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월의봄입니다.
웹에서 볼래요!
안녕하세요, 오월의봄입니다. 

책 이야기, 그리고 책 말고 또 다른 이야기, 저희의 고민과 질문들을 더 가까이에서 나누기 위해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매월 5일, 15일, 25일 여러분께 메일을 보내드려요. 첫 번째 편지로 <오!레터> 인사드립니다.
마중 SERIES 
매월 15일에는 <마중 SERIES>를 보내드려요. 마중은 '마케터는 ~중'의 약자로, 마케터가 기획·진행 중인 콘텐츠를 독자분들께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중'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을 마중 나간다는 느낌으로! 열심히 준비할게요. (약간 느끼하죠?😎 )
오늘 마중 시리즈는 <마케터는 질문 중>으로 구성해보았어요. 얼마 전에 나온 따끈~한 신간, 『반란의 매춘부』『존버씨의 죽음』에 관한 질문입니다! 「반란의 매춘부」의 역자 이명훈 선생님,  「반란의 매춘부」의 편집을 담당해주신 이정신 편집자님, 마지막으로  「존버씨의 죽음」의 저자 김영선 선생님 인터뷰까지! 알찬 답변의 현장을 여러분께 전달해 드립니다.
🚪오늘의 마중🚪

🚶  「반란의 매춘부」의 역자 이명훈 선생님께 드리는 질문
🚶  「반란의 매춘부」의 편집자 이정신 편집자님께 드리는 질문
🚶  「존버씨의 죽음」의 저자 김영선 선생님께 드리는 질문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도서 구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  마케터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발견되는 역주에 '번역자 선생님···. 괜찮으신 걸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게다가 역주 속 문장들을 짚어보았을 때, 굉장히 세심한 시선으로 이 의제를 바라보고 계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마케터는 이명훈 선생님께 질문을 드려봅니다. 

✏️  역자 소개

전직 사회교사. 지금은 대학에서 예비교사들을 만나고 있다. 상호 배움, 정치, 돌봄, 살림의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교육의 가능성을 고민해왔지만, 아직도 그 물음표 주위를 맴도는 중이다. 다수의 인간, 개, 식물과 식구로 지내면서 취약한 우리가 어떻게 서로 의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배우고 있다. 잔혹한 낙관을 쫓기보다 불확실한 삶을 신뢰한다. 교육자나 연구자란 이름은 여전히 무겁고 부담스럽지만, 흔들리고 일상에 필요한 언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화되고 비가시화된 몸들의 노동과 정동에 관한 이야기를 옮기게 된 건 이 때문이다. 교육과 운동의 언저리에서 내 몫의 역할을 찾으려 한다.


1. 선생님께서는 『반란의 매춘부』를 어떻게 번역하게 되셨나요? 처음 이 책을 접하신 연유가 궁금합니다.


