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1. 세계 최대의 이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책들을 살펴보고
역사상 최대의 산불이 나고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독자 여러분이 무탈하고 안녕하기를 바라며 <이달의 갈피> 2호를 시작합니다.

이번 달에는
1. 세계 최대의 이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책들을 살펴보고
2. 여성의 현실과 투쟁 역사를 다룬 쉬운 책을 큐레이션 한 다음
3.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기념해 읽어 볼 책을 추천합니다.
4. 곧 나올 책도 살짝 소개할게요.
우크라이나 전쟁, 왜 일어났을까요?
[러시아 반전 시위, 3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2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군사기구인 나토가 자국 쪽으로 확장하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미국과 서방이 강력한 금융 제재로 응수하자 러시아는 핵전력 태세를 강화했습니다. 이제는 다시 서방 측이 러시아 항공기의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충돌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범한 사람들은 피해만 보고 있습니다. 이런 끔찍한 일이 왜 벌어지는 걸까요? 이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 야만을 끝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 러시아는 왜 침공을 감행한 걸까?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가더 정확하게는 러시아 지배계급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면 러시아가 왜 전쟁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에 출간된 《다시 보는 러시아 현대사》에 힌트가 나옵니다오랫동안 러시아를 연구한 마이크 헤인스는 이 책에 실린 “2021년 한국어판에 부쳐푸틴 치하의 러시아에서 지난 20년 동안 러시아에서 벌어진 여러 변화를 살피며 푸틴이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지금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 운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보는 러시아 현대사
: 혁명부터 스탈린 체제를 거쳐 푸틴까지
마이크 헤인스 지음 | 이수현 옮김 | 520쪽 | 22,000
🤔 2014년에도 충돌이 있었다는데?
어떤 현상을 잘 이해하려면 비슷한 사례들과 비교하는 것이 유용합니다역사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서 미국과 나토가 저질러 온 추악한 일들을 기억한다면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로 보기는 힘들 것입니다.

총 4권으로 구성된 《국제주의 전통 자료집 V: 제국주의와 전쟁민족문제》는 미국유럽중국일본러시아중동중남미동남아시아남아시아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과 민족해방운동의 역사를 국제주의 관점에서 개괄합니다.

우크라이나를 다룬 글도 한 편 수록돼 있습니다.
국제주의 전통 자료집 V-1~4
《제국주의와 전쟁, 민족문제
알렉스 캘리니코스크리스 하먼 외 지음 | 이정구 엮음
🤔도대체 전쟁은 왜 일어나는 거야?
결국 전쟁으로까지 번진 강대국들 사이의 갈등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에서도 치열합니다우크라이나 전쟁이 동아시아의 긴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군비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은 왜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평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책은 러시아 혁명가 니콜라이 부하린이 쓴 기념비적 저작입니다레닌의 이론과 실천에도 영향을 끼친 책이기도 합니다.

전쟁은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결과라고즉 경쟁적 집적과 집중이라는 자본주의의 내재적 법칙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 부하린의 이 책은 전쟁과 야만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유용할 것입니다.
《세계경제와 제국주의
니콜라이 부하린 지음 | 최미선 옮김 | 260쪽 | 13,000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미국서방 대 러시아의 각축전으로 이해한다면세계 강대국들의 전쟁이었던 제1차세계대전이 떠오릅니다.

당시 레닌과 볼셰비키는 혁명적 패전주의’ 입장으로 전쟁에 반대했습니다이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는데요팔레스타인 출신의 혁명가 토니 클리프가 쓴 《레닌 평전 2》는 레닌과 볼셰비키의 주장과 실천을 잘 설명합니다.

십수 년 징역 형을 받을 것을 각오하며 반전 운동을 벌이는 러시아인들은 그들 스스로는 자각하고 있지 않을지라도 레닌의 혁명적 패전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셈 아닐까요?

친서방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용감한 러시아인들의 반전 운동에 어떻게 연대해야 할까요?
레닌 평전 2: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토니 클리프 지음 | 이수현 옮김 | 576쪽 | 21,000
여성은 세계를 어떻게 바꿔 왔을까요?
* "이달의 큐레이션" 코너에서는 혼자서 또는 독서 모임에서 여럿이 함께 읽을 만한 책갈피의 책을 주제별로 추천해 드립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이 된 1908년 미국 뉴욕 여성 의류 노동자 파업]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은이제 구조적·집합적 성차별은 없다면서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구조적·집합적 성차별은 없을까요?

여성의 삶과 조건이 수십 년 동안 크게 변하기는 했지만 대다수 여성의 삶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여성은 평균임금이 남성의 68퍼센트에 불과하고 비정규직 비율도 더 높으며 성적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육아와 집안일의 일차적 담당자입니다.

