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은 언제나 불안을 동반한다. 


언제 어떻게 타오를지 모르는 작업 에너지와 좋은 작업물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기 시작하면 창작자는 괴로움의 늪에 빠지게 된다. 


창작도 어려운 일인데 그 창작으로 먹고살아야 한다면 더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작업자의 고민과 장사꾼의 계산이 어지럽게 얽혀서 더 복잡한 마음을 만들고 당장 받은 일을 잘 해내야 하는 부담감과 업계에서 평판이나 다음 달 카드값, 월세를 생각하면 창작에 집중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렇게 그분(영감)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받은 일을 외면하다가 마감일을 코앞에 두고 ‘내가 이 일을 왜 받았지…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밤샘 작업을 반복하다가 건강을 망칠 수도 있다. 일은 일이고 창작은 창작이지라고 생각하면서 선을 그을 수도 없다. 창작이 곧 일이고, 다음 달 카드 대금이며 월세이기 때문이다. 일이 된 창작은 개인의 욕망으로 만든 창작물과 완전히 다르다. 이 창작물을 받을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견을 듣고 창작자와 의뢰인이 모두 만족할 작업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가장 큰 특징이다.


당장 이번 달에 받은 일을 잘 마무리하고, 다음에도 일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있다. 


  1. 당장 공유 드라이브에 외주 폴더를 만든다.
  2. 최종 작업물 폴더부터 정산자료 폴더까지 만들어서 색을 지정한다.
  3. 공유 폴더 링크를 생성한다.
  4. 담당자 메일에 링크를 첨부하고 마감일에 전달이 되도록 예약을 한다.
  5. 요청받은 사이즈의 디지털 파일을 만든다. 
  6. 시안 작업 위해 가벼운 스케치를 해본다.

이렇게 일의 절반을 해냈다. 이러면 일이 된다. 나의 작업 루틴이기도 하고 결국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첫번째 스텝인셈이다. 그리고 그 파일에 시안을 그리기 시작하면 작업에 불이 붙게 되어있고 마감까지 수월하게 시안 작업까지 끝마칠 수 있다. 이 작업은 늦어도 마감 2주 전에 해두면 제일 좋다. 


건축으로 따지면 기초 바닥 다지기와 같은 것이라서 이 작업만 해두면 다음 작업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 왜냐면 백종원의 말처럼 하는 척을 하다 보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기 위한 기초 과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머리는 이미 일을 할 준비를 마쳤다. 폴더를 만들고 이미지 파일 사이즈를 지정해서 정리를 해두면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기에도 좋고 시간이 남을 때 정리 해둔 파일들은 급한 상황에 도움이 된다.


책상 앞으로 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면서 다른 유용한 팁을 전달해 본다. 


모든 파일 명을 날짜와 클라이언트, 작업 명, 작업자 명으로 정리를 하면 좋다. 여러 외주작업자와 일을 하는 담당자가 찾기에도 편하고 최후에는 급박한 상황이 오면 나에게 제일 도움이 많이 된다.


<2023_00업체_포스터_엄주> 이런 식으로 적어두고 각 업체별, 날짜별로 정리해서 모아두면 나도 좋고 업체도 좋고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마당 쓸고 엽전 줍게 될 것이다.


다음 메일에서는 의뢰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