성노동과 관련한 주제에 관심 가지게 된 건 성판매 경험이 있는 지인들을 만나면서부터입니다. 드문드문 문헌을 통해서나마 추상적으로 접해왔던 소위 ‘현장’의 모습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듣게 되었죠.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던 지인들 중엔 여전히 성판매를 하고 있는 현직 성노동자 분도 계시고, 지금은 성판매를 하지 않지만 그 일을 했던 시기의 어떤 기억들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와 함께 살고 있는 식구인 승은은 폭력을 당했음에도 성노동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고, 칼리는 임신 이후 무책임하게 자신을 떠났던 전 애인과 그의 부모로부터 “네가 성노동했던 사실을 알릴 것”이라는 협박을 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 부모들은 존경 받는 대학 교수이자 유명한 인권 옹호가였습니다. 폭언과 위협을 받는 그 자리에 저도 함께 있었는데, 마땅한 언어를 찾지 못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 그때부터 성판매나 성산업과 관련한 활동 및 담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노동자권리모임지지’ 같은 성노동 당사자 단체들과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 같은 여성 단체들의 활동을 기웃거리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가장 열악하고 낙인찍힌 곳이지만 누군가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일자리일 수도 있는 성노동이 되도록 덜 폭력적이고 덜 억압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쩌면 이런 생각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시라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판매를 노동의 관점에서 사유하고자 하는 노력은 (심지어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도) 부당하게 폄훼되거나 비난받곤 합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써주신 나영 님의 말마따나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페미니스트로서의 입장을 의심받는 일임과 동시에 그에 대해 말할 자격을 스스로 계속해서 질문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나영 님은 한동안 일군의 트위터 유저들에게 포주라고 욕을 먹고, “성노동 좋아요 강연해서 돈을 번다”느니 하는 얼척 없는 사이버불링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추천자인 박이은실 선생님 역시 평소 성노동 비범죄화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다른 페미니스트들에게 공공연한 배척을 당하고, 외부 압력에 의해 이미 진행되기 시작한 연구팀에서 중도 하차당하는 일을 겪기도 하셨죠. 감히 ‘성노동’을 입에 담았던 수많은 성판매 당사자들 역시 자신의 목소리를 내놓을 때,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득달같이 비난과 배척의 화살이 쏟아지곤 하는 상황을 자주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매춘을 노동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그 일을 즐기자는 말도, 성구매자의 성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도 아니며, 성산업이 좋은 일터라는 말과도 거리가 멉니다. ‘성노동’이 성판매자들의 피해와 착취 문제를 폭로하고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용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이런 명명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기존 법률이나 노동운동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할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은 트랜스젠더퀴어 성판매 당사자이자, ‘성노동자권리모임지지’, ‘성노동자네트워크 손’ 등에서 활동하셨던 도균 님과 진행한 성노동 스터디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한참 ‘성노동’이라는 이름을 쓰는 도서의 출판이 뜸했던 시기에 마침 많은 해외 성노동자들이 추천한 글이 나왔다는 소식에 덥석 펼쳐보았던 책입니다. 당시 도균 님이 장난삼아 기왕 읽는 김에 번역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는데, 그 말이 정말로 실현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반란의 매춘부> 출판의 계기로 잠시 중단되었던 성노동 세미나를 다시 열 계획이며, 앞으로 더 많은 성노동자와 연결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2. 이 책을 우리 출판사 ‘오월의봄’에서 출간하고 싶으셨던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누군가를 소외하고 배제하는 이 세계를 설명하거나, 주변화된 이들의 소리를 잘 담을 수 있는 좋은 언어 탐색자가 되길 꿈꿔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늘 좋은 자극과 참고가 되었던 출판사가 바로 오월의봄이었고, 언젠가 저도 오월의봄을 통해 그런 작업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 계획이 실현되었고요.) 지금 제 책장에는 오월의봄 책들이 정말 많은데요,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부분적인 연결들>, <지성사란 무엇인가?>, <‘장판’에서 푸코 읽기>,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 같은 이론서에서부터, <폭력과 존엄 사이>,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병역거부의 질문들> 같이 국가폭력이나 군사주의를 비판하고 평화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이어가는 책, <남성성의 각본들>, <퀴어돌로지>,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셀 수 없는 성>, <임신중단에 대한 권리> 같이 지배적인 젠더, 섹슈얼리티 관념이나 여성,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책, <어쩌면 이상한 몸>, <장애학의 도전>, <짐을 끄는 짐승들>, <유언을 만난 세계> 같이 장애와 아픈 몸을 배제하는 사회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드는 책까지, 이론과 활동의 경계를 넘나드는 너무나 소중한 책들을 오월의봄을 통해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월의봄 도서를 좋아하는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처음 <반란의 매춘부>를 번역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출판 의뢰를 드릴 곳으로 오월의봄을 점찍어 두었던 건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식구인 홍승은 작가뿐만 아니라, 이 책을 소개해준 도균 님도 오월의봄을 가장 신뢰할만한 출판사로 꼽았었어요. 실제로 이 번역을 진행하는 동안, 이정신 편집자님은 용어 하나에서부터 원문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놓치지 않고 코멘트를 해주셨고, 성노동과 관련한 논쟁의 지형에서 제기될 법한 의문들을 꼼꼼히 짚어주셔서 옮긴이의 글을 쓰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 오월의봄과 이정신 편집자님이 아니었다면, 이 주제에 대해 이처럼 사려 깊은 검토가 나올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인터뷰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오월의봄과 (사실상 이 책의 공동 번역자나 마찬가지인) 이정신 편집자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3. 이 책에는 역주가 정말 많아서 책을 읽을 때 선생님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그와 동시에 작업하실 때 힘드시진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책 번역 작업하실 때 즐거웠던 부분 혹은 어려우셨던 점이 있을까요?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 오로지 이 책에만 집중할 순 없었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선행 문헌들의 문제의식, 용어 사용 등을 검토해야 했고, 최근의 이슈들이나 담론의 경향도 톺아보아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시중에 나와 있는 성노동 관련 책들을 거의 모두 사서 읽었습니다. 그래야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약점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대략적으로나마 분화되는 여러 입장들의 문제의식을 더 세심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성노동 당사자들이 쓴 책인데다가 해외 성산업과 관련한 이슈를 소재로 삼은 글이다 보니, 한국에 사는 비성노동자인 제가 이 책에서 쓰는 용어나 표현의 맥락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에는 원문의 참고문헌뿐만 아니라, 다른 연관 자료들까지 모두 찾아봐야 했지요.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주변의 성노동자 분들의 도움을 받았고요. 물론 이 과정이 지난하고 힘들긴 했지만, 제가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아서 독자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번역을 진행했습니다. 이 책에 달린 역주들은 독자로서 제 스스로에게 부연 설명이 필요했던 부분을 정리한 것이었죠.


