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다른 작품에 밀려서,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라서, 계속 고치고 다듬느라 등 다양한 이유로 미완성으로 남겨진 고전들이 있습니다. 미완성이라 더 매력적인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제정 러시아 시절 사교계의 연애 이야기 
미하일 레르몬토프는 러시아인들이 푸시킨 다음으로 사랑하는 시인입니다. 22세 때인 1836년부터 연애소설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을 집필했어요. 사교계에서 유명해지고 싶은 장교 페초린과 노처녀가 되어 가는 네구로바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사교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그렸지요. 레르몬토프는 제정 러시아 시대 귀족 사회의 단면을 통해 ‘세계’의 축소판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는 미숙했고 그가 습득하고 실험한 다양한 수법들을 어떻게 일관되게 끌고 나가야 할지 몰랐어요. 자연파, 낭만주의, 리얼리즘 수법을 오가다 결국 집필을 중단했죠. 러시아 문학 사상 처음으로 리얼리즘 서술기법을 시도해서 문학사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카프카가 쓴 최초의 장편소설입니다. 주인공 카를 로스만은 하녀를 유혹해 아이를 임신시켰다는 이유로 미국으로 쫓겨납니다. 착취와 경쟁으로 비인간화된 세계를 상징하는 미국에 던져져 버린 열일곱 살의 소년 카를. 그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서서히 그러나 철저하게 몰락의 길을 걷다 결국 실종됩니다. 카프카는 주인공 카를에 대해 일기에 이렇게 썼어요. '이 죄 없는 자는 결국 맞아 쓰러졌다기보다 오히려 옆으로 떠밀려서 더 손쉽게 죽을 것이다.'
카프카 연구의 권위자인 번역자 편영수는 카프카 초기의 이 작품에 카프카 문학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전 생애를 바쳐 천착한 아버지와 아들, 권력과 지배, 기계화되고 관료화되어 가는 세계와 인간 소외에 대한 주제 의식이 이 소설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카프카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내게서 달아나는 소설을 더 이상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호소했고, 결국 미완성으로 남았어요.

브레히트의 미완성 희곡 10편 가운데 하나입니다. 1929년 베를린에 몰아닥친 경기 침체와 경제 위기, 수많은 실업자들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의욕적으로 집필을 시작했지만, 다른 작품 활동에 밀려 차일피일 완성이 미뤄졌어요. 이 작품에는 다양한 유형의 실업자들이 등장하는데, 브레히트는 이들을 표현주의 연극 방식으로 나타내고 싶어 했어요. 원래는 ‘일곱 아이를 키우는 과부 니오베 크베크 이야기’였죠. 결국엔 자본가에게 수탈당하는 과정만 묘사한 채 죽을 때까지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브레히트 '서사 연극'의 이론적 바탕이 가장 잘 드러나는 희곡으로 평가받습니다. 브레히트 전작주의자라면 꼭 확인해야 할 작품입니다.

실러는 러시아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참칭자 드미트리'에게 큰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17세기 러시아는 정말 혼란이 극심했는데, 이반 4세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남자가 3명이나 되었고 첫 번째 참칭자인 드미트리 1세는 실제 왕위에 올라 1년 넘게 재위했어요. 이반 대제의 아내, 드미트리 왕자의 어머니가 그가 진짜라고 확인까지 해주죠. 이 소재를 대본으로 옮긴 것이 이 작품입니다. 마르파 왕비는 데메테리우스의 통치를 돕기 위해 그가 아들이라고 거짓말합니다. 하지만 반란군들이 신앙을 걸고 맹세를 요구하자 맹세하지 못하고, 데메테리우스의 참칭이 드러나게 됩니다. 실러는 몇 개월 동안 이 작품에 매달렸지만 급성폐렴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작품은 미완성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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