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지직 정식 출시, 아프리카 개편을 앞두고
오리진  "야구와 함께하는 요즘입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오리진입니다.


요즈음 야구, 재밌게 보고 계신가요? 티빙에서 KBO 프로야구 리그를 온라인 독점 중계하게 되면서, 끊어두었던 티빙을 다시 구독했는데요. 지난번 스포츠 중계권 관련해서 레터를 쓸 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KBO는 특정 OTT 플랫폼에 독점 중계권을 팔지 않아 줬으면" 하고 내심 바랐는데 이렇게 되었네요. 


저는 중요한 시기를 맞은 두 스트리밍 서비스를 떠올렸습니다. 곧 5월 19일 정식 출시를 앞둔 네이버의 '치지직', 그리고 'SOOP'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올해 2분기 리뉴얼 서비스 베타를 출시할 예정인 '아프리카TV' 말이죠. 네이버 스포츠, 아프리카 편파 중계 등으로 스포츠 시청층을 적극적으로 모으던 두 서비스가 스포츠 종목에서 OTT에게 밀린 것이니까요.


트위치부터 해서 지금도 계속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보고 있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팽팽한 싸움을 하고 있는 두 서비스, 콘텐츠 확보에서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 이번 레터에서는 익숙함을 위해 숲이 아닌 아프리카TV로 부르겠습니다.

© 네이버 치지직

© 아프리카TV SOOP
1. 생각보다 선전하는 치지직
2. 맞붙을 곳은 광고
3. 콘텐츠에서는 어떤 경쟁을
4. 그다음은? 

생각보다 선전하는 치지직

치치직과 아프리카TV의 경쟁, 발단은 망 사용료 논란으로 인한 트위치 철수라는 대사건이었습니다. 시청자로서는 가슴 아팠지만, 트위치의 철수는 국내 기업에는 절호의 찬스였고, 그 자리를 채우겠다고 네이버가 나서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네이버는 신생 스트리밍 서비스인 만큼 아프리카 대비 노하우가 부족하지만, 아프리카TV도 사회적으로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 어느 한 쪽이 우세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트위치의 스트리머와 시청층을 확보하기 위해 각 사가 치열하게 확보 경쟁을 치렀고, 한동안 대형 스트리머가 어디로 이적했다는 식의 기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이러한 시장 상황과 각 사가 어떤 입장인지에 대해서는 어거스트에서도 다룬 바 있어, 아래에 소개해 보겠습니다.


트위치 철수발 스트리밍 지각변동_1,2편 (2024-01-05, 01-09 발행, 에디터 후니, 링크)

💬 그렇다면 네이버는 치지직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또한, 자체 서비스 중 고인물화가 진행된 네이버 카페, 블로그를 다시금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거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바이브와 연계하여 음원 유통 기반을 확보하거나 새롭게 출시될 여러 가지 서비스들을 연계하여 활성화 및 락인 전략을 통해 초기 유저를 확보하는 등 다양한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번 치지직 운영을 잘 이루어 나간다면 라인과 연계한 일본 시장 공략이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스트리머 플랫폼을 통해 할 수 있다는 넓은 관점에서 전략적인 가능성이 생깁니다. 

(중략)

이번 리브랜딩은 아프리카TV 입장에선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국내용으로만 쓰던 BJ를 해외에서 통용되는 스트리머로 변경하거나 별풍선이라는 후원 명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명칭 변경은 그런 측면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죠. 게다가 아프리카TV의 성장성에 대한 한계가 꾸준히 제기되는 현시점에서 글로벌향 리브랜딩은 정말 필요한 작업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치지직을 통해 네이버 TV, NOW로 시도했으나 점차 열리지 않던 영상 서비스의 문을 열게 되었고, 아프리카는 쇄신을 통해 기존 국내 서비스의 강자 위치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느낌입니다. 

