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 사막 이야기 🏜 + 알디프 alfdif


029. 2021/10/4 월요

안녕하세요, 00님.

습한 월요일이예요. 
오늘 우산은 챙기셨나요?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다고 해요. 

가방에 항상 우산 챙기시고,
텀블러에 따뜻한 커피나 차 
담아서 다니면 좋을 거 같아요.

저는 흐린 하늘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
오늘도 글을 쓰고 있는데요.
문득, 건조하고 뜨거운 사막이 그리워져
지난 사막 여행에 대한 글을 정리해봤어요.

저는 사막을 5군데 다녀 왔는데요.
코로나 시대가 오기 전, 
마지막 (일지 몰랐던ㅠㅠ) 으로 다녀왔던 
여행지도 사막이었답니다.

00님은 사막을 가본 적이 있나요?
혹은 언젠가의 사막을 꿈꾸고 있나요?

오늘 제 사막 이야기, 
들어주실래요? :)

봉현

바다처럼 세상에 같은 사막은 없다


 사막에는 모래 파도가 치고, 깊은 수심만큼이나 풍경은 멀다. 나는 말 없이 가만히 서서 발 밑의 모래를 쥐었다 놓았다, 했다. 모래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 빠져나가 버리고 아무것도 쥐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온기가 남는다. 뜨겁고 건조하다. 사하라 사막의 빨간 모래는, 아주 강하지만 침묵하는 사람의 모습 같았다. 모래는 갯수도 형태도 지니지 않았고 아주 작은 동시에 거대하다. 시간도 과거도 묻어둔 채 사막 모든 곳에 있다. 인간이란 게 그렇다는 생각을 했다.

사막에 찾아온 것은 다섯번째였다. 큰 기대없이 찾아온 모로코의 사막은 상상보다 더 붉고 강렬했다. 정오가 채 되지 않은 오전 열시, 빵과 계란으로 아침을 먹고 정원에 앉아 민트티를 마셨다. 선크림은 커녕 세수도 안한 얼굴에 햇빛이 닿는다. 피부가 거칠게 타는 것이 느껴진다. 사막의 공기는 건조하고 낯설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과는 모든 것이 다른 이곳. 걸어서 5분이면 사막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사실 내가 있는 이 집도 이미 사막 어디쯤에 위치해 있지만, 테라스에서 보이는 먼 사막은 왠지 신기루 같다. 분명 가까운데, 한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어떤 마음처럼 아무리 다가가도 가까워지지 않고 계속 멀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테라스에 팔을 기대고 서서 차가운 콜라를 마시며 생각했다. 내일은, 저 사막 깊은 곳으로 가봐야지.

 다음 날 오후 네시, 얇은 옷을 겹겹히 겹쳐입고 얼음 물 1리터와 간단한 짐을 챙겼다. 하루를 자고 올 예정이지만 샴푸나 비누같은 세면 도구나 옷은 챙기지 않는다. 정말 가볍게 가서 가볍게 나와야 한다. 사막 깊이 들어가면 수도꼭지도 양변기도, 깨끗한 이불도 시원한 콜라도 없다. 낙타를 타고 삼십분쯤 갔더니, 사막 한가운데였다. 사막에 들어서는 경계라는 것은 없었다. 옅게 시작된 모래는 어느새 온 세상을 뒤덮는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지나다니, 왠지 지니가 나타날 것 같아서 알라딘 OST를 틀었다. '어 홀 뉴 월드'보다 '아라비안 나이트'와 '프린스 알리'가 더 어울린다. 나는 알라딘이 아니라 알리바바의 도둑인가. 저, 죄송한데 잠시 저기쯤에서 요술램프를 한번 찾아봐도 될까요?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사막의 신에게 말해주세요. 하지만 정작, 지니가 소원을 물어보면 나는 망설임 없이 '돈과 명예'를 원한다고 하겠지. 절대 요술램프를 얻을 수 없는 인간이다.

