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라는 단어와 가장 가까운 삶을 살았다. 


내가 그림을 그리면 그걸 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늘 같았다. 


“나는 재능이 없어서…그림 그리는게 무서워.”


재능은 무엇일까. 웃기게도 내 재능을 의심하면서 살지 않았다. 슬럼프가 왔을 때 탓할 곳이 없어 재능에 대한 고민을 한적은 있어도 재능의 유무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거의 100%의 확신으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보니 재능이라기보다는 광기의 짝사랑이었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예중, 예고가 아닌 일반 공립학교로 다닌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지내는 것이 좀 힘들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예민한 정도가 심했고 여중, 여고를 다녔기에 그 시기에 예민한 다른 친구들과 자주 싸웠다. 사고하는 방식이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식이라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던 나에게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3년은 좀 많이 괴로운 시기였다. 의무적으로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야했고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듣고 내가 가장 듣고싶었던 미술 시간은 한줌도 안되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때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미술영재프로그램에 합격하면서 미술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게 되어 그때부터 조금씩 나아졌다. 영재교육프로그램이 끝나고도 입시미술학원을 다녔기 때문에 학원에서 만나는 비슷한 친구들 덕에 소속감을 느꼈고 가장 힘든 순간에 가장 행복함을 느끼기도 했다. 


미술영재프로그램과 대학교 4년 동안 재능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노력해야하는 것은 내 재능의 유무를 따지는 것이 아니고 타인의 재능을 보고도 무너지지 않을 정신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미술에 재능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운 일이면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가장 좋은 것을 보면 잠자던 뇌 세포 중의 일부가 깨어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회화과 복수 전공을 하면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4년 내내 눈이 즐거웠다. 


이 친구들을 보면서 재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재능은 그냥 감각의 일부이다. 그 감각의 일부가 이뤄내는 성과가 너무 멋지다보니 재능이라는 단어가 생겼고 단어에 대한 신격화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경우로 보자면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시각 등의 거의 모든 감각이 상시 깨어있는 느낌인데 다방면으로 예민하다보니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감각도 열려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감각은 남들보다 받아들이는 것을 더 수월하게 하고 빠르게 한다. 게임으로 보자면 일종의 ‘치트키’ 같다. 같은 시간을 들여도 좀 더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관건은 그럴듯한 결과물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고 끊임 없이 훈련하고 단련해서 진짜 좋은 작업물을 내놓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추억에는 조명, 온도, 습도가 맞아야하듯이 재능도 운과 의지, 감각 3박자가 맞으면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그렇다면 재능은 정말 무엇일까? 


다음 레터에서 재능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