난해한 문장이나 표현들을 이해하고 옮기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활동가와 담론들 사이의 입장 차를 반영하는 용어들을 이 책에서 어떻게 명명해야 할지에 관한 문제였어요. 가령,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인 ‘prostitute’를, 어떤 분들은 ‘성노예’나 ‘성착취 피해자’라고 부르는 반면, 어떤 분들은 ‘성노동자’라고 부르는데, 어떤 이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 책이 특정한 입장을 옹호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어 그 부분이 무척 조심스러웠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떤 명명은 부당한 비난을 감수하는 반면, 어떤 명명은 그 자체로 페미니즘적인 용어로 읽히기도 하니까요.


한 가지 더 조심스러웠던 부분은 이 책의 결론이 특정한 입장이나 법제화 방식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히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저자들 중 한 명인 주노 맥은 TED에서 “성노동자들이 진정 원하는 법률은?”이라는 강연을 통해 성노동 당사자들이 원하는 건 성노동 비범죄화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다른 형법적 법제화보다 성노동 비범죄화가 성노동자에게 필요한 이유를 강조해서 설명하고 있고요. 물론 저자들은 성노동 비범죄화를 시행하는 뉴질랜드 모델이 성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인 양 여겨져서는 안 되며, 다른 제도적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아무래도 저자들이 성노동 비범죄화의 한계보다는 장점에 더 많이 집중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나 ‘옮긴이의 글’에서도 밝혔듯, 어느 제도든 구조적 맥락에 따라 다른 효과를 보이기 마련이며, 한국에서 비범죄화의 효과는 뉴질랜드와 똑같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내는 데 가장 염려되었던 것은 ‘이명훈’이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는 저의 젠더입니다. 안 그래도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보기에 ‘성노동’이라는 마뜩잖은 용어를 쓰는 책인데, 이를 소개한 역자가 하필 남성이라니, 더 더욱 이 책이 오해를 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아닌 게 아니라, 성판매 당사자든, 관련 이론이나 활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든, 성노동이라는 용어를 쓰는 화자들은 포주이거나 그들의 로비를 받는 사람이라고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남성 화자로 보이는 이의 성노동 발언은 그런 오해를 유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편집자님께 실명이 아닌 필명 출판을 문의 드렸던 것도 이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메신저보다 메시지에 주목해주신 추천자 분들과 여러 독자 분들 덕에 이런 걱정이 기우에 그치게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5. 이 책의 독자분들께 전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성노동과 성노동자를 어떻게 재현해야 할지, 가령 매춘은 성적 착취인지 노동인지, 성판매자는 성적 착취의 대상인지 노동의 주체인지 등에 관한 질문들은 어떤 맥락에선 필요한 질문들일 수 있으나, 당장 오늘밤 성노동자들이 처할 위험과 불편함을 막는 데 도움을 주는 질문들은 아닙니다. 성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그들이 처한 물질적 조건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출발해야합니다. 어떤 동기로든 성판매라는 일을 하게 된 이들이 정말 원하는 게 당장의 일거리를 잃더라도 무조건 포주나 구매자가 처벌되는 상황일지, 일자리를 잃게 되었을 때 그들은 어떤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지, 혹여 그런 상황이 그들이 탈성매매를 시도하거나 폭력적인 고객을 피하는 걸 더 어렵게 만들지는 않을지, 이는 성판매자와 그 관리자, 고객, 이를 단속하는 경찰 및 사법 기관과의 역학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등을 고민한다면, 우리는 성매매 단속이나 처벌 강화로 귀결되어왔던 기존의 조치보다 더 실용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저는 이 책이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젠더, 섹슈얼리티, 국경, 이주민 통제, 공권력 행사, 사법제도 등에 이르는 여러 교차적인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데 좋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라건대, 이 책을 계기로 소외되었던 성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터져나오고, 추상적 논쟁에서 벗어난 더 생산적인 논의들이 곳곳에서 이어지길 고대합니다.


