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의 뷰티 시장에서 가장 문의가 많은 오더가 뭘까요? 바로 '开私模(private package module design)'입니다. 다 같은 용기가 아니라 private 한 자신만의 패키지를 만들어 눈에 띄는 개성을 연출해보자는 것이 목적일 텐데요. 어떤 브랜드들이 있는지 먼저 한번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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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나오는 브랜드들을 다 담자면 한도끝도 없을 만큼 많은 프라이빗 용기를 가진 뷰티 브랜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두가 처음 나오는 니치브랜드들이죠. 시장에 쏟아지는 새로운 화장품들을 생각해보면 '일단 눈에 띄고보자'는 생각도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뷰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어떤 어떤 브랜드가 새로운 프라이빗 용기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었다'는 타이틀을 보면서 '진짜 브랜딩이란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프라이빗 용기 패키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올해부터는 아니지요. 언제부터인가 뷰티 박람회에 가보면 슬금슬금 해외의 브랜드들을 카피한 디자인들을 보고는 했어요. 그 중 제일 많이 보였던 것이 스퀘어 보틀에 크고 동그란 뚜껑을 달고 있는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런 디자인들을 보며 이건 STORA SCUGGAN ?!? 이런 생각을 한건 저 뿐이었을까요? 아직 중국시장에 진출하지도 않았지만 샤오홍슈에 니치브랜드로서 꾸준히 올라오는 [STORA SCUGGAN]이죠. 니치브랜드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이미 같은 생각을 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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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브랜드들을 보며 이전에 썼던 칼럼의 [STORA SCUGGAN]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STORA SKUGGAN]은 2015년 스웨덴에서 런칭된 향 브랜드입니다. 아주 소수의 조향사와 디자이너 그룹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모든 작업은 스톡홀롬의 [STORA SKUGGAN] 향수 스튜디오에서 손으로 직접 향수를 조향하고 아트웍과 패키징을 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외모만 보면 너무나 세련된 도시의 디자이너처럼 보이지만 [STORA SKUGGAN]의 향수는 신화와 현실의 경계에 있는 초현실적인 소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브랜드의 이름 역시 스톡홀롬 북쪽의 아름다운 자연과 야생 동물이 사는 지역의 이름으로, 초현실적인 느낌의 스웨덴어 이름을 찾아 지은 것입니다. 현실에서 조금 떨어진 하지만 어딘가 있을법한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찾아 영감을 얻고 예술로 승화된 향기와 디자인으로 각 제품마다 ‘하나의 작은 우주를 만들어내는 과정’ 이것이 [STORA SKUGGAN]이라는 브랜드를 한마디로 함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번째 향수는 2015년에 출시되었습니다.  ‘Fantome de Maules’ 

고대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향수로, 삼림지대를 방황하는 ‘Fantome’이라는 거인에 대한 스토리. 키가 2미터에 이르고 망토와 가면을 쓰고 다니는 신비의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꽃을 따고 냄새를 맡으며 시간을 보낸다. 

지금 가장 유명해진 세번째 향수 ‘Moonmilk’는 과학적 미스테리에서 소스를 얻습니다.

‘moonmilk’는 Conrad Gessner라는 스위스의 동굴 탐험가에 의해 발견된 미스테리 자연 현상으로, 동굴 천장에 종유석을 빛나게 하며 하얀 밀크같은 눈물을 떨어트리는 (달의 광선에 의해 생성된다는 미스테리를 남긴) 현상

향수 브랜드이지만 그 향이 어떤지, 향을 얼마나 기가 막히는 냄새로 잘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향은 그야말로 개인 취향의 영역이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 No.1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럼 사람들은 왜 향수를 좋아하고, 좋은 향수와 싸구려 향수를 구분하며, 브랜드에 명성이 붙는 것일까요. 저는 그것이 향이라는 카테고리가 가진 예술성과 장인정신, 그리고 향수 브랜드의 세계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STORA SKUGGAN]을 소개하는 이유도 사람들이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죠. 

