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실험영화 ⟪죽음의 무도⟫에 대해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식스틴입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시체 이미지, 살인사건을 브리핑하는 뉴스, 경찰과 대립하는 시민들과 시위 장면, 두 남성의 무용과 경쾌한 음악,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영화 그리고 일론 머스크와 어드벤처 게임까지. 어느 것들은 연결지점이 보이지만 이 키워드 전부가 하나로 묶이기는 어려운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키워드가 하나로 엮인 콘텐츠가 있습니다. 태국의 영화 감독 툰스타 빤시티보라꿀의 영화 <죽음의 무도>에서 말이죠. 지난 주말 DMZ 다큐멘터리영화제에 다녀왔어요. 오늘 레터에서는 태국의 실험영화 <죽음의 무도> 그리고 감독 툰스카 빤시티보라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토스 광고와 함께 합니다.*

👋 오늘의 에디터 : 식스틴
실험영화와 다큐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1. (광고) 토스 다큐멘터리
2.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비주류 영화세계
3. 영화 <죽음의 무도>에 대해
4. 제3의 눈을 떠보자

(광고) 토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THE TEaM: 토스팀 워크스토리>

요즘 전 외로움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불안하고, 때때로 우울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도 하죠. 그렇다면 그 원인을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별로 쓸모없는 노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당연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올해, 그러니까 2022년 1월부로 6년간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었습니다. 회사를 떠나 자연인 신분이 되었죠. 세상은 이런 사람을 프리랜서라고 부르더군요. 최근 몇 년간 각종 미디어에서는 프리랜서 ‘열풍', ‘시대'라며 통계로 그 수치를 증명해주고는 했습니다. 저도 이제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었죠. 미디어는 이를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라 설명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고는 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성은 한국 사회의 딱딱하고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제게 몰려오는 것은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외로움이었습니다. 몇 달은 불안에 몸서리를 쳤고, 그 이후에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다가왔죠. 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씨름의 와중에 토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THE TEaM: 토스팀 워크스토리>를 미리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20여 분 길이의 다큐멘터리를 전부 보고서 꽤 오랜 시간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곰곰이 나의 회사였던 곳과 그곳에서의 조직 생활 그리고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THE TEaM: 토스팀 워크스토리 트레일러

토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THE TEaM: 토스팀 워크스토리>는 토스의 인증팀이 개발한 ‘원터치 인증'이라는 제품 그리고 이것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려는 시도와 도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증팀에서 개발한 ‘원터치 본인인증'이란 제품은 스마트폰의 생체인증을 통해 다른 개입이나 추가적인 과정 없이 인증이 완료되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획기적인 제품이 비집고 들어가야 할 시장은 그야말로 레드오션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이 과정을 기록해 나감으로써 토스 내 조직문화를 굉장히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PO는 인증팀 내 OKR이라 불리는 조직 내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품팀과 세일즈팀 사이 이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모습 또한 포착됩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팀 내 서로 다른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간극은 회사에 다니는 이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으실 테죠. 


국내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시작된 이후로 조직문화는 이들의 중요한 아젠다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축된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능력 있는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 스타트업들은 조직문화를 발전시켜왔습니다. 호칭을 삭제하거나,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하거나, 조직 내 편의시설을 확충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들이 성공적인 조직문화로 귀결되지는 못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토스의 조직문화는 결국 ‘최복동', 최고의 복지는 동료다라는 결론을 도출해냅니다


토스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제가 느끼는 이 외로움이 ‘혼자'라는 익숙치 않은 경험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아, 그래서 저는 회사를 나와 무엇을 하느냐고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결정을 했고, 현재는 꿋꿋이 그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외로움과 고독은 제게 숙명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를 보며 지난 생활을 돌아보고 미래를 짐작해보게 됩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며 생소하게 들렸던 표현이 있었습니다. 바로 ‘학기'라는 표현이었죠. 토스는 조직 내에서 분기를 나누는 표현을 ‘학기’로 표현하는 듯 보였습니다. 기업 내에서 흔히 쓰는 표현은 아니죠. 토스의 이러한 표현은 공동체라는 단어를 상기시킵니다. 공동체는 멀어져가고 개인이 선호되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 다시금 공동체성을 호명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는 기업과 공동체라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두 조합이 결국은 대부분의 인생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동에 따른 적절한 보상과 혜택도 중요한 기준 중 하나겠지만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결국 함께하는 존재들이란 것을요. 

THE TEaM: 토스팀 워크스토리 스틸컷

🎥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비주류 영화세계

툰스카 감독의 영화 <죽음의 무도>는 태국의 급변하는 정치 상황과 태국 보통시민에 대한 정치적 학살과 사회운동, 태국 내 인종학살 등을 다루고 있는 ‘정치적 영화’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정치 영화'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죠.

