. 자연을 가까이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성찰하는 일은 피레스의 일상이었어요. 이러한 삶의 태도는 음악에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요. 피레스의 음악에서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것엔 이러한 배경도 한몫했을 겁니다. 
피레스는 여전히 편안한 옷과 치마를 입고 무대에 오릅니다. 짧은 머리 그대로 화장도 거의 하지 않은 채로요. 우리는 그의 얼굴에서 평온함을 봅니다. 눈을 감고 그의 연주를 들으면 음악에서 그의 삶의 태도가 떠오릅니다. 삶과 음악을 분리하지 않는 음악가의 음악. 농가에서 닭을 키우고 빵을 굽는 피레스와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연주하는 피레스는 같은 피레스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음악을 한다는 마리아 주앙 피레스. 세상을 향한 그 마음을 담은 모차르트는 투명합니다. 그의 슈베르트가 뚜벅뚜벅 걸어나가듯 오랜 시간 단단히 쌓아온 그의 길도 꿋꿋하고 굳건하며, 그 걸음이 확신에 차 있듯 그의 쇼팽도 결연합니다. 그 위로 세상을 초월한 듯한 피레스의 미소가 선연히 떠오르죠. 모두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소중한 음악들입니다. 저는 늘 그의 순례의 걸음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그의 음악을 듣습니다. 윤혜🦋

피레스가 연주하는 쇼팽 녹턴 Op.27, 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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