우파 정치인들이역차별운운하는 것은 취업난 등에 따른 청년들의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그런데 이른바안티 페미니즘논란의 배경에는 남성 일반을 권력자나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는 급진 페미니즘에 대한 정당한 반감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상을 남 대 여 대립 구도로 보는 급진 페미니즘의 이런 태도는 노동계급 여성과 남성이 단결해서 실업과 성차별 등에 맞서 싸우는 데 난점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은 사회의 근본 대립이 성별이 아니라 계급 간에 있다고 보며, 남녀 노동계급이 단결해서 자본주의와 그것이 낳는 성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3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책갈피 출판사는 지금까지 출판한 도서 가운데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을 가장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 2권을 골라 소개합니다.
📕책갈피 추천 책 01📕
《멈춰 선 여성해방
150년간 여성과 남성의 삶에 일어난 변화와 여전한 차별
이 책의 원서 제목은 《Material Girls: Women, men and work》입니다. 중의적인 제목이라 한국어판에서는 원서 제목을 그대로 쓸 수 없었지만, 저마다 그리는 여성의 이미지가 아니라 현실의 진짜 여성의 삶을 그리겠다는 지은이의 의도를 보여 줍니다.

지은이는 모든 권리를 누리고 더는 차별받지 않는 자유주의자의 여성상이나 늘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차별당하고 피해만 입는 페미니스트의 여성상이 아니라 여성차별의 현실 속에서 각종 어려움을 겪지만 자신을 해방할 잠재력을 키우고 있는 오늘날 현실의 여성을 그립니다.

이 책은 영국의 사회주의자인 린지 저먼이 썼습니다
린지 저먼은 2000년대 초부터 전쟁저지연합의 사무총장을 맡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반대 운동을 이끌었고 지금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반전운동을 건설하며 활약하고 있습니다여성해방·계급·전쟁에 관해 많은 글과 책을 썼는데이 책에서도 이런 강점이 잘 드러납니다.

린지 저먼은 집회, 강연, TV 토론회에 자주 등장하는 대중 연설가로도 유명한데요. 이 책에서도 특유의 간명하고 익살스러운 글솜씨를 보여 줍니다. 한 독자는깔깔거리며 단숨에 재미있게 읽었다고 소감을 남겨 주셨습니다.

이 책은 각 장이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독자 여러분이 관심 있는 주제를 골라 읽을 수도 있고, 비교적 얇은 책이니 처음부터 탐독해도 좋겠습니다.
지금 이곳의 이야기

이 책의 원서는 2007년 영국에서 출간됐는데, 마치 2020년대 한국을 묘사한 것만 같습니다. 특히 2장과 5장이 그렇습니다. 2섹스: 영국의 특이성에서는 오늘날 사회에 성적 이미지들이 넘쳐나지만 정작 사람들의 성적 관계는 진정한 만족을 누릴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5남자들은 어쩌다 …”에서는 이른바젠더 갈등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여성 노동의 변화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된 린지 저먼의 또 다른 책 《계급이란 무엇인가?》는 오늘날 노동계급의 현실과 그들이 겪는 변화를 잘 보여 줬는데요. 《멈춰 선 여성해방》에서도 여성의 노동을 다룬 4장이 특히 뛰어납니다. 지은이는 세계대전이나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사회 변화가 여성의 삶과 노동에 미친 변화를 세심하게 보여 줍니다.

여성은 평균임금이 남성보다 낮고 비정규직 비율도 높은데 대체 왜 그런 건지 갸우뚱하게 됩니다. 오늘날에는 여성의 교육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고 임금을 낮게 규정하는 법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죠. ‘여성 자신이 시간제를 원한다는 둥의, 논박이 필요한 주장도 있습니다. 이 책은 여성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장벽이 무엇인지 잘 보여 주고, 그럼에도 노동에 참여하면서 여성이 전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갖게 됐다고 지적합니다
여성을 위한 전쟁?

지난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여성 인권을 위한 전쟁이었다는 해묵은 주장이 다시 제기됐는데요. 이는 서구 일부 나라의 무슬림 여성 히잡 착용 금지 논란과도 연관된 주제입니다. 지은이는 베테랑 반전 운동가답게 6장에서 이 뜨거운 쟁점을 깊이 다룹니다

린지 저먼 지음 | 이장원 옮김 | 340쪽 | 17,000
📕책갈피 추천 책 02📕
《여성해방과 혁명영국 혁명부터 현대까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영국에서는 노동운동이 패배를 겪고 급진 페미니즘 조류가 성장한 결과,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급진 페미니즘의 주장, 특히 가부장제 이론을 받아들이고 개혁주의로 빠져들면서 좌파 사이에 크게 논쟁이 일어났습니다(지금 한국은 노동운동이 큰 패배를 겪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좌파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죠).