 사막은 바다같다. 파도가 멈춘 바다. 영상을 일시정지 해둔 것 처럼 멈춰있는 모래의 파도. 하지만 분명 움직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을 것이다. 한 알의 모래가 굴러서 수백 수천개의 모래가 함께, 큰 덩어리를 지어 아주 조금씩. 잡히지 않는 물방울이 하나의 큰 파도를 이루는 것처럼 사막 언덕의 모양은 바람을 타고 시간을 타고 흐른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혹은 아무 방향도 없는 것인지, 인간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다.

 사막에 서 보니 내가 얼마나 작고 무력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사막에서는 바로 앞에 보이는 모래 언덕조차도 정체를 알 수 없다. 낙타를 끌어주는 사하드는 어떻게 길을 찾아가는 걸까, 아무리 봐도 이정표도 특이점도 없는데. 사막의 삶은 어떨까. 이집트 사막에서 태어난 한국 아이를 보고 저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온 내가, 자연을 갈구하며 전 세계를 헤매듯 그 아이도 도시의 삶을 꿈꾸며 떠나게 될까. 사하다는 서울에 가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다섯개의 사막을 가보았지만, 사막은 모두 달랐다. 검고 하얀 사막, 나무 한 그루가 힘겹게 서 있던 사막, 호수를 둘러싸고 빛나던 사막, 바람을 따라 춤을 추던 사막.. 그리고 지금, 가장 붉고 뜨거운 사막에 와 있다. 옆의 친구는 이곳이 첫번째 사막이었다. 친구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살아있길 잘했어'

아.
나도, 처음 사막에 갔을 때 저렇게 말했었다. 
내 첫번째 사막은 이집트 바하리야였다.

_

다시 돌아온 파리는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있었고 사람들의 옷은 검고 두꺼웠다. 예전에 느꼈던 그 아픈 감각, 겨울이 온몸에 스몄다. 파리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곳이지만,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중동으로 가는 비행기를 끊었다. 가이드북 하나 없이 다시 길을 떠난다. 아주 어린 시절 엄마에게 “언젠가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피라미드를 보고 싶어요”라고 했었다.

다섯 시간이 걸린 비행 끝에 이집트에 도착했다. 바다를 넘어 겨울을 건너뛰어 보니 따끈따끈하다. 스웨터를 벗고 반팔 티와 슬리퍼를 샀다. 바나나가 굴러다니고 의자가 다 부서진 낡은 버스를 타고 오아시스 마을을 향해 달렸다. 온통 모래가 가득한 길, 13시간을 달리고서야 저 멀리 붉은 불빛이 보였다. 사람이 사는 곳, 물이 흐르는 곳, 오아시스 마을.

마을에서 또 지프를 타고 한시간 황무지를 달리고서야 도착한 바하리야 사막은 두가지 색이었다. 흑사막과 백사막. 검은 돌의 잔재만이 남은 검은 황무지, 바람에 깎인 흰색 돌산의 하얀 모래 언덕. 바람이 엄청났다. 꽤 긴 여행을 했는데도, 이렇게 사막에 홀로 서 보니 모든 것이 새롭다. 여기엔 나 뿐이구나. 아무도 나를 모르고, 세상엔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사막에서는 바로 앞에 보이는 모래 언덕조차도 어느정도의 거리인지 알 수 없었다. 사막에서는 길도 방향도 없다. 어디로도 쉽게 갈 수가 없다. 무작정 걷다가는 아무도 모르게 영원히 사라질 지도 모른다.

