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여성 캐릭터를 소개합니다' 특집 2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22 여.캐.소 특집 2🙋‍♀️
 내 독립영화 여성캐릭터를 소개합니다
8월 19일 오늘의 큐 💡
Q. 우리들, 잘 돼가고 있는 걸까요?(무엇이든!)👌

어느 여름날, 인디즈들이 여느 때처럼 도란도란 독립영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요.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주제가 있었습니다. 어, 너두? 야, 나두.. "누구나 가슴 속에 여.캐(여성 캐릭터) 하나씩은 품고 살잖아요?" 좋아하는 걸 말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죠. 인디즈의 자체치유 프로젝트. 오래도록 사랑해온, 혹은 누군가에게 꼭 소개하고픈 독립영화 속 여성캐릭터들을 소개하는 여.캐.소 특집 2탄으로 돌아왔습니다. 

참 야속한 2020년이에요. 마음 먹은 것들을 실행하고 나아가려는데 이래저래 도와주지 않는 것도 많습니다. 게다가 마음까지 약해졌는지, 우리는 때로 나와 다른 사람의 모습에 기죽기도 하고, 통하는 줄로만 알았던 친구와의 다툼에 하루종일 집중이 안되기도 합니다. 어쩔 땐 다 괜찮아 지는 것 같다가도, 무엇이든 나아질 새가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우리, 정말 잘 돼가고 있는 걸까요? 

이런 마음을 느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오늘의 여.캐들은 님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위로가 되어줄 거예요. 인디즈의 마음을 맴돌았던 두 영화, 이경미 감독의 <잘 돼가? 무엇이든> 속 지영, 그리고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속 선과 지아를 소개합니다. 마치 이들이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괜찮아, 무엇이든!

 〈잘 돼가? 무엇이든〉 지영을 소개하며
나는 가끔 지영이 되고 싶다

사람을 좋아하는 데엔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나와 너무 닮아서 좋은 사람그리고 나와 너무 달라서 좋은 사람지영에 대해 말하자면나와 정반대인 사람이다지영을 처음 본 건 택시 안인데택시 요금이 정확히 9900원이 나온 것만큼이나 놀랐던 건 100원을 거슬러 받을 자신의 권리를 힘주어 말하는 지영의 목소리였다. 나였다면만 원짜리 지폐를 받고 거슬러 줄 생각이 없는 그 택시 아저씨에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백 원을 읊조리거나말 한마디 못 꺼내고 적막 5초 뒤에 택시에서 내렸을 테다.

내가 목격한 지영의 모습은 또 이런 게 있다지영은 문단속을 철저히 한다.(야무지게 가스밸브 단속까지 잊지 않는다.) 지영은 웃기지 않을 땐 억지로 웃지 않는다지영은 일을 대충 하지도너무 열심히 하지도 않는다지영은 맞서야 할 대상을 정확히 안다자신의 적이 건너편에 앉은 여직원 희진 씨가 아니라교묘한 술수로 이익을 챙기는 박 사장이라는 사실 말이다나는 가끔 내가 덤벙대는 인간이라서 창피한 순간에지영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한다.
그러나 지영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녀가 정석을 따르는 FM형 인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가끔 지영이 입 밖으로 쏟아내는 험한 말투그녀만의 복수를 진행하는 실행력갑자기 호신용 경보기 줄을 잡아당기고 그 소음을 냉동실에 처박아두는 알 수 없는 엉뚱함이 그녀의 반전 매력이다게다가 박 사장이 타 죽었으면 좋겠다는 희진 씨에 말에 쎈데?”라는 지영의 두 음절 대사나는 거기서 K.O. 당하고야 만다.

나는 나와 정반대인 이런 지영이 좋다아무리 그래도 지영이 될 수는 없으니그저 지영도 나를 좋아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언뜻 속에 칼을 품고 살아가는 거 같은 지영이 내 앞에서 편하게 사투리로 수다를 떨었으면 좋겠다지영이 잘 되길 바란다지영이 쓰고 싶어 하는 글이 잘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그게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잘 됐으면 좋겠다당신도 지영을 본다면 그녀의 매력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누구든 퍼플레이(클릭!)에서 지영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다이경미 감독의 <잘 돼가무엇이든>이다.


