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첫사랑이란?

잉잉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 연휴가 끝나면서 날씨가 부쩍 추워졌죠? 솔직히 너무해요. 겨울 이제 다 지나갔구나 생각했는데... 일주일 동안은 꼬박 추운 날씨가 이어질 것 같으니 우리 건강 조심하도록 해요. 지난 잉잉레터에 궁금한 게 있다면 뭐든 물어보시라, 평소와 달리 구독자 분들께 질문 받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무슨 질문이 들어올지, 답을 잘 적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걱정이 무색할 만큼 즐거운 경험이었답니다😊 이모와 잉잉이들이 어떤 이야길 나누었는지 바로 확인해 볼까요!

잉잉이A

Q : 나는 그냥 너무 당연하게 하고 있던 일인데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줘서 머쓱해 하면서도 스스로 뿌듯해 했던 경험이 있는지 궁금해요!

A : 단기간의 일이었지만, 점점 디지털에 종속되어가는 삶에 회의를 느껴 핸드폰을 집에 두고 제주도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어요. 혼자 힘으로는 길 하나 제대로 찾을 수 없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핸드폰이 있었다면 굳이 말을 섞지 않았을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죠. 그때 사람들에게 핸드폰 없이 여행을 왔다고 말하면 하나같이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셔서 뿌듯하고 또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잉잉이B

Q : 이모(emo)의 너튜브 구독 목록이 궁금합니다.

A : 구독 목록을 밝히는 건 처음이라 조금 부끄럽네요🥺 저는 주로 작업하며 음악 들을 때 이용하는 편이라 Lofi Girl, my blue valentine, 리플레이LEEPLAY 등 선곡 채널 위주로 구독하고 있구요. 불면증이 심한 탓에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 채널을 최근에 새로 구독했어요! 그 외에는… 요가소년 야심차게 구독 해놓고 아직 한 번도 안 보고 있습니다😅

잉잉이C

Q : 내 손의 감촉,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모든 것들이 살아있기 전에는 '없었고', 죽은 후에는 '없다'는 것이 생소하고 낯설고 두려워요. 어릴 때부터 가끔씩 찾아오는 공포인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것을 느끼는지 궁금해요. 저는 그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으...'하고 넘어가요.ㅎㅎ

A : 저도 어릴 적에는 막연히 죽음을 떠올리며 오싹한 기분을 느끼곤 했어요. 컴퓨터의 전원을 뽑아 화면이 픽 하고 꺼지는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검정을 제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심지어 그 검정조차 느낄 수 없는… 으…

잉잉이D

Q : 누군가가 마냥 미워지는 순간에 어떻게 마음을 다 잡는지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A :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마음이라고 하죠? 저도 ‘미움’처럼 강한 감정이 마음에 들어찼을 때에는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평정심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됐던 건 ‘알아차림’이었는데요. ‘아, 내가 지금 이러이러해서 이런 미운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가만 알아차리려고 노력해요. 쉽지만은 않지만 그렇게 가만히 마음을 살피다 보면 격렬하던 감정이 조금씩 잔잔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잉잉이E

Q : mbti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맹신하기에도 좀 그렇고 안믿자니 가끔 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과거엔 혈액형, 지금은 mbti같이 사람들을 분류하는 사회현상이나 주변 상황들에 따라 가진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A : 저는 만사를 대함에 있어 정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MBTI도 마찬가지! MBTI를 통해 나 혹은 상대에 대해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겠지만, MBTI가 전부라고 믿게 되면 ‘내 MBTI는 ENFP인데 왜 사람들이랑 있는 게 버겁지?’ 처럼 개인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관계를 맺을 때 MBTI를 묻고 나면 어쩐지 상대방을 네 글자 알파벳 안에 가두어 생각하는 느낌이 들어서 MBTI를 먼저 물어보지도, 밝히지도 않는 편이에요.

잉잉이F

Q : 요즘 미디어에 '취향'을 존중한다며 너답게 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나다움이라는 게 뭘지 궁금해요. 가만히 들여다봐도 아직 혼란스럽고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존재가 '나'인 것 같아요.