💌  Marketer's comment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다양한 지점에서 고민이 많으셨을 텐데, 지난한 시간을 독자와 함께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작업하셨다는 것에 저 역시 한 명의 독자로서 감사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누군가를 소외하고 배제하는 이 세계'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오월의봄과 선생님과 반란의 매춘부, 그리고 이걸 읽고 계신 독자분들을 만나게 한 것 같아요. 
💬  이 책에 그런 말이 나와요. 버려지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려면 꼭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잖아요. -<편집자 인터뷰> 중


마케터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네, 안녕하세요. 오월의봄 편집부 이정신입니다.


마케터    신간 『반란의 매춘부』가 나왔어요. 이 책은 어떤 책인지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반란의 매춘부』는 성노동자이자 성노동자 권리 운동 활동가인 저자들이 쓴 책인데요, 성노동자의 구체적인 삶을 들여다보며 구조적인 분석에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입니다. ‘매춘’에 대해서 그동안 너무 이분법적으로만 논의가 되었잖아요. 착취냐 노동이냐, 자발이냐 강제냐 이렇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식의. 그걸 넘어서는 논의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이 책이 성산업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시작점을 만들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이 해당 이슈에 관해서 관심을 가져왔던 분들에게는 꽤 많이 알려져 있었던 책인가 봐요.


마케터    그럼 이 책은 어떤 경로로 출간되었나요?


편집자   번역자인 이명훈 선생님께서 출판사로 투고해주신 원고인데요. 선생님께서 기획서를 엄청나게 공들여서 성의있게 보내주셨던 기억이 나요. 사실은 ‘성노동’이라는 주제 자체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응이 있을지의 고민도 됐었어요. 단행본 시장에서도 그렇고 운동적 차원에서도 가시화가 잘 안 된다는 인상을 받아서.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물론 '부담이 된다' 는 생각도 들었고요 우리 출판사에는 젠더 관련해서 책을 꾸준하게 내왔고, 당시 구성원들이 가졌던 고민들이 저희 출판사의 출간 목록으로 증명(?)이 되고 있는데. (웃음)

가령 젠더 의제, 페미니즘 틀에서 나올 수 있는 책이지만 그중에서도 조금 더 조망되지 않은 것, 좀 더 가장자리에 있는 내용 내지는 새롭게 논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더 발굴해내자, 라는 판단이 내부에서 있었고요. 당시 외서 기획을 할 때, 조금 더 논의를 지속해서 끌어갈 수 있는 책들을 선정해보자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 부분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마케터    이 책은 ‘성노동’에 관해서 섹스, 노동, 국경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데요. 저는 특히 그간 <법제화 모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다룬 책을 기다렸는데, 이 책에서는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한 법제화 모델의 세세한 분석에 여러 장을 할애하고 있어 해당 부분에 대해 촘촘하게 사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편집자님이 생각하실 때, 『반란의 매춘부』가 가지는 차별점이 있을까요?


편집자    저도 말씀해주신 그 '법제화 모델'에 대한 분석이 이 책의 백미라고 봐요.

