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작거나 귀엽거나 동그란

님, 익숙해진 달이 그새 다음으로 꼴깍 넘어갈 준비를 해요. 이맘때 우리는 곧잘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돌아보곤 합니다. 나의 바구니가 얼마나, 무엇으로 채워졌는지 살펴보다가 영 성에 차지 않아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 같은 후회만 들지요. 아마, ‘성취’라는 단어가 참 크게 느껴지기 때문일 거예요. 그걸 듣자마자 앞으로 내디딘 발도 뒤로 쏙 감추고 싶어지고요. 만약 그렇다면 ‘성취’ 앞에 나만의 말을 붙여보는 건 어떨까요? ‘작은’, ‘동그란’, ‘귀여운’…. 거대한 단어를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마음대로 깎아보는 거예요. 그리고 틈날 때마다 어루만지고 들여다보면서 나만의 ‘어떠한’ 성취를 떠올려 보세요. 제멋대로 정의 내린 성취는 이제 더 이상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닐 거예요. 님만의 오롯한 성취를 응원하며, 어라운드의 지난 발자국을 되짚어 봤어요. 꾸준한 달리기로 순수한 즐거움을 얻는 러너 장인성, 산책하며 영감을 줍는 아이헤이트먼데이 홍정미와의 대화를 이번 뉴스레터에 꺼내둡니다.

11.30.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Ver.2 AROUND Vol.84 산책자(A Walker)


12.14.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12.28. At The End Of The Year연말의 끝에서

한 해를 떠나보내며, 독자분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전해요.

장인성이 살아가는 세상의 절반은 달리기가 구성한다. 달릴 때 그를 지나치는 숱한 풍경, 달리면서 피어나는 산뜻한 활력이 예전엔 몰랐던 세계의 문을 열었다. 그 문 앞에서, 장인성은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 놓기 시작했다.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

달리기로 바뀐 점도 많을 것 같아요.

가장 크게는 땀을 내거나 움직이는 걸 싫어하던 사람이었는데 활동적으로 변했다는 거예요. 땀 내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게 되면서부터는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땀이 날 일을 찾아서 해보게 된 거죠. 첫 도전엔 앓아눕기까지 했던 달리기인데, 이걸 13년 동안 해 오면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봤어요. 나를 완성시킨다는 고양감이 저를 행복하게 했죠. 사실 이건 달리기가 만들어낸 변화의 절반밖에 안 돼요.

 

나머지 절반은요?

음, 달리는 동안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는 거요. 좋은 말만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이 그렇거든요. 처음 달릴 때는 ‘너무 힘들다. 바빠 죽겠는데, 뛰고 나면 더 지치고 힘도 빠질 텐데, 이걸 왜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달리기가 어느 정도 몸에 익고 나니까 달리기를 할 때마다 힘이 나더라고요. 우울하고 힘들고 슬플 때 달리면 우울감이 사라지고 힘듦도, 슬픔도 멀어져요. 신기하죠? 제 기록이나 성장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달리기는 그 자체로 순수한 기쁨이에요. 한 발씩 앞으로 내딛고, 눈앞으로 풍경들이 지나가고, 가볍게 앞으로 치고 나갈 때 느껴지는 생생한 쾌감…. 뛸 때마다 더 잘 뛸 수 있게 하는 호르몬들이 살아나는데, 그걸 느끼는 건 황홀한 경험이에요. 복잡함이나 힘듦이 사라진다는 걸 알게된 뒤부턴 달리지 않을 수가 없어요.

 

꼭 영적인 경험 같아요(웃음).

말로만 들으면 좀 신기하죠? 근데 그렇게 낯설고 어려운 경험은 아니에요. 그저 ‘기분이 더 좋아진다.’는 거거든요. 제가 달리는 데서 순수한 기쁨을 얻는다는 걸 이젠 지인들도 다 아니까, 제가 조금 맛이 가 있다거나 힘들어 보이면 배우자는 가서 달리고 오라며 권하기도 해요. 그럴 땐 일단 옷을 갈아입고 달리러 가요. 일이나 사람 문제로 복잡해지거나 스트레스 상황이 와도 다른 욕구보다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요. “나 뛰고 올게.” 한마디하고 뛰러 나가면, 돌아올 땐 제가 정말 웃고 있어요.