A : 저는 자의, 타의에 의해 스스로를 억압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 자연스러움을 곧 ‘나다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사람은 흐르는 물과 같아 고정되지 않고 수시로 변하는 존재라고 또한 생각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낯설고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마주할 때가 많고, 잉잉이님 말씀처럼 혼란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사람은 죽기 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을 테니 ‘정의 내릴 수 없는 존재’라고 여기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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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네 생각을 해

사람 찾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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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발 밑에 작은 명함이 눈에 띄었어요. 사람을 찾아준다라. 어떻게 찾아주는진 모르겠지만 (또 명함이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지만) 그 문구를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해가 바뀌며 올해로 10년이 되었네요. 눈치 채셨겠지만 이번 글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버스에서 마주친 이름 모를 그 소녀에 대하여.

여름이었어요. 학창시절이었구요. 연노란색 교복 반팔에 짙은 남색 치마, 단발머리, 동그란 눈. 처음엔 그저 귀여운 소녀구나, 생각할 따름이었어요. 그런데 한참 뒤 대학에 가서야 배운 '단순 노출 효과'의 힘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소녀를 한 번 두 번 버스에서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기울었고,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단발이던 머리가 고운 장발이 되었을 즈음, 소녀에게서 빛이 나기 시작했어요. 정말이에요. 버스 내부가 평소보다 환한데? 싶은 날이면 한켠에 꼭 그 소녀가 타고 있었죠. 웃으셔도 이해해요. 제 친구들도 다 그랬거든요.

소녀를 감쌌던 빛에 대한 진실은 저와 신만이 알겠지만, 여전히 그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창가 앞에 선 소녀에게 햇살이 더해지면 시간이 멈춘 듯 했어요. 같은 버스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다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든 소녀에게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제가 소녀에 대해 아는 거라곤 얼굴과 교복이 전부라는 것, 그리고 당시 제게 핸드폰이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잃어버린 김에 학업에 전념하자며 새로 장만하지 않았거든요.

고심 끝에 생각해낸 방법은 쪽지. 컴퓨터로 메신저는 할 수 있었으니, 친해지고 싶다는 말과 함께 제 메신저 아이디를 종이에 적었어요. 버스에서 마주하거든 바로 전해줄 수 있도록 교복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구요. 그런데 말이죠. 운명의 신은 제 편이 아니었던 겁니다! 쪽지를 쓴 다음 날부터 소녀를 버스에서 찾을 수 없었거든요. 버스를 타는 시간이 자꾸 어긋났던 걸까요. 저는 결국 쪽지를 전하지 못한 채 여름 방학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기다리는 무언가가 있을 때 시간이 평소보다 느리게 흐른다는 걸 잉잉이님도 알고 계실 거예요. 혹시 몰라 여름 내내 품고 다녔던 쪽지는 반질반질하다 못해 광이 날 지경이었죠. 영원 같았던 여름 방학이 끝나고 9월, 조금은 마음을 비운 채 오른 버스에서 다시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잘 있었구나! 너무 당황한 나머지 쪽지를 당장 전하진 못했어요.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결전의 날이 다가옵니다. 딱 소녀의 옆 자리만 비어 있었던 그 날이.

커다란 자석이 저를 끌어당기기라도 하듯 소녀의 옆자리로 이끌렸어요. 이제 쪽지를 건네기만 하면 되는데... 너무 떨려 몸이 도저히 움직이질 않더군요. 오늘도 실패인가, 눈을 질끈 감고 있는데 내리기 직전 신호가 턱 걸렸어요. 조금의 시간이 생겼다. 신이 주신 기회다. 이 기회를 그냥 보내면 신이 혀를 찰 거다. 한껏 경직된 몸으로 소녀의 어깨를 살포시 두드렸어요. 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집게 손가락으로 쪽지를 들고 있었고, 소녀는 그걸 받아갔죠. 도망치듯 하차하여 소녀가 탄 버스를 떠나보내고, 그만 저도 모르게 활짝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통학 중엔 그렇게 웃어본 게 처음이었던 것 같네요.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앞서 소녀에게 마음을 전하기 전에 제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했었죠. 한 가지를 빼먹었는데, 제가 연애의 이응 자도 모르는 숙맥이었다는 사실이에요. 감사하게도 소녀에게 연락이 와 어찌어찌 메신저로 소통하게 되었지만, 제대로 대화할 줄 모르고 혼자만 신이 났던 제게 소녀는 점점 뜸해졌어요. 그게 너무도 견디기 힘들었던 저는 소녀에게 끝을 고하고(애초에 시작도 없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 소녀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답니다. 홧김에 메신저에서 그 친구를 삭제해버렸거든요.