특히 유의미한 부분이 '노르딕 모델'에 대한 얘기. 왜냐하면,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실 다수가 성매매를 사회의 '문제'로 인식한 경우, 그걸 해결하는 방식으로서 노르딕 모델을 많이 이야기하고 그것이 '주류'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방법, 혹은 가장 현실 가능한 대안인 것처럼 얘기가 많이 되고 있잖아요. 실제로 저도 법제화 모델에 관해서 구분 지어 잘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마케터    어떤 방식으로 주장이 전개되는지 조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편집자   '노르딕 모델'에 어떤 분명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 법제화 모델 중에 꼭 뭘 골라야 한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한 가지의 모델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라는 것. 그렇지만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비범죄화 모델'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죠. 실제 성노동자들이 그들의 삶 속에 가장 해악을 덜 끼치는 모델이기 때문에요. 그 성노동자들이 실제로 '좋아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화되었기 때문에 선택하는 거잖아요.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직업으로써 선택하는 건데.


저는 그런 게 궁금했어요. 북유럽이라고 하면 흔히 사회 복지 모델,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춰진 것으로 알잖아요. 진보적인 사회의 모델로서 북유럽 모델이 인식되어 왔고. 그렇다면 북유럽에는 가난한 자들이 없나? 거기서도 성노동은 이루어지고, 성산업이 유지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문제는 도대체 뭐지? 근데 처음 이 책 초교 원고가 들어와서 봤는데 거기에 대한 내용이 명확하게 제시가 되어있었던 거죠.


엄청나게 화가 났던 부분은, 탈출 전략이라고 하면서 탈성매매를 하기 위한 사회적 서비스를 얘기하더니 실제로 까봤더니 또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았던 것이에요. 실제로 성매매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조차, 담당 부서에서 공무원이 한다는 얘기가 '당신이 몇 달 동안 일을 그만두면 그때 도와주겠다' 였다는 거예요. 그럼 몇 달 동안 생계를 어떻게 이어나갈 거며···.


마케터    정답처럼 여겨졌던 모델에도 이면이 있었던 거군요.


편집자    네. 그리고 저는 이 문장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성노동자들의 성판매 욕구는 고객의 성구매 욕구보다 훨씬 더 크다'라는 문장이에요. 노르딕 모델을 도입했을 때 고객 범죄화로 인해 성산업 현장이 더욱 열악해지고 위험한 상황이 되었는데, 그것 밖에 먹고 살길이 없는 사람들을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 내모는 거잖아요. 보고서나 자료에 따르면 그것은 고객 범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인정하고 있는 문제이고.

이 모든 것을 얘기하는 근거가 실질적인 성노동자의 삶이나 구체적인 조건에 기반을 두고 '노르딕 모델'에 대해 비판적으로 나가는 것, 그리고 다른 모델에도 같은 틀로 분석해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마케터    그럼 혹시 생각하셨던 타깃 독자층이 있으신가요? '이런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독자분들!


편집자    이 저자들 의견에 동의하든 아니든 성매매 관련 논의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입문서처럼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은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이 논의를 하는 것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문제적이라고 말해요. 앞으로는 정말 구체적 논의가 필요한데, 그러기에 이 책이 정말 좋거든요. 관심 있는 독자, 연구자, 예비 연구자 등 다양한 분들이 계시겠지만 저는 제도 정치 안에 있는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터    역자 이명훈 선생님의 후기 글을 보니 '이정신 편집자님께서 거의 같이 번역해 주셨다'라고 하셨는데, 편집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편집자    에이, 이건 선생님이 그냥 하시는 말이고 고생은 선생님이 하셨죠. (웃음) 이 책을 보시면 알겠지만, 역주가 되게 많잖아요. 맥락 속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되게 달라지잖아요. 그런 부분을 굉장히 많이 고민하셔서 섬세하게, 성실하게 번역을 해주신 그런 원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언제나 번역서의 어려움인데, 이 책은 특히 현장에 기반한 이야기가 많고 한국에서 통용되는 것과 다른 맥락에 놓인 것들도 있어서 오독할 우려를 줄이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주신 뒤 나온 책이에요. 그 부분에서 되게 역자 선생님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죠.


마케터    편집자님의 <이 책의 감응 포인트>랄까, 그런 부분이 있었나요?