영화 ⟪죽음의 무도⟫ 스틸컷

이번 레터에서는 조금 용기 내 실험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 실험영화의 매력에 대해 애기해보려고 합니다. 영화에 관해 이야기에 앞서, 여러분은 실험영화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보통은 난해한, 지루한, 이해되지 않는 등의 대답이 떠오르기 마련이죠.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실험영화는 난해하고 어려운 장르로 인식되고는 합니다. 자본과 거리가 있고, 미술관을 통해 상영되거나 영화제를 통해 관객을 만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매력을 느끼게 되면 실험영화가 사뭇 다르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영화 <죽음의 무도>는 제14회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두 번째로 상영된 작품입니다. 태국의 경우 정치적 상황 등으로 인해 영화 상영이 굉장히 제한적이라 군주제를 향한 비판이 철저히 불가하고, 성적 이미지 등까지도 검열의 대상입니다. 그렇기에 태국의 영화감독 툰스타 빤시티보라꿀의 영화는 자국에서 상영이 불가하죠. 


영화제는 9월 22일부터 29일까지 고양시 일대에서 열렸습니다.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는 아시아에서도 규모가 큰 다큐멘터리 영화제로도 유명합니다. 흔히 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축제'라고 말할 정도로 영화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도 그리고 영화계에 진입하기 위해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행사죠. 영화제는 영화계에 선보일 신선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시상을 진행합니다.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트레일러

이뿐 아니라 영화제는 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신진 감독들을 발굴하는 인큐베이팅 같은 역할도 하고 있죠. 어거스트 뉴스레터 구독자분들께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눈 밝으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신진 감독이 스타트업의 창업자라고 한다면 영화제는 엔젤 투자와 같이 씨드머니를 지원받거나, 시리즈 투자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영화 <죽음의 무도>에 대해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죽음의 무도>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영화제에는 <죽음의 무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무도>는 중세 후기의 예술적, 알레고리적 장르이다. 이 시기는 엄격한 종교적 미덕으로 알려졌지만 또한 유럽 역사에서 가장 퇴보한 시기이기도 했다. 죽음의 무도는 왕족에서부터 하층민들까지 모든 계급의 사람들을 위한 무용 의례로, 죽음이 누구에게나 불시에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역할을 했다. (링크)


사실 난해한 말들이 이어져 있어 구체적으로 영화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건 실험영화를 좋아하는 저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죽음의 무도> 트레일러를 한 번 보시고 다시 이 설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죽음의 무도⟫ 포스터

이제 조금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 것도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죽음의 무도>는 영화적 ‘서사'가 중요한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모더레이터(감독과의 대화 진행자)인 김동령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희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거나 아니면 픽션(영화)을 만들 때 대단히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하지만 때로는 세상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모순적인 것들이 다발적으로, 동시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어떨 때는 이 툰스카 감독님이 하셨던 것처럼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은 이야기들 어떤 모순적인 이야기들 또는 세상이 받아들여 주지 않을 것 같은 하찮은 이야기들은 잘라내게 됩니다. 그런데 툰스카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그런 작은 진실들, 디테일들이 모여 하나의 몽타주로서 천일야화 같은 종류의 스토레텔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영화는 서로 몸을 스치는 두 남성 무용수의 이미지에서 시작하여 기차 안에서 끔찍하게 살해당한 한 여성 청소년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또 자살로 위장된 것처럼 보이는 미얀마 부부의 이야기 전환됩니다. 이 이야기는 다시 태국 내 불법 이주노동자로 살고있는 미얀마인들을 비난하는 그리고 반대로 이를 옹호하는 두 남자의 대화로 이어지죠.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대화 장면은 실재하는 장면이 아닌 영화를 위해 제작된 픽션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의 주제가 되는 코로나 감염병 예방을 위해 태국 정부가 미얀마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주변으로 철조망을 친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이야기를 점점 확장해나가 군주제에 대한 비판, 태국에서 일어난 시위대 학살 더 나아가서는 미얀마인들이 군사 쿠데타를 피해 태국으로 도망쳐 온 사건 속 인종학살이라 의심될 만한 사건까지 꺼내놓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전혀 이야기와는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무용하는 남성들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 제3의 눈을 떠보자

툰스카 감독은 2007년 현대예술 분야 예술가에서 수여하는 실파톤 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그다음 해 이제는 세계적 거장으로 알려진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이 상을 수상했죠. 아핏차퐁 감독은 세계적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총 네 번의 수상을 했고, <엉클분미>는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감독의 최신작 <메모리아>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죠. 영화 <메모리아>에서는 <설국열차>, <옥자> 등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틸다 스윈튼이 주연을 맡기도 했습니다. 

⟪메모리아⟫ 트레일러
마지막으로 이 레터를 읽고 한 번쯤 예술영화 혹은 실험영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몇 가지 방법들을 추천해 드리고 레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예술영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독립영화관들을 추천해 드립니다. 종로구에 위치한 씨네큐브, 에무시네마, 인디스페이스, 아트시네마 등이 있습니다. 마포구에는 라이카시네마라는 곳이 있죠. 특히 아트시네마는 특별전을 통해 해외 고전 감독들의 영화를 상영하기도 합니다.

예술영화 OTT가 존재한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바로 Mubi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예술영화, 실험영화들을 시청할 수 있죠. <메모리아>도 이곳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립현대미술관 필름앤비디오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상영 공간이죠. 사이트를 통해 소식을 받아보시면 흥미로운 주제의 영화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의 콘텐츠 추천

björk : ancestress

에디터 <식스틴>의 코멘트
난해한 이야기를 했으니, 난해한 뮤직비디오를 추천드려 봅니다. 난해하다는 사전적 의미는 '풀기 어렵다', '알기 어렵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것들을 하나씩 풀어본다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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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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