-인디즈 14기 이주혜

 〈우리들〉의 선과 지아를 소개하며
순간을 기록하는 일

소녀라는 단어를 보면 긴장하게 된다관객이 기대하는 이미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린 소녀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소모되지 않을까 두렵다. 그래서인지 어린 소녀가 등장하는 영화를 볼 때면 몸에 힘을 주곤 한다영화 <우리들>을 볼 때는 그렇지 않았다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투명하고명쾌해지는 기분을 받았다그런 경험이 신선했다영화의 중심에는 선과 지아라는 두 명의 여성 캐릭터가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선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나의 유년 시절이 선을 통해 그대로 재현되었기 때문이다선과 지아가 서로의 간극을 극복하지 못한 채 멀어지는 과정을 볼 때 유독 나의 어린 시절이 겹쳐졌다선은 지아에게 엄마표 오이 김밥을 맛보여 주고 싶었고그래서 엄마의 품에 안겨 앙탈을 부린다할머니의 손에서 큰 지아는 선과 엄마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힌다지아는 끝끝내 선이 권하는 엄마표 오이 김밥을 거절하고옆에 있던 바나나킥을 주워 먹는다.

이런 섬세한 장면들이 쌓일 때마다 영화 속 선과 지아를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그 속에서 내 기억을 끄집어냈고슬퍼졌고웃기기도 했다선과 지아는 소녀라는 관념적인 이미지에 갇히는 대신 우리들 각자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존재했다.
 
윤가은 감독의 또 다른 영화인 <우리집>, <콩나물>, <손님>에도 소녀들이 등장한다나는 이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의 모든 순간을 그저 응원하고안아주게 된다그건 기록되지 못한 모든 소녀들을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디즈 14기 최유진
올 거예요, 당신의 차례!
지난 6월, 퍼플레이X여성영화인모임X인디스페이스가 함께 준비한 It's MY Turn! 행사가 포문을 열었습니다. 첫 시간은 영화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가 빛내주었는데요<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사바하>,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서사와 '의주'라는 빛나는 여성캐릭터를 통해 극찬과 흥행을 동시에 거머쥔 <엑시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영화계 '베테랑'인 강혜정 대표가 여성 직업인으로서 남겨온 족적과 하고팠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꺼냈습니다. 그날의 인디즈 후기를 들려드립니다!

생각해보니 참 그렇다때로 그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그 사람이 꼭 나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지 않더라도 떠올릴 때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나 가고자 하는 길에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과 같은. 나에겐 여성이 그런 존재고, 어느 분야에서 일의 정점을 찍은 여성이 그랬다
'It's MY Turn! 여성영화인을 만나다 stage 1.'을 신청하게 된 계기는 바로 지금 의지할 만한 여성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였고 강혜정 대표는 그에 기꺼이 응해주었다어느 분야에 뿌리를 오래 박고 살다 보면한 마디를 뱉어도 쉬이 문구나 표어와도 같은 강렬함을 지니는가보다단순히 오래 버텼다만이 아닌오랜 시간 동안 업계에 있어오며 페미니즘에 부합하는 어떤 결과물을 낳았고 그 결과물 중 하나인 영화 <엑시트>를 어떻게 촘촘하게 쌓아올릴 수 있었는지 주되게 들을 수 있었다시나리오와 편집의 중심에 있었던 여성주인공과 남성주인공이 똑같이함께’ 모험을 할당 받는다는 주제를 강혜정 대표와 영화감독은 어떻게 풀어나가고자 했는가
영화업계 종사를 희망하는 나로선 들으며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낙관으로만 부풀어 오르는 강의는 아니었다영화계는 아직도 남초현상이 심하고 영화를 전공한 여자들이 현장일에 투입되는 비율은 왜 줄어드는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그러나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것을 두고 버틴다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는 업계에서정말 버틴다면 손에 무엇이 남는가라는 질문 앞에 강혜정 대표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그저 솔직하게 내비치는 말들을 남겼다그 말 속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내 차례우리의 차례엔 조금 더 달라져있을 거라는 신호그리고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순간 이미 세상은 조금 달라져있었다.    
"살아남아서 우리 정상에서 만납시다."
지난 6월 27일, 'It's MY Turn! -여성영화인을 만나다 stage 1' 첫 시작을 밝혀준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예비 여성영화인&여성영화관객을 만난 강혜정 대표의 모습을 만나보세요. 사진을 클릭하면 짧은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우리 버텨서 정상에서 만나요. 내려갈 때가 되면 같이 손잡고 내려가고요👭
💡  It's MY Turn! -여성영화인을 만나다 stage 2 예매가 진행중입니다. 문소리 감독, 황현규 분장감독, 손민경 엠라인디스트리뷰션 대표, 강효미 퍼스트룩 대표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영화 구성부터 제작, 배급과 마케팅까지 영화 실무의 A to Z를 여성영화인의 이야기로 만나보세요. 자세한 내용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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