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을 보는 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주 원소는 무엇일까에 관한 상상이었습니다. 나는 불의 인간일까, 물의 인간일까, 나무의 인간일까. 참고로 영화 <엘리멘탈>의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 중에 나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엘리멘탈>은 물, 불, 흙, 공기의 4원소가 근간인 세상입니다. 그 세상에 각 원소들이 해당하는 원소에 지극히 어울리는 비주얼을 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은 물방울, 불은 불꽃, 공기는 구름, 그리고 흙에 해당하는 캐릭터는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외모뿐만이 아닙니다. 그들이 지닌 원소의 특성은 그저 외모에만 그치지 않은 채 성격으로까지 발현됩니다. 그리고 이는 상당히 직관적이고 일차원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집니다. 먼저 불의 성격을 한번 유추해 보실래요? 맞습니다. 당연히 ‘불’ 같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엠버가 바로 불인데요. 그런 엠버는 화를 잘 참지 못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래서 영화엔 엠버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는 순간이 여럿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엠버 주변에 있는 물체들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리고 말죠.


또 한 명의 주인공은 물 웨이드입니다. 웨이드의 성격은 놀랍게도 물과 같습니다. 웨이드는 물처럼 다른 사람들과 잘 섞이는 편이며, 타인의 감정을 흡수하는 것 역시 아주 잘 합니다. 아니 잘 하는 게 아니라, 웨이드는 그냥 그렇게밖에 될 수 없는 존재인 것으로 묘사가 됩니다. 영화 속에서 웨이드의 가족들은 심심하면 다음과 같은 놀이를 합니다. 일명 ‘울음 참기’ 놀이. 그건 웨이드의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하나씩 슬픈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놀이인데요, 먼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지는 게임인 것입니다. 마치 우리 인간들이 웃음 참기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인간은 특정 상황에서 웃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이용해서, 극한의 웃음 상황을 만들어보는 것처럼요. 그런데 물 원소들의 게임은 그 난이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이 재미 포인트입니다. “낙엽”,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같은 간단한 단어가 제시되는 것만으로 게임이 끝날 위기에 처해지기 때문입니다.


네? 이 단어가 왜 안 슬프냐구요? 그런 생각이 드신다면 당신의 주 원소는 물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웃었던, 그리고 다소 분노가 많기도 한 저는 불 원소형 인간인 확률이 높겠구요. <엘리멘탈>은 이렇게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측면이 있는 영화입니다. 나는 특정 상황에서 왜 웨이드처럼 행동할까. 저 상황에선 엠버처럼 행동하는 게 맞는데, 왜 난 공기형 인간처럼 행동했던 것일까. 나의 조상은 공기형 인간이었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내 몸속에 공기와 물이 공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공기와 물이 <엘리멘탈>의 엠버와 웨이드처럼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이어지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엘리멘탈>을 보다 보면, 새삼 우리 자신이 영화 속 일차원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 캐릭터들과는 달리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를 만들었을 수많은 원소들 간의 결합을 상상하게 되는 거죠. 물과 불, 불과 공기, 공기와 흙. 거기에 다시 또 수많은 다른 원소들이 섞인 우리라는 존재. 그리고 그 원소들 간의 사랑이라는 화학 작용을 통해 완성된 지금의 나. 그런 내가 앞으로 또 어떤 존재를 만나 새로운 화학 작용을 일으키게 될지. <엘리멘탈> 속 엠버와 웨이드의 사랑을 보며 든 생각이었습니다.



- ONE DAY ONE MOVIE by 김철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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