편집자    사실 이 저자들에게는 페미니즘 영역 내부에서 이 문제를 같이 잘 다루어보았으면 하는 기대가 있는 거잖아요. 페미니스트라면, 성노동 자체를 범죄화 시키고, 치워버리고, 없애버리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 그런 부분에 호소하는 게 느껴지는데, 페미니즘 운동 내에서 매춘부들이 함께 싸워왔던 이력들이 쭉 나오잖아요. 예를 들면 퀴어 운동의 역사에서 특정한 사람들을 비가시화시키는 것처럼 성노동자들도 그런 운동에서 함께 했는데 지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나오면서, 그 사람들을 가시화시키고 복원시키려는 노력들이 저는 되게 뭉클했어요.


마케터    맞아요. 저도 그러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거든요. 이 책을 편집하실 때 참고하셨던 문헌이나 책 혹은 영상 매체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독자분들과 나눌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편집자    공저자 중에 주노 맥, 그분이 혼자 하신 강연이 있는데요. 책의 주요한 문제의식이 들어 있는 짧은 영상(👉 링크)이에요. 책을 읽기 전에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마케터    저는 표지 디자인이 직관적이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님과 표지 혹은 디자인에 관해 상의하실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라고 할 만한 점이 있었나요? 디자이너님과 같이 나누셨던 이야기나···.


편집자    빨리 하자...? (웃음) 일단, 이 표지는 원서 디자인을 참고한 거고요. 표지 컨셉 자체는 되게 빨리 나왔죠. '매춘부'의 이야기라는 것이 드러날 수 있으면 좋겠고, 제목과 이미지 같은 것도 원서 표지를 참고해서 우리 식으로 바꿔서 낸 것이죠.


마케터    그렇군요.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편집자    우리 선생님들의 추천사를 꼭 봐주세요. 나영 선생님, 박이은실 선생님의 추천사, 이명훈 선생님의 옮긴이 후기 꼭 빼놓지 말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책이 분량이 많긴 한데 어려운 책은 아니라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 그런 말이 나와요. 버려지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려면 꼭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잖아요

💌  Marketer's comment
저는 평소에도 이정신 편집자님께서 해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면 시간이 삭제되는 마법...을 경험하곤 하는데요.
(제 옆자리에 앉아 계시거든요. 그래서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답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편집자님께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계신 것이 어떤 것인지,
<반란의 매춘부>는 그 지점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해야 한다'라는 당위의 언어가 계속될 때, 힘이 쭉 빠지기도 하지만
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어 망을 엿보고 계속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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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존버'에 대한 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살짝 들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음···. 노동에 관한 책이 나오는군···.' 이라고 생각한 마케터···. 이건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질문인 척하지만 질문이 아닌) 김영선 선생님께 존버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저자 소개

시간 연구자로 주요 관심사는 자본주의와 연동된 시간의 문화/정치다. 과로에 얽혀 있는 일상 이야기를 소재 삼아 우리네 삶의 시간성을 연구해왔다.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노동과 여가 문화를 강의한다. 지금은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 사업으로 과로자살/정신질환을 보고 있다. <정상인간> <과로 사회>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잃어버린 10일> 등을 썼다.


1, 본인을 ‘시간 연구자’로 칭하고 계신데요. ‘시간 연구’란 무엇이며, 왜 이 연구를 하게 된 건가요?


‘시간 연구’라는 말을 10여 년 전 잃어버린 10일(2011)이라는 책을 마무리할 때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을 주제 삼아 진행하는 모든 연구가 시간 연구일 텐데, 관점과 이론에 따라 정말 수십에서 수백 가지의 연구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는 노동시간이나 여가시간, 이들의 역사적 형태, 이를 둘러싼 노동-자본 간 각축을 보고 있습니다. 전자 노동시간에 대한 내용들이 존버씨의 죽음일 테고, 후자 여가시간과 관련한 것이 정상 인간(2016)일 것입니다. 최근 플랫폼 노동이 등장하면서 시간의 문제가 다시 부상한다고 봅니다. 시간을 둘러싼 노동-자본 간의 새로운 전면전, 뭐 그런! 이렇게 시간 연구를 하는 이유는 재미도 재미지만, 시간이야말로 자본주의적 찍어누름의 면모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 착취의 양상을 드러내기가 제가 시간 연구자로 칭하고 벌이는 일들이지 않을까 합니다.