이때 팔레스타인 출신의 영국 사회주의자 토니 클리프는 《여성해방과 혁명》을 써서 여성들의 투쟁 역사를 다뤘습니다. 그는여성해방이 계급투쟁과 얼마나 깊이 연관돼 있는지 보여 주려했습니다.

, 이 책은 역사책입니다. 누구나 쉽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론서나 사회과학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이 책을 먼저 읽는 게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어느 독자가 남긴 소감은 이 책의 장점을 잘 보여 줍니다. “여성운동사에 대해 기존의 여성주의와는 다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함께 전진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을 역사의 주체이자 역사 창조자로서 조명합니다. 17세기 영국 혁명, 18세기 프랑스 혁명, 19세기 파리코뮌, 20세기 러시아 혁명에서 여성이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했고 무엇을 성취했는지 감동적으로 보여 줍니다.

○ 파리코뮌의 여성
“파리의 노동자, 여성과 남성은 인간의 잠재력과 자유를 잠깐이나마 드러내 보였다. 여성은 바리케이드에서, 새로운 협동조합과 교육에서, 그리고 성 도덕에 관한 새로운 사상에서 훌륭한 용기와 주도력을 보여 줬다.”

○ 러시아 혁명의 여성
1917년 혁명을 시작한 것은 바로 페트로그라드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 러시아 혁명은 여성해방의 이정표였다. 그것은 여성의 완전한 경제·정치·성 평등을 역사의 의제에 올린 최초의 사건이었다.”
함께 후퇴

반면에 이런 혁명들이 쇠퇴하거나 패배하면 여성들이 그동안 성취한 개혁도 왜곡되거나 도로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러시아 혁명의 운명이 이것을 가장 잘 보여 줍니다.

이런 후퇴는 늘 억압적 방식으로만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1917 10월 혁명으로 여성은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이혼의 자유를 쟁취했지만, 자본주의 열강의 포위 공격과 내전, 외국 노동자 혁명들의 패배로 위기가 심각해지자 여성들 자신이 (해고를 피하기 위해) 동일임금을 포기하거나 (자신과 자녀의 생존을 위해) 이혼의 자유를 제한해 달라고 요구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지은이는 이 모든 후퇴와 변질의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 줍니다.
여성 노동자를 조직한 경험

이 책은 미국·독일·러시아·프랑스·영국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하면서 겪은 성공과 실패를 다룹니다. 이 다양한 경험에서 사회주의 여성운동은 정치와 조직이 어때야 하는지, 부르주아·중간계급 페미니스트와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토니 클리프 지음 | 이나라정진희 옮김 | 463쪽 | 15,000
3월 21일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
1960 3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샤프빌이라는 마을에서 학살이 벌어졌습니다. 인종 격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총을 쏴서 무려 6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321일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의 기원이 된 샤프빌 학살입니다.

20205월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폭력에 사망한 사건은 인종차별이 여전한 현실임을 비극적으로 보여 줬습니다.

《인종차별과 자본주의》는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인종차별을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분석한 책으로,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됩니다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추천합니다.
인종차별의 본질과 기원, 인종차별 반대 투쟁의 역사, 오늘날에도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분석해 근본적 해결책을 주장하는 이 책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요?

, 다음달에 30주년을 맞는 1992 4월 로스앤젤레스 반란도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데요. 한국에는 ‘LA 폭동으로, 흑인과 한국인이 대립한 사건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캘리니코스는 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로스앤젤레스 반란을 둘러싼 여러 오해를 바로잡는 면에서도 이 책은 우리나라 독자에게 각별히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인종차별과 자본주의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 차승일 옮김 | 156쪽 | 8,000
#인종차별 #조지플로이드 #BlackLivesMatter
국가자본주의란 무엇인가(가제)
: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을 소련·중국·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톰 오링컨 지음  천경록 옮김
✉️ 이번 달 <이달의 갈피>가 유익했다면,  링크를 복사해 친구에게 추천해 주세요! 
✉️ <이달의 갈피> 지난 호가 궁금하시면? 👉 지난 호 보러가기
✉️ 아직 <이달의 갈피>를 구독하지 않으셨다면! 👉 지금 바로 구독하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스스로 사고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출판사

이메일: bookmarx@naver.com전화: 02)2265-6354팩스: 02)2265-6395
주소: 서울 성동구 무학봉15길 12 2층

책갈피 뉴스레터 구독을 신청하신 분에게 발송하고 있습니다.
수신 거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