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감독 박홍열, 황다은)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42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2월 1일 오늘의 큐 💡   
Q.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님, 이 말 들어보셨죠?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속담으로 알려진 말인데, 최근에는 TV나 책에도 자주 언급되며 모두에게 익숙한 표현이 되었어요. 말그대로 아이는 한 명의 보호자만 키우는 것이 아니고 키울 수도 없죠. 아이들은 온 마을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납니다. 이제는 공동육아라는 개념도 꽤나 익숙한데요. 단순히 가정과 학교만이 아이들을 책임질 것이 아니라, 온 마을이 함께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일단 저는 시간이 안 되는데요?" 그럼 대체 누가 마을에서 아이를 돌보죠?😂
모두가 돌봄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존재는 흐릿하게 가려져있어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동육아 방과후 학교 중 한 곳인 성미산 '도토리 마을 방과후'의 이야기는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도토리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삶에 아주 중요한 것들을 가르쳐주지만, 선생님으로서의 경력은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직업이 뭔데?"라는 말에 선뜻 대답을 낼 수 없어 만들어졌다는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소개합니다. 
그야말로 한 마을에서 6년간 함께 초등학교를 다닌 제천의 작은 학교 이야기도 전해드릴게요🏫 천천히 누군가의 시간을 바라보는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과 함께 보시면 큰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의 공동연출자이자 레전드 촬영감독인 박홍열 감독의 작품도 몇 작품 실었어요. 더 관심있다면 꼭 찾아봐주세요!

오늘 레터의 글들은 조금 길지만 천천히 꼭꼭 읽으면 정말 좋을 거랍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세상을 보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쩐지 부채감이 느껴지는데요. 이런 이야기들을 보다 보면 조금 더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님, 우리 함께 멋진 어른으로 나이 들어 가요!💟

불가능한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마포구 성미산에 위치한 '도토리 마을 방과후는 1996년부터 활동한 성미산 마을공동체에 존재하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이다. 201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아이들이 하교 후 시간을 보내는 또 다른 교육공간으로서 작동한다. 특정 과목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성이 뚜렷한 학원과는 달리 아이들은 이곳에서 한 마디로는 표현될 수 없는 생활을 배운다. 하교시간이 되면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이 교문 앞에서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며 아이들을 맞는다. 이곳의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기 위해 평어를 사용하고 분홍이, 논두렁, 보름달’ 같은 친근한 별명을 사용한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고심 끝에 짠 일정에 따라 다같이 자전거를 타러 나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양하고 재밌는 놀이를 하고 음식을 함께 차려먹고 누가 설거지를 할 것인지 치열하게 논의하기도 하면서 더불어 사는 삶을 체험해 나간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맞벌이 부부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게 돕는 돌봄의 주체인 선생님들에 있다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자라나는 모습도 물론 카메라에 담기지만 그보다 중심이 되는 건 간과되었던 마을 방과후 교사들의 숨겨진 노력이다선생님들이 아침에 출근해서 교실 문을 열고 쌀을 씻고 안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나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교사들 간의 회의아마들(부모님)과의 회의를 편집하지 않고 보여주는 건 그간 알 수 없었던 교사들의 일들을 가늠하게 한다. 공동체 외부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명확히 소개할 수 없고 인정받지 못하는 마을 방과후 교사들은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곳을 떠나게 되는 아이들을 보며 ‘졸업’을 생각한다. 분명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의미 있고 보람되지만 아무리 오래 일해도 경력으로 취급되지 않는 돌봄을 지치지 않고 언제까지고 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잠기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돌봄이라는 키워드가 화두가 되기 시작했다. 가정 내에서 자연스럽게 여겨지던 일들에 대해 노동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적극적으로 이름을 붙이면서 호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돌봄을 노동의 자리로 데려오려는 시도를 하면서 간과되었던 돌봄의 가치가 주목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동체의 기능이 상실되었기에 이렇게 조명하지 않으면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회의 일면을 목도하게 된 것도 같다.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책임소재를 묻고 갈등하는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교사들은 고민한다. 결국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을 방과후에서 오래 일했던 선생님들도, 비교적 적은 시간을 일한 선생님들도 아이들처럼 마을 방과후를 차차 졸업하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영화가 그렇다고 도토리 마을 방과후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도토리를 떠나면서 한 선생님은 선생님들이 있어야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며 애정 어린 말을 남긴다. 자신이 아니어도 남은 선생님들이 소중한 이곳을 지켜주길, 그래서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며 눈물을 흘린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다. (...) 뭐든지 빠르게 돌아가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들이 행하고자 하는 돌봄과 실천은 점점 떠나는 교사들과 사라지는 마을 공동체를 보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낙관하고 끊임없이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를 한다삶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마주친 아이들을 길러낸 선생님들의 진가는 느리지만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반드시.  

 

인디즈 김소정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감독 박홍열, 황다은|94분|다큐멘터리|전체관람가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 자리잡은 성미산 마을은 꽤 알려진 25년차 공동체 마을이다. 
이곳의 ‘도토리 마을 방과후’는 교사, 아이, 부모가 함께 만들며, 초등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0명의 아이들과 5명의 교사들이 먹고, 놀고, 배우며 생활한다.
갑작스레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자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이곳은 운영시간을 늘린다.
코로나19가 지속되자 마을 방과후 교사들이
할 수 있는 건 점점 줄지만, 해야 할 일은 늘고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이들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세상은 우리를 ‘교사’라 부르지 않지만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카메라의 또다른 역할 👁️