2. 존버씨의 죽음은 어떻게 해서 쓰게 되었나요?


과로 사회(2013)를 쓸 때만 해도 노동시간 단축 운동 쪽으로 ‘과로’라는 주제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어찌어찌하여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직접적인 계기랄까요? 그건 (괴롭힘 수반하면서) 영혼을 태우는 식의 태움이 유발하는 죽음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베라르디의노동하는 영혼이나 죽음의 스펙터클을 보면서 과로죽음이 전 지구적인 특징이면서도 한국적 맥락에서 더 두드러지는 현상임을 좀 더 직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폭력의 극단적 형태, 두들겨 맞다 사망에 이른 경우들이 과로사일 텐데, 이런 시간폭력의 비극적 형태가 보면 볼수록 더 봐야 할 게 많았고 왠지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이 커진 것 같습니다.


3. 책의 주인공 ‘존버씨’란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과로+성과체제에 발을 딛고 오늘도 버티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존버씨라고 보는데요. 누가 예외일 수 있겠냐마는 누구나 예외라고 보는 생각들이 더 많지 않나 싶습니다. 전자는 전자대로 후자는 후자대로 왜 그렇게 여기는지 봐야 할 텐데, 특히 후자의 오인은 무엇에서 비롯하는 것인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존버씨를 모든 이들이라고 말하면 범주가 너무 넓어지는데, 책에서는 주로 과노동, 괴롭힘, 실적 압박, 불안정 노동에 노출돼 죽음에 이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4. 존버씨의 죽음은 본격적으로 ‘과로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로죽음’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과노동과 성과 압박, 괴롭힘이 유발한 죽음들을 의미하는데요, 통상 과로사와 과로자살이라고 말합니다. 아직 법제도적으로 규정된 개념은 아니고요. 이외에 서든 데스, 드롭 데드, 돌연사, 업무 관련성 죽음, 과로로 인한 사망 등의 여러 표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통상 과로라고 하면 장시간 노동만을 생각하곤 하는데, 책에서는 각종 압박이나 괴롭힘같이 업무 관련한 질적 요인이 유발하는 죽음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5. 책에는 신자유주의적 과로죽음과 산업시대의 과로죽음을 구분하고 있는데요. 어떤 점에서 다른 걸까요?


죽음의 외형은 같아 보이지만 가장 차이 나는 점 하나만 본다면, 과로의 원인/메커니즘이 달라지면서 죽음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동시간의 길이를 늘려 노동자를 쥐어짜는 방식에 다른 죽음이 아닌 노동자의 영혼을 태우는 착취 방식에서 발생한 죽음 간의 차이라고 할까요. 특히 우울, 자조, 고립감, 공황, 공격성, 혐오가 흘러넘치는 일터 환경에서 유발하는 과로자살의 경우는 새로운 형태의 죽음이라고 보고, 이는 변모하는 자본주의적 착취라는 맥락에서 독해되어야 할 것들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구분의 시도는 사회적 개입의 지점도 달라져야 함을 강조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6. 우리 시대의 일터가 ‘사회적 살인의 장소’가 되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일터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사회적 살인은 엥겔스가 노동자의 죽음이 매일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방조되면서 사회적 부정의가 체계적으로 생산되는 영국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인데, 맥락이야 다르지만 노동자를 싸게 막 취급해도 된다고 보는 게 그 원인이라고 봅니다. 이전 시기처럼 노동자를 규율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언제든 가져다 쓰고 버리는 식의 새로운 노동 형태가 많아졌고 (물론 이 또한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더 극단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 봅니다) 이러한 관점들이 기존 노동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고 봅니다. 싸게 막 부리는 자본 장치, 그런 자본주의적 감각을 걷어내는 일들이 여러 차원에서 더 집합적 형태로 이뤄져야지 싶습니다.


7. 지금도 쥐어짜이며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차피 다 쥐어짜이니까 ‘다 그런 거야’ ‘우리는 더 그래’라며 내가 얼마나 더 쥐어짜이는지를 배틀하는 장면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고통 배틀에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된다’는 간파, 이런 생각들의 더 많은 공유 그런 게 요구되지 싶습니다. 각자도생의 감각/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자조적 태도/감각을 유발하고 개인에게 문제/책임을 전가하는 자본주의적 개별화 장치를 넘어서(려)는 실천들에 관심이 모아지면 좋겠습니다.