현재 시점은 23년 12월 19일 치지직 출시로부터 대략 4개월 정도 지난 시점인데요, 눈에 띄는 것은 치지직이 아프리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치지직과 아프리카TV의 월간 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 추이를 발표했는데요. 2024년 3월 기준, 치지직이 월간 사용자 기준에서 아프리카를 넘어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와이즈앱, 이미지 가공 파이낸셜 뉴스

MAU 산정에 있어 리서치 기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넘어섰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치지직이 정식 서비스 출시 전부터 아프리카TV와 유사한 규모로 성장하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어요.

눈여겨 본 것은, 올 3월의 치지직 MAU가 작년 3월 트위치의 MAU와 비슷한 규모라는 점입니다. 단정할 수는 없으나 트위치 이용자와 일부 아프리카TV 이용자들이 치지직으로 이동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치지직이 신생 서비스이기에 이용자가 몰릴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요.

© 와이즈앱

MAU 기준에서는 치지직의 성장이 눈에 띄지만, 평균 시청 시간은 아프리카가 우세합니다(와이즈앱, 모바일앱 기준). 치지직은 인당 사용 시간 2시간 49분인 반면 아프리카TV의 경우 6시간 2분에 달하고 있어요. 또한 아직 순간 집중되는 시청자 수 측면에서는 아프리카TV가 치지직을 앞서고 있는 듯 해요. 즉, 아프리카TV 이용자들이 더 오래 시청하기도 하고, 대형 콘텐츠 등이 있을 때 확실하게 모인다는 것입니다. 광고 측면에서 특정 스트리머, 채널, 콘텐츠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고려했을 때, 노출 효과가 더 높을 수 있는 아프리카TV가 매력적일 것으로 보여요.

© 소프트콘 뷰어십 (3월 5주차)

맞붙을 곳은 광고

치지직은 현재 베타 버전에서는 배너와 같은 디스플레이 광고나 영상 전/중/후에 삽입되는 동영상 광고를 제한적으로, 비교적 적게 노출하고 있는데요. 관전 포인트는 치지직에서 정식 출시 이후 '광고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입니다.

아프리카TV의 주가가 오르는 데에는 광고가 일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데일리 인베스트에 따르면 22년 7월경 68,000원 수준이었던 아프리카TV 주가는, 현재 4월 15일 기준 11만 원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증권사 리포트는 아프리카TV의 목표가를 13만~16만 원으로 예측하고 있죠. 23년 말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광고는 아프리카TV 연 매출의 23%를 차지하고 있고, 23년 4분기의 경우 작년 동일 분기 기준 20%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은 동일 분기 기준 70% 성장하였는데, IR에서는 플랫폼 매출 성장 가속화 및 '광고의 수익성 강화'로 인한 부분으로 명시하고 있고요. 

해당 광고 매출은 플랫폼 / 콘텐츠 / 기타로 나뉘는데요. 주목하는 부분은 콘텐츠형 광고입니다. 4분기 매출 기준 해당 광고 부문의 비중을 보면 플랫폼 광고 13%, 콘텐츠형 광고 54%, 기타 광고 21%로 나뉩니다(소수점 절사). 플랫폼 광고가 디스플레이, 동영상 광고 등이라면, 콘텐츠형 광고는 스트리머의 콘텐츠에 광고하고자 하는 브랜드 내용을 녹여내는 형식입니다. 전자는 배너, 영상 전 15초 광고와 같은 형태로, 광고주가 정한 내용을 유저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한다면, 콘텐츠형 광고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유저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참여하며 같이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상호 X 김민교의 '오로나민 C그니처'가 그 예시입니다. 오로나민 C 광고의 일환으로 아프리카TV의 BJ들을 대상으로 팀을 꾸린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 콘텐츠인데요. 동아오츠카 본사에 방문해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결승전에는 오로나민 C 모양의 트로피를 제작하여 수여하기도 했어요. 결승전 티켓과 스트리머들의 한정판 굿즈, 그리고 오로나민 C를 넣어 6,000 세트를 판매하였는데 사전에 완판 되었을 뿐만 아니라 웃돈이 붙기도 하였습니다. 누적 시청자 수 1,000만을 돌파하며 성공적인 콘텐츠형 광고로 회자되고 있죠.