 

그게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건가요?

맞아요. 사실 이런 감정의 고양은 달리기 말고 다른 운동에도 있을 거예요. 사이클, 수영, 산악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요. 그중에서도 저한테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게 달리기인거죠. 저도 달리기 초급자였을 땐 러너스 하이를 말로만 들어서 유니콘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엄청 특별한 건 줄 알았거든요. 막 “뽕 맞은 것 같다.”고들 하니까(웃음). 근데 한 번 감정적으로 고양되는 순간을 겪고 나니까 그 표현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는 걸 알았어요. 환상적인 뭔가 펼쳐지는 건 아니고요,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넘치는 상태가 되는 거예요. 제가 정의한 이 감정이 맞는다면 러너스 하이는 달릴 때면 언제나 와요. 러너스 하이가 달리는 사람에겐 일상적이고 쉬운 일이란 걸 많은 사람이 알면 좋겠어요.

 

혹시 이런 건가요? 자전거 타면서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어느 순간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오는….

맞아요. 실컷 수영하고 샤워하고 나왔을 때 시원해지는 기분! 그거랑도 비슷해요. 물론 그보단 좀더 고양감이 있지만요(웃음).

“일단 양말을 신고 나가보세요.” 하루 산책이라는 귀여운 성취를 위해 위트가 깃든 양말을 한 짝씩 신어봅니다.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

요즘 정미 씨의 산책은 어때요?

계절 덕분에 기분 좋은 산책을 하고 지내요. 지난주엔 업무 끝나고 남산 끝까지 올라갔다 왔는데, 그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살면서 전국 곳곳의 좋다는 산책길을 참 많이 찾아다녔거든요. 근데 쇼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은 시간이었어요. 저녁에 오르다 보니 야경도 볼 수 있었는데, 서울 정말 좋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더라고요. 멀리서 하는 산책도 좋지만 생활 반경에서 나만의 산책길을 찾는 게 진짜 재미있는 일 같아요.

 

아무리 간단한 산책이어도 시간을 내야만 하는 일이잖아요. 시간 내기가 어렵진 않아요?

저는 ‘시간이 없어서 못 했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세상에 저보다 바쁜 사람은 많아요. 그래서 이 정도는 바쁜 것도 아니란 생각을 항상 하려고 하죠. 시간은 내려면 얼마든지 낼 수 있어요. 어렵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양말 신고, 신발만 신으면 되거든요. 운동하기 싫어도 신발을 신으면 나가게 되고, 나가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단지 시간이 없어서 이 계절, 이 시간에 즐길 수 있는 걸 놓치는 건 저 자신에게 미안한 일이에요. 정말 시간이 없다면 잠을 줄이면 되니까요. 아침에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엄청 부지런한 마인드를 갖고 있군요.

사실 체력이 타고난 것도 있어요. 나태한 제 모습을 싫어하기도 하고요. 하기 싫은 것까지 해냈을 때 성취감이 큰 사람이어서 저는 부지런하게 사는 제 모습에 심취해 사는 것 같아요. 심지어 제가 참여하는 산악회는 등산 시각이 5시예요. 그렇게 움직여야 남은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으니까, 저는 이런 방식이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일찍 일어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 이런 제 모습을 스스로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요.

 

성취라는 단어는 늘 장기적이고 무겁게 느껴졌는데, 정미 씨 이야기를 들으니 작고 귀엽게 다가와요.

저는 작은 목표를 섬세하게 정해두고 하루를 보내는 편이에요. 성취감을 느낄 때 스스로 칭찬해 주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기분도 좋아지거든요. 해냈다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웃음). 버스를 타면 두 정거장 일찍 내려서 걷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가서 10분 산책하고… 그런 작은 목표들 덕분에 저는 매일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지내요.

 

생활 반경에서 자주 산책하시는 것 같아요. 늘 같은 길을 걸어도 산책할 때만 보이는 풍경들이 있잖아요. 어떤 풍경들을 새롭게 마주했어요?

