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라는 기록이 연일 경신되었다죠? 날씨만큼 뜨거운 이슈,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논쟁적인 이슈 전해드려요. 이번 주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입니다.

오늘은 KBS에 관한 기사를 들고 왔어요.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받는 개편안(분리징수)을 의결했거든요. 원래는 한국전력이 전기요금과 KBS 수신료 2500원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이제는 각 가정에서 KBS 수신료를 낼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방송법 시행령을 바꾼 거예요.

이 일은 대통령실이 지난 3월9일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만든 '국민제안' 페이지에 분리징수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서 시작됐어요. 이후 여당 쪽은 KBS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KBS를 두고 "한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퍼 나르는 방송은 공영방송이 아니라 민주당·민노총 프로파간다 매체"라고 주장했어요. 반면 야당 쪽은 '방송 장악' 계획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방송 작가 300여명이 최근 성명서를 내고 "공영방송이 아니라면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사회적 약자가 있다"라며 KBS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했다.

☑️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되면 KBS 재원이 줄어들고, 인기가 상대적으로 덜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존폐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작가들은 본다.

☑️ 정부는 넷플릭스를 선택해 구독하듯 수신료 납부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넷플릭스와 '의미'까지 신경써야 하는 공영방송은 다르다.

정부는 KBS와 OTT를 동등한 선 위에 놓고 비교합니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디즈니+ 중 무엇을 볼지 선택하는 것처럼 공영방송 시청 여부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강한들 기자가 만난 작가들의 말처럼 KBS와 넷플릭스는 다릅니다. 넷플릭스가 시청자가 극히 제한적인 국악, 클래식, 독립영화, 어린이, 지방 이슈에 관한 프로그램을 공영방송만 한 비중으로 공급할 수 있을까요?

특히, 지금 여당이 가장 불편해할 KBS의 뉴스 프로그램만 봐도 그래요. KBS, MBC, SBS 등 지상파부터 JTBC, 채널A, TV조선 등 종합편성까지 메인 뉴스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해 보면, KBS만 뉴스 배열을 유독 달리하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요즘처럼 큰비가 내리거나, 태풍이 닥쳤을 때예요. 정규 뉴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재난방송'으로서 법적 책무 때문에 교양·예능 등 다른 프로그램 방영을 멈추고 재난 보도를 편성할 때가 있죠.

모두 탄탄한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KBS 예산에서 수신료 수입은 45%를 차지해요. 일괄적으로 수신료를 걷는 게 부당하다고 본다면, 적어도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도외시하고 재미에 치중하는 OTT와 똑같은 선택권을 논하는 건, 주 120시간 노동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인식과도 관련이 있을까요?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따로 걷으려고 해도 선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수신료를 안 내겠다는 집마다 방문해서 TV 유무를 확인할지, TV가 있는데도 안 내는 가정에는 진짜 '페널티'를 줘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정부에는 사실상 대책이 없습니다. 이 점은 강한들 기자의 다른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물론, 공영방송의 고유 역할이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그 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입니다. 여론이 수신료 분리징수 쪽에 더 기울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결정적으로 상업적 수입이 아닌 수신료가 우리나라 창의산업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공영방송 스스로 확신이 없다. 고품질 역사극이나 고비용 기획물을 제작하는 데 시민이 지불한 준조세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또한 그런 제작이 요소와 유통시장은 물론 유관 산업에 얼마나 승수효과를 창출했는지 남들은 몰라도 공영방송은 알고 있어야 한다. 수신료의 가치를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KBS 내 억대 연봉자가 절반이 넘는다는 주장을 두고 시시비비만 따지려고 하지 말고, 억대 연봉을 받으며 제작한 방송의 가치가 충분한지 또한 생각해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