콘텐츠형 광고의 유형은 다양합니다. 마치 홈쇼핑의 쇼호스트처럼 스트리머가 상품을 생방송 중에 홍보하면, 시청자들은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홍보하는 제품을 아프리카TV 샵이나 광고주 판매 링크를 타고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애드벌룬'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생방송 중 설정된 배너를 클릭하거나 하는 식으로 광고에 참여하면 애드벌룬을 모으고, 모은 벌룬을 좋아하는 스트리머에게 선물하여 후원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 콘텐츠형 광고는 네이버가 잘할 수 있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영역입니다. 네이버는 이미 네이버 쇼핑,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네이버 페이, 멤버십 등으로 결제 수단, 할인 혜택을 이미 가지고 있으므로 광고가 실제 판매로 더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강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 쇼핑 검색광고 상품에 치지직을 포함하여 판매하는 등 네이버의 광고지면 통합 상품의 가능성도 있고요. 네이버가 아프리카TV보다 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네이버가 해당 연계를 어떤 형태로 녹여낼지는 모르지만, 스트리머의 영향력과 팬덤 결집력이 주목받는 현시점에서 콘텐츠형 광고가 두 서비스가 맞붙을 영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프리카TV가 가져가고 있는 콘텐츠형 광고 파이, 치지직이 가져올 수 있을까요?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광고에 중요한 것은 시청자 파워이며, 해당을 위해서는 스트리머들이 뛰어놀 수 있는 '판'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스트리머들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지만, 해당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재료 제공 차원에서 서비스 플랫폼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세분되고 다양화되는 시대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유튜브가 영상 플랫폼 1위로 존재하는 시점에,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유저의 시간을 확보·집중시키기 위해 플랫폼 차원에서 '어떤 재료를 스트리머에게 제공할 수 있는가', 그것이 문제입니다.

🤔 콘텐츠에서는 어떤 경쟁을

앞서 어떤 재료를 스트리머에게 제공할 수 있는가, 어떻게 플랫폼에 시청자를 결집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언급했는데요. 스트리머 확보 경쟁이 어느 정도 정리된 지금, 각 플랫폼에서 어떤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지 보려고 해요.

- 게임과 E-스포츠


인터넷 방송의 꽃은 게임이죠. 인터넷 방송이 활성화되는 시초인 만큼 가장 근본이 되는 콘텐츠인데요. 게임의 다양화, 그리고 나날이 커지는 E-스포츠 시청층을 잡기 위한 경쟁이 진행 중입니다. 


대형 게임뿐만 아니라 트위치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디게임을 방송하는 스트리머들이 아프리카TV로 유입되면서, 아프리카TV의 게임 커버리지가 전에 비해 더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게임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치지직이 우세로 보입니다.


기존 '네이버 게임'이 치지직으로 업데이트되면서, 게임별 라운지에서 게임사와 다른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별로 라이브도 같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저들이 주로 플레이하는 인기 게임뿐만 아니라 '사전 예약'을 걸고 나오는 신규 게임에 대해서도 홍보 차원에서 라운지가 생깁니다. 아프리카TV에서 방송되지 않을 게임에 대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방송도 볼 수 있기에 치지직은 '종합 게임'에 우위가 있습니다. 게임사 측면에서는 공식 계정 생성 시 게임에 대해 생방송도 진행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기도 하고, 게임별로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이점이 있기도 하고요.


아프리카TV는 이를 의식했는지 최근 신규 게임 출시 시 게임사와의 제휴를 통한 이벤트 진행, 종합 게임 카테고리 활성화를 위해 지원 정책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어요.