지켜보는 일에 대해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도토리 마을 방과후 교사들은 회의를 반복하며 아이들을 지켜보는 마음에 대해 고민한다논두렁은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라는 질문 혹은 다짐이 없다면자신은 그저 아이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있는지 지켜보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그의 말처럼  따져 묻는 일은 중요하다 있는지 지켜보는 일은, ‘ 있는지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지극히 간단한 일이 되기도 하고지독히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도무지 하나로 뭉쳐지지 않는다. 언제나 풍경은 시끌벅적하고, 교사의 말은 무시되기 일쑤다. 당연하게도 아이들은 귀엽고 무해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에 따라 행동하는 일에 거침없다. 그들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영향받는 타인의 자리를 배워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타인들과 함께한다는 것은오토마톤처럼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과는 다르다교사들은 규칙이라는 표면적인 행동양식으로 아이들을 다스리려 하지 않는다.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또한 자라나는 아이들과 교사 사이의 관계를 지켜본다. 과거 교사였던 연출자는 초등학교로 돌아가 자신이 맡았던 아이들의 마지막 1년을 카메라에 담는다이곳의 아이들 또한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활동을 이어 나간다수업 시간에도 그렇다누구는 떠들고누구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째려본다아이들은 작은 그룹을 만들어 따로 노는  같기도 하고그렇기에 자주 다툰다카메라 뒤에 서있는 연출자는 섣불리 행동의 이유를 묻지 않는다하지만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기록하는 행위 자체로 카메라는 아이들과 직접 관계 맺는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의 카메라는 CCTV처럼 공간을 자동 기록하는 척하지 않는다아이들이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순간에는 자리를 피해준다무엇을 지켜볼  있을지 고민하는 일에서 비롯된 선택들을 통해 카메라는 아이들과 조금씩 가까워진다카메라라는 타인의 시선이 두렵기만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천천히 인식시킨다언뜻 무용하게 보이는 아이들의 시간은 카메라의 존재를 통해 의미가 된다. 카메라는 머뭇거리며 다른 아이에게 연필을 빌리지 못하는 한 아이의 홀로 된 순간을 기록하고, 누군가 들어줬으면 좋겠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으면 좋겠기도 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창문 너머로 지나가는 노을이 아름답지 않냐는 연출자의 질문에, “재진이었다면 분명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 말하는 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기다리며 지켜보던 카메라를 쥔 연출자는 아이와 공동의 기억을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에서 가장 뭉클했던 장면은 아이들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풀숲에 쪼그려 촬영하고 있는 연출자에게, “거기 있으면 벌레 물려”라며 걱정을 건내는 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두 영화 속에서 카메라는 하나의 존재가 된다. 프레임 안에 담긴 사람들이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이 이야기가 된다. 아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타인의 자리를 배운다. 카메라를 쥔 사람은 마치 두 영화 속 교사들처럼, 어떻게 아이들을 지켜봐야 할지 고민한다. 두 편의 영화를 보며, 아이들에게 타인과 함께하는 일을 알려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교사의 역할과 커다란 세계 속에서 카메라를 통해 무엇을 프레임 안에 담을 수 있을지 결정하는 영화 연출자의 역할이 어쩌면 닮아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켜보는 일의 윤리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지켜봄은 서로의 모습을 살피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인디즈 김태현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감독 고한벌|102분|다큐멘터리

월악산 아래 있는 제천덕산초등학교에는 6년 동안 한 반으로 지낸 15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여느 학교 아이들처럼 수업 시간에 다소곳이 앉아있질 않는다. 학교를 마치면 냇가에 숨겨진 비밀 장소에 모이기도 하고, 감정 조절도 못 하는 어른이 담임이 되었다며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교실에 얌전히 앉아있는 아이들을 상상했던 신규교사 윤재는 예상과 다른 아이들의 모습에 당황한다. 졸업을 향해 가는 아이들의 시간. 아이들의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무엇으로 가득 채워져 있을까.

수상할 정도로 촬영이 뛰어난 신인감독 📹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함께 연출한 황다은, 박홍열 감독. 한 영화의 연출자로서는 낯선 이름일 순 있지만, 각각 작가와 촬영감독으로서는 익히 아실지도요. 워낙 활발한 활동을 해온 분들이거든요🌟 특히 박홍열 감독은 홍상수 감독과 긴 시간 호흡을 맞춰와서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인디씨커👀라면 아마 익숙할 이름! 박홍열 촬영감독의 촬영작을 몇 개만 만나볼까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감독 박동훈|117분|드라마|12세이상관람가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이학성은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를 만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며 이학성 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감독 홍상수|90분|드라마|청소년관람불가


유부남 교수 성준과 연인 사이인 대학생 해원. 이 비밀스러운 관계를 정리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엄마의 캐나다 이민 소식에 더욱 우울해진 그녀는 자주 꿈에 빠져드는데. 해원은 무엇을 찾기 위해 현실과 꿈을 헤매는 것일까.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 감독 알랭 마자르|100분|다큐멘터리

한국을 대표하는 시네아스트 이창동을 그의 영화와 글을 통해 소개한다. ‘극적 아이러니’란 본질을 중심으로 그에게 접근하는 시간 여행이기도 하다. <박하사탕>에서 영감을 받아, 현재에서 출발해 작가 시기를 거쳐 어린 시절까지, 그의 예술적 근원을 향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오정미 작가가 감독과의 협업을 회상하는 동시에 각 촬영지의 현재를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위대하고 비범한 예술가의 시작을 밝힐 것이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  

도토리 마을 방과후의 이야기, 부지영 감독과 함께 들어봐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인디토크

일시: 2월 5일(일) 오후 6시

참석: 박홍열, 황다은 감독 | 주인공 오솔길, 분홍이, 논두렁, 자두

진행: 부지영 감독 (<카트> 연출)


* 참석자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 행사 당일 온라인 예매 환불이 불가합니다. (현장에서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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