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특례보금자리론 #LTV #DSR
2023.9.20 (수)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지난 정부보다 가계 대출에 관대했던 정부, 최근 들어선 태도를 바꿔 ‘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분위기예요. 한마디로 예전보다 돈을 빌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거예요. 오늘은 정부가 대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그리고 왜 갑자기 정책 방향을 바꾼 건지 짚어 보려고 해요.

우리 국민 빚이 늘어난 이유
‘가계 대출’은 기업이 아닌 개인이 다양한 목적으로 받은 대출을 뜻해요. 소비·저축 등 다른 경제 지표와 함께 정부가 항상 유심히 살펴보는 지표 중 하나죠. 국민 빚이 늘어나는지 안 늘어나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가계대출이 최근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요. 증가세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8월)까지 5개월째 이어졌고,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아직 갚지 않은 대출액)은 8월 말 기준 1075조원으로 집계돼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어요.

우리 국민은 왜 대출을 늘렸을까요? 바로 ‘집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인식 때문이에요. 지난해부터 계속된 주택 시장 침체로 집값이 많이 하락하자, 올해 들어선 집을 사려고 빚을 내는 사람이 늘어난 거예요.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한 만큼, 앞으로는 오를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던 거죠.
집을 살 때 보통 이용하게 되는 게 ‘주택담보대출(집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에요. 실제로 지난 5개월간 늘어난 가계 빚을 보면, 사실상 전부 주택담보대출이었어요. 지난달(8월)의 경우 전체 가계대출(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은 한 달 전보다 6조 2000억원 늘어났는데,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은 약 7조원 증가했어요.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은 오히려 줄었고 주택담보대출만 확 늘어난 거예요.

정부는 왜 가계부채를 걱정할까?
가계 대출이 늘어나는 걸 지켜보던 정부는 ‘빚을 너무 늘리지 않게 관리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어요. 극심한 침체기를 맞은 부동산 시장을 위해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이런저런 조치를 해왔던 기조와 반대로, 대출 줄이기에 나서게 된 이유예요.

가계 대출이 너무 늘어나면 국가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요. 가계가 너무 많은 빚을 졌다는 건 곧 가계의 부도 위험이 늘어났다는 뜻이거든요. 많은 가계가 빚을 못 갚고 부도를 내면, 그 여파는 연쇄적으로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어요.

사실 가계부채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채 규모의 증가 자체로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급격히 늘어나는 건 분명히 경계해야 해요.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정말 빠르게 늘어나는 편인 거고요.
인기 폭발 ‘50년 대출’ 사라져요
이런 상황이니 대출을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줬던 정부는 정책 방향을 전환했어요. 우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기로 했어요. 50년 동안 빚을 갚는 초장기 대출 상품인데, 이걸 이용하는 사람이 요즘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래요. 실제로 지난 1~2월에 200억원 정도였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7월엔 1조 8000억원, 8월에는 5조 1000억원으로 늘어났어요.

올해 들어 국내 금융권에서 적극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50년 만기 대출이 일종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피하는 수단으로 유용했다는 거예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대출 관련 규제인 🍎DSR한 사람이 금융기관에서 받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1년 치’가 연 소득의 40%를 넘겨선 안 된다는 규제예요.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라’는 취지죠.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사람이라면, 집을 사기 위해 큰돈이 필요할 때 이 규제의 영향으로 충분한 돈을 빌리지 못할 수 있어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DSR 규제를 적용할 때 유리해요. 빚을 50년에 나눠 갚으니까 상환 기간이 30~40년인 보통의 대출보다 1년마다 갚는 금액이 적고, 그래서 DSR을 따질 때 기준으로 삼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1년 치’가 적어져요.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돈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되고요.

정부는 50년 만기 대출의 한도를 줄이기로 했어요. 앞으로는 50년 만기로 대출을 받아도, DSR을 따질 때는 ‘40년 만기 대출’을 받는 것으로 계산하는 방식이에요. 상환 기간을 50년으로 늘려봤자 빌릴 수 있는 금액은 늘어나지 않도록 한 거예요. 대출 한도를 늘리는 의미가 사라진 데다 정부도 ‘가계 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 만큼, 50년 만기 대출 상품은 점점 사라질 것으로 보여요.
정부 야심작 특례보금자리론도 중단
올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놨던 정책 대출 운영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어요. ‘특례보금자리론’이라는 대출이에요. 금리가 변하지 않는 ‘고정금리’에,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대출보다 조건이 좋아서 많은 사람이 활용하던 대출이라 향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여요.

특례보금자리론이란 정부가 서민층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해 왔던 ‘보금자리론’을 확대 개편한 상품이에요. 일단 올해만 한시적으로 출시해 보겠다는 뜻에서 ‘특례’라는 단어가 붙었죠.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대출해 주는 대상이 훨씬 많아졌다는 점이었어요.

원래 운영하던 정책 대출인 ‘보금자리론’은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사람만 이용할 수 있었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과 무관하게 고소득자에게도 돈을 빌려줬어요. 또한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만 이용할 수 있었던 규정도 ‘9억원 이하’로 완화했어요.