해가 지는 풍경을 보면서 사막에 텐트를 쳤다. 우리나라에서 온 여행자 여럿, 일본인 어머니와 아저씨, 러시아 아가씨, 미국에서 온 브랜든. 그렇게 와글와글 모인 여행자들을 위해 이집트 친구들이 사막 모래 위에 불을 피워서 요리를 해줬다. 갓 튀긴 팝콘과 뜨끈뜨끈한 군고구마, 혀가 아릴 정도로 달콤한 샤이. 평범한 음식인데도 사막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게 느껴진다.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아 손을 녹이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실컷 놀고 난 뒤 모두가 굿나잇 인사를 나누었지만, 아무도 자려 하지 않는다. 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봐야하니까.

선명하게 은하수가 보인다. 별은 이렇게나 많고, 아름답구나. 그 아래는 끝도 없이 펼쳐진 암흑의 땅. 그 사이에서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별빛과 어둠이 점점 익숙해질 때쯤 어디선가 나타난 사막여우가 유유히 내 앞을 지나갔다. 사막여우는 ‘길들일 수 있을지도’ 모를 한 떨기 장미꽃 같지는 않았다. 강아지 같기도 고양이 같기도 했다. 무섭기보다는 쓰다듬어 보고 싶은 귀여운 모습이었다. 슬그머니 나타나서 불가에 남겨둔 달콤한 샤이와 먹을거리를 뒤적이다 갔다. 가까이 다가오진 않지만 사람을 무서워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집트 친구가 말했다 “그들은 착해. 우리는 친구야.”라고 말했다.

_

그 이후에 이집트의 시와 사막, 몽골의 고비사막, 페루의 이카 사막을 다녀왔다.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까지, 다섯 번의 사막 여행을 했다.

사막에 서면 내게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어떤 슬픔이 남아 있었는지를 잊게 된다. 지난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다가올 것들도 두렵지 않다. 내 앞에 펼쳐진 이 풍경은 오직 지금 뿐. 발 밑의 모래를 내버리듯, 신발을 벗고 달렸다. 아무도 밟지 않은 땅, 세월과 나이를 알 수 없는 모래의 산을 푹푹 밟으며 나아갔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위를 맨발로 달리는 기분은,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글로도, 그림으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나는 어떤 방향으로든 원하는 데로, 넓고 넓은 땅 위를 마음껏 달릴 수 있다. 세상 속 모래 한알 같은 내가,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을 위로 두고 뜨거운 미지의 땅을 두 발로 박차고 달린다. 행복하고, 자유롭다. 

사막에서는 웃으면서 울 수도 있고, 
울면서 웃을 수도 있다.

'살아있기를 잘했다' 라고,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되는 순간.

삶을 견디면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
편안히 내 삶에 안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드는 법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삶으로 부터 멀리 떨어져 
내 삶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인간이 자연에 대해 물은 것이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방식대로 길을 떠나고 
돌아다니는 것 역시 언제나 중요하다.
온갖 의무들에서 벗어나야 했다.

나는 항상 어딘가에 출석해야 하고, 
언제나 연락 가능해야 하고,
어떤 질문에서는 늘 답변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모든 삶으로 부터 떠나야 했다.

나를 찾거나 필요로 하거나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자신을 볼 수 있는 거울도 없다.
그리고 그런 공간에서는 결국 
나 자신마저 없어도 
더이상 아쉬울 것도 없다.

/고비사막을 건넌 라이놀트 메스너의 글


예전에 오지은 님의 <이런 나라도 떠나고 싶다> 
팟캐스트에서 다섯개의 사막 이야기를 했었어요!
위 글보다 훨씬 더 상세하고, 즐겁고, 유쾌한- 
생생한 사막 여행기, 같이 들어보시면 어떨까요 :)

저는 커피와 티를 매일 마시는데요.
알디프 앰버서더로써 더욱 애정하고, 
요즘 많이 마시는 Tea를 추천해봅니다.
때마침 패키지도 사막의 노을 같아요!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지의 바람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붉은 모래를 떠올리게 하는 
알디프 티 <벨벳 골드 라운드> 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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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가을, 따뜻한 차 마시면서
우리 다시 어디론가 떠날, 그 날을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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