네이버 게임 라운지 © 네이버

다만 E-스포츠 측면에서는 아프리카TV가 좀 더 우위에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PUBG(배틀그라운드)와 같은 유명 게임 중계는 두 플랫폼에서 모두 제공하고 있지만, 아프리카TV는 공식 중계 외로도 다른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아프리카TV는 T1, Gen.G, DRX 등의 구단과 제휴하여 자체 라이브와 콘텐츠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고 있고, 중국 리그인 LPL의 스프링 플레이오프에 대해서도 한국어 중계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반면 치지직의 경우는 구단 중 농심 레드포스와만 제휴하고 있어요.


또한 아프리카TV는 예전부터 E-스포츠 대회를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예시로는 아프리카의 앞 글자인 A를 따서, 인기 게임 대회를 열었던 오리지널 콘텐츠, A-시리즈가 있습니다. ASL(스타크래프트), ATL(철권), ALL(리그오브레전드), AVL(발로란트) 등이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멸망전'으로 불리는 BJ 대형 게임 대회를 열기도 합니다. 23년에는 스트리밍 플랫폼과 상관없이 스트리머들이 참여 가능한 대회를 여는 e스포츠 브랜드 'AF Open'을 런칭하기도 했어요. 이렇듯 아프리카TV는 자체 대회를 운영해 온 노하우와 팬층, 그리고 경기장 스튜디오(프릭업 스튜디오, 비타500콜로세움, 상암아프리카 콜로세움)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이점입니다. 


치지직도 향후 같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치지직의 첫 공식 행보는 트위치 대형 스트리머 이벤트였던 '자낳대' 대회를 공동 후원하는 것이었으며, 1월에는 '폴가이즈'라는 게임으로 첫 스트리머 게임 대회를 열기도 했거든요.


게임과 E-스포츠 부문에서 두 서비스,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BJ멸망전 © 아프리카

- 버튜버


기술의 부상으로 버추얼 유튜버,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그에 따라 버추얼 아이돌 음원이 멜론 차트에 진입하거나, 콘서트가 열리거나, 버추얼 캐릭터를 활용한 스트리머들이 늘어나는 요즘입니다.


버추얼은 시장성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약간 빛이 바랬지만 '메타버스'와의 연계성도 높고, 10~20대 유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버추얼 부문에서 두 회사가 스트리머 확보에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일단,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 아이돌'을 만들고 육성시킨 대형 스트리머 '우왁굳'이 아프리카TV로 이적하면서 아프리카TV가 버튜버 모집 차원에서는 우선 우위를 차지했습니다. 아프리카TV는 23년 말 버튜버 음악 경연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고, 가상현실 플랫폼 '프리블록스' 베타를 출시하기도 해서 더 호재입니다. 최근에는 이 흐름을 타고, 3D 버튜버 아바타를 제작하는 오버더핸즈 사와 MOU를 맺어 버튜버들이 무료로 3D 아바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요.


글로벌 서비스가 된 '제페토'로 버튜버 시장을 노리는 네이버로서는 아쉬운 흐름입니다. 특히, 버추얼 아이돌과 협업 웹툰도 냈었던 만큼 연계 효과가 클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치지직에서 활동하는 버튜버의 숫자도 많고 네이버의 기술력도 있는 만큼 앞으로를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제페토의 경우에는 2D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캐릭터를 출시한 이후 신규 일간 가입자가 900%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버튜버는 아프리카TV의 해외 진출에서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고, 치지직 역시 잠재적인 기회가 많은 만큼 앞으로 지켜봐야겠어요.