[STORA SKUGGAN]의 창립자 Tomas Hempel은 향수를 공부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유명한 향수 공장을 끼고 협업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 브랜드를 창립할 당시, 예술 학교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면서 향에 대한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향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어려서부터 사회공포증을 앓았던 토마스는 말없이 냄새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의미를 두었고, 그것을 자신의 일(직업)로 실현한 것 뿐입니다. 


“For me, scent is a way of communicating.”


[STORA SKUGGAN] 이 향수를 제작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스튜디오에 모인 멤버들은 흥미롭고 예상치 못한 주제에 대해 토론합니다. (ex, 문밀크 현상 같은 것) 예를들어 파트너 Olle는 일주일에 20시간 정도 위키피디아를 검색하는데 여기에서 뜬금없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멤버 모두가 흥미로워하는 몇가지로 추려지고 그 주제에 대해 깊이 파고듭니다. 대부분 멤버들은 예술, 디자인, I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배경에서 독특하고 지속적인 실험을 계속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주제를 냄새를 비롯해 이미지, 단어, 소리, 등등의 요소로 만들어봅니다. 일종의 우주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집단 코”로 일컫기도 하는데, 그룹 모두가 같은 코에 붙어있지만, 다른 특성을 지닌 다섯 개의 콧구멍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매장에는 이런 제작의 창조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코 조각상이 있기도 합니다.)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번 이야기한 바 있지만,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것은 단지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그것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는 메세지, 경험을 사는 일이기도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그들의 매력적인 생각과 창작 행위 자체를 사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STORA SKUGGAN]은 니치브랜드로서 그 아이러니의 비밀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STORA SKUGGAN]은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초점을 두지 않고 그저 자신의 창작을 해오는 것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목표 타겟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네요. (!!!) 최근 향수 시장에서 일어나는 니치 향수 붐에 따라 향수 산업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항상 처음처럼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STORA SKUGGAN]의 단 한가지 목표입니다. 그것이 가장 독특한 향기를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으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한번도 인플루언서와 광고를 하지 않은 이 브랜드는 그 독창성 때문에 여러 잡지에 소개되고 여러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 Our focus has never been to put ourselves in the spotlight"
‘마이크로 트렌드’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텐데요. 메가 트렌드와 대비되는 단어로 최근 소비 시장을 잘 말해주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개성과 자율성이 중요시됨에 따라 어느 작은 집단에서 시작된 변화의 흐름 즉 ‘마이크로 트렌드’가 어느 순간 거대한 물결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하죠. 대중적이지 않은 나만의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이런 시대의 사람들에게 ‘독창성’이란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볼 때, [STORA SKUGGAN]의 선택은 어쩌면 너무나 지능적인 전략이 아니었을까요. 브랜드가 하고자 하는 깊은 생각을 일관되게 견지하면서,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패키지와 공간과 소비자들에게 보여지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는 것. 그리고 그 유일한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한 의지와 취향의 끝에서 엣지를 지킴으로써 트렌드의 끝을 이끌어가는 니치 브랜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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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니치브랜드 뿐만은 아니겠지요. 모두가 다 아는 [설화수] 역시 프라이빗 용기로 오래 고수해온 [설화수]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예시로 보여드린 중국의 많은 프라이빗 용기를 모두 폄하하려는 생각은 아니에요. 하지만 버섯 주제의 브랜드는 버섯 모양으로, 아이스크림 주제의 브랜드는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독특한 모양의 용기만 만들어대는 일차원적인 눈에 띄기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전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브랜딩은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효율성을 바탕으로 하니까요. 

오늘 레터는 여기서 마칩니다.😊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레터만 남겨두고 있네요. 새해부터는 쇼퍼레터 컨텐츠를 개편해보려고 이것저것 구상중이에요. 의견을 받아 볼 수 있는 버튼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기계치이지만 한번 연구해보겠습니다!😅 (혹시 이런 이런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다! 하는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먼저 hello@dotshz.com으로 남겨 주셔도 좋습니다 :) )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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