한동안 자차로 출퇴근하다가 지금은 직원들과 함께 퇴근하고 있는데요. 우리 직원들 퇴근 루트가 정말 귀여워요. 엄청난 디테일이 있거든요. “지금 건너지 말고, 저쪽 건널목에서 건너요. 그럼 신호를 딱 맞출 수 있어요.”라면서 횡단 신호를 체크한다든지, “저 카페 아저씨 인사 되게 잘 받아줘요.” 하고 다 같이 인사하는 식이죠. 진짜 귀여운 건 퇴근길을 일부러 돌아가는 건데요. 어느 지점에서 “조금 있으면 고양이가 나올 거예요.” 하더니 고양이 이름을 막 부르더라고요. 그러니까 기다렸다는 듯 엄청 맹하고 귀엽게 생긴 고양이가 나타났는데, 직원들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간식을 꺼내 챙겨주더라고요(웃음). 직원들이랑 처음 같이 퇴근하던 날 ‘이게 뭐야! 너무 재밌다!’ 싶었어요. 이 재밌는 걸 저만 몰랐다니!

 

정말 귀여운 행복이네요.

걷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행복이죠.

신발과 바지 사이, 살짝 보이는 양말로 하루의 생기를 선물하는 ‘아이헤이트먼데이’. 브랜드를 이끄는 홍정미는 양말을 구상할 때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기보다, 밖으로 씩씩하게 걸어 나가는 편입니다. 산책을 거듭하며 영감을 발견하는 그에게는 작은 목표를 섬세하게 정해두고 하루를 보낸다는 습관이 있는데요. ‘버스를 타면 두 정거장 일찍 내려서 걷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가서 10분 산책’하며 작은 성취를 수집한다고 해요. 여러분에겐 작은 성취를 북돋아 줄 무언가가 있나요?


·사진 이명주

가뿐하게, 경쾌하게


저에겐 알록달록한 양말입니다. 우리에겐 피할 없는 것이 아주 많이 있지요. 며칠 전부터 부담감으로 머리를 지끈하게 만들던 , 추운 날씨에 가야 하는 운동, 이상 미룰 없는 귀찮은 약속처럼요(웃음). 그럴 때마다 무난한 양말 대신 무늬가 콕콕 박혀 있거나 컬러풀한 양말을 꺼내 신어요. 어차피 해야 일이라면 좀더 가뿐하게, 경쾌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발짝씩 걸을 때마다 목격하는 양말의 귀여움이 오늘 하루에 대한 애정을 키워준답니다. 오늘 하루가 충분히 마음에 들었으니, 무엇이라도 해낼 있을 것만 같아요

한 해를 풍성하게 매듭짓도록 도와줄 LCDC SEOUL에서 선물 꾸러미 ‘LCDC Winter Trip’을 준비했습니다. LCDC와 한아조, 셀렉트 마우어, 요안나, 오이뮤가 함께 제작한 ‘LCDC Limited Goods증정과 더불어 12월 한 달간 크리스마스 열차에 올라탄 듯한 포토존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포토존에서 촬영한 사진은 ‘#LCDCSEOUL’ ‘#LCDC윈터트립’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면 랜덤박스 참여 기회도 드려요. 랜덤박스에는 LCDC Limited Goods, SHOP LCDC 제품, 이페메라 음료권, 바피에스 스페셜 코스 쿠폰 등 푸짐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답니다. LCDC의 층과 층, 방과 방, 문과 문 사이를 오가며 마음에 짙게 남을 연말의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기프트 이벤트: 12.01. 12.10.

포토존 진행: 12.01. 12.31.

LCDC Limited Goods 증정 이벤트


LCDC와 그 공간을 채우는 네 개의 브랜드가 다정한 마음으로 완성한 ‘LCDC Limited Goods’. 회색 건물과 중정의 터줏대감 ‘대왕 참나무’로부터 힌트를 얻어, 언제 어디서든 이곳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문 안팎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이 특별한 선물을 어라운드 구독자분들께도 안겨드리고 싶어요.


어라운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매거진 1년 정기구독’을 신청한 선착순 20분께 네 가지의 굿즈 전부를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11월의 문틈으로 손을 뻗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열었던 문을 고이 닫고 새로운 달의 손잡이를 잡을 때가 왔네요. 하루하루 안온하게, 즐겁게 만끽하시길 온 마음으로 바랄게요. 12월 중턱에 찾아올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 매거진 신간 92호 움직이는 습관(My Own Movement)소식을 품에 안고 찾아올게요. 그럼 다음 뉴스레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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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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