- 스포츠 


OTT 경쟁으로 인해 스포츠 중계가 파편화되는 요즘, 뉴미디어(온라인) 중계권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EPL과 같은 해외 축구 중계권이나 이번 KBO 국내 야구 중계권이 특정 플랫폼 '독점'으로 확보되면서, 기존과 같이 포털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무료로 시청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네이버는 네이버 스포츠로 야구, 축구, 농구 등에 경기 일정, 점수, 오픈톡, 뉴스 등을 제공하며 포털 이용자를 지키고 수익 모델 활성화에 애써왔습니다. 아프리카TV 역시 스포츠 카테고리를 만들어 일정 안내, 중계, 편파 중계와 같은 콘텐츠를 제공해 왔는데, 중계권이 파편화되면서 두 플랫폼의 스포츠 서비스 방향이 약간 애매해졌어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TV는 대회와 오리지널 콘텐츠로, 네이버는 정보 제공과 커뮤니티를 통한 팬덤 공략이라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먼저 아프리카TV는 KBO의 파트너사인 스포츠투아이(Sports2i)와 계약해, 스트리머가 문자 중계와 상황 그래픽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실제 영상 중계를 보여주지 못할 뿐,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스트리머 자체 해설 방송을 하는 것이죠. 이러한 '입중계' 방송을 OTT로 영상을 보면서 스트리머의 해설을 함께 본다든가, 다른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시청했고, 아프리카TV는 KBO 개막 2연전 누적 6만 명이 모였다고 발표했어요. 


그에 더해 자체 제작 야구 예능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기존의 프로야구 토크쇼 '야자타임'의 경우 번외편을 새로 편성하였고, 이번 4월부터 전력 분석 '야구 대담'을 새로 시작하기도 했어요. 이렇듯 아프리카TV는 '콘텐츠'의 측면에서 방송사나 OTT 중계가 줄 수 없는 부가적인 재미를 주는 부분에 집중하여 야구팬들을 모으고자 하고 있습니다. 

야자타임 © 아프리카TV

치지직의 경우는 출시 이후 티빙이 야구 중계권을 확보하였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야구 중계를 한 바가 없습니다만, 네이버 스포츠로 말씀드리자면, 정보 제공과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여 팬덤 집결을 노리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강화는 기존의 기조이기도 한데요. 해외 축구에만 제공되고 있던 '승부 예측' 기능을 모든 종목으로 확대하고, 특정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오픈톡'에는 스포츠 탭 기능을 전면 노출하여 스포츠를 강조했습니다. 게임 라운지처럼 향후 치지직 영상이 같이 제공되는 것도 가능해 보여요.

승부예측 서비스 © 네이버

오픈톡 내 '스포츠 탭' © 네이버

다만 언제까지 OTT의 인기 종목에 대한 중계권 독점이 이어질지는 개인적으로 불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뉴미디어 중계권은 금액을 감당하기 위해 포털·통신 컨소시엄 형식으로 확보하거나, 중계권 확보에 성공하더라도 다른 플랫폼에 '재판매'를 통해 비용을 충당해 왔거든요. 티빙의 경우, 2026년까지 KBO 독점 중계를 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어느 정도 가입자를 확보한 이후로는 중계권 비용(1,350억 원🤯)과 실시간 트래픽을 위한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재판매를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참고로 티빙의 2023년 영업손실은 1,419억 원으로 적자 탈출에 실패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중계권을 다시 확보할 수 있을 그때까지, 두 서비스가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또 주목할 점은, 쿠팡플레이가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닌 스포츠부터 공략했던 것처럼 두 서비스 모두 배구나 당구, 골프 같은 스포츠 영역 중계를 통해 팬덤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치지직은 중계권을 가진 배구 경기 중계를 스트리머와 같이 보는 'KOVO Watch Party' 이벤트를 진행하여 스포츠 경기 중계방송을 장려한 바 있어요. 네이버에서는 'MY 골프' 서비스를 개편하여, 소모임부터 대회까지 아마추어 라운드를 만들 수 있도록 하여 골프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한 바 있고요. 