그래도 '버스 소녀'라고만 불렀던 소녀의 이름을 알게된 건 19년 인생 가장 커다란 기쁨이었어요.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 소녀의 이름을 페이스북에 검색해 봅니다. 찾아낼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어쩌다 '사람 찾아드립니다' 같은 문구를 보면 여지없이 그 소녀가 생각납니다.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던 그 아이는 바라던 대로 교편을 잡고 있을까요?

가끔 술자리에서 가까운 친구들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첫사랑'의 기준이 다르다는 거예요. 말 그대로 '처음 좋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가장 많이 좋아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첫 연애와 첫 사랑은 분명 다르겠지요. 저는 '미완결된 사랑'을 곧 첫사랑이라 여깁니다. 너무 좋아했지만 제대로 끝을 맺지 못했기에 평생 마음에 품고 가는 게 아닐지. 기분 탓일지 모르지만 우리네 첫사랑들은 대부분 끝이 좋지 않더라구요.

마음 깊이 묻어둔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글이 구구절절 길어졌네요. 오늘의 질문입니다. 잉잉이님은 '첫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첫사랑은 볼펜 자국이다'처럼 단어로 답을 주셔도 좋고, 이런 게 첫사랑이다~ 하는 기준을 말해주셔도 좋고, 아니면 그저 잉잉이님의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셔도 좋아요. 아무쪼록 잉잉이님의 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

추신. '내가 연애 관계에 능한 사람이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소녀와 멀어진 후 오래도록 품었던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오늘 잉티클로 준비했습니다. 당시 소녀를 생각하며 참 많이 들었던 음악 한 곡 띄우며 글 맺을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야기 나누기

📘 인생을 되돌릴 기회가 있다면?

1.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 로라는 삶의 목적을 잃고 죽음을 결심합니다. 그러나 그 순간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자정의 도서관’에 가게 되면서 자신이 살아 보고 싶었던 수많은 선택지에 있는 인생을 살아 보게 됩니다.

2. 과연 로라가 되돌리고 싶던, 과거로 돌아가 되고 싶던 존재가 됐던 삶은 예상대로 행복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녀는 어떤 삶에서도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게 완벽한 삶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3. 그토록 가 보고 싶던 수많은 갈래 길을 걸어 본 뒤 그녀가 다시 걸어 들어간 인생의 풍경은 다름 아닌 원래 자신의 삶이었습니다. 그것은 로라가 바로 다른 누군가의 선택이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 온 내 인생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생에서 했던 모든 선택과 후회까지 온전히 껴안기로 한 것이지요.

4. “로라는 죽고 싶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것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삶은 엉망진창에 고군분투일지라도 그녀의 것이었다. 그조차 아름다웠다.”

5. “또 다른 삶을 사는 우리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살지 못한 삶들이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삶도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6. 소설의 마지막에 로라는 ‘자정의 도서관’을 지키는 엘름 부인과 체스를 두게 되는데, 이때 엘름 부인은 로라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게 체스의 미덕 아니니?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는 거.”

7. 체스에서 폰은 앞으로 한 칸씩만 전진할 수 있지만, 끝까지 가면 킹을 제외한 그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 역시 체스판 위의 말처럼 계속해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8.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후회로만 점철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단 한 번의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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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땐 울어요, 잉잉잉💦

잉잉레터는 감정에 대해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스튜디오 잉〉에서 발행합니다.

스튜디오 잉은 어른들도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언제 어디서나 잉잉이님의 감정을 껴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며,

2주 후에 또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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