하지만 정부는 이번 달 27일부터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을 넘거나 주택 가격이 6억원을 넘는 경우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어요. 기존에 운영하던 방식에 가깝게 바꾼 것이라, 사실상 ‘특례보금자리론’만의 특징은 사라진 셈이에요. 정부는 소득에 상관없이 쉽게 대출해 주다 보니 가계대출을 많이 늘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요.
또한 주택 갈아타기를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일시적 2주택자’에게는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을 해주지 않기로 했어요. 원래는 기존에 보유 중인 집이 있더라도, 이사를 가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갖고 있던 집은 팔겠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거든요.

대출 조이기, 어떤 영향을 줄까?
가계대출 규모를 관리하기 위해 ‘대출 조이기’에 나선 정부, 앞으로 어떤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단기적으로는 최근 몇 개월간 상승세를 이어가던 집값에 영향을 줄 거라는 예상이 많아요. 집 살 때 돈 빌리는 게 어려워지고, 결국 집 사는 것도 어려워지니까요.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로 집값 상승세가 약화할 것’이라고 분석해요. 대출 규제의 영향이 크다면 집값 하락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물론 주택 가격이 대출 규제에 의해 정해지는 건 아닌 만큼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요.

빠른 가계대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대출 규제 완화’에서 ‘대출 조이기’로 정책 전환에 나선 정부. 과연 이 선택은 우리 금융 시장과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3줄 요약
1  국내 가계대출이 지난 5개월간 급증세를 보이며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나자, 정부는 ‘대출 조이기’에 나섰음.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해 줬던 기조에서 전환한 것.

2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한 이유로는 ‘집값이 충분히 하락했다는 인식’이 꼽힘. 작년부터 계속된 부동산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자, 올해 들어선 집을 사는 사람이 늘어났음.

3  정부는 가계 빚 급증세를 막기 위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DSR 규제를 강화하고, 올해 출시한 정책 대출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의 운영을 일부 중단하기로 했음.

“우리 이제 그만 싸우기로 했어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3년 넘게 이어온 법정 다툼을 끝내기로 했어요. 인터넷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영상 콘텐츠를 보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데이터 전송량이 빠르게 증가했다’며 추가 통신망 설비투자 등의 비용을 함께 부담하자고 요구해 왔어요.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졌고요. 그런데 지난 18일 두 회사는 ‘상호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기로 했다’는 뜻을 밝혔어요.


양측이 화해한 건 2020년에 시작된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두 회사 모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요.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선 KT와 LGU+ 등 경쟁사들이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내놓고 있어 마냥 분쟁을 이어가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요. 1심에서 패소한 넷플릭스도 소송전 장기화는 부담스러웠을 테고요. 두 회사의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어요.


SK vs 넷플릭스,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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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가장 작아진 제조업 취업자 비중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고 있어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취업자 수는 총 2869만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취업자는 15.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예요. 반면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 취업자 비중은 10.1%로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섰어요. 인구 고령화로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난 반면, 제조업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관련 분야의 고용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분석이에요.


기름값, 무섭게 오르고 있어요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요. 지난 18일 미국 뉴욕에서 서부텍사스유(WTI)배럴당 91.48달러에 거래됐어요.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가격이죠. 지난 6월에 배럴당 6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WTI 가격은 약 3개월 만에 90달러대로 올랐어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원유(석유) 공급을 줄이고 있는 것이 국제유가 상승의 주된 원인이에요. 중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으면서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확산 중이고요. 국제유가가 곧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요.


‘중대 발표’ 일정 몰려있는 이번 주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번 주 연달아 기준금리를 결정해요. 20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시작으로 영국과 일본, 중국, 스위스 등의 중앙은행이 이번 주에 기준금리를 발표할 예정이에요. 투자 전문가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데요. 일각에선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연준이 ‘깜짝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중이에요. 앞서 지난 14일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 상승세를 잡겠다’며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어요.

🍎빨간 사과를 발견하셨나요?

🍎LTV? DSR?

✅LTV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얼마나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있는지 법적으로 정해둔 상한을 말해요. 집을 살 때 현금으로 한 번에 값을 치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보통 은행에서 대출을 받죠. 예를 들어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산다면, LTV 상한이 40%일 경우 5억원의 40%인 2억원까지 빌릴 수 있어요. 만약 LTV 상한이 70%일 땐 3억 5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져요. 상한이 높을수록 돈을 빌리기 쉬운 거예요.


현재 LTV 상한은 지역이나 집값에 따라 20~70% 사이로 다르게 정하고 있어요.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9억원 이하 주택 구매 시에는 40%를 적용받고, 집값이 9억원을 넘기면 이 비율이 더 낮아져요.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경우 아예 대출이 금지돼 있어요.


✅DSR

부동산 담보대출 시 고려해야 하는 LTV 외에도 개인이 대출을 할 때 적용받는 규제들이 있어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대표적이에요. DSR이란 한 사람이 대출을 받을 때 모든 금융권 대출을 합쳐서 1년마다 갚아야 할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을 따져보는 걸 말해요. 1년마다 갚을 모든 대출 원리금과 1년 소득 비율을 ‘DSR’이라고 부르는 거죠.


현재 DSR은 40%를 넘길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어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1년 치를 합쳤을 때 연 소득의 40%를 넘기면 안 된다는 거예요. 개인의 총 대출 금액이 1억원을 넘을 경우 DSR 40% 규제를 적용해요.


만약 아파트를 사려고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부동산 대출 규제인 LTV와 모든 대출에 적용하는 DSR 규제를 함께 적용받아요. 두 규제를 모두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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