스트리머 영실 KOVO Watch Party 이벤트 화면 © 치지직

아프리카TV도 이 부분에서 적극적입니다. 아프리카TV는 23년 4월 당구연맹 미디어 권리를 가지고 있는 (주)파이브앤식스를 인수하고 당구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어요. 세계 3쿠션 대회를 주최하고 당구 선수를 BJ로 초청해 중계방송을 하기도 했는데요. 게임에서와 같이 자체 대회 개최에 그치지 않고, 중계권 판매나 글로벌 채널로의 판매 확장을 꾀한다는 점에서 아프리카TV가 '스포츠사' 및 '방송사'의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세계대회의 경우 각 지역 스트리머와 협업해 해설하거나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에서 향후 해외 진출에서의 방향성이 가닥이 잡히는 듯합니다.

월드 3쿠션 서바이벌 © 아프리카

그다음은?

스트리머 확보 및 게임과 E-스포츠, 버튜버, 스포츠 팬덤을 넘어서 그다음은 VOD와 같은 기존 유료 콘텐츠의 영역이 아닐까 싶어요. 치지직은 최근 스트리머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시청자와 같이 보고 싶은지'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네, 같이 보기 서비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같이 보기 서비스란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예능, 혹은 스포츠 등과 같이 타인의 저작물을 같이 보는 것을 말합니다. 유튜브 영상의 경우는 다른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다는 것이 '누구나 볼 수 있으며 누구나 공유할 수 있다'는 유튜브의 정책에 동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같이 보기 (Watch Together) 기능은 OTT에서 많이 보여 왔는데요. 예를 들면, 왓챠의 경우 '왓챠 파티'로 친구, 가족뿐만 아니라 타인과 같이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해당 기능을 통해 평론가나 감독, 배우와 코멘터리 방송도 해왔습니다. 디즈니플러스도 마찬가지로, 'Group Watch' 기능을 제공했었죠. 

사카구치 켄타로 팬미팅 © 아프리카TV

두 번째는 흥미롭게도 기존 OTT와 같이 VOD 콘텐츠를 수급해 와서 제공해 주는 '애니메이션관' 사례입니다. 게임, 애니와 같은 서브컬쳐에 관심이 많은 유저층이다 보니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구 애니메이션관 캡쳐 © 아프리카TV

다만 이러한 형식의 단점은 역시 OTT로부터 옵니다. 인기 콘텐츠의 경우 콘텐츠 보유사가  플랫폼을 출시할 경우 '독점'의 형태로 제공하기 위해서 다른 플랫폼에서 제공이 중지될 수 있고, 계속 제공하기 위해선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프리카TV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대폭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요. 


'같이 보기'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확실히 있습니다. 그 예시로는 유튜브의 리액션 영상이 있어요. 혼자 시청하고, 심지어 실시간으로 같이 보는 것이 아님에도 생생한 표정이나 멘트로 마치 같이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인기를 얻었는데요. 이러한 반응 영상은 국내에서는 KPOP 해외 반응으로 유명했었습니다만, KPOP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에도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습니다. 여러 유튜버들의 반응을 모아놓는 것을 주 콘텐츠로 하는 채널들도 생겼죠.


