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시즌2를 봤습니다. 시즌2는 사실 시즌2라기보다는 ‘2부’ 혹은 ‘파트 2’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더 글로리>처럼 1부와 2부가 거의 하나로 연결되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D.P.> 시즌2 속 매 회차는 작품 속에서 숫자 1,2,3 대신 (시즌1 6화에 이은 숫자인) 7,8,9로 소개되기도 하는데요. 말하자면 <D.P>는 제작 사정상 이렇게 나뉜 것뿐이지, 실은 한 편의 12부작 드라마인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의 첫 문장은 다시 쓰는 게 맞을 지도 모릅니다. ‘<D.P.>를 마침내 다 봤습니다.’라고요. 그러고 보면 <D.P.>는 시즌제라는 형식과는 어울리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군대’가 갖고 있는 전역이라는 정해진 끝 때문에 그렇습니다. 본래 시즌제라는 것은 그 끝을 늘려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무한대로 확장시키면서 목숨을 이어가는 생명체 같은 것인데, 군대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전역을 해버리면 완결할 수밖에 없는 거니까요.


<D.P.> 역시 주인공의 전역과 함께 끝이 납니다. (이 정도는 큰 스포가 아니니까 아직 안 보신 분들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바로 구교환 배우가 연기한 한호열이라는 캐릭터입니다. 누군가는 <D.P.>의 주인공을 정해인 배우가 연기한 안준호로 보기도 하지만, 저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준호와 호열, 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D.P.>라는 제목부터가 그렇잖아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준호도 호열도 아닌 D.P.들이라는 것처럼.

  


준호의 입대로 시작한 디피들의 이야기는 호열의 전역으로 끝이 납니다. 다시 말해 준호의 입대로 둘이 되어 <D.P.>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디피들은, 호열이 전역을 함에 따라 <D.P.>를 이어갈 수 없게 됩니다. 저는 그 정도로 <D.P.>에서 호열이라는 캐릭터의 비중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가 준호 한 사람의 성장담이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P.> 7~12화에는 1~6화에서 스치듯 지나간 짧은 인연들이 ‘특별 출연’하는 순간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특별 출연’은 다른 드라마들의 ‘특별 출연’과는 조금 다른 인상을 줍니다. 보통 까메오나 우정 출연, 특별 출연 등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영화의 주요 서사와는 큰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D.P.>의 특별 출연자들 같은 경우는 계속해서 디피들의 현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마치 주요 인물인 것처럼 말입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특별 출연’이지만 ‘특별 출연’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특별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제 인생에 ‘특별 출연’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게 되었습니다. 한때 내 인생 메인 줄거리의 주요 인물이었던 '특별한 사람’이었으나, 이젠 완전히 다른 삶을 살며 가끔 깜짝 카톡이나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방식으로 내 인생에 ‘특별 출연’하고 있는 사람들을요. “또 봐!”하고 헤어졌지만, 그 이후 다시는 보지 못한. 그때 “또 봐!”라고 말한 그 사람의 진심을 알기에, 그 이후 한 번도 먼저 보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밉지는 않은 사람들을요.

  


호열의 전역으로 끝나는 <D.P.>의 끝에서, 호열은 준호에게 “또 봐!”라는 말로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12화 동안 온갖 역경을 함께 이겨낸 둘이 서로를 또 보지 않을 확률은 지극히 낮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데 왜 저는 저 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요. 제 인생에 “또 봐!”했지만 다시는 만나지 못한 특별 출연자들이 너무 많아져 버린 탓일까요?


그렇지만 그런 호열이 결코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그 말을 하는 호열의 표정에서 ‘또 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솔직히 또 보지 못할 것 같기는 한데, 또 보고 싶은 이 마음만큼은 진짜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바로 이 모습이 언젠가 다가올 필연적인 작별을 맞이하는 성숙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열도 준호도 <D.P.>의 이야기를 통해 그 태도를 배우게 된 것은 아닐까요.


그 말을 전 잘 하지 않았었습니다. 또 안 볼 게 뻔한데 또 보자고 말하는 건, 거짓말쟁이가 되는 기분이 들게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젠 호열처럼 성숙하고 유쾌한 태도로 작별 인사를 해보려고 합니다. To : 앞으로 내 인생에 등장할 모든 특별 출연자들에게. “또 봐!”

  

- ONE DAY ONE MOVIE by 김철홍 -  

재밌게 읽으셨나요?
이번 원데이 원무비가 재밌으셨다면
평생 무료로 원데이 원무비를 운영하고 있는
연재자 김철홍에게
좀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커피 한 잔을 사주시면 어떨까요?
또는
[ 계좌번호 : 신한 110 - 253 - 914902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