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차 시음회 처음 가본 썰 풉니다...

2022-11-04 29호

✉️LETTER

팽주님, 별일 없으시죠?

"잘 지냈니? 별일 없지?"하는 안부 인사의 무게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졌던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고작 일주일 사이에 너무 큰,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다독이고 위로하는 많은 단어 중 그 어느 하나도 지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죠.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 해야하는 것은 오직 슬퍼하는 것 뿐인듯 합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부상자들의 쾌유를 빕니다.

윤 팽주 올림

⚗️TEA

시음회
일상여백 보이차 시음회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공예상점 일상여백에서 열린 보이차 시음회에 다녀왔습니다. 티클래스나 차회가 아닌 시음회에 참석해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한옥이 내려다보이는 일상여백의 아름다운 공간에서 무려 11가지(보이 숙차 4종, 보이 생차 5종, 무이암차 2종)의 차를 마시고 돌아왔습니다. 시음회란 무엇인지, 이날 어떤 차를 만났는지 지금부터 하나하나 들려드릴게요!

"마셔보고 사자!" 차 구매를 위한 품평회

차회와 시음회의 가장 큰 차이, 시음회는 차(찻잎) 구매가 목적인 자리라는 점입니다. 그해 새로 나온 햇차나 찻집에 입고된 차를 나눠 마시며 마음에 드는 차를 찾는 거죠. 당연히 차에 대한 소개도 들을 수 있고 궁금한 점은 질문해 가며 차를 즐길 수 있습니다. 보통 소정의 진행비가 있는데 시음회별로 금액은 천차만별입니다.

이날 시음회의 팽주는 김찬호 선생님이셨는데요. 30년간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근무하시던 와중에 90년대 홍콩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보이차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대요. 지금은 은퇴 후 금융 컨설팅과 차 수입업, 저서 활동 등을 하고 계세요. 일상여백에서는 이번에 총 5번의 시음회가 열렸는데, 참여자들의 반응을 고려해 추후 페이스북에서 공동 구매를 진행하실거라고.

보통 차회에서는 그 자리를 즐기는데 집중하는데요. 시음회는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맛 평가에 조금 더 냉정(?)해지더라고요.😂 아무튼 차 맛에 상당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차를 11가지나...

위의 사진 속 세개의 찻잔에 담긴 차는 모두 보이차에요. 제조 방법과 숙성 기간 등에 따라 이렇게나 빛깔이 다르고 맛도 전혀 다르답니다. 보이차를 구분하는 다양한 기준 중에 제가 늘 강조하는 그것. '숙차'와 '생차'만 알아도 보이차가 훨씬 쉽습니다. 이 분류는 월하보이 보이차 클래스 후기를 담은 지난 레터에서 다뤘으니(👉보러가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보이차의 카페인 함유, 페어링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대익보이차편(👉보러가기)을 참조하시고요.

이날 마신 차 중에 일반적인 보이차와 형태가 다른 차 두 종류를 소개해드릴게요. 하나는 숙산차 또 하나는 노차두에요. 숙산차,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이 숙차이면서 산차 입니다. 산차? 산에서 나는 차? 아니고요!(죄송...😅) 흩어질산(散)자를 써서 보통의 보이차처럼 꽉 뭉쳐둔 게 아닌, 낱잎 형태입니다. 노차두는 500원짜리 동전만한 부정형의 보이차 덩어리에요. 보이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찻잎이 뭉쳐져 만들어진, 생산 과정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만드는 방법이 남다르거나 재료가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오래 숙성된 차인 경우가 많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네요.

홍차 맛이 나는 보이차? 요즘 보이차들은

이날 시음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현시대의 보이차들이었어요. 아무래도 오래된 보이차가 귀하고 좋다는 인식이 있다보니 새롭게 만들어지는 '지금의 보이차'를 접할 기회가 적잖아요. 위의 사진 속 차는 '후(厚)'라는 이름의 보이 생차에요. 송곳으로 분해(!)해야 하는 보이차의 불편함을 개선해 요즘엔 이렇게 얇고 작게 압축한 버전으로 생산되는 보이차도 많대요. 개별 포장도 돼 있어 깔끔하다고 느껴졌어요. 맛은 신기하게도 홍차 맛이 나요. 만든지 얼마 안된 어린 생차의 쓰고 강한 맛을 보완하기 위해 홍차 향을 입혔대요. 이 외에도 병배(블렌딩) 보이차 위주에서 순료차(단일 산지의 차) 위주로 트렌드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소식 등 흥미로운 얘기가 많았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김찬호 선생님의 저서 <생활속의 보이차>와 <커피보다 보이차> 그리고 페이스북 보이차 동호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상여백 서울 종로구 계동길 84-3

시음회에서 사용한 예쁜 찻잔과 티매트는 모두 일상여백에서 판매 중.

레터 메인 사진에 있는 앙증맞은 달항아리는 일상여백의 익스클루시브 제품이에요!

인스타그램 l 홈페이지

✏️MEMO

◼️ 달빛 쏟아지는 밤의 차밭 산책

달빛에만 의지해 차밭을 산책하는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을 발견했어요. 제주의 16년차 유기농 티 브랜드 올티스의 야간 프로그램인데요. 밤의 다원을 둘러본 후 다실에서 올티스의 차 5종과 다식을 맛보는 여행 상품으로 가격은 1인 4만3000원. 예약은 마이리얼트립에서만 가능해요.

◼️ 찻집 운영하는 힐링 게임 '모퉁이 뜨개방 with 카페'

<모퉁이 뜨개방>이라는 웹툰을 기반으로 한 힐링 게임이에요. 주인공이 찻집을 운영하면서 손님들이 원하는 차를 내어주는 스토린데요. 녹차와 우롱차, 홍차 등 팔 수 있는 차 종류가 다양하고 화분에 찻잎을 길러서 팔 수도 있어요. 근데 손님이 너무 많이 와서 쉴 새가 없군요. (힐링게임에서도 쉬지 않는 한국인...) 게임 소개가 담긴 30초 영상과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스토어 링크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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