다만 이 리액션 영상에도 저작권의 문제가 있습니다. 반응 영상의 시작은 KPOP이 아니었을지라도 KPOP이 반응 영상 붐을 일으켰던 것은 KPOP 뮤비가 공짜로, 유튜브에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예능, 애니메이션, 영화의 전체 콘텐츠를 보여주며 반응을 올리던 영상들은 콘텐츠 제작사의 요청으로 지워지고 있습니다. 최근 집중 관리 대상이 된 것은 애니메이션인데요, 최근에는 '도라에몽' 영상에 대해 신에이 스튜디오에서 콘텐츠를 내리도록 요청한 사례가 있었어요. 제재를 당하게 되면 콘텐츠가 삭제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채널이 정지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 리액션 채널을 하던 방송인들은 다양한 형식을 강구하고 있어요. Patreon과 같은 유료 구독 서비스를 통해 구독한 사람에게만 영상 전체를 볼 수 있게 하거나(이 방식도 저작권 침해입니다만 발견하기 어렵죠), 콘텐츠 영상을 보여주지 않고 시작 시간만 맞춰 '입중계' 같은 것을 하거나, 아니면 영상을 보여주되 아주 짧게 잘라서 일부 장면을 3초씩만 보여준다거나 하는 식이요.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애니메이션 등을 같이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이 점에서, 치지직이 같이 보기 서비스를 한다면 확실한 차별점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네이버 서비스 연계 측면인데요. 우선 네이버 멤버십이 있습니다. 네이버 멤버십은 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티빙, SPOTV, 웹툰 쿠키, 시리즈 온 영화 감상 중 한 가지를 고를 수 있게 되어있는데요. 치지직과 네이버 페이가 연계하여 혜택을 주고 있는 것처럼, 멤버십 자체를 치지직과 연계하여 티빙의 콘텐츠를 같이 볼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혹은 멤버십 구성에 따라 다른 OTT와 연계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존에서는 당사의 자산을 활용하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가입한 경우 트위치에서 '같이 보기'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제공한 바 있는데 그와 유사한 형식을 생각해 봅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가입한 스트리머가 방송을 시작하면, 알림창이 뜨고 구독한 유저만 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네이버 멤버십을 구독한 유저라면 추가 결제 없이 같이 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티빙과 같은 OTT 입장에서도 20-40 연령대 가입자를 늘릴 기회로 작용할 수 있고요. 멤버십을 통한 OTT 연계 시, OTT가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 중계권에 따라 스포츠 영역도 활성화될 수 있기도 합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같이 보기 (현재는 종료됨) © 트위치

애니메이션 차원에서는 네이버 웹툰과의 연계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IP가 네이버의 것이니 저작권의 문제가 덜할 수 있고, 만약 글로벌 방영권의 문제가 있을 경우 1,2화만 방영한다든지 하는 형식으로 진행 시 광고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애니메이션을 판매하는 OTT의 독점 방영 침해 등 돈의 문제가 복잡할 수 있으니 일단 가능성으로만 상상해 봅니다.


이런 점은 아프리카TV에는 멤버십이 없기도 해서 따라가기 어려울 부분으로 보여요. 아프리카TV 대비 큰 규모의 자본을 가진 네이버에서 시도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네요. 


다양한 섹터에서 아프리카TV가 해온 시도를 한 순간에 뒤집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당 부분이 치지직의 묘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OTT 연계와 아프리카TV의 경우처럼 단건 수급을 같이 진행한다면 확실한 차별점이 되지 않을까요.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외에도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콘텐츠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두 서비스 회사 모두 콘텐츠 지원 사업을 통해 더 다양한 콘텐츠를 규모 있게 스트리머가 제작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번 레터에서는 겉핥기식으로 주요 카테고리만 살펴봤습니다. 치지직은 아직 정식 출시 전이므로 아프리카 대비 '가능성'의 측면을 좀 더 다루기는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서비스로 거듭날지 두 서비스 모두 기대가 됩니다. 해외 진출을 발표한 아프리카TV의 'SOOP', 그리고 치지직의 경우도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데요. 한국의 트위치가 나올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광고 시장에서 두 서비스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요? 종국에 1위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어떤 서비스일까요?
편집/윤문 | 찬비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집]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세 가지 안부' 한시 공개 | 뉴스타파

에디터 <오리진>의 코멘트

이 레터가 나가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이후 우리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나 사회적 제도는 얼마나 나아졌는가 생각하면 그렇게 개선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한 마음입니다. 학교 안전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오송·이태원의 참사도 겪었습니다. 제도와 체계를 정비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이행되지 못하였고, 조사와 평가를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고 다음에는 어떤 부분을 보완하여야 하는지 논의되어야 하지만 이태원의 경우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에 대해 언론인, 학부모, 생존 학생의 입장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공개 예정이라 가져와 봤습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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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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