8. 다음에 쓰실 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일단은 과로자살/정신질환을 더 봐야 하는 상황이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일터 은어에 새겨진 시간성, 그 독특성을 살펴보는 작업도 계속 가져가야 할 일이고, 좀 더 장기적으로는 과로+성과사회의 비정상적 여가/소비 패턴(유해한, 침해적, 야만적인 패턴 등)을 보고 싶습니다. 병리적 여가/소비와 비정상적인 노동문화와의 상관관계!


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책 출간 이후 키워드를 다시 주욱 뽑아보니 문제의 개별화가 많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책은 과로죽음 실재보다는 과로죽음을 둘러싼 지배 담론을 주로 다루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로죽음 사건도 문제이거니와 그 실재를 전가 또는 은폐하려는 논리들이 활개 치는 작금의 상황도 문제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한전 하청업체 노동자 김다운씨의 사망을 둘러싸고 벌이는 업체들의 책임 회피와 전가 그리고 은폐 행태들 말입니다.

💌  Marketer's comment
저는 '시간 연구자'라는 것이 조금 생경했거든요. "시간이야말로 자본주의적 찍어누름의 면모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노동의 측면에서 생각해보았을 때요. (과거 노동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마케터···.) 또한, 과로 죽음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 있었던 노동 현장에서의 죽음, 해당 업체에서 벌이고 있는 책임 회피에 관한 언급 역시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셨단 생각이 듭니다. 함께 관심 가져주세요!
👀  우리의 존버씨,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아요
1) 『달빛 노동 찾기, 신정임, 정윤영, 최규화 (지은이), 윤성희 (사진), 김영선 (해설)
: 우편집중국, 방송국, 대학교, 병원, 공항, 지하철. 감옥, 급식소, 고속도로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편의와 안전을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일터에서 ‘24시간 풀가동 상태’가 이어집니다. 그 말인즉슨 우리가 곁에서 매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야간 노동자들의 삶, 경제 논리로 인해 사라져버리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입니다.
: 조선소와 건설 현장, 코레일과 KT, 우체국과 택배, 퀵서비스와 배달, 자동차 공장과 중소영세업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산업 전반의 현장에서 산업재해 문제를 취재한 책입니다. 한 해에 2000명이나 일하다 죽는 사회, 탐욕이 부른 재난에 관해 분노한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2만 명 이상 관객들이 뜨겁게 호응한 2020년 화제의 시민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가 2022년 책 《아픈 몸, 무대에 서다》로 그 여정을 이어갑니다!

저 마케터 역시 '만성00'의 인간인데요, 크고 작은 질병을 평생 안고 살며 사과의 언어를 구사한 경험이 많습니다. '건강'이 주류인 사회에서 질병으로 인해 일상이 꽉 묶이기도 하고요.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어차피 쓸모없는 몸뚱이라는 생각에 쥐고 있던 의욕을 버리기도 했어요. 

완치가 곧 정답인 환상의 사회에서 아픈 몸과 함께하려면 혼자만의 용기로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이 책을 통해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  알라딘: https://bit.ly/3qsOAYU
 📕  예스24: https://bit.ly/3qqfP6F
 📕  교보: https://bit.ly/3Fq4UxZ
🎥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연극 하이라이트 영상 보러 가기 (링크)
: "저보다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으니까요."
'잘 아플 권리' 즉 질병권이 보장되고, n개의 다른 몸들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회 단체 <다른몸들>에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려 주셨네요! 책을 읽기 전에 워밍업!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15일의 뉴스레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열흘 뒤인 25일에는 그동안 블로그에서 연재되었던(근데 이제 단 3회의 짧은 편 수를 곁들인...) <오마주>로 찾아올 예정이에요.

💬  오마주란?
'오'월의봄 '마'케터의 '주'목도서라는 뜻으로(출처: 오월의봄 오픈사전), 오월의봄 마케터가 여러분께 책 소개와 함께 책과 같이 접하면 좋을 텍스트 혹은 다른 콘텐츠를 엮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열심히 준비할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럼, 주말 잘 보내시고 다음 메일함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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