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는 n만 원부터 크게는 n억 원에 달하는 계약도 경험하며 자신감이 붙은 것 까지는 좋았다. 평일 주말 구분 없이 미팅을 이어간 것까지도 좋았다.
그러나, 명함에 새겨진 '이사'라는 단어에 지배당하며 본격적으로 멍청해지기 시작했다
(좀 더 정확히는 이사라는 '타이틀'에 본격적으로 취하다 못해 맛이 가기 시작했다).
또래 친구들 중 취준생인 경우도 상당수였기에 들뜨는 것에 대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내가 아닌 타인의 입을 통해 나왔을 때만 용서(이해) 받을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
여전히 '그럴 수도 있지' 단계에서 외부요인 탓만 늘어놓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매주/매월 복기를 통해 살벌한 자기 객관화에 성공한 것에 대해서는 한 번쯤은 칭찬해 주고 싶다.
정신없이 쏟아내다 보니, 어떤 서비스였는지 소개조차 하지 않고 여기까지 흘러왔기에 지금 바로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 중고나라에서 10대부터 60대까지 가장 많이 거래하는 품목이 도서라는 것을 확인한 뒤 1:1로 중고도서를 교환하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중기청에서 1억 원의 보조금을 받은 뒤 마음속에서 '이제 나는 됐다 성공하러 가보자'를 외쳐댔지만,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투자금이었다.
실행력을 제외한 모든 역량이 부족했던 내 첫 경험은, 흥분을 느낄 새도 없이 찝찝함만을 간직한 채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